대통령님,

지금 세상이 들끓고 있습니다. 살인적인 고유가, 대우차 매각협상의 실패, 주식시장의 붕괴위협 등으로 인해 '제2의 IMF' 사태까지 운운될 정도입니다. 대통령께서도 경제의 중요성을 누차 강조하고 계십니다만 현재 상황에 대해 걱정과 불안을 느끼지 않는 국민은 별로 없을 거라 생각됩니다. 뿐만 아닙니다. IMF 외환위기 이후 소득분배구조는 더욱 악화되어 이제 '빈부격차'라는 말조차 상황을 충분히 설명해내지 못할 정도인 듯 합니다. 정말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모든 일을 풀어나가지 않으면 안 될 상황입니다.

바로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2000년 세제개편(안)'을 발표하였습니다. 균형재정의 조속한 달성을 위한 세입기반 확충, 생산적 복지구현과 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도개선, 그리고 세제의 합리화 및 간소화를 위한 제도개편이라는 기본목표하에 만들어진 이번 세제개편안은 그러나 국민의 기대와 관심에 많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실제로 작년 세제개편안의 경우, '조세형평'의 관점에서 많은 개혁적 조치들을 담고 있었습니다. 금융소득종합과세의 재실시, 부가가치세 과세특례제도의 폐지, 재벌의 변칙증여상속 방지를 위한 상속증여세법의 개정 등 다소간의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많은 국민들의 지지를 받았던 것이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러나, 올해 세제개편안은 어떻습니까? 물론 작년의 개혁성과로 인해 굵직굵직한 세제개편사안이 줄어든 측면도 있지만, 국민들이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개편내용들을 이번 세제개편안은 내용으로 하고 있습니다. 특히 그중에서도 에너지세제 개편과 교육세제의 개편은 아직까지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더우기 살인적인 고유가로 인한 국민부담의 급속한 증가가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기에 문제는 더욱 복잡하고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정부는 이번 에너지세제의 개편이 결코 손쉬운 '세수확보' 목적이 아니라고 항변하고 있습니다. 단지 그동안 지나치게 왜곡되어 있었던 에너지 소비구조와 가격구조를 조정하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또한 국민들의 일반적 정서와는 반대로 고유가 시대로 돌입하기 때문에 더더욱 현재의 에너지세제를 개편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제까지 휘발유에 비해 LPG와 경유가격이 지나치게 낮았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심한 가격격차가 에너지 소비구조에 왜곡을 가져와 국제수지에 불안요소가 된다는 점도 분명 일리가 있는 주장입니다. 또한 에너지세제의 개편을 통해 추가확보된 세수 역시 장애인과 운송업계에 대한 보조금 지급, 연금과세체계 개편에 따른 세수손실보전을 위해 사용될 계획이므로 계산상 세수확보를 위한 조치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정부의 이러한 주장이 국민들을 쉽게 납득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대통령께서는 눈여겨 보셔야 할 것입니다. 우선, 현재의 에너지소비구조 왜곡이 단순히 일반 개인의 '과소비'에 기인하는 것인지 의문이 듭니다. 한국의 에너지 소비구조는 수송용이 20.1%, 산업용이 55.8%로 미국이나 프랑스, 일본 등 선진국들과 달리 월등히 산업용의 비중이 높습니다. 원가보다 낮게 공급되는 산업용 에너지가격으로 인해 발생하는 엄청난 에너지 과소비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정부 역시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해서인지 업체가 에너지절약형 시설로 바꿀 경우 세액공제혜택을 현재의 두배수준으로 올려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고 합니다. 한데 일반 가정에 대해선 '당근'이 아니라 '채찍'으로 일관하려 하고 있습니다. 에너지 소비를 많이 하는 가정에 대해선 50%의 가격인상을 하고, 휘발유나 LPG 등에 대해서도 가격을 올림으로써 소비를 줄이도록 하겠다고 합니다. 물론 국가경제를 위해 산업용 에너지가격을 조금 싸게 공급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에너지소비구조를 왜곡시키는 근본적 요인이라면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역시 근본으로 두어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근본적 노력은 없이 국무총리가 공식 기자회견문에서 "우리는 세수하던 물로 꼭 발을 
2000/09/21 00:00 2000/09/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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