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1호 개혁정론] 제대로 된 자금세탁방지법 제정을 거듭 촉구합니다
정기간행물(종간)/개혁통신 :
2001/04/19 00:00
대통령님,
부패추방은 대통령님이 집권 이후 일관되게 주장하셨던 내용입니다. 우리는 대통령님이 99년에는 반부패 특별위원회를 만들었고 직접 지시하여 부패방지법, 돈세탁방지법등의 법률안의 제정을 지시한 것을 기억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부패방지제도는 아직 미흡합니다. 현 정부에 들어와서 하위직 공무원들의 비리는 제도정비, 공무원들의 의식 개혁등으로 인해 그 발생빈도가 즐었지만 정작 '권력형비리'에 대해서는 정부는 효율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통령님은 이번 4월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3대 개혁입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게다가 이번에는 3당 정책연합으로 인해 법안의 통과가능성이 어느 때보다도 높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법안의 조속한 통과뿐 아니라 부패추방에 효율성을 갖는 제대로 된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관련 자금세탁방지법과 관련하여 몇 가지 의견을 밝히고자 합니다.
1. 정치자금을 둘러싼 여야와 정부의 정략적 논의는
이제 끝나야 합니다.
불법정치자금의 규제를 통한 정경유착의 척결이야말로 자금세탁방지법을 제정하게 하는 가장 주요한 현실적 근거입니다. 그런데 여전히 재경부와 법무부, 일부 여야 국회의원은 정지자금법이 정치자금 조성과 사용의 절차를 정한 법으로 이의 위반을 반사회적 범죄로 볼 수 없고 심각한 불법정치자금 수수는 포괄적 뇌물죄로 처벌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사실 왜곡입니다. 97년 정치자금법 개정 취지는 대가성을 입증하기 힘든 정치자금 수수의 특수성을 고려해 영수증 등을 발급하지 아니한 불법 정치자금 수수를 강력히 처벌하자는 것으로, 정치인에 대해 형법상 뇌물죄 적용을 매우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 현행 법체계의 맹점을 보완하려는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정치자금법 위반을 경미한 절차위반으로 보는 견해는 97년 정치자금법 개정취지를 의도적으로 왜곡 해석하고 있는 것에 다름 아닙니다.
외국의 경우, 뇌물죄에 대해 엄격한 '대가성'을 요구하고 있지 않거나 이를 추정하는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예컨대 독일의 판례는 직무로부터 제외된다고 할 수 없는 이상 그 관련성을 인정하는 '소극적 공제판단'의 입장을 취하고 있고. 또한 싱가포르의 부패방지법안과 영국의 부패방지법안은 뇌물범죄의 경우 직무 관련성을 추정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따라서 고위 정치인들의 불법적인 정치자금 수수를 뇌물죄로 처벌하기가 우리에 비해 훨씬 용이합니다. 우리는 뇌물죄의 성립에 엄격한 대가성을 요하는 판례나 입법의 빈자리를 정치자금법이 메우고 있습니다.
우리의 경우 외국의 입법례 등으로 보자면 사실상 뇌물죄로 처벌해야 마땅한 불법정치자금 수수행위를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처벌하도록 한 것입니다. 대가성이 없다고 주장하는 '떡값'의 규제는 중요합니다. 대부분의 대가성이 없는 '떡값'의 경우 이는 수뢰자의 직위를 의식하여 전략적으로 건네는 '보장성 보험료'인 경우가 많습니다.
후원회로부터 일정한 금액을 받았을 경우 반드시 영수증을 교부하고 이를 선관위에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정치자금법은 현실적으로 대가성을 입증할 수 없어 처벌하지 못하는 뇌물죄의 결함을 메워줄 수 있는 것입니다. 이는 최근 선고된 임창열 경기지사의 항소심 과정에서도 잘 드러났습니다. 따라서 우리법 체계에서는 뇌물죄 외에 정치자금위반을 포함시키는 것이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는 자금세탁방지법안을 제정하는 것이며 자금세탁방지 비협조국이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는 길입니다.
또한 정치자금이 포함된 이후 정치권에서는 '정치적 중립성'이라는 미명하에 동 법안을 무력화시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먼저 자금세탁의 전제범죄 중 유독 뇌물죄, 정치자금법위반죄의 경우에만 혐의거래 통보사실을 거래의 당사자에게 통보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요구는 공무원이나 정치인들에게 대한 특혜 요구에 불과합니다. 오히려 이를 인정할 경우 수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정쟁에 휘말릴 수 있으며 관련 당사자에게 증거를 은폐할 기회를 부여할 우려가 있습니다. 또한 이는 국제적으로도 입법례가 없는 조항일 뿐만 아니라 도리어 국제적 가이드라인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주장입니다.
FATF(OECD산하 자금세탁에 대한 연구 및 실행전담반)의 권고안 17조 "금융기관, 관리자, 임직원들은 고객정보가 관계당국에 보고될 때 당해 고객에게 통지하지 말아야하며, 적절한 경우 이러한 통지행위를 금지하여야 한다"라는 기준에 맞지 않습니다 . 독일, 일본, 캐나다 역시 모두 보고사실에 대한 누설금지 조항을 두고 있습니다.
또한 금융정보분석원(FIU)의 정치적 중립성을 위해
▲금융정보분석원의 조직을 외부인사가 상임위원으로 참여하는 위원회 조직으로 개편할 것
▲FIU의 공정성, 중립성 확보를 위하여 FIU를 위원회 형태(합의제 행정기관)으로 설치하고 위원의 자격도 법률에 명시할 것
▲국회가 5인, 대통령, 대법원이 2인씩 추천하는 외부인사가 상임위원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그러나 FIU의 주목적은 부패방지 기능을 직접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금융거래 실태에 대한 "정확하며 신속하고 전문적인" 수집과 분석을 통하여 정보를 생산하고, 이를 관련 법집행기관에 제대로 제공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전문성, 신속성, 정확성이 어느 기능보다도 우선시됩니다.
여기에는 정치성 등이 개입될 여지가 없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부패 특성을 고려할 때, 고액현금거래보고제도(CTR)를 도입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며, 단일 기관의 형태를 취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금용거래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수집, 분석하고, 이를 제대로 가공하는 것이 FIU의 주된 역할이기에 위원회제로 운영할 하등의 이유가 없으며, 오히려 정치적 논란만 가중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2. 탈세수익의 세탁행위도 반드시 규제해야 합니다.
탈세는 그 자체가 국가재정의 건실성을 해치는 중대범죄입니다. 또한 탈세는 대부분의 경우 중대범죄와 밀착되어 발생하는 범죄로서 탈세수익의 흐름을 추적하는 것은 역으로 수사기관이 포착할 수 없는 중대범죄를 추적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이를 전제범죄에 포함시키는 것이 당연합니다.
대다수 선진국은 탈세를 중대범죄에 포함시키고 있습니다. 자금세탁의 전제범죄는 마약, 조직범죄로부터 시작, 현재는 탈세 등의 경제범죄로 확대되는 추세입니다. 앞으로는 모든 중대범죄와 관련된 자금세탁이 범죄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미 벨기에의 경우 전제범죄에 부패를 넣고 있으며, 호주의 경우 전제범죄에 마약밀매, 도박과 함께 탈세 등 기소가능한 모든 범죄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998년 G7 재무장관들은 조세관련 범죄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하여 자금세탁방지시스템의 기능을 강화하기로 합의하였습니다. 구체적으로
▲ G7은 자금세탁방지법의 전제범죄의 범위를 조세법상까지의 거래까지 포함하며
▲ 조세관련 범죄에 관한 조사를 지원하기 위하여 자금세탁 규제당국이 과세당국에게 최대한 정보를 제공하기로 합의하였습니다.
또한 OECD 재정위원회(CFA)는 FATF의 권고안 4조의 심각한 범죄의 정의에 조세회피를 포함하여 조세기피를 위한 목적의 자금세탁을 처벌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한편 탈세범죄를 전제범죄에 포함시키는 것은 조세행정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습니다. G7은 자금세탁방지 기능의 실효성을 저해하지 않는 방법으로 징세를 위하여 관련 정보를 이용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도 99년 운영된 자영자소득파악위원회의 논의과정에서 국세청 역시 고액현금거래통보제도가 소득파악과 적정한 과세에 도움이 된다는 입장을 보인 바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제1소위는 이 기준에 속하는 탈세범죄를 합리적 이유 없이 제외시킴으로써 탈세범죄자에게 특혜를 베풀어준 셈입니다.
일부에서는 우리의 비현실적인 세법체계로 인해 탈세가 만성화되어있으므로 이 법이 시행될 경우 모든 국민이 범죄자가 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법이 시행되더라도 소액탈세는 포함되지 않으며 연간 탈세액이 2억원 이상이 되어야 처벌됨으로 부실 기업들의 경제범죄나 일부 부정직한 고소득 자영업자만이 해당된다. 탈세자금도 자금세탁방지법안의 규제대상으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3. 고액현금거래보고제도가 포함되어야 합니다.
탈법적 선거운동과정에서 발생하는 현금 살포에 대한 수사기관의 자금추적은 자금세탁을 피하기 위한 현금거래에 의해 번번히 좌절되어 왔습니다. 이렇듯 현재 규제되지 않은 자금세탁행위는 대부분 고액현금거래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입니다.
따라서 고액현금거래를 규제하지 않고서는 자금세탁행위를 방지하는데 실효성이 떨어집니다. 동시에 금융실명제가 가진 한계의 보완을 위해서도 고액현금거래보고제도(CTR)가 필수적입니다. 통장 개설 시와 고액송금시에만 실명확인을 하기 때문에 빈틈이 많고 차명거래에는 아예 손놓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바로 고액현금거래정보입니다. 고액현금의 입·출금 정보가 있어야만 의심스러운 금융거래도 파악할 수 있고, 탈세와 자금세탁에 이용되는 차명계좌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특히 혐의거래보고제는 금융기관 직원들에게 사실상 보고를 강제할 아무런 수단이 없습니다. 현재의 법안대로 500만원 정도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하더라도 의무위반을 입증, 처벌하기란 실제적으로 불가능합니다.
특히 금융기관의 고위간부가 직접 자금세탁을 주선하는 경우에는, 혐의거래보고제가 가진 한계는 명백합니다. 우리의 경우 95년도에 시행되기 시작한 「마약류불법거래방지에관한특례법」의 혐의거래보고제도에 따른 신고건수는 시행 6년이 지난 지금까지 단 1건도 없었습니다.
미국, 호주 등은 오래 전에 현금거래보고제도의 유용성을 인정하고 활용하고 있습니다. 미국 재무성간부와 FATF (OECD산하 자금세탁에 대한 연구 및 실행전담반) 간부를 역임한 K.Noble과 E. Golumbic은 다음과 같은 주장을 한 적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자금세탁을 추적하기 좋은 지점을 '질식지점'이라고 하는데 이는 입금 단계에서 자주 발생한다. 그 후에 발견되는 질식지점은 금융기관과 사람 사이에 접촉이 없고 자금이 온라인을 통해 빠른 속도로 자주 옮겨지기 때문에 발견하기 힘들다. 따라서 자금세탁을 방지하기 위해서 입금 단계에서 발생하는 초기 질식지점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혐의거래보고제도는 금융기관의 직원들이 특이하거나 의심이 가는 거래에 대해 주관적으로 판단한 후 보고하는 제도입니다. 이 모델은 은행의 재량에 따라 고객의 정보를 필요 이상으로 공개함으로써 고객의 사생활을 보장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을 뿐만 아니라 역으로 은행 직원이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했을 경우 어떤 거래는 아예 보고되지 않거나 잘못 보고될 수 있는 폐단이 있습니다.
고액현금거래보고제도는 금융기관에게 일정 액수를 넘는 금액의 거래에 대하여 법 집행기관에 모두 보고하도록 함으로써 직원들의 주관적 판단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습니다. 이 모델의 장점은 이 제도의 도입자체로서 우선 자금세탁을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는 효과에 있습니다.
상당한 양의 현금을 이동시키는 데에는 돈의 거래에 대한 신원정보가 법 집행기관에 노출되는 위험을 감수해야만 하기 때문에 위험부담을 줄이기 위해 비용이 더 들더라도 다른 자금세탁 방법을 모색하게 되는 것입니다. 또한 추적이 가능한 기록을 남겨주기 때문에 자금세탁 조사자들에게 도움이 되며 재정기관의 직원마다 의심이 가는 거래에 대해 주관적인 판단을 내려야 하는 부담을 줄여줌으로써 법 집행의 일관성을 향상시킵니다.
대통령님, 21세기 국가경쟁력은 부패와의 싸움에서 승리하는가에 달려있다.
부패라운드의 시대에는 특정 국가에서 부패관련자를 처벌하지 않고 공공과 민간의 운영개혁을 도모하지 않아 부패한 국가로 인식되면, 차관제공이나 투자를 유보 또는 중단하는 관행이 마련되고 있습니다. 즉 부패에 대한 통제장치를 마련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운용하는지 여부가 국가경쟁력의 지표로 평가되는 시대입니다.
이를 인식한 선진국들은 부패방지협약을 제정, 협약의 이행을 위해 제도와 의식을 개선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국제적 노력의 흐름에 동참하기 위해 우리 역시 내부의 제도 개혁이 요구됩니다. 우리의 경우 비록 제정에는 뒤쳐졌지만 선발 주자의 시행착오를 피해나갈 경험을 갖게되는 후발주자 나름의 이점을 바탕으로 보다 실효성있는 자금세탁방지법안을 제정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개혁의 의지입니다. 생색내기 법안 제정을 통한 면피에 몰두해서는 우리는 매일 부패방지에 있어 후진국이라는 오명을 벗어날 길이 없습니다. 대통령님, 부패와의 싸움에서 승리하기 위해, 그리고 다시 한번의 IMF 경제환란의 도래를 방지할 수 있는 제도적 방지를 위해 제대로된 자금세탁방지법의 제정에 힘써주십시오. 기회는 자주 있는 법이 아닙니다. 지금이 그 마지막 시기입니다.
부패추방은 대통령님이 집권 이후 일관되게 주장하셨던 내용입니다. 우리는 대통령님이 99년에는 반부패 특별위원회를 만들었고 직접 지시하여 부패방지법, 돈세탁방지법등의 법률안의 제정을 지시한 것을 기억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부패방지제도는 아직 미흡합니다. 현 정부에 들어와서 하위직 공무원들의 비리는 제도정비, 공무원들의 의식 개혁등으로 인해 그 발생빈도가 즐었지만 정작 '권력형비리'에 대해서는 정부는 효율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통령님은 이번 4월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3대 개혁입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게다가 이번에는 3당 정책연합으로 인해 법안의 통과가능성이 어느 때보다도 높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법안의 조속한 통과뿐 아니라 부패추방에 효율성을 갖는 제대로 된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관련 자금세탁방지법과 관련하여 몇 가지 의견을 밝히고자 합니다.
1. 정치자금을 둘러싼 여야와 정부의 정략적 논의는
이제 끝나야 합니다.
불법정치자금의 규제를 통한 정경유착의 척결이야말로 자금세탁방지법을 제정하게 하는 가장 주요한 현실적 근거입니다. 그런데 여전히 재경부와 법무부, 일부 여야 국회의원은 정지자금법이 정치자금 조성과 사용의 절차를 정한 법으로 이의 위반을 반사회적 범죄로 볼 수 없고 심각한 불법정치자금 수수는 포괄적 뇌물죄로 처벌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사실 왜곡입니다. 97년 정치자금법 개정 취지는 대가성을 입증하기 힘든 정치자금 수수의 특수성을 고려해 영수증 등을 발급하지 아니한 불법 정치자금 수수를 강력히 처벌하자는 것으로, 정치인에 대해 형법상 뇌물죄 적용을 매우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 현행 법체계의 맹점을 보완하려는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정치자금법 위반을 경미한 절차위반으로 보는 견해는 97년 정치자금법 개정취지를 의도적으로 왜곡 해석하고 있는 것에 다름 아닙니다.
외국의 경우, 뇌물죄에 대해 엄격한 '대가성'을 요구하고 있지 않거나 이를 추정하는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예컨대 독일의 판례는 직무로부터 제외된다고 할 수 없는 이상 그 관련성을 인정하는 '소극적 공제판단'의 입장을 취하고 있고. 또한 싱가포르의 부패방지법안과 영국의 부패방지법안은 뇌물범죄의 경우 직무 관련성을 추정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따라서 고위 정치인들의 불법적인 정치자금 수수를 뇌물죄로 처벌하기가 우리에 비해 훨씬 용이합니다. 우리는 뇌물죄의 성립에 엄격한 대가성을 요하는 판례나 입법의 빈자리를 정치자금법이 메우고 있습니다.
우리의 경우 외국의 입법례 등으로 보자면 사실상 뇌물죄로 처벌해야 마땅한 불법정치자금 수수행위를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처벌하도록 한 것입니다. 대가성이 없다고 주장하는 '떡값'의 규제는 중요합니다. 대부분의 대가성이 없는 '떡값'의 경우 이는 수뢰자의 직위를 의식하여 전략적으로 건네는 '보장성 보험료'인 경우가 많습니다.
후원회로부터 일정한 금액을 받았을 경우 반드시 영수증을 교부하고 이를 선관위에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정치자금법은 현실적으로 대가성을 입증할 수 없어 처벌하지 못하는 뇌물죄의 결함을 메워줄 수 있는 것입니다. 이는 최근 선고된 임창열 경기지사의 항소심 과정에서도 잘 드러났습니다. 따라서 우리법 체계에서는 뇌물죄 외에 정치자금위반을 포함시키는 것이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는 자금세탁방지법안을 제정하는 것이며 자금세탁방지 비협조국이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는 길입니다.
또한 정치자금이 포함된 이후 정치권에서는 '정치적 중립성'이라는 미명하에 동 법안을 무력화시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먼저 자금세탁의 전제범죄 중 유독 뇌물죄, 정치자금법위반죄의 경우에만 혐의거래 통보사실을 거래의 당사자에게 통보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요구는 공무원이나 정치인들에게 대한 특혜 요구에 불과합니다. 오히려 이를 인정할 경우 수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정쟁에 휘말릴 수 있으며 관련 당사자에게 증거를 은폐할 기회를 부여할 우려가 있습니다. 또한 이는 국제적으로도 입법례가 없는 조항일 뿐만 아니라 도리어 국제적 가이드라인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주장입니다.
FATF(OECD산하 자금세탁에 대한 연구 및 실행전담반)의 권고안 17조 "금융기관, 관리자, 임직원들은 고객정보가 관계당국에 보고될 때 당해 고객에게 통지하지 말아야하며, 적절한 경우 이러한 통지행위를 금지하여야 한다"라는 기준에 맞지 않습니다 . 독일, 일본, 캐나다 역시 모두 보고사실에 대한 누설금지 조항을 두고 있습니다.
또한 금융정보분석원(FIU)의 정치적 중립성을 위해
▲금융정보분석원의 조직을 외부인사가 상임위원으로 참여하는 위원회 조직으로 개편할 것
▲FIU의 공정성, 중립성 확보를 위하여 FIU를 위원회 형태(합의제 행정기관)으로 설치하고 위원의 자격도 법률에 명시할 것
▲국회가 5인, 대통령, 대법원이 2인씩 추천하는 외부인사가 상임위원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그러나 FIU의 주목적은 부패방지 기능을 직접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금융거래 실태에 대한 "정확하며 신속하고 전문적인" 수집과 분석을 통하여 정보를 생산하고, 이를 관련 법집행기관에 제대로 제공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전문성, 신속성, 정확성이 어느 기능보다도 우선시됩니다.
여기에는 정치성 등이 개입될 여지가 없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부패 특성을 고려할 때, 고액현금거래보고제도(CTR)를 도입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며, 단일 기관의 형태를 취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금용거래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수집, 분석하고, 이를 제대로 가공하는 것이 FIU의 주된 역할이기에 위원회제로 운영할 하등의 이유가 없으며, 오히려 정치적 논란만 가중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2. 탈세수익의 세탁행위도 반드시 규제해야 합니다.
탈세는 그 자체가 국가재정의 건실성을 해치는 중대범죄입니다. 또한 탈세는 대부분의 경우 중대범죄와 밀착되어 발생하는 범죄로서 탈세수익의 흐름을 추적하는 것은 역으로 수사기관이 포착할 수 없는 중대범죄를 추적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이를 전제범죄에 포함시키는 것이 당연합니다.
대다수 선진국은 탈세를 중대범죄에 포함시키고 있습니다. 자금세탁의 전제범죄는 마약, 조직범죄로부터 시작, 현재는 탈세 등의 경제범죄로 확대되는 추세입니다. 앞으로는 모든 중대범죄와 관련된 자금세탁이 범죄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미 벨기에의 경우 전제범죄에 부패를 넣고 있으며, 호주의 경우 전제범죄에 마약밀매, 도박과 함께 탈세 등 기소가능한 모든 범죄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998년 G7 재무장관들은 조세관련 범죄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하여 자금세탁방지시스템의 기능을 강화하기로 합의하였습니다. 구체적으로
▲ G7은 자금세탁방지법의 전제범죄의 범위를 조세법상까지의 거래까지 포함하며
▲ 조세관련 범죄에 관한 조사를 지원하기 위하여 자금세탁 규제당국이 과세당국에게 최대한 정보를 제공하기로 합의하였습니다.
또한 OECD 재정위원회(CFA)는 FATF의 권고안 4조의 심각한 범죄의 정의에 조세회피를 포함하여 조세기피를 위한 목적의 자금세탁을 처벌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한편 탈세범죄를 전제범죄에 포함시키는 것은 조세행정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습니다. G7은 자금세탁방지 기능의 실효성을 저해하지 않는 방법으로 징세를 위하여 관련 정보를 이용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도 99년 운영된 자영자소득파악위원회의 논의과정에서 국세청 역시 고액현금거래통보제도가 소득파악과 적정한 과세에 도움이 된다는 입장을 보인 바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제1소위는 이 기준에 속하는 탈세범죄를 합리적 이유 없이 제외시킴으로써 탈세범죄자에게 특혜를 베풀어준 셈입니다.
일부에서는 우리의 비현실적인 세법체계로 인해 탈세가 만성화되어있으므로 이 법이 시행될 경우 모든 국민이 범죄자가 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법이 시행되더라도 소액탈세는 포함되지 않으며 연간 탈세액이 2억원 이상이 되어야 처벌됨으로 부실 기업들의 경제범죄나 일부 부정직한 고소득 자영업자만이 해당된다. 탈세자금도 자금세탁방지법안의 규제대상으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3. 고액현금거래보고제도가 포함되어야 합니다.
탈법적 선거운동과정에서 발생하는 현금 살포에 대한 수사기관의 자금추적은 자금세탁을 피하기 위한 현금거래에 의해 번번히 좌절되어 왔습니다. 이렇듯 현재 규제되지 않은 자금세탁행위는 대부분 고액현금거래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입니다.
따라서 고액현금거래를 규제하지 않고서는 자금세탁행위를 방지하는데 실효성이 떨어집니다. 동시에 금융실명제가 가진 한계의 보완을 위해서도 고액현금거래보고제도(CTR)가 필수적입니다. 통장 개설 시와 고액송금시에만 실명확인을 하기 때문에 빈틈이 많고 차명거래에는 아예 손놓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바로 고액현금거래정보입니다. 고액현금의 입·출금 정보가 있어야만 의심스러운 금융거래도 파악할 수 있고, 탈세와 자금세탁에 이용되는 차명계좌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특히 혐의거래보고제는 금융기관 직원들에게 사실상 보고를 강제할 아무런 수단이 없습니다. 현재의 법안대로 500만원 정도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하더라도 의무위반을 입증, 처벌하기란 실제적으로 불가능합니다.
특히 금융기관의 고위간부가 직접 자금세탁을 주선하는 경우에는, 혐의거래보고제가 가진 한계는 명백합니다. 우리의 경우 95년도에 시행되기 시작한 「마약류불법거래방지에관한특례법」의 혐의거래보고제도에 따른 신고건수는 시행 6년이 지난 지금까지 단 1건도 없었습니다.
미국, 호주 등은 오래 전에 현금거래보고제도의 유용성을 인정하고 활용하고 있습니다. 미국 재무성간부와 FATF (OECD산하 자금세탁에 대한 연구 및 실행전담반) 간부를 역임한 K.Noble과 E. Golumbic은 다음과 같은 주장을 한 적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자금세탁을 추적하기 좋은 지점을 '질식지점'이라고 하는데 이는 입금 단계에서 자주 발생한다. 그 후에 발견되는 질식지점은 금융기관과 사람 사이에 접촉이 없고 자금이 온라인을 통해 빠른 속도로 자주 옮겨지기 때문에 발견하기 힘들다. 따라서 자금세탁을 방지하기 위해서 입금 단계에서 발생하는 초기 질식지점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혐의거래보고제도는 금융기관의 직원들이 특이하거나 의심이 가는 거래에 대해 주관적으로 판단한 후 보고하는 제도입니다. 이 모델은 은행의 재량에 따라 고객의 정보를 필요 이상으로 공개함으로써 고객의 사생활을 보장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을 뿐만 아니라 역으로 은행 직원이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했을 경우 어떤 거래는 아예 보고되지 않거나 잘못 보고될 수 있는 폐단이 있습니다.
고액현금거래보고제도는 금융기관에게 일정 액수를 넘는 금액의 거래에 대하여 법 집행기관에 모두 보고하도록 함으로써 직원들의 주관적 판단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습니다. 이 모델의 장점은 이 제도의 도입자체로서 우선 자금세탁을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는 효과에 있습니다.
상당한 양의 현금을 이동시키는 데에는 돈의 거래에 대한 신원정보가 법 집행기관에 노출되는 위험을 감수해야만 하기 때문에 위험부담을 줄이기 위해 비용이 더 들더라도 다른 자금세탁 방법을 모색하게 되는 것입니다. 또한 추적이 가능한 기록을 남겨주기 때문에 자금세탁 조사자들에게 도움이 되며 재정기관의 직원마다 의심이 가는 거래에 대해 주관적인 판단을 내려야 하는 부담을 줄여줌으로써 법 집행의 일관성을 향상시킵니다.
대통령님, 21세기 국가경쟁력은 부패와의 싸움에서 승리하는가에 달려있다.
부패라운드의 시대에는 특정 국가에서 부패관련자를 처벌하지 않고 공공과 민간의 운영개혁을 도모하지 않아 부패한 국가로 인식되면, 차관제공이나 투자를 유보 또는 중단하는 관행이 마련되고 있습니다. 즉 부패에 대한 통제장치를 마련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운용하는지 여부가 국가경쟁력의 지표로 평가되는 시대입니다.
이를 인식한 선진국들은 부패방지협약을 제정, 협약의 이행을 위해 제도와 의식을 개선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국제적 노력의 흐름에 동참하기 위해 우리 역시 내부의 제도 개혁이 요구됩니다. 우리의 경우 비록 제정에는 뒤쳐졌지만 선발 주자의 시행착오를 피해나갈 경험을 갖게되는 후발주자 나름의 이점을 바탕으로 보다 실효성있는 자금세탁방지법안을 제정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개혁의 의지입니다. 생색내기 법안 제정을 통한 면피에 몰두해서는 우리는 매일 부패방지에 있어 후진국이라는 오명을 벗어날 길이 없습니다. 대통령님, 부패와의 싸움에서 승리하기 위해, 그리고 다시 한번의 IMF 경제환란의 도래를 방지할 수 있는 제도적 방지를 위해 제대로된 자금세탁방지법의 제정에 힘써주십시오. 기회는 자주 있는 법이 아닙니다. 지금이 그 마지막 시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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