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로 절묘한 곡예라고 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평범한 머리와 사고구조를 가진 사람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수학의 마술이라 할 수 있을까요. 137 대 136. 전국의 주권자들이 지켜보는 이 나라 의회정치의 전광판에 찍힌 스코어를 보는 즉흥적 감상이 그렇습니다. 국회의원 정수를 273명으로 줄인 것도 마치 이 줄타기와 같은 표결의 결과를 예상한 것인 양 보이는군요. 그래서 감탄과 실망은 더하기만 합니다.

미루다 미룬 개혁법안의 처리는 이렇게 허망하게 일단락되었습니다. 정부와 여당만 지지하는 반쪽 인권법은 137표에 의해 통과되고, 나머지는 모두 여당 의원들의 투표 불참이라는 비민주적 행동으로 무산시켰습니다. 기가 막힌 산술적 계산에, 그 어느 전략가도 감히 따라할 수 없는 몰염치한 행동으로 4월 임시국회는 막을 내렸습니다. 해를 넘겨 미룬 숙제는 결국 해결을 한 것이 아니라 더 많은 과제를 남긴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물론 한두 번이 아닙니다. 그리고 한두 해도 아닙니다. 매번 이 나라의 정치와 이 땅의 국회가 보려주고 있는 모습이기에, 특별히 충격적일 것도 없습니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런 구태가 거듭되어야 하는 것인지 안타깝기만 합니다. 그리고, 여당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137'이란 숫자를 화두로 한 파행적 의회정치에 대한 책임은 대통령께 있습니다. 대통령께서 새천년민주당 총재를 맡고 있는 한 그렇습니다.

첫 번째 책임은 개혁에 대한 진정한 의지의 상실입니다. 지금의 정부가 들어서서 개혁의 구호 아래 가장 핵심적으로 논의되고 추진된 것이 개혁법안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권·시민단체와 대부분의 국민이 열성을 다해 의견을 모았던 것입니다. 그럼에도 인권법은 알맹이를 뺀 채 통과시켰고, 나머지 법안은 다시 기약없이 뒤로 미루어버렸습니다.

내용에 관계없이 우선 법의 제정이 중요하다, 불충분한 내용은 훗날 개정 작업을 통해 보완할 수 있다는 등의 사고방식이 보여주는 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형식적 개혁일 뿐입니다. 내용의 실질과 실효성보다는, 인권법이란 이름의 법 제정에만 가치를 두고 있는 업적치중형 형식성 때문입니다.

대통령과 정부와 여당에 진실로 개혁의 의지가 있다면 이랬어야 옳았을 것입니다. 법무부같은 부처의 이기적 주장보다는 국민과 시민단체와 활동가들의 호소에 귀기울이고, 야당을 설득했어야 합니다. 줄 수 있는 것은 주고 받을 것을 요구했어야 합니다. 137이란 숫자에 자신감을 가지거나 초조해하지 않을 수 있도록 태도를 분명히 했어야 합니다. 국무총리 해임건의안을 두려워하지 않았어야 합니다.

그러나 지금도 늦지는 않았습니다. 반쪽 인권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있습니다. 그 전제와 이유를 '진정한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내세운다면 가능성은 열릴 것입니다. 이번 개혁통신에는 지난 노동절의 주요 요구사항중의 하나였던 비정규노동자들의 보호와 관련된 글을 실었습니다. 절박한 사안입니다.

2001/05/03 00:00 2001/05/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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