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2호 권두언] 박정희기념관 건립사업 명예회장직을 사퇴하십시오
정기간행물(종간)/개혁통신 :
2000/11/16 00:00
날씨는 춥고 세상은 바람에 날리는 낙엽처럼 어지럽습니다. 하나를 매듭지으려면 다른 쪽의 매듭이 풀리는 현실에 안타까우시리라고 생각합니다. 저 또한 발을 동동 굴릴 정도로 안타깝습니다. 나라와 민족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이렇게 어지러운 현실을 두고 박수 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최근 저는 또 한 번 어지로운 바람에 휩쓸렸습니다. 그러나 이번은 대통령께서 직접 일으킨 바람이기에 저는 여간 심각하지 않습니다. 박정희기념관 건립사업에 대통령께서 명예회장이 되시고 정부가 나서서 예산 지원을 독려하는 이 어처구니 없는 사태에 바람은 커져 태풍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그 태풍에 찢기면서 한 발 앞으로 나가 간곡하게 말씀드립니다.
대통령님! 저는 대학에서 한국사를 강의하고 있습니다. 유신체제를 겪었고 적어도 1980년대에는 대통령과 저는 나이를 떠나 민주화의 동지로 역사의 순간을 함께 한 적도 있었을 것입니다.
박정희가 누구입니까? 박정희가 집권한 시대는 민족과 반민족, 민주와 독재, 그리고 통일과 반통일이라는, 결코 화해할 수 없는 두 가치관이 투쟁하던 시대 아니었습니까? 피와 눈물로 점철된 이 빛과 그림자의 투쟁에서 박정희는 언제나 반민족으로, 독재로 그리고 반통일의 화신으로 군림하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이 암흑의 지배 아래 수많은 친일잔재와 파쇼 세력이 기만적인 '조국근대화의 기수'로 때로는 '박정희 신도'로 자처하면서 박쥐의 삶을 유지해오고 지금도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고 있지 않습니까?
박정희를 기념한다는 것은 그의 일생, 그의 삶의 방식 그리고 그의 통치를 인정하는 것입니다. 단순히 과거 어떤 한 인물에 대한 향수나 추억의 의미를 넘어서는 문제입니다. 나아가 이것이 민족의 사업으로 추진된다는 것은 곧 21세기 민족의 지도이념을 박정희의 것으로 포장하는 것입니다. 전세계 어느 곳에도 반민족 행위를 하고 독재를 일삼고 인권을 탄압한 자를 정부가 나서서 기념하는 나라는 없습니다.
물론 대통령께서는 자신을 가해한 박정희를 "이미 용서"했다고 밝혔습니다. 피해자가 가해자를 용서한다는 것은 경우에 따라 미덕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자격에서 가능할 뿐입니다. 박정희는 결코 김대중 대통령의 '개인적 박해자'로만 존재하지 않습니다. 박정희는 한 시대 국민을 볼모로 삼은 역사의 죄인 아닙니까. 박정희의 폭압 속에 쓰러져 간 원혼 그리고 상처받은 우리 역사를 외면하고 대통령께서 어떻게 그리고 무슨 자격으로 임의로 용서하고 게다가 기념할 수 있습니까?
대통령께서는 용서와 화해를 내세웁니다. 좋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적어도 정의의 원칙 위에서 그리고 죄 지은 자의 반성이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기초 위에서 성립되어야 합니다. 죄를 지은 자들이 큰소리를 치고 있는데 우리가 무릅꿇고 용서하고 화해하고 게다가 기념하는 것이 저로서는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박정희 집권기 구축된 권력집단이 자신의 기득권을 21세기까지 연장하고 정당화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상징화 작업이 바로 박정희 기념관입니다. 여기에 인권대통령이라 자처하는 김대중 대통령께서 스스로 기념사업회의 명예회장을 맡아 이 일에 앞장섰습니다. 과거 민주화 투쟁동지들의 반대를 충분히 아실 분께서 스스로 선택을 하셨습니다. 만일 그것이 현 정권이 박정희를 기념함으로써 어떤 정치적 반대급부를 노리는 것이라면 이것이야말로 역사를 기만하는 대단히 위험한 행위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따지고 보면 박정희기념관 건립사업은 박정희 시기 그의 '공범'들과 박정희가 남겨놓은 관변 시스템에 유착한 세력 그리고 지지 기반을 넓히려는 현 집권층의 정치적 의도 그리고 대통령의 자의적인 역사 해석이 엉키어 진행되는 추악한 권력놀음에 지나지 않는다고 감히 말씀드립니다. 그렇게 보자면 박정희기념관은 박정희를 기념함으로써 역사를 다시 한번 왜곡하고, 그 추진 동기가 정치적 이해와 맞물려 있기에 역사를 또 한번 기만하는 상징으로 남을 것입니다.
대통령님! 박정희는 결코 기념할 대상이 아닙니다. 식민지와 분단 그리고 독재로 이어진 오욕의 20세기를 극복하고 21세기 민족의 새지평을 열기 위해 반드시 극복 청산되어야 할 대상일 뿐입니다. 더욱이 박정희는 20년 가까이 장기집권하면서 각종 국가기구와 관변단체를 통해 이른바 박정희이데올로기라는 파쇼적 가치관을 국민 속에 감염시켰습니다. 그가 남긴 잘못된 정치·경제구조가 개혁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이제는 올바른 역사 반성을 통해 다시는 이러한 잘못된 역사가 반복되지 않게 우리의 가치관을 바로잡는 것이 시급합니다. 그러기에 지금은 박정희 기념사업이 아니라 박정희 청산사업이 시작될 때입니다. 우리가 한 시대의 역사를 바르게 규정하지 못함으로써 전도된 가치관이 횡행하게 되면 언제든지 제2, 제3의 박정희 기념사업과 그의 후예들이 등장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대통령님! 이제 용단을 내려 주십시오. 명예회장직만은 사퇴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그리하여 역사 속에 살아남을 위대한 인물이 되십시오. 최소한 과거 양심과 정의에 살아왔듯 앞으로도 그렇게 사신다면 얼마나 기쁘겠습니까? 지금 박정희 흉상을 철거한 죄아닌 죄로 우리 연구소의 존경받을 분이 구속되어 있습니다. 박정희기념관 건립이라는 더 큰 역사의 범죄는 그냥 두고 말입니다. 지금 저는 참담한 심정으로 강의실로 들어갈 채비를 하고 있습니다. 지금 제 그림자는 암담한 역사의 현실에 그림자가 너무 무겁게 끌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저는 또 한 번 어지로운 바람에 휩쓸렸습니다. 그러나 이번은 대통령께서 직접 일으킨 바람이기에 저는 여간 심각하지 않습니다. 박정희기념관 건립사업에 대통령께서 명예회장이 되시고 정부가 나서서 예산 지원을 독려하는 이 어처구니 없는 사태에 바람은 커져 태풍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그 태풍에 찢기면서 한 발 앞으로 나가 간곡하게 말씀드립니다.
대통령님! 저는 대학에서 한국사를 강의하고 있습니다. 유신체제를 겪었고 적어도 1980년대에는 대통령과 저는 나이를 떠나 민주화의 동지로 역사의 순간을 함께 한 적도 있었을 것입니다.
박정희가 누구입니까? 박정희가 집권한 시대는 민족과 반민족, 민주와 독재, 그리고 통일과 반통일이라는, 결코 화해할 수 없는 두 가치관이 투쟁하던 시대 아니었습니까? 피와 눈물로 점철된 이 빛과 그림자의 투쟁에서 박정희는 언제나 반민족으로, 독재로 그리고 반통일의 화신으로 군림하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이 암흑의 지배 아래 수많은 친일잔재와 파쇼 세력이 기만적인 '조국근대화의 기수'로 때로는 '박정희 신도'로 자처하면서 박쥐의 삶을 유지해오고 지금도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고 있지 않습니까?
박정희를 기념한다는 것은 그의 일생, 그의 삶의 방식 그리고 그의 통치를 인정하는 것입니다. 단순히 과거 어떤 한 인물에 대한 향수나 추억의 의미를 넘어서는 문제입니다. 나아가 이것이 민족의 사업으로 추진된다는 것은 곧 21세기 민족의 지도이념을 박정희의 것으로 포장하는 것입니다. 전세계 어느 곳에도 반민족 행위를 하고 독재를 일삼고 인권을 탄압한 자를 정부가 나서서 기념하는 나라는 없습니다.
물론 대통령께서는 자신을 가해한 박정희를 "이미 용서"했다고 밝혔습니다. 피해자가 가해자를 용서한다는 것은 경우에 따라 미덕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자격에서 가능할 뿐입니다. 박정희는 결코 김대중 대통령의 '개인적 박해자'로만 존재하지 않습니다. 박정희는 한 시대 국민을 볼모로 삼은 역사의 죄인 아닙니까. 박정희의 폭압 속에 쓰러져 간 원혼 그리고 상처받은 우리 역사를 외면하고 대통령께서 어떻게 그리고 무슨 자격으로 임의로 용서하고 게다가 기념할 수 있습니까?
대통령께서는 용서와 화해를 내세웁니다. 좋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적어도 정의의 원칙 위에서 그리고 죄 지은 자의 반성이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기초 위에서 성립되어야 합니다. 죄를 지은 자들이 큰소리를 치고 있는데 우리가 무릅꿇고 용서하고 화해하고 게다가 기념하는 것이 저로서는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박정희 집권기 구축된 권력집단이 자신의 기득권을 21세기까지 연장하고 정당화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상징화 작업이 바로 박정희 기념관입니다. 여기에 인권대통령이라 자처하는 김대중 대통령께서 스스로 기념사업회의 명예회장을 맡아 이 일에 앞장섰습니다. 과거 민주화 투쟁동지들의 반대를 충분히 아실 분께서 스스로 선택을 하셨습니다. 만일 그것이 현 정권이 박정희를 기념함으로써 어떤 정치적 반대급부를 노리는 것이라면 이것이야말로 역사를 기만하는 대단히 위험한 행위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따지고 보면 박정희기념관 건립사업은 박정희 시기 그의 '공범'들과 박정희가 남겨놓은 관변 시스템에 유착한 세력 그리고 지지 기반을 넓히려는 현 집권층의 정치적 의도 그리고 대통령의 자의적인 역사 해석이 엉키어 진행되는 추악한 권력놀음에 지나지 않는다고 감히 말씀드립니다. 그렇게 보자면 박정희기념관은 박정희를 기념함으로써 역사를 다시 한번 왜곡하고, 그 추진 동기가 정치적 이해와 맞물려 있기에 역사를 또 한번 기만하는 상징으로 남을 것입니다.
대통령님! 박정희는 결코 기념할 대상이 아닙니다. 식민지와 분단 그리고 독재로 이어진 오욕의 20세기를 극복하고 21세기 민족의 새지평을 열기 위해 반드시 극복 청산되어야 할 대상일 뿐입니다. 더욱이 박정희는 20년 가까이 장기집권하면서 각종 국가기구와 관변단체를 통해 이른바 박정희이데올로기라는 파쇼적 가치관을 국민 속에 감염시켰습니다. 그가 남긴 잘못된 정치·경제구조가 개혁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이제는 올바른 역사 반성을 통해 다시는 이러한 잘못된 역사가 반복되지 않게 우리의 가치관을 바로잡는 것이 시급합니다. 그러기에 지금은 박정희 기념사업이 아니라 박정희 청산사업이 시작될 때입니다. 우리가 한 시대의 역사를 바르게 규정하지 못함으로써 전도된 가치관이 횡행하게 되면 언제든지 제2, 제3의 박정희 기념사업과 그의 후예들이 등장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대통령님! 이제 용단을 내려 주십시오. 명예회장직만은 사퇴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그리하여 역사 속에 살아남을 위대한 인물이 되십시오. 최소한 과거 양심과 정의에 살아왔듯 앞으로도 그렇게 사신다면 얼마나 기쁘겠습니까? 지금 박정희 흉상을 철거한 죄아닌 죄로 우리 연구소의 존경받을 분이 구속되어 있습니다. 박정희기념관 건립이라는 더 큰 역사의 범죄는 그냥 두고 말입니다. 지금 저는 참담한 심정으로 강의실로 들어갈 채비를 하고 있습니다. 지금 제 그림자는 암담한 역사의 현실에 그림자가 너무 무겁게 끌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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