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개혁통신은 '집중투표제'의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참여연대는 경제민주화의 첫걸음이 경영투명성 강화를 통한 기업지배구조개선으로부터 시작한다고 여기고 그동안 소액주주운동 등 일련의 활동을 펼쳐왔습니다. 마침 대통령께서도 무한경쟁의 세계경제환경 속에서 우리기업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이제까지와 같은 재벌총수의 전횡적인 경영행태를 버려야하고, 이를 위해 과감한 개혁적인 조치가 불가피하다고 역설해왔습니다. 우리는 집중투표제의 도입이야말로 김대중 정부 경제개혁의 출발이자 최소한의 조치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게 웬 일입니까? 재벌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정부와 집권여당이 집중투표제와 집단소송제에 반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경기가 침체조짐을 보이는 현시점에서 집중투표제의 의무화가 경영의욕을 꺾는다"고요? 과연 경기침체를 불러온 것이 무엇입니까? 재벌들의 독단적인 경영 때문 아닌가요. 이사회를 통과의례쯤으로나 여기고 회사를 마치 자신의 사유물처럼 제 멋대로 움직여온 것 때문 아닌가요?

그런데 '경기침체'의 근본원인을 견제하고 감시하자는 일이 어찌 '경기침체'를 가져온단 말입니까? 이런 적반하장과 언어도단이 어디 있습니까? 집중투표제를 도입하면, "기업들이 상장공개나 상장, 등록을 기피할 우려도 있다". 맞는 말입니다. 그러나 기업들의 그런 행태, 그리고 그것을 방조하고, 방관하고, 묵인해온 당국 때문에 결국 우리 경제가 이 지경이 된 것 아닙니까?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면 "기업 이사회의 분열과 경영효율성 저하 같은 부작용이 나타나는" 게 아니라 그 정반대로 투명 경영과 민주적 기업구조가 싹을 트게 됩니다.

그래야 비로소 기업경쟁력도 생기는 것이고 국민경제도 건전화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렇게 자명한 사실을 대통령께서 모르실 리 없다고 봅니다. 그런데도 현실에서는 오히려 자꾸 개혁에 반하는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으니 '말로만의 개혁'이니, '소리만 요란한 개혁'이니, '무늬만 개혁'이니 하는 온갖 비아냥들이 나돌아다니는 것 아니겠습니까? "하는 데까지 하느라고 애쓰고 있는데 이런 비난은 부당하다"고만 하시지 마시고 제발 명실상부한 개혁정책을 펴 주시길 간절히 호소합니다.

"김대중 정부마저도 재벌의 편이었다"는 후대의 평가로부터 비켜 가길 충정 어린 마음으로 표합니다.

이번 호에는 집중투표제의 의무화를 반대하고 집단소송제의 도입에 소극적인 민주당 당대표에게 보내는 경제민주화 장하성 교수의 편지를 싣습니다. 대통령께서도 귀 기울여 주시고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주시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2000/10/26 00:00 2000/10/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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