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님!

대통령님도 설악산이나 지리산, 속리산 등 아름다운 우리의 강토를 찾으신 일이 많으실 것입니다. 오늘은 우리의 소중한 재산인 국립공원에 대해서 이야기를 드릴까 합니다. 아시겠지만 우리의 국립공원은 그 수려한 얼굴 뒤에 많은 복잡한 문제가 얽혀 있고, 이제는 서서히 정리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금수강산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만큼 우리의 산은 아름답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산은 쉽게 접근할 수 있어, 외국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공원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습니다. 또한 해외 여행이나 골프가 부담스러운 시민들로서는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소중한 공간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산, 특히 국립공원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입구에서 적지 않은 돈을 내야 합니다. 바로 '입장료'와 '문화재 관람료'입니다. '입장료'는 '국립공원 관리를 위하여 입장객에게 징수하는 돈'이고 '자연공원법'에서 정하고 있으며, '문화재 관람료'는 '사찰 소유의 문화재를 관람한 대가'이고 '문화재 보호법'에서 정하고 있습니다. 1인당 합계 2000원 내지 3000원 정도의 돈인데, 작은 돈이라고 무시할 수 있겠지만 4인 가족이 찾을 경우에는 1만원 정도로 시민들에게 만만치 않은 돈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언제까지 우리의 자연을 찾을 때 계속해서 돈을 내야 할까요.

문화재 관람료는 분리 징수해야 합니다.

우선 '문화재 관람료'를 살펴보겠습니다. 현재 '입장료'와 '문화재 관람료'를 함께 거둡니다. 따라서 국립공원에 '입장'은 하지만 문화재를 '관람'하지 않는 사람도 문화재 관람료를 내야 하냐는 민원이 계속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문화재를 관람할 의사가 없는 자에게도 문화재 관람료를 걷는 것은 부당합니다. 문화재 관람료는 문화재를 관람하고자 하는 자, 즉 관람 의사가 있는 자에게만 걷어야 합니다. 즉 국립공원의 자연을 볼 지, 사찰 문화재를 감상할 지는 전적으로 이용자의 선택에 맡겨야 하는 것입니다. '입장료'와 '문화재 관람료'는 서로 분리 징수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국립공원입장료와 문화재관람료를 합동 징수함으로써 문화재를 볼 의사도 없고 관람하지도 않은 사람에 대해서도 단지 문화재가 있는 사찰 주변을 지난다는 이유만으로 문화재 관람료를 받고 있습니다. 만일 국립공원의 입장객이 이를 거부하면 국립공원을 입장할 수 없습니다. 설악산, 지리산 등 대표적인 국립공원을 포함하여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는 사찰이 자리한 19곳의 국립공원에서 이 같은 합동징수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국립공원 지정, 조성으로 인해 사찰이 재산권 행사의 제약 등 많은 불이익을 당해 온 것은 사실입니다. 또한 이에 대해 정당한 보상이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 보상과 대가가 정부가 아닌 관람객인 국민의 주머니에서 나온다면 이는 정당치 않은 일입니다. 때문에 국립공원내의 문화재 관람료는 분리징수 되어야 합니다.

그밖에 현재의 문화재 관람료에는 또 다른 문제들이 있습니다. 우선 문화재 관람료 금액은 사찰이 일방적으로 정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수 천 개의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는 국립중앙박물관의 경우 99년도 관람료는 성인 1인당 700원이고, 경주, 광주 등 지방박물관의 경우 성인 1인당 400원의 관람료를 내는 반면, 국립공원에 입장할 때는 1000원에서 1500원까지 문화재 관람료를 내야 합니다. 또한 사찰은 사찰 소유의 문화재 관리를 위하여 '문화재 관람료'를 받고, 별도로 '입장료' 수입 중 10-30%를 공단으로부터 지원 받습니다. 예를 들어 수입이 가장 많은 설악산 신흥사의 경우 1년에 총 약 24억 원 가량의 수입을 얻습니다. 반면 실제로 각 사찰이 징수한 관람료를 당해 문화재의 관리비용에만 사용했는지는 의문입니다. 조계종에서는 오히려 문화재 관리비용이 더 많이 지출되었다고 하는데, 이는 일방적 주장일 뿐 객관적 자료에 기초한 것은 아닙니다. 이처럼 문화재 관람료의 징수 및 지출이 너무나 불투명하게 이루어집니다.

사찰에서는 분리징수가 이루어질 경우 비용과 환경파괴가 우려된다고 하는데, 이미 사찰에서는 문화재 관람료의 징수를 위해서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고 하니 추가 비용이 들 이유가 없습니다. 또한 매년 전국에서 사찰의 불사 등의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환경파괴는 덮어두고 매표소 1개 더 만드는 것을 환경파괴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절차가 복잡해지게 되어 입장객의 민원이 더 증가할 것이라고 하는데, 문화재를 관람하지 않는 사람에게도 지금처럼 무조건 문화재 관람료를 거둘지, 아니면 다소 불편하더라도 분리징수를 해서 문화재를 관람하는 사람에게만 문화재 관람료를 거둘 지에 대해 설문조사를 하면 대부분 후자를 택할 것입니다.

입장료와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종국적으로는 폐지되어야 합니다.

다음으로는 국립공원 입장료에 대해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이는 국립공원뿐만 아니라 서울 근교의 북한산이나 관악산에 갈 때마다 느끼는 문제입니다. 입장료는 국립공원의 관리를 위해서 필요한 비용인데, 현재는 사실상 국립공원관리공단을 운영하는 비용으로 대부분 사용되고 있습니다. 등산길에 자연 훼손을 방지하기 위하여 단속하는 요원을 만나는 경우가 드물며, 등산객들이 버리고 간 각종 쓰레기와 오물수거도 신속하게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입장료를 거두어 어떻게 사용하는지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만일 매표인원에 대한 인건비 지출 비율이 높다면 차라리 입장료를 받지 않는 것이 맞습니다. 실제로 99년도 입장료 수입은 200억 원이 채 되지 않아 전체 국고 수입과 비교하면 큰 비율을 차지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큰 수입원이 아니라면 차라리 입장료를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여집니다. 또한 환경권은 국민이 당연히 누려야 할 기본권이기 때문에, 수혜자 부담 원칙이 적용될 수 없다 할 것입니다.

대통령님, 저희는 이와 관련하여 정부의 국립공원관리정책 및 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세계적으로 많은 나라들은 보존되어야할 최고의 자연환경으로 국립공원의 가치를 인식하고 있으며, 정부가 직접 이를 보존·관리하고 있습니다. 국제자연보호연맹 국립공원위원회는 지난 1969년 "국립공원의 지정대상과 함께 각 국가의 주무기관이 국립공원구역의 자연보호를 수립해야 한다"고 규정한 바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나라는 국립공원관리의 주무부서가 건설부(1967-1991), 내무부(1991-1997)를 거쳐 1998년부터 환경부에서 담당하고 있으며, 지난 1987년 설치된 국립공원관리공단에 이를 위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가기관이 아닌 민간법인 형태의 법적 지위를 갖고 있는 국립공원관리공단으로는 국립공원의 '지속가능한 보존'이 어렵다는 것이 그간 학계, 시민단체의 지적이었으며, '국가공원관리청' 형태의 정부기구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어 왔습니다.

대통령님, 국립공원은 정부에서 맡아야 합니다. 저희는 현재 공단에서 입장료 징수업무 이외에 어떤 일을 하는지 도대체 알 수 없습니다. 또한 공단의 경영을 위한 수익성 창출에 몰두하다 보니, 정작 본연의 업무인 국립공원의 보존과 관리에는 소홀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의 이사장이 퇴임 정치인의 낙하산 인사 자리로 전락한 지 이미 오래이며, 이는 국립공원관리의 전문성과 직결되는 중대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합의를 도출해야 합니다.

참여연대 작은권리찾기 운동본부는 현재의 국립공원이 아름답게 보존되면서도 일반 시민들이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설악산과 지리산은 사찰의 사유지이기 전에 국민들의 재산입니다. 국립공원은 국민들의 쉼터이고, 그 자체로 자연유산이며, 문화유산입니다. 참여연대 작은권리찾기 운동본부는 이에 대한 토론회를 2000. 3. 7. 개최한 바 있습니다. 처음으로 이 문제에 대해 정부와 시민사회 그리고 불교계가 한자리에 모여 논의를 했으며, 비록 합의점은 찾지 않았지만 충분히 의미 있는 자리였습니다. 대통령님 이제 더 이상 정부가 이 문제를 방치하거나, 회피해서는 안됩니다. 후손에게 물려줄 최고의 자연환경을 훼손 없이 보존하기 위해 그리고 합리적인 이용을 위해 정부가 나서서 얽힌 문제의 실타래를 풀어야 할 것입니다. 정부의 명확한 정책결정을 기대합니다.

2000년 3월 16일

참여연대 작은권리찾기운동본부 이상훈 변호사 / 박원석 부장
2000/03/16 00:00 2000/03/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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