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9호 쓴소리] 납세자를 우롱하는 자동차 면허세는 마땅히 폐지되어야 합니다.
정기간행물(종간)/개혁통신 :
2000/03/09 00:00
대통령님께.
지난 3월 3일은 '납세자의 날'이었습니다. 이제껏 '조세의 날'로 불리던 기념일이 '납세자의 날'로 바뀐 것은, 정부가 그만큼 우리의 세제와 세정을 '납세자 중심'으로 만들어나가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믿음이 그저 '막연한 기대'로 끝날 것이라는 우려를 지울 수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그러한 걱정을 조장하는 세금제도의 커다란 문제점은, 우리의 세법이 너무나 복잡·난해하고, 징세편의주의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라고 생각됩니다. 납세가 국민의 의무라면, 최소한 그것에 대해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드는 것이 정부의 의무가 아니겠습니까?
지금 우리의 조세제도는 지나치게 복잡합니다. 국세 15가지, 지방세 16가지, 총 31가지의 세금의 종류는 그 자체로 많고 복잡할 뿐만 아니라, 그것을 설명하는 세법규정은 난해하기 그지없어 정상적인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조차 이해할 수 없는 정도입니다. 또한, 정부나 정치권의 필요에 따라, 임시방편적으로 세법을 만들고, 고치며, 선심성 정책으로 목적세를 남발하고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세금에 세금을 물리고, 한번 감면해 준 세금에 다시 세금을 물리는 등 누더기식, 땜질식 세법이 양산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고치지 않고서 '납세자의 날'로 이름을 바꾸고, '납세자 중심으로의 세정개혁'을 아무리 외쳐봤자, 정작 납세자들은 도대체 '뭐가 뭔지도 모른 채' 그저 세금만 내는 일이 반복될 뿐인 것입니다.
이처럼 납세자들을 당혹스럽고 억울하게 만드는 불합리하는 세금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자동차 면허세'입니다. 매년 1월, 내게 되어 있는 면허세를 많은 사람들이 '운전면허증'에 붇는 세금이라고 착각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1년에 두 번 '자동차세'를 내니까 재산으로서의 자동차 보유세는 아닐테고, 자동차 등록세는 이미 차를 구입할 때 냈으니까, 면허세를 운전면허증에 붙는 것이라 생각하는 것도 결코 무리가 아닙니다. 아마 대통령님께서도 그렇게 생각하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한데 사실은 그게 아니었습니다.
자동차 면허세란 지방세법과 지방세법 시행령상 자동차 등록에 대해 부과되는 세금입니다. 그런데 자동차 등록은 1회에 끝나는 일인데 면허세는 매년 부과되고 있으니 이 또한 이해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단지 지방세법에서 자동차 등록이 매년 갱신되는 것으로 '간주'하고 세금을 부과하고 있을 따름인데, 한번만 하는 등록을 세법이 마음대로 매년 갱신되는 것으로 간주한다는 것을 납득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것입니다. 결국 자동차세도 아니고, 등록세도 아닌 '자동차 면허세'란 납세자가 부담해야할 아무런 논리적 이유가 없는 세금인 것입니다.
그러나, 비단 '논리적' 이유에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더욱 중요한 문제는 면허세의 부과근거가 되는 지방세법 자체가 매우 편의적이고 불명확할 뿐만 아니라, 과세의 기본원칙인 '조세법률주의'에도 위배되고 있습니다. 자가용 자동차 등록에 대해 면허세가 부과되는 직접적인 근거는 지방세법상에 '없습니다'. 더구나 지금처럼 자동차 배기량에 따라 1종부터 5종까지 나누어서 세금을 부담하게 하는 근거조차 지방세법 어디에도 없습니다. 실제로 자가용 자동차 등록에 대한 면허세 부과의 근거는 지방세법 시행령 별표에만 존재하는데, 이것은 과세대상과 세율을 법률로만 정할 수 있게 한 조세법률주의에 정면으로 위반되는 것입니다.
현재 수백가지에 이르는 면허세 과세대상 가운데 자가용 자동차 면허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입니다. 98년의 경우, 전체 면허세 세수 2,589억 원 중 자가용 자동차에 대한 면허세가 무려 2,013억 원이나 됩니다. 이는 징세편의주의에 사로잡힌 정부가 조세법률주의에도 위배되고, 논리적으로도 이해할 수 없는 세금부과를 자동차 소유주들에게 하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이기도 합니다. "잘못되긴 잘못되었지만 2,000억원을 어디에서 메꿀 것인가?"라는 논리라면, 탈세를 하고나서 "잘못되긴 잘못되었지만 그 돈만큼 어디에서 벌겠는가? 라고 반문하는 사람과 뭐가 다르겠습니까? 우리 나라의 탈세문화가 '남들 다 하는 일인데, 나만 왜?'라는 의식구조의 산물이라는 것은 대통령께서도 잘 아시리라 믿습니다. 이런 의식이 만들어진 중요한 원인을 정부 스스로가 제공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이 바로, 정부의 '징세편의주의'적 태도 때문입니다.
이에 저희 참여연대는 이처럼 너무나 분명하게 잘못된 법과 제도, 그리고 관행을 바꾸기 위한 운동을 본격적으로 벌여나갈 예정입니다. 감사원에 심사청구를 할 것이며, 감사원조차 이를 기각할 경우 면허세 부과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하여 현행 지방세법과 동 시행령의 위헌성을 법정에서 다투어나갈 계획입니다. 납세자를 주인으로 여기는 정부라면, 당연히 정부 스스로가 알아서 해야할 일을 시민단체가 나서서 다투고 고치도록 요구할 수밖에 없는 우리의 현실이 안타깝기 그지없을 따름입니다.
하지만, 문제가 되는 법이 비단 자동차 '면허세'만이 아닙니다. 지금 자동차 관련세금은 중·소형 자동차 소유자에 비해 대형 자동차 소유자에게 유리할 뿐만 아니라 단순히 배기량 기준으로만 세율체계를 구분함으로써 중고자동차 소유자가 지나치게 많은 세금을 부담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또한 땜질식 세법의 전형이자 국가 재정의 유연성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비판받고 있는 각종 목적세들, 세수실익도 없으면서 세금의 종류만 늘이고 있는 개인균등할 주민세 등도 반드시 고쳐져야 할 세금들인 것입니다. 이 모두가 정부가 진정으로 조세개혁의 의지를 갖고, 납세자 중심의 세제·세정을 만들 것을 결심한다면, 얼마든지 해결 가능한 것들이라고 저희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결국 저희 참여연대가 올 한해 조세개혁운동의 가장 큰 목표로 '납세자 중심의 세제·세정 만들기'를 추진하는 것도 바로 정부에 대한 기대와 신뢰가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대통령님,
납세자가 납득하고 이해할 수 있는 조세제도를 만드는 것은, 국가백년대계를 꾀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사업입니다. 작년 한해 유행했던 신지식인 말처럼, 진정한 조세개혁을 "못하기 때문에 안하는 것이 아니라, 안하기 때문에 못하는 것"이라는 비난을 정부가 더 이상 듣지 않기 바랍니다. 그리고, '납세자 중심의 조세체계'를 만들겠다는 정부의 약속이 '눈가리고 아웅'이 아니라 분명한 약속임을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2000년 3월 9일
지난 3월 3일은 '납세자의 날'이었습니다. 이제껏 '조세의 날'로 불리던 기념일이 '납세자의 날'로 바뀐 것은, 정부가 그만큼 우리의 세제와 세정을 '납세자 중심'으로 만들어나가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믿음이 그저 '막연한 기대'로 끝날 것이라는 우려를 지울 수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그러한 걱정을 조장하는 세금제도의 커다란 문제점은, 우리의 세법이 너무나 복잡·난해하고, 징세편의주의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라고 생각됩니다. 납세가 국민의 의무라면, 최소한 그것에 대해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드는 것이 정부의 의무가 아니겠습니까?
지금 우리의 조세제도는 지나치게 복잡합니다. 국세 15가지, 지방세 16가지, 총 31가지의 세금의 종류는 그 자체로 많고 복잡할 뿐만 아니라, 그것을 설명하는 세법규정은 난해하기 그지없어 정상적인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조차 이해할 수 없는 정도입니다. 또한, 정부나 정치권의 필요에 따라, 임시방편적으로 세법을 만들고, 고치며, 선심성 정책으로 목적세를 남발하고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세금에 세금을 물리고, 한번 감면해 준 세금에 다시 세금을 물리는 등 누더기식, 땜질식 세법이 양산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고치지 않고서 '납세자의 날'로 이름을 바꾸고, '납세자 중심으로의 세정개혁'을 아무리 외쳐봤자, 정작 납세자들은 도대체 '뭐가 뭔지도 모른 채' 그저 세금만 내는 일이 반복될 뿐인 것입니다.
이처럼 납세자들을 당혹스럽고 억울하게 만드는 불합리하는 세금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자동차 면허세'입니다. 매년 1월, 내게 되어 있는 면허세를 많은 사람들이 '운전면허증'에 붇는 세금이라고 착각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1년에 두 번 '자동차세'를 내니까 재산으로서의 자동차 보유세는 아닐테고, 자동차 등록세는 이미 차를 구입할 때 냈으니까, 면허세를 운전면허증에 붙는 것이라 생각하는 것도 결코 무리가 아닙니다. 아마 대통령님께서도 그렇게 생각하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한데 사실은 그게 아니었습니다.
자동차 면허세란 지방세법과 지방세법 시행령상 자동차 등록에 대해 부과되는 세금입니다. 그런데 자동차 등록은 1회에 끝나는 일인데 면허세는 매년 부과되고 있으니 이 또한 이해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단지 지방세법에서 자동차 등록이 매년 갱신되는 것으로 '간주'하고 세금을 부과하고 있을 따름인데, 한번만 하는 등록을 세법이 마음대로 매년 갱신되는 것으로 간주한다는 것을 납득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것입니다. 결국 자동차세도 아니고, 등록세도 아닌 '자동차 면허세'란 납세자가 부담해야할 아무런 논리적 이유가 없는 세금인 것입니다.
그러나, 비단 '논리적' 이유에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더욱 중요한 문제는 면허세의 부과근거가 되는 지방세법 자체가 매우 편의적이고 불명확할 뿐만 아니라, 과세의 기본원칙인 '조세법률주의'에도 위배되고 있습니다. 자가용 자동차 등록에 대해 면허세가 부과되는 직접적인 근거는 지방세법상에 '없습니다'. 더구나 지금처럼 자동차 배기량에 따라 1종부터 5종까지 나누어서 세금을 부담하게 하는 근거조차 지방세법 어디에도 없습니다. 실제로 자가용 자동차 등록에 대한 면허세 부과의 근거는 지방세법 시행령 별표에만 존재하는데, 이것은 과세대상과 세율을 법률로만 정할 수 있게 한 조세법률주의에 정면으로 위반되는 것입니다.
현재 수백가지에 이르는 면허세 과세대상 가운데 자가용 자동차 면허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입니다. 98년의 경우, 전체 면허세 세수 2,589억 원 중 자가용 자동차에 대한 면허세가 무려 2,013억 원이나 됩니다. 이는 징세편의주의에 사로잡힌 정부가 조세법률주의에도 위배되고, 논리적으로도 이해할 수 없는 세금부과를 자동차 소유주들에게 하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이기도 합니다. "잘못되긴 잘못되었지만 2,000억원을 어디에서 메꿀 것인가?"라는 논리라면, 탈세를 하고나서 "잘못되긴 잘못되었지만 그 돈만큼 어디에서 벌겠는가? 라고 반문하는 사람과 뭐가 다르겠습니까? 우리 나라의 탈세문화가 '남들 다 하는 일인데, 나만 왜?'라는 의식구조의 산물이라는 것은 대통령께서도 잘 아시리라 믿습니다. 이런 의식이 만들어진 중요한 원인을 정부 스스로가 제공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이 바로, 정부의 '징세편의주의'적 태도 때문입니다.
이에 저희 참여연대는 이처럼 너무나 분명하게 잘못된 법과 제도, 그리고 관행을 바꾸기 위한 운동을 본격적으로 벌여나갈 예정입니다. 감사원에 심사청구를 할 것이며, 감사원조차 이를 기각할 경우 면허세 부과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하여 현행 지방세법과 동 시행령의 위헌성을 법정에서 다투어나갈 계획입니다. 납세자를 주인으로 여기는 정부라면, 당연히 정부 스스로가 알아서 해야할 일을 시민단체가 나서서 다투고 고치도록 요구할 수밖에 없는 우리의 현실이 안타깝기 그지없을 따름입니다.
하지만, 문제가 되는 법이 비단 자동차 '면허세'만이 아닙니다. 지금 자동차 관련세금은 중·소형 자동차 소유자에 비해 대형 자동차 소유자에게 유리할 뿐만 아니라 단순히 배기량 기준으로만 세율체계를 구분함으로써 중고자동차 소유자가 지나치게 많은 세금을 부담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또한 땜질식 세법의 전형이자 국가 재정의 유연성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비판받고 있는 각종 목적세들, 세수실익도 없으면서 세금의 종류만 늘이고 있는 개인균등할 주민세 등도 반드시 고쳐져야 할 세금들인 것입니다. 이 모두가 정부가 진정으로 조세개혁의 의지를 갖고, 납세자 중심의 세제·세정을 만들 것을 결심한다면, 얼마든지 해결 가능한 것들이라고 저희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결국 저희 참여연대가 올 한해 조세개혁운동의 가장 큰 목표로 '납세자 중심의 세제·세정 만들기'를 추진하는 것도 바로 정부에 대한 기대와 신뢰가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대통령님,
납세자가 납득하고 이해할 수 있는 조세제도를 만드는 것은, 국가백년대계를 꾀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사업입니다. 작년 한해 유행했던 신지식인 말처럼, 진정한 조세개혁을 "못하기 때문에 안하는 것이 아니라, 안하기 때문에 못하는 것"이라는 비난을 정부가 더 이상 듣지 않기 바랍니다. 그리고, '납세자 중심의 조세체계'를 만들겠다는 정부의 약속이 '눈가리고 아웅'이 아니라 분명한 약속임을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2000년 3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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