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7호 쓴소리] 대통령님 ! 이번에야 말로 확실한 빈곤대책을 마련해 주십시오
정기간행물(종간)/개혁통신 :
2000/02/24 00:00
대통령님! 이번에야 말로 확실한 빈곤대책을 마련해 주십시오.
끼니를 거르는 아이들에게 밥만 먹여 준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외환위기 2년만에 우리 나라가 IMF 위기를 완전히 벗어났다고 얼마전 대통령께서 선언하셨습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외환위기 이전과 비교하여 빈민의 수가 두배 이상 증가하였고, 결식아동이 15만명, 결식노인이 20만명이나 되며, 이혼율.자살율은 두배나 증가했다는 것 또한 엄연한 사실입니다. 혹자는 우리 사회를 약육강식이 판치는 '동물의 왕국'이라고 평하기도 합니다. 경쟁에서 낙오된 사람들은 자살을 하거나 굶어야 되는 형국이니 동물의 세계와 무엇이 다르냐는 것이죠. 무너진 경제를 되살려야 하고, 세계화를 맞아 국가의 경쟁력을 키워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하기에는, 그리고 이전 정부에서 '사회적 안전망'을 제대로 갖추어 놓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일이라고 하기에는 우리 주변에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너무나 참혹합니다. 경쟁력이 없는 부모를 둔 아이들은 무슨 죄가 있어서 굶어야 하고, 부모들로부터 버림받아야 합니까?
부유층과 달리 대부분 가난한 사람들은 사적(私的) 안전망이 취약합니다. 가난한 사람들은 실직하고 나면 직업을 구하기도 어렵고, 가족이나 주변 친척으로부터 도움을 받기도 어렵습니다. 특히 대량실업상황에서는 살아갈 길이 더욱더 막막해 집니다. 배운 것도 많지 않고, 기술도 별로 없고, 재산도 없는 상황에서 어디 가서 일을 하고 어떻게 자녀들을 먹여 살리겠습니까? 우리가 사는 곳은 '동물의 세계'가 아닌 '인간의 세계'이고, 사람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누구나 그 존엄성이 평등하며, 가난이 본인의 책임만이 아니기에 사람들은 누구나 국가로부터 최저 생활은 보장받아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이들을 굶지 않게 하려면 그 가족 전부를 굶지 않게 해야만 합니다. '끼니를 거르는 아이들 수 15만명'은 우리나라의 복지수준을 나타냅니다. 최후의 사회적 안전망인 '생활보호제도'가 있었지만 대상자가 되기도 어렵고, 대상자가 되어도 별로 해주는 게 없는 그야말로 전근대적인 제도이었을 뿐입니다. 요즘처럼 추운 겨울에도 낮에 보일러를 꺼 놓고 지내는 생활보호노인들에 관한 뉴스는 그 분들에 대한 생활보장 수준이 얼마나 열악한 가를 나타냅니다. 이러한 전근대적인 제도를 개선하지 않고서는 심각한 빈곤문제를 줄일 수 없다고 믿었기에 지난해에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정운동이 시민단체에 의해 전개되었고, 그것을 대통령께서 수용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결식아동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정착이 필요합니다.
대통령께서는 '생산적 복지'를 국정 이념의 한가지로 정해두셨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비생산적(낭비적) 복지를 피하겠다는 것이기보다는 복지가 생산적일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복지의 목적은 경제성장이 아니라 사회성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진정한 생산적 복지는 절망에 빠져 있는 국민들에게 삶의 의욕, 삶의 희망을 찾을 수 있게 해 주는 것입니다. 먹는 것이 해결되지 못한 상황에서 무슨 희망을 찾을 수 있겠습니까? 가족과 함께 살수 없는 상황에서 무슨 희망이 있겠습니까?
대통령께서도 잘 알고 계시듯이 올 10월부터 시행예정인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다름 아닌 최저생활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가족과 함께 최소한도로 먹고 살 수 있게 하고, 몸이 아플 때 치료해 주고, 고등학교 교육까지를 정부가 책임지는 제도입니다. 그 뿐만이 아니라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기술, 자본, 지식, 정보가 없어 절망에 빠져 있는 사람들에게 자활을 할 수 있도록 직업훈련, 창업(자금, 기술)지원, 공공근로 등 다방면으로 지원해 주자는 제도입니다.
이 법이 제정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은 '우리나라 사회복지 역사에서 한 획을 긋는 사건이다'라고 평가했었습니다. 그런데 현재 일각에서는 이 법의 제정을 '제2의 6.29'라고 까지 비하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 이유는 "저소득층은 지금 당장 먹고살기 힘든데 경제사정이 조금 나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올 10월이나 되어야지 그 혜택을 볼 수 있고, 기초생활보장 예산이 오히려 작년보다도 4%나 삭감된 상황에서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는 것입니다. 그래서 "빈곤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없다", 혹은 "앞다리는 앞으로 가는데, 뒷다리는 뒤로 간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최근에 대통령께서 보여주신 일련의 조치를 보아 대통령님의 의지는 의심하지 않습니다. 다만 '뒤로 가는 뒷다리'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정부내의 많은 분들은 소위 '복지병'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노동능력이 있건 없건 간에 국민 누구나 최저생계비를 보장해 주면 일을 하지 않으려고 하는 사람들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입니다. 그 분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일할 수 있는 사람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이 가장 중요하다".
"일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생계비를 지급하면 '도덕적 해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일자리 창출이 중요하다는 것은 너무나 동감합니다. 그런데 그 일자리는 양질의 일자리여야 하고, 그러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데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사실도 중요합니다. 따라서 저소득 실직자들이 일자리를 찾을 때까지는 그 가정의 아이들과 어르신들을 굶게 해서는 안됩니다. 그리고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는 근로의지를 유지시킬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일을 하는 사람에게는 근로소득의 일정액을 공제해 주어 일을 하지 않는 사람들보다 그 급여액이 많게끔 되어 있고, 근로를 기피하는 사람들에게는 그 사람 몫의 생계비는 주지 않고 나머지 일을 할 수 없는 가구원의 생계비만 지급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생활보장 수준은 가구소득을 합하여 4인가구 93만원으로 그야말로 최저생활을 해 나가기도 빠듯한 수준입니다. 4인가구의 경우 한사람이 일을 해서 60만원을 번다고 하면 의료비, 학비, 주거비 등을 포함하여 약 43만원 정도(생계비로는 약 15만원 정도)를 보조해 주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부양능력이 있는 부양의무자가 있는 가구는 수급자가 될 수 없습니다. 즉, 부양의무자가 없는 가구로서 월 소득이 최저생계비 이하인 가구만 수급자가 될 수 있고, 수급자가 되어도 최저생계비만을 보장받을 뿐입니다.
일부에서는 이렇게도 얘기합니다. "과도한 복지지출로 인해 재정적자가 걱정된다"고. 주먹구구로 추산해 볼 때(구체적인 시행방안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정확한 추계를 할 수 없음), 수급자수를 전 인구의 6-7%로 가정하면 금년도 예산의 2배인 4-5조원의 예산이 필요할 걸로 보입니다. 이전보다 예산이 더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외국에 비해서는 턱없이 적은 예산이고, 그 동안의 정책이 문제였으며, 국민의 기초생활보장을 위한 예산은 그 어떤 예산 보다 우선시 되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대통령께서 의지만 있으시다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세계잉여금을 저소득층을 위해 쓰겠다는 것에 대해 일부의 곱지 못한 시각이 있는데, 대통령의 의지가 총선용이 아니라는 사실을 총선이 끝난 후에 보여주시리라 믿습니다.
국민의 기초생활을 보장해 주기 위해서는 범정부적인 대책이 필요합니다.
현재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시행령, 시행규칙이 입법예고 중에 있습니다. 예전과 달리 시행령, 시행규칙을 제정하면서 각계 각층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는 복지부의 노력을 먼저 칭찬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복지부의 노력만으로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정착하기에는 너무나 부족한 상황입니다.
제일 시급한 것이 전문인력의 확충입니다. 이 제도가 정착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소득조사가 중요합니다. 그런데 소득조사 및 생활지원을 하고 있는 사회복지 전문요원이 최근에 있었던 조치로 인해 사기가 저하되어 일자리를 떠나고 있고, 필요 인력수가 절대 부족한 상황이고, 그나마 신규 채용하기로 되어 있던 인력의 배치도 행자부나 지자체의 비협조로 늦어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리고 복지부 생활보호과 인력의 확충도 시급합니다. 4-5조원의 예산을 집행하는 업무를 불과 8명이 한다는 것은 전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일입니다. 시급히 인력을 확충하여 주십시오.
저소득층의 자활지원사업을 위한 인프라 구축이 시급합니다. 기초생활보장법에는 일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는 자활계획서를 작성하여 자활지원을 돕고, 어떤 형태든 일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일을 맡아볼 주체가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 일의 양이 엄청나기 때문에 읍면동의 전문요원이 맡아 볼 수 없고, 별도로 설치된 기관에서 맡아보아야 하는데 그러한 기관을 설치하기 위한 예산은 거의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리고 수급자들에게 제공될 일거리나 지원 방법(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준비된 것이 거의 없습니다. 이러한 일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수급자에게 공공근로와 직업훈련의 우선 배정 등 노동부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합니다.
예산에 맞춘 수급자 선정이 아니라 수급자의 변동에 따른 예산 배정이 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 동안은 예산을 정해 놓고 그에 따라 선정기준과 급여액을 결정해 왔습니다. 따라서 경제상황이 나빠지게 되면, 실업자수가 증가하게 되면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이번에야말로 그러한 잘못된 정책을 바로 잡아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대통령님,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시행을 못 마땅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생각을 바로 잡아 주십시오. 그들은 일할 수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서라도 일을 시키겠다는 생각이 강합니다. 그런데 그들이 주장하는 방법은 결국 저소득층의 자녀, 그 집안의 어르신들까지 굶게 하자는 것입니다. 그러면 그 사람이 가족을 생각해서 열심히 일을 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런 방법보다는 정부가 아이들과 어르신들의 최저생활은 보장하고, 일할 수 있는 사람에게는 '나도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겠구나' 하는 희망을 심어주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더 올바른 생각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산과 인력이 더 들더라도 말입니다.
2000년 2월 24일
끼니를 거르는 아이들에게 밥만 먹여 준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외환위기 2년만에 우리 나라가 IMF 위기를 완전히 벗어났다고 얼마전 대통령께서 선언하셨습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외환위기 이전과 비교하여 빈민의 수가 두배 이상 증가하였고, 결식아동이 15만명, 결식노인이 20만명이나 되며, 이혼율.자살율은 두배나 증가했다는 것 또한 엄연한 사실입니다. 혹자는 우리 사회를 약육강식이 판치는 '동물의 왕국'이라고 평하기도 합니다. 경쟁에서 낙오된 사람들은 자살을 하거나 굶어야 되는 형국이니 동물의 세계와 무엇이 다르냐는 것이죠. 무너진 경제를 되살려야 하고, 세계화를 맞아 국가의 경쟁력을 키워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하기에는, 그리고 이전 정부에서 '사회적 안전망'을 제대로 갖추어 놓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일이라고 하기에는 우리 주변에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너무나 참혹합니다. 경쟁력이 없는 부모를 둔 아이들은 무슨 죄가 있어서 굶어야 하고, 부모들로부터 버림받아야 합니까?
부유층과 달리 대부분 가난한 사람들은 사적(私的) 안전망이 취약합니다. 가난한 사람들은 실직하고 나면 직업을 구하기도 어렵고, 가족이나 주변 친척으로부터 도움을 받기도 어렵습니다. 특히 대량실업상황에서는 살아갈 길이 더욱더 막막해 집니다. 배운 것도 많지 않고, 기술도 별로 없고, 재산도 없는 상황에서 어디 가서 일을 하고 어떻게 자녀들을 먹여 살리겠습니까? 우리가 사는 곳은 '동물의 세계'가 아닌 '인간의 세계'이고, 사람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누구나 그 존엄성이 평등하며, 가난이 본인의 책임만이 아니기에 사람들은 누구나 국가로부터 최저 생활은 보장받아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이들을 굶지 않게 하려면 그 가족 전부를 굶지 않게 해야만 합니다. '끼니를 거르는 아이들 수 15만명'은 우리나라의 복지수준을 나타냅니다. 최후의 사회적 안전망인 '생활보호제도'가 있었지만 대상자가 되기도 어렵고, 대상자가 되어도 별로 해주는 게 없는 그야말로 전근대적인 제도이었을 뿐입니다. 요즘처럼 추운 겨울에도 낮에 보일러를 꺼 놓고 지내는 생활보호노인들에 관한 뉴스는 그 분들에 대한 생활보장 수준이 얼마나 열악한 가를 나타냅니다. 이러한 전근대적인 제도를 개선하지 않고서는 심각한 빈곤문제를 줄일 수 없다고 믿었기에 지난해에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정운동이 시민단체에 의해 전개되었고, 그것을 대통령께서 수용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결식아동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정착이 필요합니다.
대통령께서는 '생산적 복지'를 국정 이념의 한가지로 정해두셨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비생산적(낭비적) 복지를 피하겠다는 것이기보다는 복지가 생산적일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복지의 목적은 경제성장이 아니라 사회성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진정한 생산적 복지는 절망에 빠져 있는 국민들에게 삶의 의욕, 삶의 희망을 찾을 수 있게 해 주는 것입니다. 먹는 것이 해결되지 못한 상황에서 무슨 희망을 찾을 수 있겠습니까? 가족과 함께 살수 없는 상황에서 무슨 희망이 있겠습니까?
대통령께서도 잘 알고 계시듯이 올 10월부터 시행예정인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다름 아닌 최저생활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가족과 함께 최소한도로 먹고 살 수 있게 하고, 몸이 아플 때 치료해 주고, 고등학교 교육까지를 정부가 책임지는 제도입니다. 그 뿐만이 아니라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기술, 자본, 지식, 정보가 없어 절망에 빠져 있는 사람들에게 자활을 할 수 있도록 직업훈련, 창업(자금, 기술)지원, 공공근로 등 다방면으로 지원해 주자는 제도입니다.
이 법이 제정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은 '우리나라 사회복지 역사에서 한 획을 긋는 사건이다'라고 평가했었습니다. 그런데 현재 일각에서는 이 법의 제정을 '제2의 6.29'라고 까지 비하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 이유는 "저소득층은 지금 당장 먹고살기 힘든데 경제사정이 조금 나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올 10월이나 되어야지 그 혜택을 볼 수 있고, 기초생활보장 예산이 오히려 작년보다도 4%나 삭감된 상황에서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는 것입니다. 그래서 "빈곤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없다", 혹은 "앞다리는 앞으로 가는데, 뒷다리는 뒤로 간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최근에 대통령께서 보여주신 일련의 조치를 보아 대통령님의 의지는 의심하지 않습니다. 다만 '뒤로 가는 뒷다리'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정부내의 많은 분들은 소위 '복지병'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노동능력이 있건 없건 간에 국민 누구나 최저생계비를 보장해 주면 일을 하지 않으려고 하는 사람들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입니다. 그 분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일할 수 있는 사람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이 가장 중요하다".
"일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생계비를 지급하면 '도덕적 해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일자리 창출이 중요하다는 것은 너무나 동감합니다. 그런데 그 일자리는 양질의 일자리여야 하고, 그러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데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사실도 중요합니다. 따라서 저소득 실직자들이 일자리를 찾을 때까지는 그 가정의 아이들과 어르신들을 굶게 해서는 안됩니다. 그리고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는 근로의지를 유지시킬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일을 하는 사람에게는 근로소득의 일정액을 공제해 주어 일을 하지 않는 사람들보다 그 급여액이 많게끔 되어 있고, 근로를 기피하는 사람들에게는 그 사람 몫의 생계비는 주지 않고 나머지 일을 할 수 없는 가구원의 생계비만 지급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생활보장 수준은 가구소득을 합하여 4인가구 93만원으로 그야말로 최저생활을 해 나가기도 빠듯한 수준입니다. 4인가구의 경우 한사람이 일을 해서 60만원을 번다고 하면 의료비, 학비, 주거비 등을 포함하여 약 43만원 정도(생계비로는 약 15만원 정도)를 보조해 주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부양능력이 있는 부양의무자가 있는 가구는 수급자가 될 수 없습니다. 즉, 부양의무자가 없는 가구로서 월 소득이 최저생계비 이하인 가구만 수급자가 될 수 있고, 수급자가 되어도 최저생계비만을 보장받을 뿐입니다.
일부에서는 이렇게도 얘기합니다. "과도한 복지지출로 인해 재정적자가 걱정된다"고. 주먹구구로 추산해 볼 때(구체적인 시행방안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정확한 추계를 할 수 없음), 수급자수를 전 인구의 6-7%로 가정하면 금년도 예산의 2배인 4-5조원의 예산이 필요할 걸로 보입니다. 이전보다 예산이 더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외국에 비해서는 턱없이 적은 예산이고, 그 동안의 정책이 문제였으며, 국민의 기초생활보장을 위한 예산은 그 어떤 예산 보다 우선시 되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대통령께서 의지만 있으시다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세계잉여금을 저소득층을 위해 쓰겠다는 것에 대해 일부의 곱지 못한 시각이 있는데, 대통령의 의지가 총선용이 아니라는 사실을 총선이 끝난 후에 보여주시리라 믿습니다.
국민의 기초생활을 보장해 주기 위해서는 범정부적인 대책이 필요합니다.
현재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시행령, 시행규칙이 입법예고 중에 있습니다. 예전과 달리 시행령, 시행규칙을 제정하면서 각계 각층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는 복지부의 노력을 먼저 칭찬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복지부의 노력만으로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정착하기에는 너무나 부족한 상황입니다.
제일 시급한 것이 전문인력의 확충입니다. 이 제도가 정착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소득조사가 중요합니다. 그런데 소득조사 및 생활지원을 하고 있는 사회복지 전문요원이 최근에 있었던 조치로 인해 사기가 저하되어 일자리를 떠나고 있고, 필요 인력수가 절대 부족한 상황이고, 그나마 신규 채용하기로 되어 있던 인력의 배치도 행자부나 지자체의 비협조로 늦어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리고 복지부 생활보호과 인력의 확충도 시급합니다. 4-5조원의 예산을 집행하는 업무를 불과 8명이 한다는 것은 전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일입니다. 시급히 인력을 확충하여 주십시오.
저소득층의 자활지원사업을 위한 인프라 구축이 시급합니다. 기초생활보장법에는 일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는 자활계획서를 작성하여 자활지원을 돕고, 어떤 형태든 일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일을 맡아볼 주체가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 일의 양이 엄청나기 때문에 읍면동의 전문요원이 맡아 볼 수 없고, 별도로 설치된 기관에서 맡아보아야 하는데 그러한 기관을 설치하기 위한 예산은 거의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리고 수급자들에게 제공될 일거리나 지원 방법(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준비된 것이 거의 없습니다. 이러한 일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수급자에게 공공근로와 직업훈련의 우선 배정 등 노동부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합니다.
예산에 맞춘 수급자 선정이 아니라 수급자의 변동에 따른 예산 배정이 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 동안은 예산을 정해 놓고 그에 따라 선정기준과 급여액을 결정해 왔습니다. 따라서 경제상황이 나빠지게 되면, 실업자수가 증가하게 되면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이번에야말로 그러한 잘못된 정책을 바로 잡아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대통령님,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시행을 못 마땅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생각을 바로 잡아 주십시오. 그들은 일할 수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서라도 일을 시키겠다는 생각이 강합니다. 그런데 그들이 주장하는 방법은 결국 저소득층의 자녀, 그 집안의 어르신들까지 굶게 하자는 것입니다. 그러면 그 사람이 가족을 생각해서 열심히 일을 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런 방법보다는 정부가 아이들과 어르신들의 최저생활은 보장하고, 일할 수 있는 사람에게는 '나도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겠구나' 하는 희망을 심어주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더 올바른 생각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산과 인력이 더 들더라도 말입니다.
2000년 2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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