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는 지난 11월 17일 삼성SDS의 이사들을 배임죄로 서울지검에 고소하였습니다. 이유는 삼성SDS의 이사들이 삼성 이건희 회장의 네 자녀들 이재용, 부진, 서현, 윤형과 삼성 구조조정본부의 본부장인 이학수, 전무 김인주씨등 특수관계인들에게 신주인수권증권을 저가에 넘겨 회사와 주주들에게 막대한 손해를 끼쳤기 때문입니다.

대통령님, 또다시 삼성이 이재용씨에게 부의 세습과 삼성 주요 계열사의 경영권을 넘겨주려는 수법이 반복된 것입니다.

참여연대와 이재용씨는 끈질긴 인연의 연속입니다. 97년 삼성전자의 전환사채발행으로 맞붙은 참여연대와 삼성의 이재용씨에 대한 편법상속 공방은 IMF로 국민 모두가 고통받고 있는 99년에도 여전히 계속된 것입니다.

삼성SDS는 지난 2월 26일 사모 신주인수권부사채(이하 BW) 230억원어치를 발행하면서, 1년 후 3,216,738주를 인수할 수 있는 신주인수권 행사가격을 주당 7,150원으로 정하였습니다.

문제는 이 가격이 매우 지나치게 낮게 책정되었다는 것입니다. 삼성SDS는 곧 상장을 앞두고 있는 유망 기업으로, 2월 당시 장외시장 평균거래가격이 54,750원∼57,000원에 이르렀습니다. 따라서, 내년 2월 27일 이들 특수관계인들이 신주인수권을 행사할 경우, 54,750원으로 계산한다 해도, 자그마치 1,500억원이라는 엄청난 차익을 얻게 된 것입니다.

또 다른 방식으로, 코스닥시장에 등록할 경우 공모가를 추정하기 위해 사용하는 '유가증권인수업무에 관한 규정'의 시행세칙이 있습니다. 참여연대가 이에 따라 매우 보수적으로 계산한 결과, 삼성SDS 주식 공모시의 주식의 본질가치를 추정하면, 주당 약 11,599원 정도가 됩니다. 이렇게 해도 무려 140억원의 이익을 얻게 됩니다. 공정위에서도 지난 10월 상속세법상 비상장주식의 평가방법을 변형하여 미래수익가치를 넣어 계산하였는데, 이때, 주당 14,536원이 나왔고, 이로써 220억원의 차익이 발생한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따라서, 이들 특수관계인들은 최대 1,500억원에서 최소 140억원이라는 이익을 얻게 된 것이 기정사실입니다.

대통령님, 이재용씨등 특수관계인들이 얻는 이익은 금전적인 것만이 아닙니다.

이재용씨등 이건희 회장 자녀들의 삼성SDS 지분율은 당시 14.8%였습니다. 그러나, 내년 2월 신주인수권을 행사하게 되면, 25.1%의 절대적 지분권을 가지게 되며, 이에 비해 일반 소액주주들의 지분은 18.3%에서 14.5%로 감소됩니다.

BW발행은 사실상 신주발행입니다. 기존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배제하거나 제한하여 제3자 또는 특정주주에게 신주를 발행하는 경우에는 그 발행이 회사의 이익을 위한 것이거나 주주평등의 원칙을 침해하지 않는 것이라는 정당성을 가져야 합니다. 그러나, 이번 삼성SDS의 BW발행은 어떠한 정당성도 찾을 수 없습니다. 시설자금이 목적이라지만, 삼성SDS의 당시 재무구조를 보면,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유지하고 있었고, 유상증자를 할 수 있도 있었기 때문에 굳이 BW를 발행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 BW를 발행한다 해도 회사에 이익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여야 함에도 굳이 기존주주들에게 불이익을 초래하고, 특정인들에게 막대한 이익이 가도록 할 이유는 전혀 없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번 삼성SDS의 신주인수권증권 저가 매각은 단지, 지배주주인 특수관계인들의 지분율을 높여 회사에 대한 지배권을 강화하고, 조만간 예정된 주식거래시장에의 상장을 통해 이들로 하여금 막대한 시세차익을 얻도록 할 목적으로만 행해진 것일 뿐이라는 결론에 이릅니다. 기존의 4,000여 일반 소액주주들은 가만히 앉은 자리에서 불이익만 당하게 된 것입니다. 삼성측은 애초에 BW인수자들이 누군지 밝히려 하지 않았습니다. 이재용씨가 인수했을 것이라는 제보가 있어, 참여연대가 삼성SDS측에 어떤 조건으로 BW를 발행했고, 누가 인수했는지 질의서를 보냈지만, 답변하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저희가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감독위원회 등에 조사요청을 한 후, 이같은 사실이 밝혀진 것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조사 결과, 신주인수권증권 저가 매도로 약 2백2십5억원을 부당내부거래로 지원하였다고 의결하고, 과징금 1백5십8억을 삼성SDS에 부과하였습니다. 그러나, 최근 삼성측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이의신청을 했다고 합니다.

금융감독위원회에서는 "삼성SDS는 증권거래소 상장법인이나 협회등록법인(코스닥등록법인)이 아닌 일반등록법인이어서 신주인수권행사가격 등에 대해 증권거래법상의 제한을 받지 않으며, 또한, 사모형식으로 발행된 것이어서 증권거래법상 유가증권신고서 제출대상도 아니다", "이와 같이 현행법은 한국증권거래소 상장법인이나 한국증권업협회 등록법인이 아닌 회사에 대해서는 BW에 대한 제한규정을 두지 않고 있기 때문에 삼성전자등 삼성SDS의 주주의 소수주주권 행사 및 민사소송등의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으로 판단되며, 상장 후 과도한 자본이득 발생문제 또한 세제나 세정차원에서 다루어져야 할 문제로 사료된다"라고 답변하였습니다.

삼성이 이재용씨에게 편법적인 방법을 동원하여 재산권과 경영권을 승계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삼성SDS의 BW발행 과정을 살펴보면 바로 알 수 있습니다.

99년 2월 26일 삼성SDS가 이사회 결의를 통하여 BW230억원어치를 발행하였습니다. 그러나, 이것을 바로 특수관계인들에게 매각한 것이 아니라, SK증권을 경유하였습니다. 삼성SDS가 SK증권을 주간사로 하여 BW를 일괄매각한 후, 같은 날 SK증권은 BW의 사채권과 신주인수권증권을 분리하여 사채권은 삼성증권에 매각하고, 삼성 특수관계인 6명에게는 신주인수권증권을 매각하였습니다. 그리고, 또 같은 날, 삼성증권은 사채권 전량도 이 6명에게 전량 매각하였습니다. 이 모든 것이 하루만에 이루어진 일이며, 결과적으로, 삼성SDS가 SK증권과 삼성증권을 우회하여 특수관계인들에게 매각한 것입니다.



이렇게 복잡한 경로를 거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현행 법을 교묘히 피해가기 위해서입니다. 현 상속/증여세법 제42조 제2항 및 동법시행령 제31조의 5에 의하면,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하는 법인의 지배주주와 특수관계에 있는 자가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직접 인수/취득함으로써 이득을 본 경우 또는 특수관계자로부터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취득함으로써 이득을 본 경우에는 지배주주 또는 특수관계에 있는 자로부터 증여받는 것으로 보아 증여세를 과세한다"로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즉, 삼성SDS의 BW를 곧바로 이재용씨를 비롯한 특수관계인들에게 매각하였다면, 분명한 증여세 과세의 대상이 되므로, SK증권, 삼성증권을 우회하여 넘겨준 것입니다. 삼성은 이러한 제도상의 헛점을 너무나 잘 활용하고 있습니다.

또다시 삼성이 이재용씨에게 부의 세습과 삼성 주요 계열사의 경영권을 넘겨주려는 수법이 반복된 것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이같은 편법을 이용하여 이재용씨에게 부의 세습과 경영권을 넘겨주려는 수법은 삼성SDS가 처음이 아닙니다.

97년 삼성전자가 전환사채를 시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발행하여 이재용씨에게 넘겨준 데 대하여 참여연대는 소송을 제기하여 현재까지 2년 넘도록 재판이 진행중입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지난 5개월간 재판을 열지도 않는 등 지지부진하게 재판을 끌고 있으며, 주요한 당사자인 이재용씨에 대한 증인신청도 받아들이지 않아 사법부의 공정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재용씨로의 그룹승계 과정과 연계시켜 볼 때, 그 이전에도 비상장 우량계열사를 활용한 에스원이나 제일기획의 경우도 수법에 있어 이와 거의 같습니다. 삼성은 그동안 삼성에버랜드, 제일기획, 삼성엔지니어링, 에스원 등의 계열사 주식을 시가보다 크게 낮은 가격으로 이건희 회장 가족에게 발행해주어 소액주주들과 회사의 재산을 탈취하는 일련의 편법, 탈법행위를 저질러왔습니다.

비상장 우량계열사를 이용하여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은 3세에게 막대한 상장차익을 취득시키고, 나아가 총수가 자신이 장악하고 있는 경영진을 내세워 합법을 가장하여 부당한 거래를 하게 함으로써 기업의 부를 특수관계인에게 유출시키는 행위는 비도덕적인 행위이자, 자본주의 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가로막고, 일반인들의 근로의욕을 저하시키는 중대한 범죄행위입니다. 이재용씨는 95년 60억8천만원을 증여받아 이 가운데 16억원을 세금으로 내고 44억8천만원으로 계열사 지분을 매입하기 시작, 현재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 지분이 2조원에 이르는 부를 얻고 있습니다.

대통령님, 단돈 16억원의 증여세 납부로 수조원의 재산을 증여받고, 삼성그룹의 경영권을 세습하는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습니다.

저희는 국세청에 탈세혐의에 대해 조사요청을 하였고, 국세청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부당내부거래 자료를 넘겨받는 대로 해당법인의 법인세 누락이나 변칙증여가 있었는지를 확인, 세금 추징절차를 밟을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러나, 그 후 어떻게 되었는지 아직 아무런 소식이 없습니다.

대통령님,

저희는 이번 삼성SDS의 사건이 모든 국민들이 고통받고 수많은 노동자들을 해고당하는 경제위기 상황에서 우리나라 최대재벌인 삼성의 총수인 이건희 회장이 이를 외면하고 회사재산을 가족에게 빼돌리는 파렴치한 짓을 한 것에 분노합니다. 저희는 검찰에 삼성SDS의 이사들을 배임죄로 고소한데 이어, 본안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 내년 2월에 이들 특수관계인들이 신주인수권을 행사하거나 처분하지 못하도록 하고, 회사도 신주인수증권에 대해 주식을 발행하지 못하도록 법원에 가처분신청을 하였습니다. 삼성은 이에 대해 우리나라 최고의 소송 전문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참여연대는 단지 우리사회 경제정의를 위해 자원봉사로 소송을 맡고 있는 젊은 변호사가 고군분투하고 있을 뿐입니다.

대통령님,

저희는 검찰이 이 사건을 철저히 수사하여 재벌 경영진들의 책임을 물음으로써 기업윤리를 바로잡고, 공정한 시장경제를 세우는 계기로 삼기 바랍니다. 국세청도 이재용씨와 그 외 특수관계인들의 삼성SDS의 BW인수 과정에서의 탈세혐의를 포착하여 엄정한 조사와 법에 따른 세금추징과 형사고발을 하길 촉구합니다. 저희 참여연대는 정부가 얼마나 법집행의 의지를 가지고 제기되는 의혹을 조사하고, 이를 통해 밝혀지는 불법, 탈법 사실들에 대해 책임을 물을 것인가를 국민과 함께 지켜볼 것입니다.

1999년 12월 23일
참여연대 경제민주화위원회 부장 김은영
1999/12/23 00:00 1999/1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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