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부패기본법으로는 부패척결도, 국정개혁도 불가능합니다-
대통령님은 지난 8월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부패의 척결없이 국정의 개혁은 없다", "만난을 무릅쓰고 이를 단행할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이틀 뒤인 8월 17일 정부의 부패방지종합대책이 발표되었고, 12월 1일에는 집권여당인 국민회의가 반부패기본법을 국회에 제출하였습니다.

미완의 부패방지법으로는 부정부패를 예방할 수도, 척결할 수도 없습니다

참여연대는 96년 우리사회의 부정부패를 척결하기 위해 맑은사회만들기본부를 만든 이후 부패방지법 제정을 위해 수십회의 토론회와 집회, 캠페인을 개최해왔고 국회의원 서명운동을 전개하여 2/3이상으로부터 부패방지법 제정에 찬성한다는 서명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반부패기본법을 접하고 나니 허탈감과 실망감을 금할 수 없습니다. 공직자윤리규정 강화 및 처벌 강화, 돈세탁 금지, 내부고발자보호,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 신설 등 총체적인 반부패정책과 제도의 내용을 담고 있었던 부패방지법은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 것입니까?

반부패기본법은 내부고발자보호제도와 반부패특별위원회 신설을 핵심으로 최소한의 조항만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물론 반부패기본법에 포함되어 있는 새로운 제도들도 부패 척결에 있어 너무나 중요한 수단들입니다. 그러나 반부패기본법이 그 제안취지에서 밝히고 있듯이 부패문제에 대해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대응을 하기 위한 것이라면, 수많은 중요한 제도들을 빼버린채 이렇게 형식적으로 제정되어서는 결코 안됩니다.

반부패기본법은 반부패제도의 통합법으로 제정되어야 합니다

대통령님, 이번 반부패기본법은 부패방지기본제도의 통합법으로서가 아니라 부패방지의 기본적인 조항만을 나열할 기본법의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공직자윤리법, 재산등록과 공개제도, 돈세탁방지, 부정행위의 처벌,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 신설 등의 내용은 기존 법규에 위임하거나 별도 입법으로 제정하겠다고 합니다.

그러나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들과 많은 전문가들이 주장해왔듯 우리 사회의 구조적이고 총체적인 부정부패에 맞서기 위해서는 통합적이고 종합적인 부패방지법의 제정이 절실합니다. 복잡하고 다양한 부패관련법을 일원화시키고 체계화함으로써 보다 효과적인 부패통제가 가능하고, 일관성 있는 반부패정책을 추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대통령님이 야당시절 총재로 계시던 국민회의가 96년 입법발의한 부패방지법도 통합법의 형식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와서 참여연대나 국민회의가 제출한 부패방지법안은 법률체계가 복잡하고 방대하여 기본법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왜 내부고발자보호제도만 기본법에 넣고 있는 것입니까. 비위면직자의 공무담임과 취업제한만 공직자윤리법이 아닌 기본법에 포함시킨 이유는 무엇입니까. 또한 새로운 제도들의 입법화나 기존 법률의 보완은 언제나 이루어지는 것입니까.

이런 기본법만으로 해결하기에는 우리 사회의 부정부패가 너무나 구조적이고 뿌리깊습니다. 따라서 부패통제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통합법의 형태를 취하거나 최소한 개별법의 형태라고 하더라도 패키지 입법으로 동시에 입법화되어야만 합니다.



내부고발자보호제도는 신고절차와 처리방식 등에 문제가 많아 대폭 수정되어야 합니다

공직사회의 비리는 외부인이 알 수 없기 때문에 내부고발자보호제도의 도입이 필요불가결합니다. 따라서 이번에 내부고발자보호제도를 도입하기로 한 것은 누구나 환영할만한 획기적인 조치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내부고발자보호제도를 통한 부패의 예방과 척결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법안은 대폭 수정되어야 합니다. 특히 신고된 부패사안을 처리하는 절차나 방식은 문제가 많습니다. 법안에 따르면 반부패특별위원회와 감사원에 이원적으로 신고할 수 있도록 하고, 위원회는 접수된 신고사항에 대하여 조사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 이를 감사원이나 수사기관 등에 이첩하도록 하고, 감사원 역시 신고사항이 감사원법상의 감사원의 권한범위를 벗어난 경우는 소관기관에 이첩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대통령님, 반부패특별위원회나 감사원이 신고를 받아 끝까지 조사해서 처리해주지 못할 것이라면 도대체 왜 신고를 받는 것입니까? 지금도 대부분의 행정기관이 민원사항이나 비리신고에 대해 서로 다른 기관에 떠넘기기에 급급하다보니 오히려 신고를 기피하게 만드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설령 내부고발자보호제도를 도입한다고 해도 우리 사회의 관행상 내부고발은 많은 희생과 용기를 필요로 합니다. 그런데 내부고발자가 용기를 내어 신고를 했는데 이를 이런저런 기관에 떠넘긴다면 어느 누가 내부고발을 하려고 하겠습니까?

무엇보다도 반부패특별위원회나 감사원이 신고사항에 대해 조사해 주지 않는 경우에 대한 대안이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미국의 부정주장법(False Claim Act)처럼 일반 국민이 직접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제도롤 도입해야 하고 개별적인 내부고발자뿐만 아니라 시민단체에도 고발 및 소송제기권이 주어져야 합니다. 또한 임의규정으로 되어 있는 보상금 지급을 의무지급으로 바꿈으로써 신고에 대한 인센티브를 확실히 보장해야 합니다.

상설적 특별검사제를 도입하고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를 신설해야 합니다

원래 참여연대와 국민회의의 부패방지법에 고위공직자가 관련된 비리를 전담 수사하는 특별수사기구인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 신설 조항이 있었던 것을 대통령님도 기억하실 것입니다. 그런데 새정부 출범이후 법무부와 검찰의 반발로 국민회의가 98년 12월에 다시 제출한 법안에서 아예 빠져버리더니 결국은 반부패특별위원회로 축소되고 말았습니다. 그마저도 검찰과 감사원 등의 사정기관에서 반부패특별위원회가 자신들의 상부기구화되고 있다며 위상을 약화시키려고 합니다.

그러나 지난 2년을 돌이켜 보십시오.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대통령님이 그렇게 부패 척결을 강조하셨건만 부정부패가 사라졌습니까. 여전히 대전법조비리사건, 옷로비사건, 파업유도사건 등 고위직이 연관된 비리사건이 끊이지 않았고, 검찰이 이런 사건에 대해 아무리 수사를 해서 발표를 해도 어느 국민도 믿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그래서 도입된 것이 바로 특별검사제입니다. 그러나 지금 시행되고 있는 특별검사제는 옷로비와 파업유도사건에 한정된 특별검사제이다 보니 완전한 비리의 실체를 밝혀내는데는 엄청난 한계점을 노정하고 있습니다.

대통령님, 부패추방의 길은 멀고도 험난합니다. 아무리 좋은 법이 제정된다 하더라도 이를 강력하게 집행해나갈 독립적이고 중립적인 특별수사기구가 없다면 유명무실할 뿐입니다. 홍콩이나 싱가포르가 오늘날 가장 깨끗한 공직사회로 불리고 있는 것도 부패방지법의 제정과 함께 특별수사기구를 설치하여 강력한 부패정책을 추진한 결과입니다.

이제 한시적 특별검사제는 상설적 특별검사제로 바뀌어야 합니다. 한걸음 더 나아가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와 같은 상설적인 특별수사기구가 신설되어야만 고위공직자 비리의 고리를 완전히 끊을 수 있습니다.

공무원 행동강령은 세세한 행동강령과 준칙으로서 공직자의 행동의 준거가 되어야 합니다

반부패기본법은 공무원이 공정하게 업무를 수행하고, 부패를 예방하기 위하여 지켜야 할 공무원 행동강령을 제정하여 시행할 것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과거에도 공무원 행동강령이 있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고 공직자의 윤리 확립에도 전혀 기여하지 못했습니다.

공무원 행동강령은 법률에 정할 수 없는 세세한 행동강령과 준칙, 바람직한 공무원의 행태가 거미줄처럼 자세하게 규정되어 공직자가 보여야 할 모범과 행동의 준거가 되어야만 합니다. 또한 강령의 위반에 대해서는 징계 등 행정상의 불이익이 확실하게 이루어져야만 실효성이 담보될 수 있습니다.

지금이야말로 대통령님이 약속하셨던 강력한 반부패정책을 추진해야 할 때입니다

대통령님은 야당시절부터 부정부패 근절의 중요성을 강조하시면서 반부패정책과 제도에 대한 여러 가지 법안과 공약을 내놓으셨고, 취임이후에도 부패 척결에 대한 수많은 약속들을 해 오셨습니다. 그러나 최근 TI(국제투명성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각국의 부패지수를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가 99개국 중 50위를 차지했다고 합니다. 97년에는 34위, 98년에는 43위를 차지하더니 또다시 50위로 떨어졌습니다. 최근의 한 설문조사에서도 우리나라 국민들의 90%이상이 여전히 우리사회가 부패하다고 답변하고 있습니다.

부패척결에는 정치지도자의 강력한 의지가 가장 중요하며, 개혁은 출발점에서 강력하고 신속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앞서 살펴보았듯이 새정부 출범이후 부패방지법은 후퇴만을 거듭해왔고, 최소한의 기본법을 만드는데도 2년이란 시간이 허비되었습니다.

대통령님, 이제 정말로 시간이 얼마남지 않았습니다. 부패공화국이란 오명을 쓴 채 21세기를 맞이하시렵니까? 대통령님이 국민앞에 약속하셨던 깨끗한 사회, 정의로운 사회의 실현을 위해서는 완전한 부패방지법 제정과 특검제 상설화,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 신설 조치를 단행하셔야 합니다.

1999년 12월 9일
임미옥 참여연대 맑은사회만들기본부 간사
1999/12/09 00:00 1999/1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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