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0호 권두언] 만남은 계속되어야 합니다
정기간행물(종간)/개혁통신 :
2000/08/17 00:00
올해 광복절은 정말 뜻 깊은 날이었습니다. 지척에 살고 있음에도 몇 십 년간 생이별을 해야 했던 남과 북의 이산가족들이 다시 만나는 장면은 TV 안에서도, 그리고 TV 밖에서도 모두 눈물의 바다를 만들기에 충분했습니다. 언론 보도를 보니 대통령께서도 상봉 장면을 보면서 눈물을 많이 흘리셨다지요. 이별의 애절한 사연에 가슴 아파하고, 오열하는 만남을 지켜보며 눈물 흘리고, 그리고 짧은 재회 후 이어질 긴 이별을 생각하면 다시 한번 가슴이 아플 수밖에 없는 장면의 연속이었습니다.
이번 이산가족 행사를 보면서 다시 한 번 깨닫게 되는 평범한 사실은 분단이 우리 민족의 삶에 너무도 커다란 상처를 남겼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이념적 체제적 거리가 아무리 멀다 하더라도 혈육의 정과 그리움은 결코 떨어뜨려 놓지 못한다는 사실입니다. 얼굴도 기억하기 어려운 형제들이 서로 껴안고 눈물을 하염없이 흘리는 모습이 다른 나라 사람들의 눈에는 다소 신기하게 보일지 몰라도 그 속에는 지난 50여 년 우리 민족사의 비극과 그로 인한 개인사의 비극이 교차되고 또 응결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이산가족이 아니라 하더라도 우리 국민 대다수가 TV를 보면서 너와 나를 구별하지 않고 함께 눈물을 흘렸던 것입니다.
현재 남측 이산가족의 규모는 760만 정도라고 합니다. 이 가운데 60세 이상의 이산가족 1세대는 69만 명, 그리고 70세 이상은 26만 명이라고 합니다. 결코 작은 규모가 아닙니다. 그리고 1세대는 나이가 많이 드신 분들입니다. 이산가족 1세대는 시간이 흐를수록 그리움을 잊어 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가족과 고향이 더욱 그리워지고 그래서 만나고 싶은 마음은 갈수록 절실해 집니다.
이산가족 상봉에서 중요한 것은 당연히 만남을 제도화하는 것입니다. 지난 1985년처럼 일회성 행사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규모도 확대하고 재상봉 기회도 마련하고 면회소도 설치해야 합니다. 다행히 9월과 10월에도 이산가족 교환방문이 계속되며, 또한 생사확인, 서신교환, 재상봉과 재결합, 해외교포 이산가족 상봉, 대북 송금 허용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있습니다. 부디 연로하신 분들이 이 세상을 떠나기 전에 몇 십 년 내내 가슴 깊이 묻고 살아야 했던 한을 풀 수 있는 기회를 갖으시기를 간절히 기대합니다.
이런 뜨겁고 서러운 감동의 시간 속에서도 풀리지 않는 숙제, 이미 인내의 한계를 넘어 버린 의약분업 갈등에 대해서 말씀 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대체 의약분업 사태는 어떻게 종결될 수 있는 것인지요. 휴업과 폐업률이 낮아졌다 하더라도 환자와 가족의 고통은 시간이 흐를수록 커지고, 국민들은 이제 분노를 넘어서 아예 싸늘한 무관심을 보내고 있습니다.
협상이 시간과 인내를 요구하는 것이라 하더라도 환자와 국민의 생명을 볼모로 하는 이런 파업은 빨리 중단되어야 합니다. 우리의 시민사회의 수준이 겨우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가라고 자탄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너무도 안타깝습니다. 부디 신속하게 문제가 해결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대합니다.
이번 개혁통신에서는 쓴소리로 광복절 기념 사면·복권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정치적 사면의 남용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이 작지 않습니다. 귀기울여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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