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0호 쓴소리] 저도 '환영논평'을 쓰고 싶습니다.
정기간행물(종간)/개혁통신 :
2000/08/17 00:00
시민단체 간사는 참 바쁩니다. 사업기획부터 민원 전화까지 그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 중 하나가 '성명서', '논평', '보도자료'와 같은 대언론 업무도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업무입니다. 사회적 쟁점이 대두될 때면 간사들은 이리뛰고 저리뛰면서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해서 시시콜콜히 대응을 합니다. 요사이 시민단체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시민단체의 목소리는 크지 않습니다. 아무리 외쳐도 세상의 변화는 더디기 때문입니다.
대통령께서는 8월 14일, 새천년의 첫 번째 광복절을 맞아 3만여 명에 이르는 대규모 사면·복권을 시행했습니다. 남북정상회담, 이산가족 상봉과 같은 민족대화합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으니 이번 사면은 뭔가 큰 변화가 있으리라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그 '민족화합과 용서의 시대'에 제가 딴지를 좀 걸겠습니다.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에 혹은 자신의 양심과 신념 때문에 고통스런 수형생활을 이어가는 이들이 여전한 이 시대에 용서와 관용이 뭐 그리 나쁘겠습니까? 이들에게 새로운 삶의 기회를 제공하고 차가운 감옥이 아닌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아름다운 경험을 함께 할 자리를 마련하는 것은 진정 환영할 만한 일입니다. 이런 의미있는 행위에 고까운 소리를 해야하는 제 심정도 썩 유쾌하지만은 않습니다.
사면·복권 소식을 접하고 대상자들을 꼼꼼히 살펴 보았습니다. IMF로 인해 본의 아니게 범죄자가 된 이들, 모범수, 공안사범 등 다양한 사람들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것은 19명의 비전향장기수와 다수의 양심수를 석방한 것과 사형선고를 받은 2명을 무기징역으로 감형한 것입니다. 대통령께서는 취임 초부터 인권대통령을 표방해 왔고, 그간 줄곧 이런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애쓰셨습니다.
비록 다른 범죄자들 사면에 포함시키긴 했지만 꾸준히 양심수를 석방한다거나, 이 정부들어 단 한건의 사형도 집행되지 않은 것 등이 그것입니다. 그런데 김현철 씨, 홍인길 씨 등 권력형 비리사범과 홍석현 씨, 그리고 96년 15대 선거사범등이 사면대상자 명단에 함께 포함되어 있는 것을 보고는 씁쓸한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습니다. 용서에 어찌 옥석의 구별이 있겠습니까마는, 무릇 사면이라 함은 국가권력의 하나인 사법권의 집행을 정지(혹은 취소)시키는 행위이기에 일반적인 용서와는 다른 원칙이 있어야 합니다. 용서도 용서 나름이란 얘기입니다.
잘 아시겠지만 사면은 새로운 시대정신에 비추어 시대상황에 부합하지 않는 과거 판결에 대해 통치권자가 면죄부를 주는 것입니다. 사면은 남과 북이 첨예하게 대치하던 시대, 인권과 민주주의가 압살 당했던 군사독재 시절에 통일과 민주주의를 앞당기기 위해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고 싸우던 이들에게 마땅히 베풀어야 할 용서입니다. 대통령께서는 아마도 이미 이런 분들은 다 풀려났다고 말씀하실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땅에 더 이상 양심수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정부의 주장을 순진하게 믿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습니까?
불행스럽게도 민주화실천가족협의회가 집계한 8월 현재 양심수는 125명입니다. 그리고 그들 중엔 암·간경화 말기·고혈압 등으로 감옥생활이 불가능한 중환자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정치수배자들도 500명이 넘습니다. 그런데 이 수많은 양심수를 제쳐두고 김현철, 홍인길, 홍석현 씨가 사면복권된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합니까? 김현철 씨, 홍인길 씨, 홍석현 씨에 대한 사면이 화합이니 용서니 하는 미사여구와 무슨 관계가 있습니까? 김현철 씨는 두 번의 사면을 통해 완전히 정치적 권리를 회복했습니다.
대통령의 아들이란 신분을 이용해 각종 권력형 비리와 부정부패를 저지른 김현철 씨가 사면·복권되는 걸 보면서 누가 이를 합당한 조치라고 납득하겠습니까? 홍석현 씨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조세포탈죄로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된 지 채 3개월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서둘러 사면조치를 취한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여전히 국민들은 국민의 정부가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개혁을 완성해 주길 기대합니다. 그리고 지난 4·13총선 선거사범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중입니다. 부패와 비리사범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검찰의 엄정한 수사를 독려해야 할 시점에 비리와 불법을 자행한 정치인들을 사면하는 것은 시대적 요구와는 전혀 다른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정치적 사면은 사법부의 권위를 무너뜨리고 '성역없는 탈세' 처벌과 재벌의 변칙상속이 엄단될 것이라는 국민들의 기대를 물거품으로 만들었습니다. '조세형평'에 대한 정부와 대통령의 약속과 보광그룹에 대한 세무조사가 '언론 길들이기'가 아니라는 주장이 거짓이었음을 정부 스스로 자백한 꼴입니다.
사면권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고 합니다. 저 역시 이를 인정합니다. 하지만 이처럼 정략적 고려 때문에 공정성이 훼손된 사면은 견제 받아야 합니다. 차제에 '사면심사위원회'를 도입하십시오.
그래서 시민들과 사법부의 입장을 들을 수 있는 길을 마련하십시오. 우리 속담에 '좋은 일하고 뺨 맞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정작 본인은 억울하겠지만 어쩌겠습니까? 그 뺨의 의미를 되새겨 봐야 할 때입니다.
저는 이번 사면에 대해 논평을 준비하면서 '사면권 남용'이라는 표현을 쓰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취임한 이래 그동안 사면과 관련한 참여연대 논평을 검토했습니다. 안타깝게도 모두 '사면권 남용'이라는 표현이 묻어 있었습니다. 저희가 삐딱한 시선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까?
아니면 '사면권 남용'이라는 표현을 '남용'했기 때문일까요? 대통령님은 그 이유를 아실 겁니다. 저도 '8·15 사면 환영 - 인권 대통령으로서의 합당한 조치'라는 제목의 논평을 쓰고 싶습니다.
대통령께서는 8월 14일, 새천년의 첫 번째 광복절을 맞아 3만여 명에 이르는 대규모 사면·복권을 시행했습니다. 남북정상회담, 이산가족 상봉과 같은 민족대화합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으니 이번 사면은 뭔가 큰 변화가 있으리라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그 '민족화합과 용서의 시대'에 제가 딴지를 좀 걸겠습니다.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에 혹은 자신의 양심과 신념 때문에 고통스런 수형생활을 이어가는 이들이 여전한 이 시대에 용서와 관용이 뭐 그리 나쁘겠습니까? 이들에게 새로운 삶의 기회를 제공하고 차가운 감옥이 아닌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아름다운 경험을 함께 할 자리를 마련하는 것은 진정 환영할 만한 일입니다. 이런 의미있는 행위에 고까운 소리를 해야하는 제 심정도 썩 유쾌하지만은 않습니다.
사면·복권 소식을 접하고 대상자들을 꼼꼼히 살펴 보았습니다. IMF로 인해 본의 아니게 범죄자가 된 이들, 모범수, 공안사범 등 다양한 사람들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것은 19명의 비전향장기수와 다수의 양심수를 석방한 것과 사형선고를 받은 2명을 무기징역으로 감형한 것입니다. 대통령께서는 취임 초부터 인권대통령을 표방해 왔고, 그간 줄곧 이런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애쓰셨습니다.
비록 다른 범죄자들 사면에 포함시키긴 했지만 꾸준히 양심수를 석방한다거나, 이 정부들어 단 한건의 사형도 집행되지 않은 것 등이 그것입니다. 그런데 김현철 씨, 홍인길 씨 등 권력형 비리사범과 홍석현 씨, 그리고 96년 15대 선거사범등이 사면대상자 명단에 함께 포함되어 있는 것을 보고는 씁쓸한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습니다. 용서에 어찌 옥석의 구별이 있겠습니까마는, 무릇 사면이라 함은 국가권력의 하나인 사법권의 집행을 정지(혹은 취소)시키는 행위이기에 일반적인 용서와는 다른 원칙이 있어야 합니다. 용서도 용서 나름이란 얘기입니다.
잘 아시겠지만 사면은 새로운 시대정신에 비추어 시대상황에 부합하지 않는 과거 판결에 대해 통치권자가 면죄부를 주는 것입니다. 사면은 남과 북이 첨예하게 대치하던 시대, 인권과 민주주의가 압살 당했던 군사독재 시절에 통일과 민주주의를 앞당기기 위해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고 싸우던 이들에게 마땅히 베풀어야 할 용서입니다. 대통령께서는 아마도 이미 이런 분들은 다 풀려났다고 말씀하실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땅에 더 이상 양심수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정부의 주장을 순진하게 믿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습니까?
불행스럽게도 민주화실천가족협의회가 집계한 8월 현재 양심수는 125명입니다. 그리고 그들 중엔 암·간경화 말기·고혈압 등으로 감옥생활이 불가능한 중환자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정치수배자들도 500명이 넘습니다. 그런데 이 수많은 양심수를 제쳐두고 김현철, 홍인길, 홍석현 씨가 사면복권된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합니까? 김현철 씨, 홍인길 씨, 홍석현 씨에 대한 사면이 화합이니 용서니 하는 미사여구와 무슨 관계가 있습니까? 김현철 씨는 두 번의 사면을 통해 완전히 정치적 권리를 회복했습니다.
대통령의 아들이란 신분을 이용해 각종 권력형 비리와 부정부패를 저지른 김현철 씨가 사면·복권되는 걸 보면서 누가 이를 합당한 조치라고 납득하겠습니까? 홍석현 씨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조세포탈죄로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된 지 채 3개월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서둘러 사면조치를 취한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여전히 국민들은 국민의 정부가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개혁을 완성해 주길 기대합니다. 그리고 지난 4·13총선 선거사범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중입니다. 부패와 비리사범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검찰의 엄정한 수사를 독려해야 할 시점에 비리와 불법을 자행한 정치인들을 사면하는 것은 시대적 요구와는 전혀 다른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정치적 사면은 사법부의 권위를 무너뜨리고 '성역없는 탈세' 처벌과 재벌의 변칙상속이 엄단될 것이라는 국민들의 기대를 물거품으로 만들었습니다. '조세형평'에 대한 정부와 대통령의 약속과 보광그룹에 대한 세무조사가 '언론 길들이기'가 아니라는 주장이 거짓이었음을 정부 스스로 자백한 꼴입니다.
사면권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고 합니다. 저 역시 이를 인정합니다. 하지만 이처럼 정략적 고려 때문에 공정성이 훼손된 사면은 견제 받아야 합니다. 차제에 '사면심사위원회'를 도입하십시오.
그래서 시민들과 사법부의 입장을 들을 수 있는 길을 마련하십시오. 우리 속담에 '좋은 일하고 뺨 맞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정작 본인은 억울하겠지만 어쩌겠습니까? 그 뺨의 의미를 되새겨 봐야 할 때입니다.
저는 이번 사면에 대해 논평을 준비하면서 '사면권 남용'이라는 표현을 쓰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취임한 이래 그동안 사면과 관련한 참여연대 논평을 검토했습니다. 안타깝게도 모두 '사면권 남용'이라는 표현이 묻어 있었습니다. 저희가 삐딱한 시선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까?
아니면 '사면권 남용'이라는 표현을 '남용'했기 때문일까요? 대통령님은 그 이유를 아실 겁니다. 저도 '8·15 사면 환영 - 인권 대통령으로서의 합당한 조치'라는 제목의 논평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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