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는 잘 다녀오셨는지요. 무더운 여름도 이제 그 절정을 지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유난히 무덥게 느껴지는 올해 날씨처럼 우리를 무덥게 만드는 일이 현재 진행되고 있습니다. 다름 아니라 시행 첫날부터 혼란을 겪고 있는 의약분업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예상치 못했던 바는 아니지만 외래처방 약을 구입하지 못해 불편을 호소하는 시민들이 대단히 많습니다. 게다가 대형병원 전공의들의 파업이 확산되고 동네 의원 또한 문닫은 곳이 적지 않아 몸이 불편한 시민들이 마음마저 커다란 상처를 받고 있습니다.

언론에 보도된 것을 보면 준비부족으로 이런 저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해독이 불가능한 처방전을 써주거나 새벽에 응급실을 찾은 환자들에게 원외 처방전을 써주는 등 다분히 고의적인 일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우리를 분노케 하는 것은 이런 힘 겨루기의 희생자는 언제나 힘없고 약한 일반 시민들이라는 점입니다. 한 사회 내에서 가장 다루기 어려운 일이 하나가 경제적 이익을 둘러싼 이익집단간의 갈등이기는 하지만, 정부의 일차적인 과제는 다름 아닌 이러한 갈등을 사회적 정의의 시각에서 슬기롭게 해결하는 것에 있습니다.

지난 몇 개월 동안 의약분업 시행을 둘러싼 일련의 사태들을 지켜보면서 가질 수밖에 없었던 생각은 정부가 더욱 적극적으로, 더욱 세심하게 이러한 갈등들에 대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안하무인(眼下無人)의 자세로, 힘없고 약한 시민들을 볼모로 해서 자행되고 있는 일련의 사태들을 해결하는 데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의 일관된 원칙입니다. 정치적인 고려에서, 혹은 해당 집단의 사회적 위치에 따라 이뤄지는 일관성을 결여한 정부의 대응은 국민들로부터 결코 신뢰받지 못하며, 그것은 결국 부메랑이 되어 정부에게로 되돌아 올 것입니다.

이런 와중에서 단비 같은 한 가지 소식은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대한 개정협상이 어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입니다. 들리는 이야기에 따르면 현재의 SOFA를 미군이 다른 나라와 맺은 SOFA와 같은 수준으로 개정한다는 원칙에 합의했다고 합니다. 불평등한 SOFA로 인해 그 동안 우리 국민들이 알게 모르게 겪어 왔던 고통들은 이루 다 말할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이번 협상에서는 형사재판권을 전면 보장하여 미군의 범죄행위로부터 우리 국민들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형사재판권이 국제법상 고유한 국가의 권한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외에도 이번 독극물 사건으로 불거진 환경조항, 혼혈아들의 인권, 미군기지내 노동자들의 노동 3권 보장 등에 이르기까지 여러 중요한 개정 사항들이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동안 SOFA로 인해 우리 국민의 인권이 결코 작지 않게 훼손되어 왔으며 매향리나 독극물 방류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국민의 안전이 지속적으로 위협받아 왔다는 점입니다. SOFA 개정을 오랜 시간 동안 기다려 왔던 만큼 이번 협상에서 기대하는 바가 결코 작지 않습니다. 평등한 지위협정으로 개정될 수 있도록 정부가 최선을 다해 주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이번 개혁통신에는 쓴 소리로 국민의 정부가 내걸고 있는 생산적 복지조차 거스르고 있는 기획예산처와 복지관련 부처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번 개각에서 기획예산처 장관 및 복지관련부처의 장관은 생산적 복지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인물을 발탁해야 할 것입니다. 귀기울여 주시길 바랍니다.

2000/08/03 00:00 2000/08/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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