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예상했던 일이 터졌습니다.

지난 주에 말씀드렸듯이 매년 반복되는 수해가 올해에도 어김없이 발생했습니다. 이번 수해도 역시 인재(人災)입니다. 무분별한 아파트 건설이 산을 깎아내고 하천을 메워 버리는데 집중 호우를 어떻게 견딜 수 있겠습니까?

더우기 지난 4월 청와대 수해방지기획단과 전문가들이 용인시 아파트 난개발이 커다란 수해를 가져올 지도 모른다고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수방관하다가 이러한 참사를 당했습니다. 국민들의 주거 문제가 심각한만큼 아파트 건설을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주민들의 기본적인 안전을 위협하는 이런 방식의 마구잡이식 난개발은 마땅히 재고되어야 할 것입니다.

기상청의 예보에 따르면 8월에도 전국 각지에 게릴라성 폭우가 이어질 것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상습수해지역 주민들은 하늘만 쳐다보며 불안한 여름을 보내고 있습니다. 연일 계속되는 찜통 더위에 휴가는 고사하고 언제 갑자기 있을지도 모를 폭우를 걱정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용인시의 경우 피해 복구가 거의 진척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아파트 건설을 포함한 각종 공사들이 다시 강행되었다고 합니다. 해당 기업과 행정당국은 대체 무슨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인지요? 기업은 그렇다손 치더라도 행정당국은 주민들의 안전을 최우선의 과제로 삼아야 하는 것은 아닌지요.

여름만 되면 대규모 수해가 발생하고 신문과 방송에서 의연금을 모으고 피해 주민들을 위로하는, 그러한 훈훈한 인정의 풍경이 보기는 좋습니다. 그러나 국민이 진정 원하는 것은 그러한 불행을 사전을 막을 수 있는 정부의 신뢰할 만한 수해방지대책입니다. 아직도 늦지 않았으니 불안에 떨고 있는 상습수해지역 주민들을 위한 특단의 조치를 취해 주십시오.

수해와 함께 또 하나 우울한 일이 일어 났습니다. 말씀드리지 않아도 잘 알고 계시리라 생각됩니다. 날치기 국회를 말씀 드리는 것입니다. 일이 진행되는 과정을 지켜 보면 야당의 이중 플레이도 마땅히 비난받아야 하지만, 날치기 통과를 감행한 여당의 잘못은 더욱 큰 것입니다. 대체 언제까지 이러한 비민주적 국회 운영이 계속되어야 하는지 이제 국민들은 실망을 넘어서 아예 체념하고 있습니다. 날치기 뉴스가 보도되면 채널을 바꾸어 버리거나 티브이를 꺼버린다고 합니다.

정치의 본질이 권력 획득을 위한 투쟁에 있다 하더라도 민주국가라고 한다면 기본적인 게임의 룰이 있기 마련인데, 권위주의 시대의 악습이라 할 수 있는 날치기 처리와 육탄 저지가 언제까지 계속되어야 하는 것인지요? 한 국회위원이 말한 것처럼 언제쯤 우리 정치는 기초적인 룰마저도 부정하는 이러한 '개판의 정치'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인가요? 대화와 타협으로 이루어지는 '상생(相生)의 정치'가 한낱 구두선이 아니라 현실화될 수 있는 모범을 집권 여당이 우선 보여 주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이번 개혁통신에서는 박정희기념관 건립과 신장병환자의 생활보호에 관한 쓴소리를 전해 드립니다. 몇몇 언론에서 보도한 것처럼 만성신부전 환자들의 삶은 절박하고 안타깝기 그지 없습니다. 그 누구보다도 국가가 튼튼한 보호자가 되어 주어야 할 것입니다. 귀 기울여 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2000/07/27 00:00 2000/07/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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