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 날씨입니다. 소나기라도 한 줄기 시원하게 뿌렸으면 좋으련만, 구름만 잔뜩 낀 채 장마전선이 오락가락하고 있습니다.

날씨가 연일 흐려서인지 몰라도 지난 한 주만 하더라도 나라 안은 이러저러한 우울한 일들이 계속되었습니다. 수학여행을 하던 부산 한 고등학교 학생들이 대형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 자식의 시신을 끌어 안고 망연자실해 울부짖는 부모의 모습에 자식을 둔 부모로서 마음이 무척 아팠습니다. 끊이지 않는 크고 작은 우리사회의 대형 참사는 도대체 언제까지 계속되는 것일까요. 사회 전체가 안전불감증에라도 걸린 듯 그 원인을 캐어 보면 대다수가 인재(人災)라는 점에서 처연함 마음이 끓어오르는 분노로 바뀌어지는 것은 비단 저만의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리고 용산 미군기지에서 한강에 독극물을 무단 방류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커다란 충격을 주었습니다. 주한 미군은 과연 우리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것인가요. 우리를 더욱 우울하게 하는 것은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에 환경관련 규제가 없으며, 설령 다른 조항을 참조한다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강제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게다가 환경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 독극물이라는 주한 미군의 기자회견 내용에 힘없고 약한 국민의 서러움을 다시 한번 곱씹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지난 6월말 국민들을 놀라게 한 의료대란의 불씨가 여전히 살아 있습니다. 동네의원들의 단축 진료로 인해 시민들이 커다란 불편을 겪고 있습니다. 의료계와 약업계 모두 대체 국민들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물어 보고 싶은 것도 이제는 지쳤습니다. 삭발을 하고 단식을 하고 그리고 마지막에는 집단행동을 불사하고, 잘 짜여진 각본처럼 매번 진행되는 이런 사태가 언제까지 계속되어야 하는 것일까요. 내 몸 아픈 것이야 참으면 되지만, 어린 자식들 무더운 여름철에 병이라도 걸리면 병원폐업부터 걱정해야 하는 현실에 그저 부아가 치밀 따름입니다.

그나마 기대를 가졌던 새로 구성된 국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추경예산안, 정부조직법 개정안, 금융지주회사법안, 국회법 개정안 등 현안이 산적해 있는 데도 여야 모두 당리당략에만 관심을 둔 채 구태를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한 여당 정치인이 한국 국회는 개판정치라 했다던데,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 그런 무책임한 발언을 한 것도 문제지만, 문제의 핵심은 이 말에 공감하는 국민들이 결코 적지 않다는 점에 있습니다. 국회가 개판이 아니라 합리적 토론과 생산적 합의가 이루어지는 건강한 정치의 장이 될 수 있는 날은 과연 언제인가요.

장마전선이 물러간다고 해서 여름이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마른 장마 사이에 어쩌다 뿌려지는 빗줄기를 보면 작년 집중호우로 수해를 입었던 사람들이 생각납니다. 언론에 보도되는 것에 따르면 몇몇 지역에서는 1년이 지나도록 복구공사가 아직 끝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올해 또다시 이 지역에 집중호우가 내린다면 어떻게 되는 것인가요. 매년 되풀이되는 수해대란이 벌써부터 걱정됩니다.

우리는 정부가 모든 일을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모든 문제들에 대해 정부가 다 책임을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게다가 많은 것들은 현정부의 과오라기보다도 앞선 정부가 남겨준 피하기 어려운 숙제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민들을 맥빠지게 하고 분노하게 하는 많은 것들을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것이 정부의 가장 중요한 일일 것입니다. 연일 계속되는 무더위를 식혀 줄 수 있는 시원한 소나기와 같은 과감한 개혁 정치를 우리는 여전히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번 개혁통신에서는 쓴소리로 정유사의 가격담합 의혹에 대한 글을 전달해 드립니다. 귀 기울여 주시길 바랍니다.

2000/07/20 00:00 2000/07/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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