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나라 안이 연일 어수선합니다. 의사폐업에 이어 금융파업이 나라 전체를 다시 한 번 뒤흔들어 놓았습니다. 다행히 하루만에 합의가 이루어졌지만, 연속되는 대란으로 인한 국민들의 걱정과 우려가 보통 심각하지 않습니다.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으로 통일에 대한 기대가 한껏 부풀었던 것이 바로 얼마 전인데, 정작 나라 안은 계속해서 갈등이 분출하고 있습니다.

한 걸음 물러서 생각해 보면 이러한 갈등은 민주주의를 공고히하는데 불가피한 통과과정이기도 합니다. 오랜 권위주의 통치 아래에서 사회집단들의 의사 표출은 억눌려 왔으며, 그 갈등을 어떻게 제도화할 것인가에 대한 경험 또한 일천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게다가 현재의 갈등을 불러 일으킨 원인의 상당 부분도 과거 정부의 권위주의적 통치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설령 원인과 결과가 이렇다 하더라도 문제를 해결하는 현정부의 능력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정부의 일차적인 역할은 바로 집단간 갈등을 적극적으로 조정하고 수습함으로써 민주적인 사회통합을 창출해 내는데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의 심각성은 이러한 갈등이 법과 제도를 통해서가 아니라 임기응변식으로 타결되고 있다는 점에 있습니다. 해당 행정부서의 신뢰와 권위가 갈수록 추락하고 문제 해결을 대통령님의 결단에만 의존한다면, 이것은 민주주의 공고화를 위해서 결코 바람직한 것이 아닙니다. 민주주의 정치는 국민들의 정당성에 기반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개인적 결단이 아니라 제도의 정착을 통해 달성되는 것임을 대통령께서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이번 금융파업만 하더라도 돌이켜보면 정부의 책임이 결코 작지 않습니다. 금융 구조조정의 불가피성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지만, 그동안 노동조합과의 성실한 대화를 방기해 온 정부의 무책임한 자세 또한 파업의 주요 원인의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저희 참여연대가 성명서를 통해 강조했듯이, 그 불가피성만을 홍보한다고 해서 구조조정이 성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손실을 부담하는 주체의 적극적인 참여를 보장하는 것을 통해서만 구조조정은 사회적 갈등과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사회통합적 구조조정'이라는 1기 노사정위원회의 합의정신을 복원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다행히 금융대란은 피해갔지만 의약분업을 포함해 잠복돼 있는 다른 갈등들은 여전히 많습니다. 사회적 갈등이 억압되어 있는 것보다 그것이 공개화되어 합리적으로 논의되고 조정되는 사회가 민주주의 사회이며, 이 점에서 사회갈등의 분출을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문제의 핵심은 이러한 갈등 해결의 중요한 주체로서 정부가 성실한 자세와 일관된 원칙을 가져야 한다는 점입니다. 예상되는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소홀히 하거나 사회적 지위에 따라 정부의 대응이 달라 지는 것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와 실망이 결코 작지 않다는 것에 다시 한번 귀기울여 주시길 바랍니다.

연이은 대란 속에 크지는 않더라도 중요한 문제들이 가리워져 있습니다. 문제가 크지 않다고 해서 그 일을 겪고 있는 사람들의 고통이 결코 작은 것은 아닙니다. 이번 개혁통신에는 매향리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 문제들에 대해서 더욱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 주시길 바랍니다.

2000/07/13 00:00 2000/07/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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