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4호 쓴소리] 화염병과 최루탄이 난무하는 거리풍경을 또다시 지켜봐야 합니까?
정기간행물(종간)/개혁통신 :
2000/07/06 00:00
지난 6월 29일 저녁 뉴스를 보던 시민들은 경악했습니다. 대통령께서도 그 우울한 풍경을 보셨는지요. 롯데호텔 노조에 대한 폭력진압 말입니다. 혹여 그 섬뜩한 장면이 과거 전두환, 노태우 정권 시절의 그 어떤 광경이거나 혹은 유신치하의 어떤 자료화면이라도 방영되는 게 아닌가 싶어 우리들은 스스로의 눈을 의심해야 했습니다. 차라리 고개를 돌려버리고 싶었습니다. 이러다가는 또다시 돌과 화염병을 들고 거리에 나서야 하는가 싶어져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르는 것 같았습니다. 국민들은 누구도 그 시절로 되돌아가기를 원치 않습니다. 폭력과 공포에 의해 유지되는 질서가 어떤 것인지 대통령께서는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롯데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고급스러운 호텔 중 하나입니다. 때문에 중요한 국제적 행사가 자주 열립니다. 대통령께서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에 가셨을 때 외신기자들이 사용한 프레스센터도 이곳에 설치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화려한 외양의 국제적인 호텔의 실상은 노동자에 대한 성희롱과 비인간적인 모욕이 일상화된 곳이었다고 합니다. 강간을 포함한 성적 희롱, 그리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 해고할 수 있는 불안한 고용조건, 이것이 노동자들이 그 호화스런 호텔 한 켠에서 옹색하게 농성할 수밖에 없는 이유였습니다. 여성 조합원 80%이상이 상급자들로부터 성적 희롱을 당한 적이 있다고 증언했습니다. 외양은 그럴듯하지만 속내는 조악하기 짝이 없다는 점이 여러모로 우리사회의 한 축도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롯데호텔 노동자들은 지난 3월 전체 직원의 절반이 넘는 비정규직원을 정규직원으로 바꿔달라며 교섭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6월 9일 파업에 돌입할 때까지 경영진은 단 한차례도 교섭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롯데호텔에 남북정상회담 프레스센터가 설치되는 사실조차 통보하지 않아 뒤늦게 이 사실은 안 노동자들은 당황했다고 합니다. 고심 끝에 이들은 국가적 중대 사안에 누를 끼치지 않으려고 한강변으로 이동해 대체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이들이 집단 이기주의를 앞세워 공권력에 도전하고 국가기강을 허물어뜨렸다는 이무영 경찰청장과 박준영 청와대대변인의 말은 사실이 아닙니다. 이들이 애타게 요구한 것은 경영진과의 대화였으며 대화를 통해서 최소한의 인간다운 대접을 약속받고 싶어했습니다. 자신들의 파업이 정상회담에 차질을 빚게 하지 않으려고 조심하기도 했습니다.
백번 양보하여 이들의 파업이 집단이기주의의 발로였다고 가정하더라도 경찰의 대응은 상식을 벗어났습니다. 곤봉을 휘두르며 발길질을 해대는 경찰 테러진압 특공대, 머리가 깨진 채 피를 흘리며 바닥에 나뒹구는 조합원, 머리채를 휘어 잡힌 채 두들겨 맞는 여성노동자, 오랜만에 목격한 이 익숙한 풍경을 지켜보느라 곤혹스러웠습니다. 마치 유희라도 하듯 폭력을 휘두르는 자들이나 아무런 저항도 못하고 처참하게 짓밟히고 무릎 꿇린 자들이나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유린당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저녁 밥상머리에서 텔레비전 뉴스를 통해 그 광경을 지켜본 수많은 시민들은 우리가 어떤 세상에 살고 있는지, 우리 사회의 적나라한 수준을 고스란히 지켜보는 것 같아 참담했을 것입니다. 이제 국민의 정부에 대해 품었던 일말의 기대와 남북 정상회담 이후 품었던 미래에 대한 낙관을 접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하니 서글퍼지기까지 했을 것입니다.
국민의 정부가 추진하는 개혁이 성과를 거두고, 우리사회가 조금씩 좋아지기를 기대했던 많은 사람들이, 그리고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남북관계 개선을 기대하며 대통령의 평양방문을 성원하던 국민들이 아마 비슷한 혼돈을 경험했을 것입니다. 일개 호텔 노동조합을 총력전으로 무찔러야 하는 이 야만과, 모든 파업을 국가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인식하는 전근대적인 노사관이 남아있는 한 국민의 정부가 펼치는 개혁 청사진은 빛 바랜 허구일 뿐입니다. 의욕적으로 진행하는 남북관계 개선이 온전하게 국민적 합의와 응원 속에 진행되기도 어려울 것입니다. 곤봉으로 짐승처럼 두들겨 맞는 국민이 정부와 차분한 교감을 감히 엄두나 내겠습니까? 이런 상황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으면 싸늘한 침묵과 비타협적 냉소가 있을 뿐입니다. 무엇보다 저희가 염려하는 것은 바로 이점입니다.
도대체 왜 이런 잔인한 폭력이 필요했는지 국민들은 납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상처음으로 의사폐업이 벌어지고 대학병원 응급실마저 문을 닫아 적기에 치료받지 못한 중환자들이 죽어나가는 긴박한 상황에 대해, 정부가 속수무책이었다는 국민들의 따가운 질책이 뒤늦게 경찰의 투지를 불태우게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경찰투입에 의한 농성해산에도 최소한의 원칙은 지켜졌어야 했습니다. 저항을 포기한 사람에 대해서는 가혹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전쟁중인 적군에게도 지켜지는 원칙입니다. 경찰 투입 전에 정부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노력을 기울였어야 했습니다. 석달 가까이 파업이 진행되는 동안 노동부는 과연 노사간의 중재와 타협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습니까? 박준영 청와대 대변인은 '법이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하다는 주장이 있으나 국민의 정부에서는 법 앞에 강자도 없고, 약자도 없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정말 그렇습니까? 법집행에 엄정한 원칙이 지켜지고 있습니까? 약자를 차별하거나, 어렵게 쌓아온 최소한의 사회적 합의를 무산시키고 폭력에 의한 지배가 점철되는 과거로 시계바늘을 되돌리려는 시도가 고개를 들고 있지는 않습니까? 국민들은 경찰의 이해할 수 없는 퇴행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부인하고 싶은 사태에 대해 경실련, 녹색연합, 민교협, 민변, 여성연합, 전농, 참여연대,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7월 4일, 기자회견을 통해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는 진상조사단 구성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한 바 있습니다. 롯데호텔이 어떤 경위에서 파업에 이르게 되었으며 파업과정은 어떠했는지, 적법하고 온당하게 경찰력이 집행되었는지, 객실의 술을 훔쳐 마시고 난동에 가까운 만행을 저질렀다는 지적은 사실인지를 낱낱이 밝혀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책임이 드러나면, 노동부장관, 경찰청장을 처벌해 주십시오. 엄정한 법집행과는 전혀 무관한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을 것임도 약속해 주셔야 합니다. 대통령께서 책임있는 조치를 취해주실 것을 기대하겠습니다.
롯데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고급스러운 호텔 중 하나입니다. 때문에 중요한 국제적 행사가 자주 열립니다. 대통령께서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에 가셨을 때 외신기자들이 사용한 프레스센터도 이곳에 설치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화려한 외양의 국제적인 호텔의 실상은 노동자에 대한 성희롱과 비인간적인 모욕이 일상화된 곳이었다고 합니다. 강간을 포함한 성적 희롱, 그리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 해고할 수 있는 불안한 고용조건, 이것이 노동자들이 그 호화스런 호텔 한 켠에서 옹색하게 농성할 수밖에 없는 이유였습니다. 여성 조합원 80%이상이 상급자들로부터 성적 희롱을 당한 적이 있다고 증언했습니다. 외양은 그럴듯하지만 속내는 조악하기 짝이 없다는 점이 여러모로 우리사회의 한 축도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롯데호텔 노동자들은 지난 3월 전체 직원의 절반이 넘는 비정규직원을 정규직원으로 바꿔달라며 교섭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6월 9일 파업에 돌입할 때까지 경영진은 단 한차례도 교섭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롯데호텔에 남북정상회담 프레스센터가 설치되는 사실조차 통보하지 않아 뒤늦게 이 사실은 안 노동자들은 당황했다고 합니다. 고심 끝에 이들은 국가적 중대 사안에 누를 끼치지 않으려고 한강변으로 이동해 대체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이들이 집단 이기주의를 앞세워 공권력에 도전하고 국가기강을 허물어뜨렸다는 이무영 경찰청장과 박준영 청와대대변인의 말은 사실이 아닙니다. 이들이 애타게 요구한 것은 경영진과의 대화였으며 대화를 통해서 최소한의 인간다운 대접을 약속받고 싶어했습니다. 자신들의 파업이 정상회담에 차질을 빚게 하지 않으려고 조심하기도 했습니다.
백번 양보하여 이들의 파업이 집단이기주의의 발로였다고 가정하더라도 경찰의 대응은 상식을 벗어났습니다. 곤봉을 휘두르며 발길질을 해대는 경찰 테러진압 특공대, 머리가 깨진 채 피를 흘리며 바닥에 나뒹구는 조합원, 머리채를 휘어 잡힌 채 두들겨 맞는 여성노동자, 오랜만에 목격한 이 익숙한 풍경을 지켜보느라 곤혹스러웠습니다. 마치 유희라도 하듯 폭력을 휘두르는 자들이나 아무런 저항도 못하고 처참하게 짓밟히고 무릎 꿇린 자들이나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유린당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저녁 밥상머리에서 텔레비전 뉴스를 통해 그 광경을 지켜본 수많은 시민들은 우리가 어떤 세상에 살고 있는지, 우리 사회의 적나라한 수준을 고스란히 지켜보는 것 같아 참담했을 것입니다. 이제 국민의 정부에 대해 품었던 일말의 기대와 남북 정상회담 이후 품었던 미래에 대한 낙관을 접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하니 서글퍼지기까지 했을 것입니다.
국민의 정부가 추진하는 개혁이 성과를 거두고, 우리사회가 조금씩 좋아지기를 기대했던 많은 사람들이, 그리고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남북관계 개선을 기대하며 대통령의 평양방문을 성원하던 국민들이 아마 비슷한 혼돈을 경험했을 것입니다. 일개 호텔 노동조합을 총력전으로 무찔러야 하는 이 야만과, 모든 파업을 국가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인식하는 전근대적인 노사관이 남아있는 한 국민의 정부가 펼치는 개혁 청사진은 빛 바랜 허구일 뿐입니다. 의욕적으로 진행하는 남북관계 개선이 온전하게 국민적 합의와 응원 속에 진행되기도 어려울 것입니다. 곤봉으로 짐승처럼 두들겨 맞는 국민이 정부와 차분한 교감을 감히 엄두나 내겠습니까? 이런 상황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으면 싸늘한 침묵과 비타협적 냉소가 있을 뿐입니다. 무엇보다 저희가 염려하는 것은 바로 이점입니다.
도대체 왜 이런 잔인한 폭력이 필요했는지 국민들은 납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상처음으로 의사폐업이 벌어지고 대학병원 응급실마저 문을 닫아 적기에 치료받지 못한 중환자들이 죽어나가는 긴박한 상황에 대해, 정부가 속수무책이었다는 국민들의 따가운 질책이 뒤늦게 경찰의 투지를 불태우게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경찰투입에 의한 농성해산에도 최소한의 원칙은 지켜졌어야 했습니다. 저항을 포기한 사람에 대해서는 가혹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전쟁중인 적군에게도 지켜지는 원칙입니다. 경찰 투입 전에 정부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노력을 기울였어야 했습니다. 석달 가까이 파업이 진행되는 동안 노동부는 과연 노사간의 중재와 타협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습니까? 박준영 청와대 대변인은 '법이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하다는 주장이 있으나 국민의 정부에서는 법 앞에 강자도 없고, 약자도 없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정말 그렇습니까? 법집행에 엄정한 원칙이 지켜지고 있습니까? 약자를 차별하거나, 어렵게 쌓아온 최소한의 사회적 합의를 무산시키고 폭력에 의한 지배가 점철되는 과거로 시계바늘을 되돌리려는 시도가 고개를 들고 있지는 않습니까? 국민들은 경찰의 이해할 수 없는 퇴행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부인하고 싶은 사태에 대해 경실련, 녹색연합, 민교협, 민변, 여성연합, 전농, 참여연대,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7월 4일, 기자회견을 통해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는 진상조사단 구성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한 바 있습니다. 롯데호텔이 어떤 경위에서 파업에 이르게 되었으며 파업과정은 어떠했는지, 적법하고 온당하게 경찰력이 집행되었는지, 객실의 술을 훔쳐 마시고 난동에 가까운 만행을 저질렀다는 지적은 사실인지를 낱낱이 밝혀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책임이 드러나면, 노동부장관, 경찰청장을 처벌해 주십시오. 엄정한 법집행과는 전혀 무관한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을 것임도 약속해 주셔야 합니다. 대통령께서 책임있는 조치를 취해주실 것을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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