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2호 권두언] 보이지 않는 산 오르기
정기간행물(종간)/개혁통신 :
2000/06/22 00:00
참여연대 간사들은 지난 주말 지리산을 종주하였습니다. 사무처장이 앞장을 서고 상근 간사들이 능선에 올랐습니다. 1박3일의 기간 동안, 60킬로미터에 달하는 산길을, 가장 나중에 도착한 사람을 기준으로 거의 30시간에 걸쳐 걸어야 했습니다.
물론 야유회를 간 것은 아닙니다. 그런 목적이었다면 굳이 그 힘든 길을 택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또 태양이 좀더 뜨거워지면 갖게 될 여름 캠프를 앞두고 간사들끼리만 서두를 이유가 없었을 것입니다. 총선연대 활동을 접고, 그 성과와 평가에 대한 겸허한 반성을 토대로, 다시 본래의 자리로 돌아와 우리가 원하는 모습으로 세상을 바꾸는 데 필요한 의지를 다지기 위해서였습니다. 개혁의 신문고를 계속 두들기기 위한 힘을 얻기 위해서였습니다.
함께 한 산행은 몇 가지 가르침을 주더군요. 포기하지 않고 기다리니 모든 사람들이 일정을 소화해냈습니다. 산을 처음 오른다는 사람도 끝까지 걸었고, 무릎을 다쳐 고통스러워하던 사람도 해가 떨어지기 전에 하산하였습니다. 무리하게 보이던 계획도 야무진 의지와 협동심 앞에서는 크게 심술을 부릴 수 없었습니다.
지리산에서 내려오니 새로운 계곡과 산등성이가 우리를 가로막았습니다. 예견된 것이긴 하지만, 전국 대부분의 병원과 의사들이 폐업을 선언하고 파업으로 돌입하였습니다. '폐업'이란 말에는 단호함이 서려있긴 하지만, 요구조건의 관철과 함께 복귀를 전제로 한 것이기 때문에 변형된 '파업'에 다름 아니겠지요.
정말 안타깝고 어처구니없고 답답한 현상입니다. 하긴, 히포크라테스의 후예들에겐 새삼스런 일이 아닐 수도 있겠군요. 기록에 의하면, 17세기 전염병이 영국 런던을 휩쓸어 일주일에 1만 2000명의 사망자를 내자 많은 의사들이 도망을 가버렸답니다. 그 빈자리를 약사들이 메꾸었다고 합니다.
어쨌든 이 사태는 빨리 해결되어야 합니다. 우선, 목표는 분명합니다. 첫째 폐업으로 위장된 파업을 철회하도록 해야 하고, 둘째 왜곡되지 않은 의약분업의 새 제도는 실현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목표에 조속히 이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이 잘못된 기현상의 원인도 투명하게 밝혀야 합니다.
폐업을 선언한 의사들은 '돈' 때문이 아니라고 광고합니다. 그러나 그들의 수많은 요구조건은 현실성이 없는 것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다른 한편으로는, 의사들이 오죽하면 '폐업'을, 그것도 그렇게 많은 절대다수가 참여하여 선언하고 나섰을까 싶기도 합니다. 우리가 알 수 없는 의사들만의 딱한 사정이 있나 궁금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정부에선 이것을 알아야 합니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의사들의 정부에 대한 불신에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는 그 불신이 쌓여온 과정을 정확히 파악하고 철저히 반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야말로 국민을 위한 새로운 제도로 마련된 의약분업을 실시하려 하면서, 정부는 초기부터 의사들의 직접적 반발을 무마하거나 모면하려는 의도로 솔직하지 못한 태도를 보이지 않았습니까. 그런 기만적 태도가 의사들의 감정을 극도로 자극하고 만 것입니다. 당장의 경제적 불이익에도 불구하고, 참고 견디며 새 제도의 취지에 공감해 온 의사들까지 반발하기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물론 그렇다고 지금 의사들의 단체행동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정부로서는 새 제도의 도입이라는 개혁을 너무 쉽게 또는 너무 안이하게 처리하려 하지 않았나 성찰해야 합니다.
개혁과, 그 개혁의 완수에 이르는 과정에서 필요한 타협은, 보이지 않는 산을 오르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보이지 안는 산을 섣불리 정복하려 했다간 실종되기 일쑤입니다. 불행한 조난을 피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지식이 필요합니다. 충분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함께 나선 사람들 사이에 협력이 발휘되어야 합니다.
물론 야유회를 간 것은 아닙니다. 그런 목적이었다면 굳이 그 힘든 길을 택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또 태양이 좀더 뜨거워지면 갖게 될 여름 캠프를 앞두고 간사들끼리만 서두를 이유가 없었을 것입니다. 총선연대 활동을 접고, 그 성과와 평가에 대한 겸허한 반성을 토대로, 다시 본래의 자리로 돌아와 우리가 원하는 모습으로 세상을 바꾸는 데 필요한 의지를 다지기 위해서였습니다. 개혁의 신문고를 계속 두들기기 위한 힘을 얻기 위해서였습니다.
함께 한 산행은 몇 가지 가르침을 주더군요. 포기하지 않고 기다리니 모든 사람들이 일정을 소화해냈습니다. 산을 처음 오른다는 사람도 끝까지 걸었고, 무릎을 다쳐 고통스러워하던 사람도 해가 떨어지기 전에 하산하였습니다. 무리하게 보이던 계획도 야무진 의지와 협동심 앞에서는 크게 심술을 부릴 수 없었습니다.
지리산에서 내려오니 새로운 계곡과 산등성이가 우리를 가로막았습니다. 예견된 것이긴 하지만, 전국 대부분의 병원과 의사들이 폐업을 선언하고 파업으로 돌입하였습니다. '폐업'이란 말에는 단호함이 서려있긴 하지만, 요구조건의 관철과 함께 복귀를 전제로 한 것이기 때문에 변형된 '파업'에 다름 아니겠지요.
정말 안타깝고 어처구니없고 답답한 현상입니다. 하긴, 히포크라테스의 후예들에겐 새삼스런 일이 아닐 수도 있겠군요. 기록에 의하면, 17세기 전염병이 영국 런던을 휩쓸어 일주일에 1만 2000명의 사망자를 내자 많은 의사들이 도망을 가버렸답니다. 그 빈자리를 약사들이 메꾸었다고 합니다.
어쨌든 이 사태는 빨리 해결되어야 합니다. 우선, 목표는 분명합니다. 첫째 폐업으로 위장된 파업을 철회하도록 해야 하고, 둘째 왜곡되지 않은 의약분업의 새 제도는 실현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목표에 조속히 이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이 잘못된 기현상의 원인도 투명하게 밝혀야 합니다.
폐업을 선언한 의사들은 '돈' 때문이 아니라고 광고합니다. 그러나 그들의 수많은 요구조건은 현실성이 없는 것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다른 한편으로는, 의사들이 오죽하면 '폐업'을, 그것도 그렇게 많은 절대다수가 참여하여 선언하고 나섰을까 싶기도 합니다. 우리가 알 수 없는 의사들만의 딱한 사정이 있나 궁금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정부에선 이것을 알아야 합니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의사들의 정부에 대한 불신에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는 그 불신이 쌓여온 과정을 정확히 파악하고 철저히 반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야말로 국민을 위한 새로운 제도로 마련된 의약분업을 실시하려 하면서, 정부는 초기부터 의사들의 직접적 반발을 무마하거나 모면하려는 의도로 솔직하지 못한 태도를 보이지 않았습니까. 그런 기만적 태도가 의사들의 감정을 극도로 자극하고 만 것입니다. 당장의 경제적 불이익에도 불구하고, 참고 견디며 새 제도의 취지에 공감해 온 의사들까지 반발하기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물론 그렇다고 지금 의사들의 단체행동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정부로서는 새 제도의 도입이라는 개혁을 너무 쉽게 또는 너무 안이하게 처리하려 하지 않았나 성찰해야 합니다.
개혁과, 그 개혁의 완수에 이르는 과정에서 필요한 타협은, 보이지 않는 산을 오르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보이지 안는 산을 섣불리 정복하려 했다간 실종되기 일쑤입니다. 불행한 조난을 피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지식이 필요합니다. 충분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함께 나선 사람들 사이에 협력이 발휘되어야 합니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