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보다 빨리 찾아온 더위가 짜증스럽기까지 한 요즈음에 대통령님, 건강하십니까? 50년만의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의 성과를 뒷받침해줄 대책의 마련에 여념이 없으실 터에, 의사들의 집단 휴업이 또 얼마나 안타까우시겠습니까?

오늘은 다음주 월요일과 화요일에 이루어질 이한동 국무총리 지명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 관해서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먼저 대통령님의 공약사항으로서 그동안 미루어져 왔던 인사청문회를 헌정사상 처음으로 실시하게 된 데 대해서 정말 커다란 발전이라고 평가합니다. 이제 인사청문회를 통해 고위공직자들의 과거 행적, 경력, 자질, 인격 등에 대해 사전에 검증할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었습니다. 그러나 인사청문회가 제대로 이루어질지 걱정이 앞섭니다. 혹시나 여당은 인사청문회를 통과의례로 만들어버리려는 의도를 가진 것은 아닌지, 야당은 정부 여당에 대한 정치공세의 기회로 삼아 총리 지명자에 대해서 또는 대통령의 인사권에 흠집을 내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입니다.

물론 고위공직자에 대한 임명권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입니다. 국회의 임명 동의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에 대한 침해가 아니라 임명권자의 자의적 결정이나 정략적 고려에 따라 적임자가 아닌 인물이 공직에 진출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견제장치인 것입니다. 그러나 그동안은 국회의 인준이 형식적으로 흐름으로써 임명직 고위 공직자에 대한 국민의 공개적 토론을 도리어 제한해 왔습니다. 따라서 국민들은 부적격자가 공직에 진출해도 견제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인사청문회 도입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이를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그 취지와 목적이 달라 질 수 있음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인사청문회가 제도로서 그 생명력을 발휘하려면, 인사청문 절차에 대한 시민의 적극적인 참여와 의견개진이 필수적입니다. 따라서 이한동 총리 지명자에 대한 참여연대의 의견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참여연대는 이한동 총리 지명자가 남북통일의 기반을 조성해야 할 중대한 역사적 국면에서 국무총리가 되기에는 부적합한 인물이라고 평가합니다. 햇볕정책과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분단 반세기만에 비로소 열린 역사적인 남북화해무드에 조응하는 각종 대내외 정책을 무리 없이 수행하여 정상회담의 성과가 각 분야의 결실로 맺어질 수 있도록 조력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한동 총리 지명자는 이른바 햇볕정책으로 불리는 대통령님의 대북포용정책과 배치되는 대북관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이한동 총리 지명자는 1997년 4월 28일 충북대 초청 강연회에서 "기본적으로 힘의 우위에 입각하여 강력한 대북 억제력을 유지함으로써 전쟁발발을 막고 동시에 북한의 개방을 촉진하는 것이 돼야 한다"는 생각을 밝힌 바 있습니다. 1998년 7월 16일에는 외신기자들에게 "현 정부는 우파는 정치사정으로 다스리고 좌파와는 화해를 기도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햇볕정책에 대해서는 "햇볕정책이 북한 내 강경파의 입지를 좁힐 것이라고 막연히 기다릴 게 아니라 도발에 대한 적절한 응징으로 강경파의 입지를 실제로 약화시켜야 한다"면서 "햇볕 일변도의 대북정책을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북한과 정전상태에 있는 상황"에서 햇볕정책이 "국가의 정통성과 국민의 생존기반을 송두리째 붕괴시킬 위험성이 있다"는 것이 이한동 총리 지명자의 생각입니다. 이런 생각을 가진 이한동 총리 지명자가 남북통일의 기반을 조성하기는커녕 걸림돌로 작용하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이 기우이기를 바랄 뿐입니다.

또 오랫동안 대통령님을 괴롭혀왔던 색깔론에 대해서도 이한동 총리지명자는 집요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97년의 대선 당시 오익제 월북과 관련해서 "왜 유독 김대중 후보 주변에만 북한관련사건들이 끊이지 않느냐"고 집요하게 공박한 것을 아마 대통령님도 기억하실 것입니다. 이한동 총리 지명자가 의도적 정치공세를 펼친 것이라면 색깔론 제기는 일종의 흑색선전이고, 만약 이한동 지명자가 신념을 가지고 색깔론을 제기한 것이라면 총리직을 어떻게 맡길 수 있습니까?

이한동 총리 지명자의 신념은 아직도 바뀌지 않은 것 같다는 것이 저희들의 판단입니다. 4.13 총선에서도 색깔론을 제기했기 때문입니다. 2월 17일 열린 관훈 토론회에서 이한동 지명자는 "일부 정당들이 초법적 행태에 편승해 사상적 성향도 검증되지 않은 운동권 의식화 세력들을 386세대의 대표인양 경쟁적으로 영입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사태를 방치할 경우 이번 총선에서는 물론 선거 후에도 이념적 혼란과 갈등으로 다른 심각한 후유증을 유발시킬 것이며 사회안정과 국민통합을 저해하고 나라의 안위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을 경고한다"고 주장했던 것입니다.

앞으로 대통령님의 임기가 끝날 때까지 역점을 두셔야 할 또 하나의 과제인 개혁의 완수에도 이한동 총리 지명자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 참여연대의 판단입니다. 이한동 총리 지명자는 판사·검사·변호사 등 법조 3륜을 다 경험했고, 입법부·사법부·행정부를 두루 거쳤으며, 사무총장·원내총무·정책위의장 등 당3역을 맡은 바 있고, 총리 지명 직전에는 원내 제3당의 총재였습니다. 보기 드문 화려한 경력입니다. 그러나 그 경력은 권위주의 정부였던 5공, 6공 아래서의 경력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따라서 그 같은 경력은 오히려 민주적 국정 수행에 장애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또 오랫동안 중부권 역할론을 주장했던 이한동 총리 지명자는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데도 앞장서 왔습니다. 몇 가지 사례를 들어보겠습니다. 98년 6월의 지방선거 때 경기도 안양시에서 열린 정당연설회에서 이한동 총리 지명자는 "국민회의가 전북 임실 출신이라는 말이 나도는 임창열 씨를 경기지사 후보로 내세워 호남 정권의 식민통치 총독으로 앉히려 한다"고 발언한 바 있습니다. 98년 4월에 치러진 경북 의성·문경 재선거 때에는 "국민화합과 지역감정 극복을 공약으로 내세운 김대중 대통령이 전라도 사람으로 꽉 채워 전라도가 싹쓸이를 했다"고 주장하였고, 또 "김 대통령은 취임 뒤 정치보복부터 시작했으며 북풍 사건을 일으켜 경상도 출신인 권영해 안기부장이 배를 가르는 비극을 낳았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이한동 총리 지명자는 총리지명 직전까지 김대중 정부에 대한 가장 강력한 비판자 가운데 한 사람이었습니다. 이한동 총리 지명자는 올해 4월 11일 열린 자민련 경기도 오산·화성 지구당대회에서 김대중 정부를 '철저히 응징해야 할 비열한 정권'이라 비판했습니다. 이런 인물을 총리로 지명하는 것을 국민들은 어떻게 해석할지 궁금합니다.

참여연대는 이한동 총리 지명자의 인준을 반대합니다. 이미 총리서리로 임명해서 국무총리 직을 수행하도록 하신 대통령님께서 총리 지명을 철회하실 리가 없겠기에 저희들은 청문회 위원들에게 이한동 총리 지명자가 총리직을 수행하기에 많은 문제를 안고 있음을 밝혀줄 것을 요구하고, 나아가 여야 국회의원들에게 이한동 총리 지명자의 인준 거부를 촉구할 생각입니다. 다만 이한동 총리 지명자에 대한 저희들의 반대 사유를 대통령님께서도 알아두는 게 좋을 것이라 생각해서 말씀드렸습니다.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부소장, 협동사무처장 손혁재
2000/06/22 00:00 2000/06/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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