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1호 쓴소리] 한 집권여당 의원의 불법선거
정기간행물(종간)/개혁통신 :
2000/06/15 00:00
대통령님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을 장도를 마치고 돌아와 이 편지를 읽게 되시겠지요.
우선 축하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대통령님의 평양 도착과 그 후 정상회담 일정을 위성생중계를 통해 실시간으로 TV로 시청하면서 우리 모두는 감격의 환호를 지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우선 두 분이 순안공항에서 극적으로 만나시는 그 광경만으로도 반세기 분단의 회한과 앙금이 절로 눈 녹듯 사라지는 듯한 진한 감동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지난 2박 3일간의 정상회담을 통해 평화통일을 향한 대통령님의 일관된 노력이 구체적 결실을 맺었고 남과 북의 신뢰회복에도 새로운 역사적 전기를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대통령님,
역사적인 정상회담의 여독이 채 가시지 않은 대통령님께 말씀 드리기에는 너무나 송구스럽지만 외람되게도 남북관계에서의 가시적 성과에 비해 정치개혁과 사법개혁을 향한 대통령님의 약속은 국민들에게 이렇다할 구체적 결실로 나타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새천년민주당 초선 의원인 장영신 의원의 선거법 위반에 대한 당과 검찰의 처리과정을 보면서 답답한 마음을 가눌 수 없어 이 편지를 올립니다.
아시다시피 장영신 의원은 애경유화(주)의 회장으로 재직하여왔고 지난 16대 총선에서 새천년민주당 공천으로 구로을 지역구에 출마하였습니다. 그런데 총선기간동안 제가 파견나가 있던 총선연대에 장영신 의원과 애경유화(주)의 불법선거운동에 대한 제보가 접수되었습니다. 제보자는 애경유화(주) 전 직원이 동원된 체계적인 불법선거운동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생생한 자료들을 모두 저희에게 제공하였습니다.
제보내용을 요약하자면 애경유화(주) 중역회의 임원들이 지난 16대 총선기간 중 애경유화(주)의 임직원들을 조직적으로 동원하여 관내 각 업소를 상세히 분석하고 입당원서를 받아오도록 하는 등 불법선거운동을 전개하였고, 이 과정에서 최소한 14,865,100원의 회사자금을 불법선거자금에 동원한 것입니다.
우선, 지난 2000년 1월 28일 애경유화(주)는 장영신 후보의 선거운동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목적으로 중역회의를 개최하여 구로 5·6동을 애경유화(주) 담당지역으로 하여 소위 '구전(口傳)활동'을 전담하는 팀을 1개동에 2팀씩 구성하는 방안, 동지역에 대해 임직원 구로5·6동 거주 친인척·거래처 파악, 지도구입, 계열사 상주인원 파악, 구로동 주민들의 숙원사업 수집 등의 점검내용을 검토하였습니다. 그 후 최소한 86명의 직원들에게 설문지를 작성하여 희망분야에 맞게 불법선거운동을 위한 업무분장표를 작성했고, 개인별 POST 활동일지를 작성케 하는 방식으로 개인별, 부서별로 조직적으로 투입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들에게 번지별 업종별 상가 목록·주소록, 구로구 거주 친인척·거래처·지인·계열사 등 접촉대상자의 명단·주소록 등을 상세히 보고하는 한편, 이들에게 입당원서를 받아 제출하는 등의 방법으로 장영신 후보의 당선을 위한 활동을 전개하도록 했습니다. 제보자의 자료에는 이러한 모든 상황이 매일 매일의 일지형식으로 상세히 정리되어 있었고 그 과정에서 소요된 경비를 회사자금으로 지급한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이에 대해 지난 2000년 4월 10일 총선연대는 서울지방검찰청 남부지원에 수사를 의뢰하고 조직적인 불법선거운동을 입증하는 관련 서류 일체를 함께 전달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검찰은 박상원 총무이사만을 구속하고 피고발인은 물론 사장을 비롯한 다른 회사 중역들은 전혀 기소하지 않았습니다. 박 이사 이외의 인사들이 개입한 물증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검찰은 장영신 의원에 대해서는 다만 선거당일 투표소 근처에서 지지를 호소했다는 사실만을 문제삼아 불구속기소 하는 선에서 얼버무리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이미 총선연대가 확보하여 검찰에 전달한 자료에는 전무이사 상무이사 등 임원별 입당원서 제출상황, 부서별 업무분장 및 활동상황 등 전임직원이 불법선거운동에 동원된 구체적 내용이 적시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활동은 당연히 박상원 총무이사 개인이나 그가 관할하는 부서의 권한 범위를 넘어서는 것입니다. 게다가 회사공금을 장영신 후보의 선거운동에 불법으로 사용하는 것 또한 박상원 총무이사 선에서 이루어질 수 없는 일입니다. 검찰의 수사결과는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서 과연 우리가 제출한 서류를 제대로 검토라도 해 본 것일까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습니다. 만약 그 자료를 다 검토하고 그에 따른 제대로된 수사를 마치고도 이러한 결론을 내렸다면 이는 담당검사가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만큼 무능하거나 아니면 여당의원인 장영신의원에 대해 법 적용 상의 부당한 특혜를 베풀었다고 판단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애경유화(주) 불법선거운동은 아무리 축소하려해도 총무이사 개인의 과잉충성만으로 규정하기 힘든 구체적이고 명백한 증거들이 확보되어 있습니다. 사실상 이런 정도의 조직적 활동이라면 임명직 사장에 불과한 김이환 사장의 독자적으로 결정하기 힘든 사안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관련자들이 주로 입당원서를 받는 방식의 불법선거운동방법을 택함으로써 장영신후보 선거운동본부와 직·간접적 연결이 없이는 사실상 이같은 종류의 활동이 불가능하다는 점, 중역회의 문건에 애경유화 담당지역으로 구로 5·6동이 명시되어 종합적인 선거운동전략의 일환으로 애경유화(주)의 불법선거운동이 이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 등으로 미루어 볼 때, 검찰이 장영신 의원이나 최소한 선거운동본부 사무장의 관련성을 해명하지 못한 것은 납득하기 힘듭니다.
그러나 검찰도 검찰이지만, 정치개혁을 그토록 강조해 온 새천년민주당이 장의원의 명백한 불법선거운동에 대해 일언반구 언급하지 않은 채, 아무런 자체적인 대책도 마련하지 않는 것에 실망을 금할 수 없습니다. 새천년민주당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새정치를 선보이려면 무언가 남다른 자정능력이 있음을 국민에게 보여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검찰이 단서를 못잡았으니 다행"이라고 안도하는 여당의 모습에서 기득권에 안주해온 이제까지의 모든 여당들에게서 느꼈던 실망감을 금할 수 없습니다.
대통령님께서 개별적인 사건에 대해 '배 놓아라 감 놓아라' 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여당 총수라고 당 운영에 이래라 저래라 하기는 힘드시겠지요. 그러나 선거부정사범에 대한 엄정 중립과 철저 수사의 의지를 대통령께서 분명히 하는 것은 모든 난맥상을 해결하는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정치개혁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선거사범 처리과정에서부터 절망과 비난으로 바뀌는 것은 국정운영을 책임져야 할 대통령께 큰 부담이자 정치개혁을 바라는 모든 국민들의 불행이기도 합니다.
매스컴을 통해서 평양주민들이 북한을 방문한 대통령님의 용기에 감동했다는 소식을 전해들었습니다. 정치개혁에도, 사법개혁에도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들은 대통령의 용기, 집권여당의 용기, 검찰의 용기를 보고싶습니다.
2000. 6. 15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을 장도를 마치고 돌아와 이 편지를 읽게 되시겠지요.
우선 축하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대통령님의 평양 도착과 그 후 정상회담 일정을 위성생중계를 통해 실시간으로 TV로 시청하면서 우리 모두는 감격의 환호를 지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우선 두 분이 순안공항에서 극적으로 만나시는 그 광경만으로도 반세기 분단의 회한과 앙금이 절로 눈 녹듯 사라지는 듯한 진한 감동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지난 2박 3일간의 정상회담을 통해 평화통일을 향한 대통령님의 일관된 노력이 구체적 결실을 맺었고 남과 북의 신뢰회복에도 새로운 역사적 전기를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대통령님,
역사적인 정상회담의 여독이 채 가시지 않은 대통령님께 말씀 드리기에는 너무나 송구스럽지만 외람되게도 남북관계에서의 가시적 성과에 비해 정치개혁과 사법개혁을 향한 대통령님의 약속은 국민들에게 이렇다할 구체적 결실로 나타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새천년민주당 초선 의원인 장영신 의원의 선거법 위반에 대한 당과 검찰의 처리과정을 보면서 답답한 마음을 가눌 수 없어 이 편지를 올립니다.
아시다시피 장영신 의원은 애경유화(주)의 회장으로 재직하여왔고 지난 16대 총선에서 새천년민주당 공천으로 구로을 지역구에 출마하였습니다. 그런데 총선기간동안 제가 파견나가 있던 총선연대에 장영신 의원과 애경유화(주)의 불법선거운동에 대한 제보가 접수되었습니다. 제보자는 애경유화(주) 전 직원이 동원된 체계적인 불법선거운동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생생한 자료들을 모두 저희에게 제공하였습니다.
제보내용을 요약하자면 애경유화(주) 중역회의 임원들이 지난 16대 총선기간 중 애경유화(주)의 임직원들을 조직적으로 동원하여 관내 각 업소를 상세히 분석하고 입당원서를 받아오도록 하는 등 불법선거운동을 전개하였고, 이 과정에서 최소한 14,865,100원의 회사자금을 불법선거자금에 동원한 것입니다.
우선, 지난 2000년 1월 28일 애경유화(주)는 장영신 후보의 선거운동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목적으로 중역회의를 개최하여 구로 5·6동을 애경유화(주) 담당지역으로 하여 소위 '구전(口傳)활동'을 전담하는 팀을 1개동에 2팀씩 구성하는 방안, 동지역에 대해 임직원 구로5·6동 거주 친인척·거래처 파악, 지도구입, 계열사 상주인원 파악, 구로동 주민들의 숙원사업 수집 등의 점검내용을 검토하였습니다. 그 후 최소한 86명의 직원들에게 설문지를 작성하여 희망분야에 맞게 불법선거운동을 위한 업무분장표를 작성했고, 개인별 POST 활동일지를 작성케 하는 방식으로 개인별, 부서별로 조직적으로 투입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들에게 번지별 업종별 상가 목록·주소록, 구로구 거주 친인척·거래처·지인·계열사 등 접촉대상자의 명단·주소록 등을 상세히 보고하는 한편, 이들에게 입당원서를 받아 제출하는 등의 방법으로 장영신 후보의 당선을 위한 활동을 전개하도록 했습니다. 제보자의 자료에는 이러한 모든 상황이 매일 매일의 일지형식으로 상세히 정리되어 있었고 그 과정에서 소요된 경비를 회사자금으로 지급한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이에 대해 지난 2000년 4월 10일 총선연대는 서울지방검찰청 남부지원에 수사를 의뢰하고 조직적인 불법선거운동을 입증하는 관련 서류 일체를 함께 전달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검찰은 박상원 총무이사만을 구속하고 피고발인은 물론 사장을 비롯한 다른 회사 중역들은 전혀 기소하지 않았습니다. 박 이사 이외의 인사들이 개입한 물증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검찰은 장영신 의원에 대해서는 다만 선거당일 투표소 근처에서 지지를 호소했다는 사실만을 문제삼아 불구속기소 하는 선에서 얼버무리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이미 총선연대가 확보하여 검찰에 전달한 자료에는 전무이사 상무이사 등 임원별 입당원서 제출상황, 부서별 업무분장 및 활동상황 등 전임직원이 불법선거운동에 동원된 구체적 내용이 적시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활동은 당연히 박상원 총무이사 개인이나 그가 관할하는 부서의 권한 범위를 넘어서는 것입니다. 게다가 회사공금을 장영신 후보의 선거운동에 불법으로 사용하는 것 또한 박상원 총무이사 선에서 이루어질 수 없는 일입니다. 검찰의 수사결과는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서 과연 우리가 제출한 서류를 제대로 검토라도 해 본 것일까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습니다. 만약 그 자료를 다 검토하고 그에 따른 제대로된 수사를 마치고도 이러한 결론을 내렸다면 이는 담당검사가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만큼 무능하거나 아니면 여당의원인 장영신의원에 대해 법 적용 상의 부당한 특혜를 베풀었다고 판단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애경유화(주) 불법선거운동은 아무리 축소하려해도 총무이사 개인의 과잉충성만으로 규정하기 힘든 구체적이고 명백한 증거들이 확보되어 있습니다. 사실상 이런 정도의 조직적 활동이라면 임명직 사장에 불과한 김이환 사장의 독자적으로 결정하기 힘든 사안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관련자들이 주로 입당원서를 받는 방식의 불법선거운동방법을 택함으로써 장영신후보 선거운동본부와 직·간접적 연결이 없이는 사실상 이같은 종류의 활동이 불가능하다는 점, 중역회의 문건에 애경유화 담당지역으로 구로 5·6동이 명시되어 종합적인 선거운동전략의 일환으로 애경유화(주)의 불법선거운동이 이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 등으로 미루어 볼 때, 검찰이 장영신 의원이나 최소한 선거운동본부 사무장의 관련성을 해명하지 못한 것은 납득하기 힘듭니다.
그러나 검찰도 검찰이지만, 정치개혁을 그토록 강조해 온 새천년민주당이 장의원의 명백한 불법선거운동에 대해 일언반구 언급하지 않은 채, 아무런 자체적인 대책도 마련하지 않는 것에 실망을 금할 수 없습니다. 새천년민주당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새정치를 선보이려면 무언가 남다른 자정능력이 있음을 국민에게 보여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검찰이 단서를 못잡았으니 다행"이라고 안도하는 여당의 모습에서 기득권에 안주해온 이제까지의 모든 여당들에게서 느꼈던 실망감을 금할 수 없습니다.
대통령님께서 개별적인 사건에 대해 '배 놓아라 감 놓아라' 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여당 총수라고 당 운영에 이래라 저래라 하기는 힘드시겠지요. 그러나 선거부정사범에 대한 엄정 중립과 철저 수사의 의지를 대통령께서 분명히 하는 것은 모든 난맥상을 해결하는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정치개혁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선거사범 처리과정에서부터 절망과 비난으로 바뀌는 것은 국정운영을 책임져야 할 대통령께 큰 부담이자 정치개혁을 바라는 모든 국민들의 불행이기도 합니다.
매스컴을 통해서 평양주민들이 북한을 방문한 대통령님의 용기에 감동했다는 소식을 전해들었습니다. 정치개혁에도, 사법개혁에도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들은 대통령의 용기, 집권여당의 용기, 검찰의 용기를 보고싶습니다.
2000. 6.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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