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나라 안이 너무도 어수선합니다. 역사적인 정상회담을 앞두고 지도층 인사들의 도덕적 일탈이 주는 사회적 충격이 작지 않습니다. 개혁을 주도해야 하는 젊은 세력들이 부도덕한 술판을 벌이고, 정부 지도층 인사들에 의해 저질러지는 부도덕한 사생활에 시민들은 허탈감을 넘어서 분노를 느끼고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 현대 그룹의 자금난을 둘러싸고 진행된 일련의 사태를 지켜보는 시민들의 시선도 불안하기 그지없습니다. 현대 사태는 족벌식 경영체제가 마땅히 해체돼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지지부진했던 재벌정책의 당연한 귀결입니다. 3부자 동반 퇴진 발표가 과연 족벌체제를 마감할 것인지, 아니면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잠시 전략상 후퇴한 것인지 그 진실을 알 수 없습니다.

물론 시민단체 또한 최근 한 시민운동가의 도덕적 파탄에서 볼 수 있듯이 할 말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반성해야 할 것은 마땅히 반성해야 하겠으나, 다만 한 개인의 잘못으로 인해 그늘진 곳에서 묵묵히 헌신하는 많은 시민운동가들이 함께 매도되는 현실이 그저 안타까울 뿐입니다.

무엇이 과연 이런 위기의 현실을 만들었을까요. 그것은 정치의 실종 때문입니다. 다시 말씀드려 법치주의의 부재와 개혁 정치의 지체가 우리 사회를 총체적인 위기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권력에 가까워지면 질수록 법으로부터 멀어지고, 공직자의 부정부패와 반윤리 행태가 오히려 더욱 교묘한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지도층이 먼저 원칙을 파기하는데도 국민들에게는 법과 절차를 따르라고 하니, 어느 국민들이 정부의 정책에 신뢰를 보낼 수 있겠습니까.

경제적 위기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사회통합의 위기입니다. 국민들이 안타까워하는 것은 이런 사회통합의 위기가 사회적 불신을 확대시키고, 이런 불신의 확대가 무질서와 폭력을 증폭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정부가 공직자의 부정부패와 반윤리 행태를 방지할 수 있는 법적 장치를 강구하는 것은 매우 시급한 과제이며, 부패방지법을 포함한 여러 제도적 장치들에 대해 다시 한번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번 기회를 통해 그동안 미진했던 재벌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합니다. 현대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은 단기 유동성의 위기에 있는 것이 아니라 기업 지배구조의 전근대적 성격에 있습니다. 족벌경영을 폐지하고 무늬만이 아닌 진정한 전문경영체제로 전환하지 않는다면 제2의, 제3의 현대 사태는 언제든지 되풀이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비단 현대 그룹만이 아니라 다른 재벌 그룹에게도 그대로 적용되는 교훈입니다.

국민들이 우려하는 것은 재벌개혁의 실종에 따른 경제적 부담이 그대로 국민들 자신에게 전가되는 것입니다. 재벌개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제2의 경제위기가 발발할지도 모른다는 것은 이제는 국민 모두가 알고 있는 바입니다. '국민의 정부'답게 국민의 이름으로 과감한 재벌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입니다.

이번 개혁통신에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과 한 시민단체의 억울한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개혁정치의 최대 성과의 하나이자 복지국가로 나아가는 중요한 출발점입니다. 이에 대한 정책 제언에 계속 귀기울여 주시길 바랍니다.

2000/06/01 00:00 2000/06/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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