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위원회 1년! 참 말도 많고 탈도 많았습니다. 거두절미하고 그 1년 을 평가한다면 '무늬만 사회적 합의기구'였고, 그 결과 노동자만 '왕따'당 했습니다. 한국사회 최대의 수구기득권층인 관벌(관료)과 국회의원들이 합 의사항을 성실하게 이행하리라고 기대했던 것 자체가 애당초 번지수를 잘못 짚었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노동자에게 불리한 것(정리해고제와 근로자파견제 등)은 합의 이후 일주일만에 뚝딱뚝딱 해치운 반면, 노동기본권 보장과 사회개혁을 위한 제도개선 합의안(구속자 석방, 실업자 노조가입자격보장, 경제청문회, 재벌개혁, 정리해고 최소화 등)은 1년이 넘도록 첨삭, 왜곡, 번복을 거듭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 과정에서 민주노총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사회적 합의' 직후 1기 지도부가 '총사퇴'하는 사태를 겪어야만 했고, 그후로도 불참, 참여, 탈퇴를 되풀이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현재 민주노총은 '노사정위원회'라는 말만 나와도 알레르기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는 실정입니다.

사실 IMF충격하에서 대통령님과 새정부 '사회적합의'라는 과거와 다른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을 때, 매우 그럴듯해 보였습니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햇볕론', '재벌개혁' 등 과거와 다른 담론도 많이 내놓으셨구 요. 그래서 대다수 노동자들은 "50년만의 정권교체를 통해 들어선 국민의 정부라서 그런지 뭔가 다르긴 다르구나"라는 생각했고, 고성장 때 '파이 분배론'에 배신당한 노동자들의 분노를 '사회적합의에 의한 공정한 고통분 담'으로 어루만져 줄 수 있으리라 기대해 마지 않았습니다.

유감스럽게도 현재 노동자들이 보는 국민의 정부 1년 성적표는 노사정위원회와 마찬가지로 '무늬만 국민의 정부이고 노동자들만 왕따시키고 있다'는 것입니다. 경제파탄의 주범인 재벌, 정치권에 대해 진상규명, 책임부과 (구속, 재산환수)는 커녕 구조조정, 경제개혁, 외화벌이를 빌미로 면죄부를 주고 경영권을 보장하는가 하면, 경제청문회 대상에서도 제외시켰으며, 결국 64조가 넘는 막대한 국민세금을 투입하여 부실채권을 정리해줌으로써 또다른 특혜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반면 노동자들은 강제적인 임금삭감, 일방적인 정리해고, 대량실업 등 극심한 생활고에 허덕이고 있고, 구속수배노동자는 YS때보다 6배나 늘어났습니다. 공권력 투입이 남발되고 있고, 더불어 노동현장도 87년 이전으로 되돌아가고 있습니다. 군사독재시절의 노동통제방식과 사용자들의 전횡이 판을 치고 있고, 생산, 영업, 사무현장은 갈수록 인권의 사각지대화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쯤 되면 DJ정부의 노동정책은 철저히 노동배제적이며, 공정한 고통분담이 아닌 폭력적 고통전담정책이었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지요. 한편에서는 '이대로'를 외치고 있고, 다른 한쪽에서는 '이제 그만'을 절규하는 사회, 사회보장에 기초한 사회통합형 구조조정, 민주적 구조개혁(노동시간 단축 등)은 눈여겨 볼 겨를도 없고 오로지 영미식 정리해고 위주의 구조조정정책으로 질주하는 경제정책, 그래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하기에는 궁색할 수밖에 없는 개혁의 방향들, 극도로 양극화되어 황폐해지고 사막화되고 있는 상황, 그 위에 세워져 있는 노사정위원회, 내각제 정쟁과 더불어 물건너 가고 있는 개혁국면, 또다시 공정한 고통분담론에 배신당한 노동자들, 누가 우리를 이토록 슬프게 하는 건가요.

역사는 DJ를 위한 변명, 혹은 노사정위원회를 위한 변명을 어떻게 쓸까요? 총체적 부실공화국을 인수한 업보? 한국사회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50년 묵은 관벌, 공룡재벌의 등위에 서서 '개혁앞으로'를 외쳐야 하는 단기필마의 외로움? 그것만으로는 어쩐지 궁색해 보이는군요. 무늬와 속내까지 그리고 재벌과 기득권층을 왕따시키는 중단없는 개혁, 그것이 보고싶습니다.

윤우현 (민주노총 정책국장)
1999/01/14 00:00 1999/0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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