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3일 대통령님께서는 전국 지검장들과 오찬을 함께 하시 면서 검찰이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엄정한 검찰권의 행사는 국가기강을 바로 세우고 사회정의를 실현함에 있 어 기본전제입니다. 더욱이 IMF 경제위기를 맞이하여 지금 우리 국민이 겪고 있는 이 엄청난 고통의 상당한 책임이 검찰에 있다는 점에서 대통령님의 말씀은 참으로 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동안 검찰은 정치권과 기업의 각종 부정비리사건을 한번도 제대로 엄정 하게 처리한 적이 없습니다. 이로인해 정경유착에 의한 특혜대출과 사업 인허가가 이루어졌고, 기업의 부실경영과 불법행위는 관행화 되었습니다. 그 결과가 오늘 우리의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통령님. 검찰을 바로세워야 합니다. 저는 오늘 검찰을 바로세우 기 위해서는 검찰총장을 교체해야한다는 말씀을 드리기 위해서 이 글을 올립니다.

지난 개혁통신을 통해 최순영회장의 국외재산도피사건에 대해 누차 대통령님께 말씀드린적이 있습니다. 그 동안 저희 참여연대에서는 최순영회장을 검찰이 사법처리하지 않는 것에 항의하여 고발조치도 하고 검찰청 앞에서 집회도 열었습니다. 이에 대해 신동아그룹은 구구한 변명을 하고 있으나 이는 손바닥으로 하늘의 해를 가리려는 태도에 다름아닙니다.

대통령님. 한 번 확인해 보십시오. 이미 검찰은 최순영 회장의 혐의 사실에 대한 진술과 증거를 충분히 확보하고 있습니다. 수사를 담 당하였던 서울지검 특수1부 검사들은 물론이고 서울지검장까지 최 순영회장을 사법처리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으며 이미 증거를 확보 하였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꼼짝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신동아 측의 검찰 및 청와대에 대한 로비 의혹이 더욱 증폭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신동아 측 인사 가 서울지검 3차장을 만나고 나오다가 그 현장이 발각되기도 하였 습니다.

최순영 회장의 범죄사실은 여러 곳에서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대통령님, 오늘은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사실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신동아그룹 계열사인 (주)SDA의 허위 무역거래는 이미 언론에 보도된 SYI(스티브영 인터내셔널)와의 거래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혹시 피앤텍이라는 회사를 알고 계신지요. 검찰은 지난 6월 30일 특별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의 사기, 횡령죄등으로 (주)피앤택의 공동 대표 이성용, 홍권표 등을 구속기소한 바 있습니다. 그 혐의는 이러 합니다. 미국 내 위장거래업체인 (주)체이커스사와 공모하여 97년 10월 2일부터 11월 15일까지 모두 38회에 걸쳐 반도체부품을 빌렸 다가 되돌려주는 거래를 정상적인 수출입으로 속여 1,015억원의 수 출금융을 받아 가로챘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사건에 검찰의 요청에 의하여 언론에는 S사로 보도되었지만 최순영 회장의 국외재산도피의 창구가 되었던 문제의 신동아그룹 계열사 SDA(前 신아원)가 연루되어 있습니다. 피앤텍의 이 허위 무역거래를 대행한 곳이 바로 SDA입니다. 검찰의 발표나 신동아측은 SDA가 (주)피앤텍의 대표이사인 홍권표 등에게 사기를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피앤텍이라는 회사는 원래 화장지 등을 생산하는 (주)동신제지를 97년 3월 홍권표가 인수하여 그 사명을 변경한 회사입니다. 어쩌다가 정상적인 업체와 정상적인 거래를 하는 과정에서 일부 거래에 대해 속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1,000억원이 넘는 거래를 처음 시작하면서 더욱이, 반도체와는 아무 상관이 없었던 회사와 거래를 하면서 그 업체에 대해서 제대로 파악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이 재벌그룹의 경영관행상 상식적으로 납득될 수 있는 것입니까. 더욱이 피앤텍과 거래를 한 시점은 신동아 측의 주장을 그대로 인정한다면 SDA의 前 사장인 김종은에게 이미 허위수출입계약을 통해 1억6천만 달러의 수출지원금융을 사기당했음을 알고 그를 해임한 지 불과 몇 달도 되지 않았던 때입니다. 어떻게 최순영 회장과 신동아 그룹은 한두푼도 아니고 몇 천억에 달하는 거래를 연이어 계속 사기만 당할 수 있단 말입니까. 백보 양보해서 이를 인정한다 하더라도 최순영 회장은 부실경영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하고 그에 응당한 책임을 져야 마땅할 것입니다.

최순영 회장은 이 모든 책임을 피앤텍의 홍권표 등에게 뒤집어 씌우고 있습니다. 그리고 설혹 SDA가 공모관계에 있었다 하더라도 이는 자신은 전혀 모르는 일이며, 공모하였다면 이는 SDA의 사장이었던 고충흡 등이 한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은 그러하지 않습니다. 피앤텍의 위장수출입거래가 이루어진 시점인 지난 1997년 11월 3일 최순영 회장은 개인적으로 피앤텍이 발행한 회사채를 28억원 어치를 매입하였을 뿐 아니라, 신동아그룹 계열사인 대한생명, 신동아화재해상보험을 통해 각각 20억원씩 총 68억여원 어치를 매입한 바 있습니다. 이는 피앤텍에 대한 명백한 자금지원입니다. 거래관계에 있었던 SDA도 아니고 최순영 회장 개인이 더군다나 피앤텍과의 거래와 무관한 계열사까지 동원하여 회사채를 매입하는 방법으로 자금을 지원해놓고도 피앤텍의 허위거래에 대해서 몰랐다고 어찌 주장할 수 있단 말입니까.

현재 SDA는 체이커스사로부터 받을 수출대금을 미수처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와 관련하여 SDA가 체이커스사와 미국의 KATTEN MUCHIN & ZAVIS의 Stuart M. Richter 변호사와 NEMECEK & COLE의 Jonathan B. Cole, Greg OzheKim 변호사를 각기 대리인으로 해서 비밀 계약을 체결하여 무역대금의 일부를 ESCROW 계좌에 입금시키도록 하고 이 돈으로 미 재무성 발행 채권을 매입하도록 하였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명백한 외화도피입니다. 검찰이 수사만 제대로 한다면 이 비밀계약의 진위여부는 쉽게 확인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밖에도 저희가 입수한 여러 가지 정보와 자료가 있습니다만 이를 일일이 열거하지 않겠습니다. 왜냐하면 이 모든 사실을 검찰이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통령님.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사법처리를 유보하고 있습니다. 김태정 검찰총장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번 사건은 일선 수사검사는 물론이고 수사지휘 책임을 지고 있는 서울지검의 간부조차 결정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합니다. 김규섭 3차장검사은 "이게 어디 내가 결정할 수 있는 문제냐" 고 했다고 합니다. 총장의 결정만을 바라보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김태정 검찰총장은 계속 사법처리를 유보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김태정 검찰총장과 최순영 회장이 같은 교회의 교인이라는 둥, 지난 여름 모 호텔에서 김태정 총장이 신동아측 인사와 만났다는 등 갖가지 로비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로비의혹을 제쳐두고라도 검찰의 총수가 일선 검사들이 열심히 수사하여서 밝혀놓은 명백한 혐의사실에 대해서 엄정하게 검찰권을 행사하도록 하기는 커녕 사법처리를 유보하도록 지시하였다는 것만으로도 마땅히 교체되어야 할 것입니다.

온 국민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수백만의 사람들이 실업자가 되어 거리를 헤매이는 이 마당에 수천억원의 자금을 해외로 빼돌린 재벌총수조차 사법처리하지 않는 이런 검찰총장을 두고서야 어찌 검찰이 바로서고 나라가 바로서겠습니까. 검찰을 바로세우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는 일선 수사검사들이 오직 법에 따라 수사하고 사법처리할 수 있도록 이를 독려하고 모든 외압을 막아줄 수 있는 검찰의 총수를 세움으로써 가능한 것입니다.

대통령님. 최순영 회장이 사법처리를 모면하기 위해서 메트로폴리탄과의 외자유치협상을 질질 끌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또 최순영 회장에 대한 사법처리를 유보하는 이유가 지난 대통령님의 방미 성과 중의 하나인 외자유치협상을 반드시 성사시키기 위해서라고도 합니다. 외자유치협상을 이유로 사법처리를 유보하거나 면죄부를 준다면 도대체 우리 나라의 재벌총수 중에서 사법처리 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다는 말입니까. 지금 외자유치협상을 벌이지 않는 재벌기업이 단 한군데라도 있습니까. 저는 이런 소문을 믿지 않습니다. 국외로 재산을 도피시킨 중죄인에게 면죄부를 주면서까지 외자를 유치하는 것을 통해 지금의 경제 위기가 극복될 수 있다고 대통령께서 생각하실리 만무하기 때문입니다.

대통령님. 다시 한 번 간곡히 말씀드립니다. 김태정 검찰총장을 교체하십시오. 그리고 새로이 들어선 검찰총장에게 오직 진실과 법에 따라서 모든 일을 처리하도록 하십시오. 그것만이 검찰을 바로세우고, 검찰을 넘어서 청와대로까지 번진 이 사건과 관련된 로비의혹을 불식시킬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 대통령님. 이 사건의 엄정한 처리에 정권의 도덕성이 달려있습니다. 대통령님의 결단을 기대합니다.

1998년 11월 5일
참여연대 사무국장 김기식
1998/11/05 00:00 1998/1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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