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님, 저는 대통령님과 '국민의 정부'에 누구보다도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사 람으로서 그 기대를 결코 잃고 싶지 않아서 이 글을 씁니다.

저는 제2의 건국에 값하는 '국민의 정부'가 할 일 중에 제일 큰 것이 참다운 교육의 실 현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육은 사람의 정신에 직접 작용하는 것이며, 따라서 교육을 바로 세우는 것이 곧 사람을 바로 세우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애석하게도 역대 정권들에서는 참다운 교육에 대한 인식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역대 정권은 교육을 반공이데올로 기의 주입 세뇌수단으로 이용함으로써 망쳤습니다. 이는 대한민국에서 반공이데올로기로 부터 누구보다 큰 피해를 본 대통령님께서 가장 잘 아실 것입니다.

따라서 김대통령님께서 여러 역경을 무릅쓰고 성취한 대통령당선과 '국민의 정부'의 등 장은 그 자체로 참다운 교육으로의 큰 전진을 의미합니다. 반공이데올로기라는 가장 큰 걸림돌을 극복한 셈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아직 많은 걸림돌이 남아 있습니다. 역대 정 권을 거치는 동안 교육을 정신을 왜곡하는 수단으로 보는 사고방식이 워낙 지배적이었던 까닭에 수많은 비리의 씨앗들이 도처에 심어져서 곪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에 언론 등 을 통해 잇달아 전해진 사학재단 비리들, 그리고 그와 결탁한 교육부 관리들의 비리는 이 중 극히 일부가 터져 나온 것에 불과합니다.

이사장이 학생들의 등록금을 218억이나 횡령한 경원대학교 및 경원전문대의 경우를 봅 시다. 교육을 위해 돈을 내놓아야 마땅할 이사장이 오히려 개인의 이익을 위해 학부형들 의 피땀이 묻은 돈을 가로챘다는 것은 정말로 기가 막힙니다. 그런데 더 기가 막히는 것 은 횡령 사실이 확인되고 언론에 보도까지 되었는데도 검찰은 약 3개월 동안 사법처리를 미루고, 교육부는 검찰의 사법처리 지연을 핑계로 재단에 대해 어떤 특별한 처벌조치도 내리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는 사이에 횡령을 저지른 이사회는 횡령금액을 채워주 는 대가로 경영권을 인수받을 새로운 재단을 물색했다고 합니다.

말이 좋아서 '경영권 인수'지, 어떤 공개적인 경쟁을 통하지도 않고 공개적인 인수조건 제시 및 학교발전계획 제시도 없이 비밀리에 경영권을 인수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인수자 와 인도자 사이에 무슨 말이 오갔는지 모른다는 것이지요. 경영권을 이런 식으로 인도한 재단이 학교를 올바른 방향으로 발전시키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부정선거로 당선된 대통령 이 올바른 정치를 하리라고 기대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러한 기대가 얼마나 헛된지는 부 정선거의 피해자였던 김대통령님께서 더욱 잘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저는 검찰과 교육부가 자신의 직무를 유기함으로써 경영권의 이러한 밀실이양을 방조한 것은 '소수의 있는 자들'의 편에 서는 습성과 불법적인 것을 당연하게 간주하는 불감증이 정부 기관에 깊이 배어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경원학원재단의 경영권이 인도 되었다는 9월 25일의 이사회를 경찰이 '시설물보호' 명목으로 보호하고 오히려 정당한 주 장을 하러 항의방문한 교수들 10명을 연행했다는 사실은 이 생각을 더욱 확고하게 합니 다. 이러한 습성과 불감증은 바로 역대 정권이 뿌린 부패의 씨앗입니다. '국민의 정부'는 교육과 관련된 화려한 계획을 세우기에 앞서서 이 곪은 부위들을 과감히 도려내는 데서 참다운 교육을 향한 첫 발자국을 내디뎌야 할 것입니다. 아무리 좋은 계획도 토대가 썩어 있으면 소용이 없기 때문입니다.

김대통령님, 역대 정권들의 계통을 잇는 후보자와의 싸움에서 승리하여 대통령에 당선 되었다고 해서 역대 정권들과의 싸움이 끝난 것은 아닙니다. 아니, 오히려 시작입니다. 이 런 의미에서 '국민의 정부'는 이제 그 출발이 선언된 것으로서 앞으로 모두 함께 이루어 야 할 것이지 이미 완료된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역대 정권이 뿌린 악의 씨앗들, 그들이 도처에 버리고 간 쓰레기들을 다 치우는 날 진정한 의미의 '국민의 정부'가 수립될 것입 니다. 그리고 그날에서야 진정으로 참다운 교육의 씨앗을 심을 수 있을 것입니다.

참여연대 회원 경원대 영문과 교수 정남영
1998/10/08 00:00 1998/10/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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