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께

최근 대통령께 국무회의 속기록 작성 및 공개에 관해서는 개혁통신과 공개 서한 등을 통해서 몇 차례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물론 대통령께서는 아직까지 아무런 의사 표명이 없으셨지요. 오늘은 최근 참여연대가 조사하여 발표한 중앙행정기관들의 회의록 작성 및 공개 실태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참여연대는 2001년 4월 한 달간, 중앙행정기관들을 대상으로 '차관급 이상 직위자가 주재하는 회의의 회의록(2000년 1월 ~ 2001년 3월까지 실시한 것)'을 공개할 것을 정보공개법에 따라 청구하고, 공개된 총 225개 회의들에 대한 '작성 성실도'와 '공개 성실도'를 평가하였습니다.

조사 대상기관은 건설교통부, 과학기술부, 교육인적자원부, 국무조정실, 국방부, 국정원, 기획예산처, 노동부, 농림부, 대통령 비서실, 문화관광부, 법무부, 보건복지부, 산업자원부, 여성부, 외교통상부, 재정경제부, 정보통신부, 통일부, 해양수산부, 행정자치부, 환경부 총 22개 부처였습니다.

그리고 각 부처 회의록 '공개 성실도'는 각 행정기관들의 회의록 공개비율을 백분율(%)로 산출하였고(100% 만점), '작성 성실도'는 각 회의록 작성 형태를 7단계로 나누어 점수화하였습니다. 예를 들면 회의록을 속기 형식으로 기록하거나 발언 요지에 녹음테이프 혹은 녹취록 첨부하면 100점을 부여하고, 발언 요지만 기재하면 60점, 회의 결과만 기재하면 10점을 부여하였습니다.

그 결과, 행정기관들의 회의록 공개 성실도는 기관별 편차가 심해서 100% 회의록을 공개한 기관도 있는가 하면(환경부), 전면 비공개한 기관도 4곳이나 되었습니다(국방부, 국정원, 법무부, 외교통상부). 그러나 공개를 했어도 사실상 내용이 부실하여, 22개 중앙부처중 회의록 작성 실태 평가에서 1위를 한 환경부조차도 실제 작성성실도는 60점도 안되었습니다.

대통령님

작성 성실도가 40점 이하인 F등급을 받은 기관이 전체의 86%, 이 중에서도 특히 100점 만점인 평가에서 10점도 안 되는 기관이 무려 53%라면, 결국 무엇을 뜻하는 것이겠습니까? 이는 공개 이전의 작성 단계에서 이미 '빠질 것은 다 빠져버린 것'을 의미합니다.

실제로 22개 행정기관들이 공개한 총 225개 회의 가운데, 녹음 기록을 남긴 것은 하나도 없고 속기록을 남긴 것도 7개에 지나지 않습니다. 회의 결과만을 간략히 정리한 것이 전체의 43%, 회의록을 작성하지 않거나 비공개한 경우가 전체의 38%에 해당하여 행정기관들 대부분이 '발언자와 발언 내용'을 남기도록 명시한 '공공기관의기록물관리에관한법률'과 그 시행령을 위반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난 것입니다.

또한, 각각의 회의의 운영에 대해서는 개별법령으로 규정하고 있음에도 1년 이상 회의 개최를 하지 않거나 서면 결의로 대체하는 회의가 총 22개에 해당하며, 이것 역시 민주적 정책과정 방기에 해당한다 할 것입니다.

대통령님,

공직사회의 어두운 관행(물론 잘못된 관행이겠지만)이라고 회자되어온 '3대 원칙'을 알고 계시는지요. "문서 작성은 되도록 기피하고, 작성된 문서는 되도록 파기하고, 남아있는 문서는 최대한 공개하지 않는다"가 그것입니다. 중앙행정기관들의 회의록 작성 실태를 보면, 왜 이런 원칙이 농담처럼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기록이 없는 나라에는 미래가 없다'고 합니다. 책임있고 소신있는 정부는 잘한 정책이든 못한 정책이든 낱낱이 기록을 남겨 후대에 귀감으로 삼게 할 것이나, 이를 두려워하는 무능한 정부는 훗날 책임 소재를 묻는 것이 두려워, 어떠한 정보나 기록도 남기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국가정책 결정과정의 상세한 회의록 작성과 그 공개는 투명한 행정의 핵심이며, 미래 세대를 위한 최소한의 책임이라 할 수 있습니다.

'국민의 정부'가 부디 역사에 소신있고 떳떳한 정부로 남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경미(참여연대 정보공개사업단 간사)
2001/07/13 00:00 2001/07/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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