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이 파업에 들어갔습니다. 오늘은 서울대병원노조 도 파업에 들어갔습니다. 오늘까지 무려 열 차례가 넘게 병원 측과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아무 것도 합의해 내지 못한 지금 어떻게든 파업을 피하고 싶은 마음에 서울 대병원 노조의 주장과 근거들을 다시 돌아보지만 아무리 요구사항을 들 여다보아도 병원 측의 주장대로 터무니없거나 아예 협상대상이 아닌 것 은 찾아 낼 수 없습니다.

사실 그간 병원노조는 '국민 건강'이라는 절대명제 아래 많은 것들을 양보하며 스스로의 건강(?)을 해쳐 왔던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의 양보는 '국민건강' 증진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독이 된다는 판단아래 이렇게 나서게 된 것입니다.

이번 파업을 두고, 모두가 어려운 때라고들 말하며 고통분담이라는 말 로 자제할 것을 요구하기도 합니다만 그러나 정말 모두가 어려운지, 또 고통이 분담되고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하지만 이번 파업은 일부의 호 의호식에 대한 상대적 빈곤감의 소산은 아닙니다. 이미 말씀드렸다시피 더 이상의 침묵은 국립병원파행운영을 방조함이 됨은 물론이요 그간 여 러 차례 언급되었던 병원비리사건과 또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의약품 사용과 구입에 관련된 모종의 커넥션, 병원 장비구입에 얽힌 잡음이 끊 이지 않고 있음을 보았기에 지금 입을 열지 않으면 앞으로 의료서비스 와 관련되어 발생할 국민들의 피해에 대해 암묵적으로 동조하게 되는 것이라는 판단이 섰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표면적으로 드러난 사실보다 더욱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 다. 비리문제야 당사자를 엄벌에 처하고 철저하게 관리, 감독하면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러한 사건이 태동하게 된 배경 다시 말해 비리가 생겨날 수밖에 없는 환경이 문제인 것입니다.

현재 서울대병원은 노조와 병원간의 대화채널이 없습니다. 때문에 충분 한 대화를 통해 합리적으로 해결할 방도가 없는 것입니다. 또 이러한 문제는 서울대병원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병원들이 그러합니다. 결국 노조가 파업이라는 히든카드를 들고나서는 배경에는 노조와의 대화에 불성실한 자세로 일관하고 또 상시적으로 함께 의사를 개진해 나갈 수 있는 합의조직의 부재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습니다.

물론 병원에는 '이사회'도 있고, '병원운영위원회'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기구들은 아무런 합의도, 하다못해 서로의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기 구도 아닙니다. 병원측이 이사회와 병원운영위원회를 그들만의 인사로 구성하고 운영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구성된 '이사회'는 이사장은 서 울대 총장이, 이사는 정부 각 부처의 차관들이 포진하고 있어 실제로 병원 전반을 처리하는 노동자나 노조 그리고 이용자인 시민들은 찾아 볼 수 없습니다. 주객이 전도된 것입니다.

이러한 구성은 '병원 운영위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병원운영 위원회'역시 구성자체를 노조와 각 직종대표, 시민단체로 구성하고 정 례적으로 대화채널을 만들어 운영방침을 결정하여야 할 것이며 병원은 운영위원회를 통하여 병원장을 추천하는 병원장 추천제를 시행해야 할 것입니다.



금번 파업의 핵심요구사항은 '이사회'와 '병원운영위원회'에 노조대표 및 노조가 추천하는 시민대표의 참여를 보장하라는 것입니다. 또한 병 원은 '의약품구입위원회', '의료장비도입심의위원회' 및 '환자편의향상 위원회'에 노조참여 보장, 노조와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사외감사제를 도입하고 감사결과를 공개하며 병원경영에 반영하여 할 것입니다. 그러나 서울대병원은 노조의 이런 요구에 대해 협의사안이 아니라는 말 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협의를 위한 틀 거리를 만들자는 것이 협의 사 안이 아니라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겠습니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 말은 대화자체를 거부하는 것이며 어떻게든 하루빨리 정부를 개입시켜 필요하다면 공권력을 투입하고 언론으로 여론을 몰아가서는 조기에 끝 내고 싶다는 말에 다름 아닙니다. 결국 오늘 서울대병원사태는 이렇게 무성의한 병원측의 자세 때문에 사태 해결이 점점 요원해지고 결국 파 업까지 오게 된 것입니다.

파업은 노동자의 권리입니다. 다른 모든 권리들과 마찬가지로 그 권리 는 존중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사실상 노동자들이 파업으로 의사를 표 현한다는 것은 참으로 힘든 일입니다. 얼마 전 지하철 파업을 두고 시 민의 발을 묶는다느니 하던 언론의 보도가 이번엔 시민의 생명을 담보 한다는 말로 노조를 공박할 것을 알고 있습니다. 사실상 파업이란 불 편함을 수반하며 의사를 전달하는 것이지만 병원노조의 총파업은 응급 실과 중환자실등 특수한 상황 때문에 사실상 부분파업에 불과합니다. 이것만 보아도 노동자들이 결코 스스로의 이익만을 위해 파업을 불사하 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은 파업 첫날입니다. 파업 중에도 노조에서는 혹시 모를 응급환자 를 대비해 인력을 대기해 놓고 있습니다. 또한 계속해서 대화창구를 열 어놓고 있습니다. 결코 노조가 파업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씀입니 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작된 이번 파업, 누가 파업을 부르는지 따져 보아야 할 것입니다.

모쪼록 병원측이 지금까지의 자세에서 벗어나 노조를 그리고 시민들을 염두에 두고 협상에 임했으면 싶습니다. 또한 정부에서도 이렇듯 책임 없이 행동하는 병원측을 질타하여 그들이 적극적으로 교섭에 임할 수 있도록 해주시기를 간절히 바래봅니다.

*개혁통신 편집팀에서 최은영씨와의 인터뷰내용을 정리한 글입니다.

최은영(서울대병원노조고용대책위원)
1999/05/13 00:00 1999/05/13 00:00

트랙백 주소 :: http://blog.peoplepower21.org/PSPD/trackback/2401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