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호 쓴소리] UN인종차별 철폐위에 제출된 한국보고서
정기간행물(종간)/개혁통신 :
1999/04/08 00:00
- 다시 확인하게되는 정부의 거짓말
봄볕은 완연한 봄을 알리지만 봄이 오기까지는 아직도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습니다. 바람은 아직도 차가와 구름이 해를 잠깐이라도 가릴라치면 서늘한 기운이 풀어진 마음을 내리꽂고 황사는 눈과 목을 괴롭히며 봄으로 가는 길목에 넘어야할 고비를 확인시켜주고 있습니다.
이런 어설픈 봄날, 저는 명동성당에서 7일간의 단식농성을 결행합니다. 지난 3월 30일 통과된 "인권법" 반대 농성입니다. 그러나 정확히 말하면 정부가 '비인권적'이고 '반민주적'인 인권기구 설립 추진을 중단하고 "올바른 인권기구 설립"을 촉구하는 것입니다. 이 단식농성은 제가 일하는 '외국인노동자대책협의회'를 비롯하여 '인권운동사랑방',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등 18개 단체의 33명 젊은 인권활동가들이 결의한 자리입니다.
'문민정부'와 마찬가지로 현 '국민의 정부'는 스스로 새벽이니 봄이니 하며 전 정권과의 근본적인 차이를 자처하였지만, 보릿고개를 연상시키는 황량한 밥그릇과 위선적인 미소만 던져주었을 뿐 국민들의 가슴에 봄을 준 것은 아닙니다. 과거 김영삼 정부는 죄충우돌 개혁드라이브로 실패를 거듭하는 모습이라도 보여주었지만 현 정부는 오랫동안 같이 해 온 동질감을 볼모 삼아 미소로만 천냥 빚을 갚으려고 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물론 정권이 바뀌더라도 국가권력의 연속성은 쉽게 변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저는 대통령님의 통치전략이 비겁함과 소심함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비겁함과 소심함은 인권 정책에서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UN인종차별 철폐위원회에 보고된 한국 보고는 오해인가 왜곡인가.
노태우도 김영삼 전 대통령은 한국에 양심수가 없다고 했습니다. 현 정부에 들어서서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김대중 대통령도 별반 다르지 않구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인권상을 수상한 대통령답게 한국에서의 인권 탄압과 유린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 대통령님의 강력한 의지라고 알려져 있고 특히 국제사회에서의 대통령의 이런 이미지는 어쩌면 한국에서보다 더 높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때문인지, 국제사회에 한국의 실상이 왜곡 전달되고 있습니다. 더구나 UN의 공신성을 농락하면서... 물론 이전에도 UN등의 세계회의에 대한 허위보고는 있어왔습니다. 그리고 외국인노동자대책협의회와 같이 반박보고서를 UN에 직접 제출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국민의 정부에서 작성한 보고서는 과거 정부의 뻔한 거짓말 보고서보다 훨씬 고도화된, 대통령님의 대외적인 이미지를 악용한 교묘한 가면극인 것입니다.
UN 인종차별 철폐위원회의 홈페이지에 올라온 보도자료를 검색하던 중 한국 상황에 대한 정부보고를 접하고 우리는 아연실색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한국의 불법 체류인 불법 취업자와 연수생에 관한 실태 보고는 한국 상황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위 자료를 중심으로 개요를 보자면, 지난 3월 3일 UN인종차별 철폐위원회는 각국의 인종차별에 관한 보고를 받고 토론을 가진바 있습니다. 이 자리에서 한국인 참사관 안호영(Counsellor at the Permanent Mission of the Republic of Korea)씨는 한국 내 이주노동자에 대한 보고를 한 것으로 보입니다. 안호영씨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보고하였습니다.
① '외국인노동자를 위한 컨설팅 센터'(Consulting Center for Foreign Workers)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권익을 보호하여 왔으며 작년 한 해 동안 1,228건의 민원을 접수하였다.
② 연수생들은 나중에는 보다 임금이 높은 일자리에 취업하여 일한다. 그리고 모든 한국의 외국인노동자들은 노동법에 적용되고 있으며, 의료보험 및 의료서비스 혜택을 받고 있다.
③ 불법 체류 외국인노동자들은 129,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노동부가 지난 98년 10월에 불법 외국인노동자에 대하여 법적인 제도를 마련한 후, 이들의 신분을 합법화하려는 경향이 있다.
저는 특히 위의 세가지에 대하여 확인을 하고자 합니다.
① 외노협이 노동부 고용정책과 및 법무부 출입국관리국에 확인한 결과 '외국인노동자를 위한 컨설팅 센터'(Consulting Center for Foreign Workers)라는 센터에 대해서도 모를 뿐만 아니라 1,288건이라는 숫자에 대해서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외노협도 알지 못하고 담당 부서에서도 모른다고 하는 이 센타를 통해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권익보호 노력이 있었다는 것에 대하여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설령 그 센타가 존재한다고 하여도 한국 내 외국인노동자의 고달픈 현실에 비해 볼 때 유명무실한 곳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듭니다. 왜냐하면, 그 건수는 외노협이 지난 98년 3월 한 달 동안 전국 10개 민간상담소를 통해 조사한 1개월 간의 상담 건 수 1,222건에 비근한 건수로써 민간단체의 1/12 정도 수준의 적은 것에 불과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노동부 산하 노동상담소에서는 한국 노동자와 같이 외국인 노동자들의 고충을 처리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노동부가 불법 체류자의 노동상담을 받은 후 그의 신상을 법무부로 통보하기로 되어있기 때문에 불법적인 노동자들은 이에 대한 이용을 꺼리고 있습니다. 이것은 한국 정부가 단순히 형식상으로만 외국인 불법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한다고 하는 것의 가장 대표적인 증거입니다.
② 이 구절은 연수생 신분에서 고임금의 일자리로 옮겨가는 과정이 생략되어 있으므로 연수생들이 얼마간 연수생으로 일하다가 일반 업체에 노동자로 취업된다는 의미인지 고임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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