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주의, 졸속구조조정의 대표사례인 한국조폐공사 조폐창통폐합의 진상을 알고 계십니까?

공기업 구조조정이 올바른 방향에서 벗어나고 있습니다. 그 대표적 사례가 한국조폐공사의 구조조정 사례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공기업구조조정은 내부 경영적 측면에서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또 공익적 써비스의 수준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또한 국민경제적 관점에서 중장기적 전망을 갖고 추진되어야 마땅합니다. 그런데 최근 진행되고 있는 한국조폐공사는 이와 정반대의 방향, '사이비 구조조정'으로 치닫고 있어 안타까운 심정입니다.

조폐공사 경영진이 밝히고 있는 경위는 다음과 같습니다.

IMF체제하에서 사업량의 급격한 감소에 대한 대비책 수립차원에서 또한 비화폐류 경쟁체제하에서 국제경쟁력의 향상을 위해 여러 방안을 모색한 결과, 작년(1998년) 7월말 기획예산위의 승인을 받은 구조조정방안은 2,001년에 조폐창 통폐합을 실시하는 계획이었다는 것입니다. 공사 경영진은 기획예산위의 요구에 따라 인건비 삭감방안을 다각도로 추진하였지만 노조측이 이런 방안을 반대하여 노사협상이 결렬되었는 바, 구조조정을 추진하기 위한 방안으로 남은 방법은 조폐창통합밖에 없게 되었고, 결국 2001년으로 예정된 조폐창 통합을 2년이상 앞당겨 조기에 시행하는 방법을 써서라도 기획예산위에서 요구하는 구조조정을 실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노조가 임금삭감에 동의해 주지 않는다고 몇 년 뒤로 예정된 조폐창 통합을 당겨서 강행해 버렸다는 것입니다. 불과 몇 달간의 임금문제와 관련한 노사간의 이견이나 애로사항을 타개하기 위해, 조폐창 통폐합이라는 중장기적 기획과 관련되는 구조적 문제를 졸속으로 결정하여 추진하였다니, 그 무지막지함에 놀라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지경입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결과적으로 낭비된 국민의 혈세는 누가 책임지는 것입니까?

그런데 더욱 기가 막힐 일은 조폐공사 경영진 조차도 옥천조폐창을 경산조폐창으로 통폐합하는 것은 엄청난 경제적 손실이 예상된다며 적극반대 의견을 제시한 바 있는 사안을, 사정이 달라진 바도 별로 없는 상황에서 이와 정반대로 조폐창통폐합을 전격 강행해 버렸다는 자가당착적 사실입니다. 즉, 공사 경영진은 자체 검토 결과에서

1)옥천조폐창 설비이전을 위해서는

건물신축 등 신규자금 800억원이 소요되며,

2)옥천조폐창 설비이전 이후 용지의 매각이 용이치 않으며

매각대금은 대략 30억원정도에 불과해

막대한 신규자금 소요를 매각으로 충당할 수 없고,

3)통합이후 매년 금융비용 92억 등

총 130억 가량의 손실이 예상되는데 비해,

4)통합에 따른 인력감축과 운영비 삭감효과는 74억에 불과해

총 59억의 손실이 예상된다는 점

등을 들면서 옥천조폐창을 경산조폐창으로 통폐합하는 것을 반대하였던 것입니다. 또다른 놀라운 사실은 1994년 한국산업경제연구원에서 조폐창 통폐합이나 이전의 타당성에 대하여 경제성과 비계량적 요인을 종합하여 타당성을 검토한 경영분석 결과에 따르면, 7가지 가상의 방안중 옥천창을 경산창으로 통폐합하는 방안이 전체 7가지 방안중 6번째로 타당한 방안(최하위에서 두번째 방안) 임이 밝혀진 바 있는데도, 이를 뒤집을 그 어떤 근거도 제시되지 않은 채 졸속강행해 버렸다는 사실입니다. 이와 같이 제3의 전문 기관에서 실시한 타당성분석에서 최하위에서 두번째로 분석된 방안을, 그것도 제대로 준비도 하지 않은채로 졸속 강행하는 상황을, 이제 와서 "구조조정했다는 실적"을 올리기 위해 조폐창통폐합을 졸속강행했다고 해석하지 않으면 과연 어떻게 해석할 수 있겠습니까?

한편 조폐창 통폐합으로 비용절감효과가 거의 생기지 않는다는 점, 작년말 시점에 한국조폐공사는 정부가 제시한 인력감축 목표를 이미 초과달성하였다는 점, 또한 굳이 조폐창을 통폐합하여야 한다면 지은지 10년밖에 안된 옥천창을 25년이나 되어 오래된 경산창으로 통폐합할 것이 아니라, 그 반대로 노후시설인 경산창을 신시설인 옥천창으로 통폐합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더욱 합리적이라는 점 등에 관해서는, 첨부한 '진상조사보고서'를 보시면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노조를 길들이기 위해 중장기적 구조조정을 그르치고 '교각살우의 우'를 범한 대표적인 사례라 할 한국조폐공사의 '엉터리 구조조정'의 책임은, 반드시 엄중 조사되어 응분의 문책이 되어야만 유사한 사례의 재발을 방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노동정책연구소장 박석운
1999/04/08 00:00 1999/04/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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