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호 개혁정론] 개혁에 일대전환이 요구됩니다
정기간행물(종간)/개혁통신 :
1999/02/24 00:00
국민정부 출범 1년을 맞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암울했던 IMF 체제 초기 시절과 현재의 상황을 비교하게 되면 참 '대단한' 1년이었다는 느낌을 갖습니다. 30억불에도 미치지 못하는 외환보유고를 갖고 있었던 아득했던 시기를 상기하면서, 이제 500억불이 넘는 외환보유고를 갖게 되고 각종 외국신용평가회사들이 잇따라 한국의 신용등급을 상향조정하고 있는 상황을 비교하게 되면, 국민정부에 대하여 위기극복의 대업을 성취하였다는 점에서 축하의 박수를 아낌없이 보내고 싶습니다. 그러면서도 더욱 성공적인 2년을 위하여 우리는 몇 가지 지난 1 년에 대한 반성적 고언을 하고자 합니다.
먼저 한편에서 외환위기 극복이라는 성공담을 이야기하면서도, 다른 한편에서는 국민정부의 개혁의 '파열음'이 나기 시작하지 않는가 하는 우려를 동시에 갖게 됩니다. 뭔가 개혁방법론의 일대전환이 없으면 국민정부를 3년을 맞는 시점에서는 정말 암울한 상황을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갖게 됩니다. 우리는 이 개혁통신에서 여러 차례 지적하기는 하였습니다마는, 몇가지 중대한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개혁은 점점 더 대통령 1인극이 되어가고 있다는 느낌을 갖습니다.
이런 점에서 청와대나 내각 등을 개혁적인 방향으로 전면 개편하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개혁이 파상적으로, 각각의 영역에서 주체적으로 수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점에서 대통령께서 자신의 리더쉽을 과신한 나머지 참모진용을 개혁적으로 짜지 못함 으로써, 개혁이 확산되지 못하고, 바깥의 국민적 요구와 투쟁이 수용되는데 대단히 어려움을 갖게 되었다고 보여집니다. 어느 하나도 속시원하게 능동적으로 해결되는 것처럼 보여지지 않습니다. '개혁적 대통령'과 비 개혁적 관료들의 묘한 구성을 갖고 있는 듯이도 보여집니다. 그래서 여러 개혁과제들이 해결되더라도, 많은 투쟁을 통해서야 '쟁취'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대표적으로 국가인권위원회 추진과정에서도 그러한 느낌을 갖습니다. 이제 설령 독립적인 국가인권위원회가 마련되더라도 이제 대통령이 개혁적이어서 혹은 국민정부가 개혁적이어서 되었다는 느낌을 갖지 않을 것입니다. 사람들은 "뭔가 개혁적인 성과를 이루기 위해서 국민정부 하에서도 이렇게 힘이 드는구나"하는 씁쓸한 느낌을 갖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어떤 점에서는 '주고도 욕먹는' 묘한 상황이 연출되는 것입니다.
개혁적인 인사를 전진배치시키고 그들이 각 부서에서 관료조직들을 통제하면서 다양한 영 역에서 자발적으로 '위임된 개혁'이 추진되어야 합니다. 원맨플레이가 되면 곧 책임도 원맨에게 집중되게 됩니다. 곳곳에 개혁세력이 포진되고 개혁이 파상적으로 확대되어야 합니다. 현재와 같이 개혁이 '원맨플레이'가 되어가서는 안됩니다.
다음으로 친 개혁적인 사회적 분위기와 기풍을 살려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과단성 있는 개혁노선으로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개혁담론과 개혁기풍은 구 기득권세력들에 '포위된 개혁'의 한계를 뛰어넘어 보다 광범한 국민적 개혁에너지를 모아내는 중요한 방법론입니다. 문민정부의 초기 1년 동안에는 '참여개혁론'이 나올 정도로 친 개혁적인 사회기풍이 조성되었습니다. 주지하다시피 문민정부의 개혁은 사실 탈(脫)군부민주화의 한정된 개혁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제한된 개혁을 수행하는 방식 상의 '전격성'은 문민정부 1년 동안 친 개혁적인 사회기풍을 고조시켰습니다. 관료들을 주눅들게 하는 개혁의 분위기도 엄존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국민정부의 개혁은 재벌개혁 등 사회경제적 개혁으로 개혁영역이 확장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개혁드라이브는 부재하였고, 친 개혁적인 사회기풍이 위력적으로 조성되지 않았습니다.
주눅들 분위기도 없고, 구관료들의 전면적인 교체도 없이 개혁이라는 것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정치보복'이 없다는 좋은 명분으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사실 제대로 된 관료개혁 하나 없었지 않습니까. 국민정부처럼 개혁의 깃발 자체가 불분명하고 그리하여 친개혁적인 사회기풍이 죽어있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기득권세력의 저항을 통제할 수 없고 그러한 통제를 가능케 하는 국민적 합의기반을 확대해 낼 수도 없습니다.
물론 문민정부의 개혁파탄으로 국민들은 이전에 비해 보다 관망적이 되었으며, 쉽사리 환호 하지도 않게 된 것은 사실입니다. 지식인도 '실패할' 지도 모를 개혁에 어설프게 몸을 버리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여기서 문민정부와 달리 국민정부 하에서는 가시적인 환호와 지지가 눈에 띄이지 않습니다. 그런 어려움을 이해합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 국민들을 환호하게 할 정도로 '파격적'인 개혁이 있었는가에 대해 우리는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50년만의 야당정권이라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보다 광범한 개혁에너지를 결집하지 못하였다 고 생각합니다. 국민들의 개혁요구가 분출되고 그것을 수용하는 참여적인 개혁의 모습도 보 여주지 못하였습니다. 국민정부 1년은 방법론적 집착이 오히려 개혁적 사회기풍 자체를 죽 여왔고 그래서 개혁적인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여집니다. 이것은 문민 정부의 적극적인 측면조차 살아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전사회적인 개혁적 기 풍이 살아있도록 하고 국민들 사이에서 자발적인 개혁적 목소리가 분출되지 않는 한 개혁에 대한 저항을 효과적으로 제압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개혁을 향한 국민적 합의를 창출하기 가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심지어 "대통령부터 너무 신중하니 온 나라가 탁 가라앉은 느낌이 다"라는 말도 있습니다.
민주화개혁의 과정에서 구 권력엘리트, 기득권세력, 구 관료들을 교체하고 대체하여야 한다 는 개혁과제와, 도태되는 구 권력엘리트들의 저항을 통제하여야 하는 과제간에 긴장이 있다 는 것을 인정합니다. 전자와 관련하여서는 단호함이 있어야 하고 후자와 관련하여서는 신중 함과 섬세함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사실 전자는 거의 없고 후자만에 매몰되어 있다는 느낌 마저 갖습니다. 개혁정권이라고 하면서도 개혁하는 것 같지도 않은 느낌을 많은 사람들은 갖고 있습니다.
셋째, 사정을 담당하는 기구의 개혁 문제를 심각히 고려하십시오.
개혁 성공은 개혁의 '방법론적 오류'를 극소화하여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개혁의 순수성을 담보하기 위한 제도적·방법론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개혁의 방법론적 오류의 핵심은 개혁의 순수성이 훼손되는 데에 있습니다. 개혁의 순수성의 훼손은 개혁 자체가 개혁이라는 국민적 대의에 의해 진행되지 않고 정략적 고려에 의해 굴절되는 데서 나타나게 됩니다.
지난번 대전법조 비리 수사과정에서 항명파동이 났을 때, 대통령이 금방 그렇게 '아래로부터의 개혁요구'에 대해 '억제적인' 발언을 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을 가졌습니다. 검찰 수뇌부가 '정치검찰'의 오명을 갖고 있다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일입니다. 어떤 점에서 그런 아래로부터의 문제제기를 수용하면서 차제에 전면적인 물갈이를 해도 좋은 것 아닙니까. 당시 대통령이 그런 반응을 했을 때 저희들은 대통령에 대한 측근들의 보고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과거 권력에 충성하였던 검찰이나 법무부 관료들을 중심으로 개혁을 하면 결국에는 개혁은 실패합니다. 지금이라도 특별검사 등 '권력으로부터 독립된 사정'을 할 수 있는 체제를 어떻게 만드는 가를 고민하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민들의 상당수는 국민정부의 '행태'는 과거 문민정부와 크게 다를 것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 주시기 바랍니다. 개혁되어야 할 기구를 이용하는 개혁은 국민정부의 개혁에 '예기치 않은' 암초를 제공할지도 모릅니다.
넷째, 개혁의 사회적 기반, 더욱 구체적으로는 국민정부에 대한 지지기반이 균열되어갈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보다 폭넓은 조치들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노사정위원회의 균열 경향을 보면서, 그런 점을 심각하게 느끼게 됩니다. 이것은 앞서 말씀드린 바대로, 노사정위원회의 합의사항이 '성실하게' 지켜지지 않다가 ,민주노총이 노사정위원회에서 탈퇴하는 '위협'적 상황에 직면하고서야 전향적으로 검토되는 구조에 문제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러니 민주노총이 '탈퇴'의 길로 가지 않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 기득권세력들의 반발이나 저항 때문이라고 변명할 수만은 없습니다. 2월 21일 국민과의 대화에서도 대통령께서는 노사정위원회의 합의사항이 대부분 지켜졌다고 말했습니다. 과연 민주노총이나 노동계가 계속 싸우지 않았으면 몇 가지가 지켜졌을 지 의문입니다. 바로 그것이 현실입니다.
더 나아가서 노동자들은 정리해고로, 실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과연 재벌들이 상응하는 희생을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지 의문입니다. 재벌들이 물론 구조조정으로 희 생을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국민과의 대화에서도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 러나 어떤 점에서 보면, 재벌의 어차피 해야 할 '기업 경영의 합리화'를 하는 것에 불과할 수도 있습니다.
6대 재벌 이하의 워크아웃에서는 부실기업의 경영권박탈이 이루어지지만 5대 재벌은 부실경영에 대한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습니다. 어떤 점에서 보면 경영권은 확실히 보장되고, 부실로 인하여 불가피한 합리화조치를 재벌개혁이라는 이름으로 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구조조정이라는 이름으로 막대한 특혜와 지원을 부여받으면서 말입니다.
개혁의 사회적 기반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개혁과정에서 고통을 감수하게 되는 노동자와 국 민들의 동의가 균열되지 않도록 하는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경제가 이 지경까지 이르렀고 엄청난 고통의 소용돌이가 노동자와 국민에게 몰아치고 있는데,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 있었는가""누구 하나 처벌받는 사람이 있었는가""재벌총수 하나가 사법 처리 되었는가""그들의 검은 재산이 환수된 적이 있는가"라는 반문을 자주 듣습니다. 최근 최순영 회장이 구속되었습니다.
이것도 분명히 그냥 넘어갔었을 사안입니다. 그나마 참여연 대가 줄기차게 문제제기하고 싸우지 않았다면, 궁지에 몰린 검찰이 자신들의 개혁적 면모를 드러내기 위한 정치적 의도가 작용하지 않았다면, 최순영 회장의 구속도 불가능하였을 것입 니다. 개혁의 사회적 기반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재벌총수들의 부실경영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올바른 개혁의 길은 '급진'개혁의 비판을 계기로 하여 개혁을 가속화하면서 개혁의 '중간지 대'를 유지하여 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 개혁의 중간지대가 균열되는 감을 갖 습니다. 집권 2년을 맞는 현 시점에서, 개혁의 중간지대를 유지하기 위해서 기득권세력에 대한 가시적 개혁조치를 포함한 정책적·정치적 노력이 필요합니다. 개혁의 사회적 기반을 유지하려는 단호한 노력들이 없을 때 개혁은 쉽게 좌초할 수 있습니다. 국민정부 1년이 지나가는 지금, 바로 그러한 우려를 갖습니다.
다섯째, 개혁의 추진과정에서 새롭게 제기되고, 새롭게 파생되어 나오는 문제들에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먼저 5대재벌들의 빅딜은 새로운 경제력 집중의 문제를 야기하고 있습니다. 빅딜을 거친 후 5대재벌은 더욱 확고하게 '시장에서의 강자'로 남아있게 될 것입니다. 국민정 부 하에서 '현대그룹'만 잘나가고 있다는 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여타 기업들에게는 계열사 정리를 통한 재무구조 개선을 강제하면서도 유독 현대기업에게는 확장경영을 허용하 는 데 대해 의혹이 많습니다. 또한 IMF시기를 거치면서 우리 사회에 '빈익빈 부익부'의 현상 이 강화되고 있다는 점을 직시하고 적절한 상쇄조치가 있어야 합니다.
처음 IMF가 났을 때 우리 국민들 모두는--못사는 서민들 뿐 만 아니라 돈을 많이 가진 부유층까지--'다 죽었구 나'하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 결과 소비도 전체적으로 급감하였습니다. 그러나 후에 '고개 를 들어보니', 사실 IMF는 '죽는 사람은 더욱 죽고''사는 사람은 더욱 잘 사는' 구조를 가져 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돈을 많이 가진 부유층은 사실 IMF하에서 더욱 살기 좋은 시 절을 맞고 있는 것입니다.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나 상층소비시장의 재활성화는 이런 IMF의 이중적 측면을 잘 보여주는 현상입니다. 이런 점에서 부의 불평등을 막을 조세정책 상에 있 어 보완정책을 새롭게 생각해야 합니다. 국민정부가 수행하는 개혁의 이면에서 돋아나는 새 로운 '독버섯'에 주목하여 '예방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국민정부 1년을 '성공'이라기 보다는 '절반의 성공'이라고 평가하십시오. '절반의 성공'은 '절반의 실패'라는 점을 성찰하기 위해서입니다. 취임 1주년을 맞는 지금, 개혁에 일 대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을 간곡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대통령의 건강과 건투를 빕니다.
먼저 한편에서 외환위기 극복이라는 성공담을 이야기하면서도, 다른 한편에서는 국민정부의 개혁의 '파열음'이 나기 시작하지 않는가 하는 우려를 동시에 갖게 됩니다. 뭔가 개혁방법론의 일대전환이 없으면 국민정부를 3년을 맞는 시점에서는 정말 암울한 상황을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갖게 됩니다. 우리는 이 개혁통신에서 여러 차례 지적하기는 하였습니다마는, 몇가지 중대한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개혁은 점점 더 대통령 1인극이 되어가고 있다는 느낌을 갖습니다.
이런 점에서 청와대나 내각 등을 개혁적인 방향으로 전면 개편하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개혁이 파상적으로, 각각의 영역에서 주체적으로 수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점에서 대통령께서 자신의 리더쉽을 과신한 나머지 참모진용을 개혁적으로 짜지 못함 으로써, 개혁이 확산되지 못하고, 바깥의 국민적 요구와 투쟁이 수용되는데 대단히 어려움을 갖게 되었다고 보여집니다. 어느 하나도 속시원하게 능동적으로 해결되는 것처럼 보여지지 않습니다. '개혁적 대통령'과 비 개혁적 관료들의 묘한 구성을 갖고 있는 듯이도 보여집니다. 그래서 여러 개혁과제들이 해결되더라도, 많은 투쟁을 통해서야 '쟁취'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대표적으로 국가인권위원회 추진과정에서도 그러한 느낌을 갖습니다. 이제 설령 독립적인 국가인권위원회가 마련되더라도 이제 대통령이 개혁적이어서 혹은 국민정부가 개혁적이어서 되었다는 느낌을 갖지 않을 것입니다. 사람들은 "뭔가 개혁적인 성과를 이루기 위해서 국민정부 하에서도 이렇게 힘이 드는구나"하는 씁쓸한 느낌을 갖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어떤 점에서는 '주고도 욕먹는' 묘한 상황이 연출되는 것입니다.
개혁적인 인사를 전진배치시키고 그들이 각 부서에서 관료조직들을 통제하면서 다양한 영 역에서 자발적으로 '위임된 개혁'이 추진되어야 합니다. 원맨플레이가 되면 곧 책임도 원맨에게 집중되게 됩니다. 곳곳에 개혁세력이 포진되고 개혁이 파상적으로 확대되어야 합니다. 현재와 같이 개혁이 '원맨플레이'가 되어가서는 안됩니다.
다음으로 친 개혁적인 사회적 분위기와 기풍을 살려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과단성 있는 개혁노선으로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개혁담론과 개혁기풍은 구 기득권세력들에 '포위된 개혁'의 한계를 뛰어넘어 보다 광범한 국민적 개혁에너지를 모아내는 중요한 방법론입니다. 문민정부의 초기 1년 동안에는 '참여개혁론'이 나올 정도로 친 개혁적인 사회기풍이 조성되었습니다. 주지하다시피 문민정부의 개혁은 사실 탈(脫)군부민주화의 한정된 개혁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제한된 개혁을 수행하는 방식 상의 '전격성'은 문민정부 1년 동안 친 개혁적인 사회기풍을 고조시켰습니다. 관료들을 주눅들게 하는 개혁의 분위기도 엄존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국민정부의 개혁은 재벌개혁 등 사회경제적 개혁으로 개혁영역이 확장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개혁드라이브는 부재하였고, 친 개혁적인 사회기풍이 위력적으로 조성되지 않았습니다.
주눅들 분위기도 없고, 구관료들의 전면적인 교체도 없이 개혁이라는 것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정치보복'이 없다는 좋은 명분으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사실 제대로 된 관료개혁 하나 없었지 않습니까. 국민정부처럼 개혁의 깃발 자체가 불분명하고 그리하여 친개혁적인 사회기풍이 죽어있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기득권세력의 저항을 통제할 수 없고 그러한 통제를 가능케 하는 국민적 합의기반을 확대해 낼 수도 없습니다.
물론 문민정부의 개혁파탄으로 국민들은 이전에 비해 보다 관망적이 되었으며, 쉽사리 환호 하지도 않게 된 것은 사실입니다. 지식인도 '실패할' 지도 모를 개혁에 어설프게 몸을 버리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여기서 문민정부와 달리 국민정부 하에서는 가시적인 환호와 지지가 눈에 띄이지 않습니다. 그런 어려움을 이해합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 국민들을 환호하게 할 정도로 '파격적'인 개혁이 있었는가에 대해 우리는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50년만의 야당정권이라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보다 광범한 개혁에너지를 결집하지 못하였다 고 생각합니다. 국민들의 개혁요구가 분출되고 그것을 수용하는 참여적인 개혁의 모습도 보 여주지 못하였습니다. 국민정부 1년은 방법론적 집착이 오히려 개혁적 사회기풍 자체를 죽 여왔고 그래서 개혁적인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여집니다. 이것은 문민 정부의 적극적인 측면조차 살아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전사회적인 개혁적 기 풍이 살아있도록 하고 국민들 사이에서 자발적인 개혁적 목소리가 분출되지 않는 한 개혁에 대한 저항을 효과적으로 제압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개혁을 향한 국민적 합의를 창출하기 가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심지어 "대통령부터 너무 신중하니 온 나라가 탁 가라앉은 느낌이 다"라는 말도 있습니다.
민주화개혁의 과정에서 구 권력엘리트, 기득권세력, 구 관료들을 교체하고 대체하여야 한다 는 개혁과제와, 도태되는 구 권력엘리트들의 저항을 통제하여야 하는 과제간에 긴장이 있다 는 것을 인정합니다. 전자와 관련하여서는 단호함이 있어야 하고 후자와 관련하여서는 신중 함과 섬세함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사실 전자는 거의 없고 후자만에 매몰되어 있다는 느낌 마저 갖습니다. 개혁정권이라고 하면서도 개혁하는 것 같지도 않은 느낌을 많은 사람들은 갖고 있습니다.
셋째, 사정을 담당하는 기구의 개혁 문제를 심각히 고려하십시오.
개혁 성공은 개혁의 '방법론적 오류'를 극소화하여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개혁의 순수성을 담보하기 위한 제도적·방법론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개혁의 방법론적 오류의 핵심은 개혁의 순수성이 훼손되는 데에 있습니다. 개혁의 순수성의 훼손은 개혁 자체가 개혁이라는 국민적 대의에 의해 진행되지 않고 정략적 고려에 의해 굴절되는 데서 나타나게 됩니다.
지난번 대전법조 비리 수사과정에서 항명파동이 났을 때, 대통령이 금방 그렇게 '아래로부터의 개혁요구'에 대해 '억제적인' 발언을 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을 가졌습니다. 검찰 수뇌부가 '정치검찰'의 오명을 갖고 있다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일입니다. 어떤 점에서 그런 아래로부터의 문제제기를 수용하면서 차제에 전면적인 물갈이를 해도 좋은 것 아닙니까. 당시 대통령이 그런 반응을 했을 때 저희들은 대통령에 대한 측근들의 보고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과거 권력에 충성하였던 검찰이나 법무부 관료들을 중심으로 개혁을 하면 결국에는 개혁은 실패합니다. 지금이라도 특별검사 등 '권력으로부터 독립된 사정'을 할 수 있는 체제를 어떻게 만드는 가를 고민하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민들의 상당수는 국민정부의 '행태'는 과거 문민정부와 크게 다를 것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 주시기 바랍니다. 개혁되어야 할 기구를 이용하는 개혁은 국민정부의 개혁에 '예기치 않은' 암초를 제공할지도 모릅니다.
넷째, 개혁의 사회적 기반, 더욱 구체적으로는 국민정부에 대한 지지기반이 균열되어갈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보다 폭넓은 조치들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노사정위원회의 균열 경향을 보면서, 그런 점을 심각하게 느끼게 됩니다. 이것은 앞서 말씀드린 바대로, 노사정위원회의 합의사항이 '성실하게' 지켜지지 않다가 ,민주노총이 노사정위원회에서 탈퇴하는 '위협'적 상황에 직면하고서야 전향적으로 검토되는 구조에 문제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러니 민주노총이 '탈퇴'의 길로 가지 않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 기득권세력들의 반발이나 저항 때문이라고 변명할 수만은 없습니다. 2월 21일 국민과의 대화에서도 대통령께서는 노사정위원회의 합의사항이 대부분 지켜졌다고 말했습니다. 과연 민주노총이나 노동계가 계속 싸우지 않았으면 몇 가지가 지켜졌을 지 의문입니다. 바로 그것이 현실입니다.
더 나아가서 노동자들은 정리해고로, 실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과연 재벌들이 상응하는 희생을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지 의문입니다. 재벌들이 물론 구조조정으로 희 생을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국민과의 대화에서도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 러나 어떤 점에서 보면, 재벌의 어차피 해야 할 '기업 경영의 합리화'를 하는 것에 불과할 수도 있습니다.
6대 재벌 이하의 워크아웃에서는 부실기업의 경영권박탈이 이루어지지만 5대 재벌은 부실경영에 대한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습니다. 어떤 점에서 보면 경영권은 확실히 보장되고, 부실로 인하여 불가피한 합리화조치를 재벌개혁이라는 이름으로 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구조조정이라는 이름으로 막대한 특혜와 지원을 부여받으면서 말입니다.
개혁의 사회적 기반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개혁과정에서 고통을 감수하게 되는 노동자와 국 민들의 동의가 균열되지 않도록 하는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경제가 이 지경까지 이르렀고 엄청난 고통의 소용돌이가 노동자와 국민에게 몰아치고 있는데,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 있었는가""누구 하나 처벌받는 사람이 있었는가""재벌총수 하나가 사법 처리 되었는가""그들의 검은 재산이 환수된 적이 있는가"라는 반문을 자주 듣습니다. 최근 최순영 회장이 구속되었습니다.
이것도 분명히 그냥 넘어갔었을 사안입니다. 그나마 참여연 대가 줄기차게 문제제기하고 싸우지 않았다면, 궁지에 몰린 검찰이 자신들의 개혁적 면모를 드러내기 위한 정치적 의도가 작용하지 않았다면, 최순영 회장의 구속도 불가능하였을 것입 니다. 개혁의 사회적 기반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재벌총수들의 부실경영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올바른 개혁의 길은 '급진'개혁의 비판을 계기로 하여 개혁을 가속화하면서 개혁의 '중간지 대'를 유지하여 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 개혁의 중간지대가 균열되는 감을 갖 습니다. 집권 2년을 맞는 현 시점에서, 개혁의 중간지대를 유지하기 위해서 기득권세력에 대한 가시적 개혁조치를 포함한 정책적·정치적 노력이 필요합니다. 개혁의 사회적 기반을 유지하려는 단호한 노력들이 없을 때 개혁은 쉽게 좌초할 수 있습니다. 국민정부 1년이 지나가는 지금, 바로 그러한 우려를 갖습니다.
다섯째, 개혁의 추진과정에서 새롭게 제기되고, 새롭게 파생되어 나오는 문제들에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먼저 5대재벌들의 빅딜은 새로운 경제력 집중의 문제를 야기하고 있습니다. 빅딜을 거친 후 5대재벌은 더욱 확고하게 '시장에서의 강자'로 남아있게 될 것입니다. 국민정 부 하에서 '현대그룹'만 잘나가고 있다는 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여타 기업들에게는 계열사 정리를 통한 재무구조 개선을 강제하면서도 유독 현대기업에게는 확장경영을 허용하 는 데 대해 의혹이 많습니다. 또한 IMF시기를 거치면서 우리 사회에 '빈익빈 부익부'의 현상 이 강화되고 있다는 점을 직시하고 적절한 상쇄조치가 있어야 합니다.
처음 IMF가 났을 때 우리 국민들 모두는--못사는 서민들 뿐 만 아니라 돈을 많이 가진 부유층까지--'다 죽었구 나'하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 결과 소비도 전체적으로 급감하였습니다. 그러나 후에 '고개 를 들어보니', 사실 IMF는 '죽는 사람은 더욱 죽고''사는 사람은 더욱 잘 사는' 구조를 가져 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돈을 많이 가진 부유층은 사실 IMF하에서 더욱 살기 좋은 시 절을 맞고 있는 것입니다.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나 상층소비시장의 재활성화는 이런 IMF의 이중적 측면을 잘 보여주는 현상입니다. 이런 점에서 부의 불평등을 막을 조세정책 상에 있 어 보완정책을 새롭게 생각해야 합니다. 국민정부가 수행하는 개혁의 이면에서 돋아나는 새 로운 '독버섯'에 주목하여 '예방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국민정부 1년을 '성공'이라기 보다는 '절반의 성공'이라고 평가하십시오. '절반의 성공'은 '절반의 실패'라는 점을 성찰하기 위해서입니다. 취임 1주년을 맞는 지금, 개혁에 일 대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을 간곡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대통령의 건강과 건투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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