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호 건의문] 독립된 국가인권위원회 설치를 열망하는 인권단체들의 건의문
정기간행물(종간)/개혁통신 :
1999/02/19 00:00
김대중 대통령께
저희는 인권·여성·종교·장애·학술 등 다양한 인권분야에서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민간 인권단체들입니다. 저희 인권단체들은 대통령께서 대선공약과 새정부 100대 과제로서 독립된 인권위원회 설치를 약속하셨을 때, 드디어 우리나라도 인권후진국이라는 오랜 오명을 벗고 인권이 보장되는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로 거듭날 수 있다는 희망과 기대에 들떴습니다. 대통령님의 인권의지에 대한 국제사회의 기대도 매우 높습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국가인권위원회 논의가 대통령께서 취임하신 지 1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매듭지어질 조짐이 보이지 않고, 혼미상태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우리 인권단체들은 지난해 9월 법무부가 내놓은 인권법안을 접하고서 크게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에 우리는 국제사회와 국민 앞에 떳떳이 내놓을 수 있는 최소한의 국가인권위원회 설치를 염원하면서 법무부안의 문제점을 성실하게 지적해 왔으며, 이러한 저희들의 의견이 충분히 수렴될 것이라는 믿음을 최근까지 버리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돌이켜보니 지난 6개월 동안 법무부가 보여준 태도는 저희 인권단체들에게 배신감과 분노마저 안겨주기에 충분한 것이었습니다.
법무부는 우리 인권단체들의 지적을 무시하면서 자기 주장만을 관철시키기 위하여 각 방면에 맹렬한 로비를 전개해 왔으며, 국가인권위원회 설치를 기화로 법무부의 위상을 높이려는 터무니없는 야심만을 드러내 왔습니다. 당정간에 열린 수차례의 협의는 언제나 진전없는 답보상태를 거듭해 왔으며, 우리는 지난 9일 인권위원회 설치문제를 사실상 매듭짓기 위해 열린 당정협의마저 또다시 결렬되었다는 절망적인 소식을 접해야 했습니다. 이제 우리는 대통령과 온 국민의 여망인 국가인권위원회 설치가 이렇듯 지연되고 있는 것은 법무부의 야심과 아집 때문임을 의심하지 않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 법무부의 개입과 간섭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합니다
우리는 지난해 11월, "유엔이 제시한 기준에 따라 인권위원회를 설치하라"고 하신 대통령의 말씀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국가인권기구 설치문제에 있어 유엔이 그 무엇보다도 강조하는 것은 바로 국가인권기구의 독립적인 권한과 위상입니다. 그러나 법무부안은 유엔이 제시한 기준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입니다. 법무부안을 살펴보면, 법무부가 다양한 경로를 통해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직과 운영, 예산, 정책 등 제반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국가인권위원회의 독립성을 교묘히 훼손시키고 있습니다. 우리는 국가인권위원회가 법인의 형태로 설립되는 한 주무부처인 법무부의 개입과 간섭은 피할 수 없는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법무부가 우리와는 법체계와 제도가 근본적으로 다른 외국의 입법례를 아전인수격으로 끌어대면서까지 끝까지 특수법인안을 고집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법무부는 국가인권위원회를 특수법인으로 설립함으로써 인권업무에 관한 보충적인 역할만 수행하도록 하는 한편, 자신은 국가인권위원회에 대한 감독권을 장악함으로써 '인권'을 통하여 자신의 위상을 최대한 드높이려는 허황된 꿈을 꾸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 인권단체들과 인권전문가, 국제앰네스티(Amnesty International)와 같은 국제인권단체마저도 위와 같이 법무부안이 국가인권위원회의 독립성을 보장하기에는 치명적 결함을 안고 있음을 누누이 지적해 왔습니다.
법무부가 국가인권위원회 설치를 주도해서는 안됩니다
유엔인권고등판무관 매리 로빈슨 씨는 "인권기구를 설치함에 있어 기구의 위상과 권한도 중요하지만 민간단체들의 참여를 보장하는 민주적인 절차에도 똑같은 중요성이 부여되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우리는 대통령께서 "민간단체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후 당에서 법안을 만들라"고 지시하셨던 것을 이와 같은 맥락에서 하신 말씀으로 이해하고자 합니다. 그럼에도 법무부는 지난 해 9월 법안을 발표한 후 단 한 차례의 공청회만 개최했을 뿐 민간단체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참여를 보장하려는 자세를 거의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난해 9월부터 법무부가 입법과정을 좌지우지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을 해 왔습니다. 무엇보다도 검찰과 교정시설의 지휘감독기관으로서 국가인권위원회의 주요한 감시대상이 되어야 할 법무부가 오히려 인권위원회 설치를 주도하는 기묘한 전도현상을 우리는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우리는 이런 국가인권위원회를 원합니다
우리 인권단체들은 앞으로 설치될 국가인권위원회가 최소한 다음의 요건을 충족시켜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인권위원회는 반드시 독립된 국가기구로 설치되어야만 합니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인권단체들은 각 나라 실정에 비추어 가장 독립적일 수 있는 위상을 인권기구에 부여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인권위원회가 법무부를 비롯한 정부기관으로부터 독립하여 자율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국가기구로 설치되어야 합니다. 국가기구로 설치될 때에만 다른 국가기관, 특히 잦은 인권침해 시비를 일으키고 있는 검찰이나 안기부 등 여러 국가기관의 인권무시를 견제함으로써 인권침해를 예방해 나갈 수 있습니다.
둘째, 법무부의 개입과 간섭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합니다.
법무부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위상을 '법무부의 보충기구' 정도로만 해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해석에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역할과 위상을 부당하게 왜소화시키려는 의도가 드러나 있습니다. 이러한 부당한 해석은 인권위원회를 특수법인으로 설립함으로써 주무부처인 자신이 인권위원회의 구성과 예산, 운영 전반에 걸쳐 개입하고 간섭하기 위한 것입니다. 인권위원회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법무부의 개입과 간섭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합니다. 따라서 법무부장관의 인권위원 임명제청권, 설립위원 위촉권, 인권위원회의 보고서를 법무부장관을 경유해 제출하도록 한 조항, 인권위원회의 예산에 대한 법무부장관의 의견 제출권 등에 대해 저희는 단호히 반대합니다. 인권위원은 국회의 동의를 구해 대통령이 직접 임명해야 하며, 인권위원회가 자율적으로 규칙을 정하고 국회와 대통령께 직접 보고서를 제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셋째, 인권위원회 예산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합니다.
인권위원회가 자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예산의 독립성이 필수적입니다. 인권위원회가 법인으로 설립되어 정부의 출연금을 받을 경우, 법무부장관의 예산을 통한 통제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가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인권위원회의 위원장을 예산회계법 제14조에 정한 "중앙관서의 장"으로 간주하여 예산의 편성과 집행, 결산 등에 대한 독립성을 보장해야 하며, 예산편성부처에서 인권위원회의 예산을 삭감하고자 할 때에는 인권위원회 위원장의 의견을 구하도록 해야 합니다.
넷째, 인권위원회의 관할범위를 넓혀야 합니다.
법무부는 인권위원회의 조사대상이 되는 인권침해행위를 지나치게 제한하고 있습니다. 이는 법무부의 업무분장 범위에만 익숙해져 있는 법무관료의 협소한 상식을 표현하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인권위원회의 관할범위를 이렇게 제한하는 것은 다른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입법례일 뿐만 아니라, 우리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기본적 자유와 권리에 대한 침해행위에 대해서도 관할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인권'의 개념은 원래 왜소한 법무관료의 상식보다 훨씬 더 포괄적입니다.
다섯째, 인권위원회의 충분한 조사권을 보장해야 합니다.
인권위원회가 인권침해에 대해 제대로 조사할 수 있으려면, △자료제출 요구권 △관련자 출석 요구권 △증인 신문권 △교정 및 구금시설, 수용시설, 다수인보호시설 등에 대한 현지조사권 △재소자 또는 시설수용자와의 비밀 접견권 등 충분한 조사권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여섯째, 인권위원회가 내린 결정의 실효성을 보장해야 합니다.
인권침해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구제하고 이와 더불어 인권침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인권위원회가 충분한 구제권한을 확보해야 합니다. 인권위원회가 시정권고를 내려도 국가기관등 인권을 침해한 개인이나 기관이 이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인권위원회에 대한 신뢰가 크게 훼손될 수밖에 없게 되고, 결국 국민으로부터 외면받는 인권위원회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인권위원회가 인권침해행위의 중지나 손해배상 등 직접적인 구제명령을 할 수 있도록 하여 신속·간이한 구제가 이루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또한 법률이나 제도, 정책 등에 대해서는 개선을 권고함으로써 앞으로 더 이상의 인권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예방역할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합니다.
반개혁 세력에 굴복하지 마십시오 '개혁'이 여기저기서 무너지고 있습니다. 대통령께 걸었던 인권단체들의 기대도 이번 국가인권위원회 설치 논의 과정에서 서서히 무너져가고 있는 듯합니다. 국제사회가 한국의 대통령의 인권의지에 주목하고 있음을 잊지 마십시오. 더 이상 법무관료들에게 휘둘리지 마십시오. 우리는 지금 이 시점에서 야당과 연대하여 법무부안 저지투쟁을 전개할 계획도 가지고 있습니다. 대통령께서 만약 반개혁세력의 집단이기주의와 오만에 굴복하시게 된다면 우리는 미련없이 '우리의 대통령'으로부터 떠날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식으로 설치될 국가인권위원회에 대하여 우리는 일치단결하여 어떠한 협조도 거부할 것입니다.
1999년 2월 19일
국제앰네스티한국지부/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법률소비자연맹/ 불교인권위원회/ 성공회대인권평화연구소/외국인노동자대책협의회/ 인권운동사랑방/인권지기(광주)/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주한미군범죄근절을위한운동본부/ 참여민주사회시민연대/< 천주교인권위원회/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한국교회여성연합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인권위원회/ 한국기독교사회선교협의회/ 한국동성애자단체협의회/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의전화연합/ 한국장애인연맹(DPI)
저희는 인권·여성·종교·장애·학술 등 다양한 인권분야에서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민간 인권단체들입니다. 저희 인권단체들은 대통령께서 대선공약과 새정부 100대 과제로서 독립된 인권위원회 설치를 약속하셨을 때, 드디어 우리나라도 인권후진국이라는 오랜 오명을 벗고 인권이 보장되는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로 거듭날 수 있다는 희망과 기대에 들떴습니다. 대통령님의 인권의지에 대한 국제사회의 기대도 매우 높습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국가인권위원회 논의가 대통령께서 취임하신 지 1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매듭지어질 조짐이 보이지 않고, 혼미상태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우리 인권단체들은 지난해 9월 법무부가 내놓은 인권법안을 접하고서 크게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에 우리는 국제사회와 국민 앞에 떳떳이 내놓을 수 있는 최소한의 국가인권위원회 설치를 염원하면서 법무부안의 문제점을 성실하게 지적해 왔으며, 이러한 저희들의 의견이 충분히 수렴될 것이라는 믿음을 최근까지 버리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돌이켜보니 지난 6개월 동안 법무부가 보여준 태도는 저희 인권단체들에게 배신감과 분노마저 안겨주기에 충분한 것이었습니다.
법무부는 우리 인권단체들의 지적을 무시하면서 자기 주장만을 관철시키기 위하여 각 방면에 맹렬한 로비를 전개해 왔으며, 국가인권위원회 설치를 기화로 법무부의 위상을 높이려는 터무니없는 야심만을 드러내 왔습니다. 당정간에 열린 수차례의 협의는 언제나 진전없는 답보상태를 거듭해 왔으며, 우리는 지난 9일 인권위원회 설치문제를 사실상 매듭짓기 위해 열린 당정협의마저 또다시 결렬되었다는 절망적인 소식을 접해야 했습니다. 이제 우리는 대통령과 온 국민의 여망인 국가인권위원회 설치가 이렇듯 지연되고 있는 것은 법무부의 야심과 아집 때문임을 의심하지 않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 법무부의 개입과 간섭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합니다
우리는 지난해 11월, "유엔이 제시한 기준에 따라 인권위원회를 설치하라"고 하신 대통령의 말씀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국가인권기구 설치문제에 있어 유엔이 그 무엇보다도 강조하는 것은 바로 국가인권기구의 독립적인 권한과 위상입니다. 그러나 법무부안은 유엔이 제시한 기준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입니다. 법무부안을 살펴보면, 법무부가 다양한 경로를 통해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직과 운영, 예산, 정책 등 제반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국가인권위원회의 독립성을 교묘히 훼손시키고 있습니다. 우리는 국가인권위원회가 법인의 형태로 설립되는 한 주무부처인 법무부의 개입과 간섭은 피할 수 없는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법무부가 우리와는 법체계와 제도가 근본적으로 다른 외국의 입법례를 아전인수격으로 끌어대면서까지 끝까지 특수법인안을 고집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법무부는 국가인권위원회를 특수법인으로 설립함으로써 인권업무에 관한 보충적인 역할만 수행하도록 하는 한편, 자신은 국가인권위원회에 대한 감독권을 장악함으로써 '인권'을 통하여 자신의 위상을 최대한 드높이려는 허황된 꿈을 꾸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 인권단체들과 인권전문가, 국제앰네스티(Amnesty International)와 같은 국제인권단체마저도 위와 같이 법무부안이 국가인권위원회의 독립성을 보장하기에는 치명적 결함을 안고 있음을 누누이 지적해 왔습니다.
법무부가 국가인권위원회 설치를 주도해서는 안됩니다
유엔인권고등판무관 매리 로빈슨 씨는 "인권기구를 설치함에 있어 기구의 위상과 권한도 중요하지만 민간단체들의 참여를 보장하는 민주적인 절차에도 똑같은 중요성이 부여되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우리는 대통령께서 "민간단체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후 당에서 법안을 만들라"고 지시하셨던 것을 이와 같은 맥락에서 하신 말씀으로 이해하고자 합니다. 그럼에도 법무부는 지난 해 9월 법안을 발표한 후 단 한 차례의 공청회만 개최했을 뿐 민간단체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참여를 보장하려는 자세를 거의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난해 9월부터 법무부가 입법과정을 좌지우지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을 해 왔습니다. 무엇보다도 검찰과 교정시설의 지휘감독기관으로서 국가인권위원회의 주요한 감시대상이 되어야 할 법무부가 오히려 인권위원회 설치를 주도하는 기묘한 전도현상을 우리는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우리는 이런 국가인권위원회를 원합니다
우리 인권단체들은 앞으로 설치될 국가인권위원회가 최소한 다음의 요건을 충족시켜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인권위원회는 반드시 독립된 국가기구로 설치되어야만 합니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인권단체들은 각 나라 실정에 비추어 가장 독립적일 수 있는 위상을 인권기구에 부여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인권위원회가 법무부를 비롯한 정부기관으로부터 독립하여 자율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국가기구로 설치되어야 합니다. 국가기구로 설치될 때에만 다른 국가기관, 특히 잦은 인권침해 시비를 일으키고 있는 검찰이나 안기부 등 여러 국가기관의 인권무시를 견제함으로써 인권침해를 예방해 나갈 수 있습니다.
둘째, 법무부의 개입과 간섭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합니다.
법무부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위상을 '법무부의 보충기구' 정도로만 해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해석에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역할과 위상을 부당하게 왜소화시키려는 의도가 드러나 있습니다. 이러한 부당한 해석은 인권위원회를 특수법인으로 설립함으로써 주무부처인 자신이 인권위원회의 구성과 예산, 운영 전반에 걸쳐 개입하고 간섭하기 위한 것입니다. 인권위원회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법무부의 개입과 간섭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합니다. 따라서 법무부장관의 인권위원 임명제청권, 설립위원 위촉권, 인권위원회의 보고서를 법무부장관을 경유해 제출하도록 한 조항, 인권위원회의 예산에 대한 법무부장관의 의견 제출권 등에 대해 저희는 단호히 반대합니다. 인권위원은 국회의 동의를 구해 대통령이 직접 임명해야 하며, 인권위원회가 자율적으로 규칙을 정하고 국회와 대통령께 직접 보고서를 제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셋째, 인권위원회 예산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합니다.
인권위원회가 자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예산의 독립성이 필수적입니다. 인권위원회가 법인으로 설립되어 정부의 출연금을 받을 경우, 법무부장관의 예산을 통한 통제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가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인권위원회의 위원장을 예산회계법 제14조에 정한 "중앙관서의 장"으로 간주하여 예산의 편성과 집행, 결산 등에 대한 독립성을 보장해야 하며, 예산편성부처에서 인권위원회의 예산을 삭감하고자 할 때에는 인권위원회 위원장의 의견을 구하도록 해야 합니다.
넷째, 인권위원회의 관할범위를 넓혀야 합니다.
법무부는 인권위원회의 조사대상이 되는 인권침해행위를 지나치게 제한하고 있습니다. 이는 법무부의 업무분장 범위에만 익숙해져 있는 법무관료의 협소한 상식을 표현하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인권위원회의 관할범위를 이렇게 제한하는 것은 다른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입법례일 뿐만 아니라, 우리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기본적 자유와 권리에 대한 침해행위에 대해서도 관할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인권'의 개념은 원래 왜소한 법무관료의 상식보다 훨씬 더 포괄적입니다.
다섯째, 인권위원회의 충분한 조사권을 보장해야 합니다.
인권위원회가 인권침해에 대해 제대로 조사할 수 있으려면, △자료제출 요구권 △관련자 출석 요구권 △증인 신문권 △교정 및 구금시설, 수용시설, 다수인보호시설 등에 대한 현지조사권 △재소자 또는 시설수용자와의 비밀 접견권 등 충분한 조사권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여섯째, 인권위원회가 내린 결정의 실효성을 보장해야 합니다.
인권침해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구제하고 이와 더불어 인권침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인권위원회가 충분한 구제권한을 확보해야 합니다. 인권위원회가 시정권고를 내려도 국가기관등 인권을 침해한 개인이나 기관이 이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인권위원회에 대한 신뢰가 크게 훼손될 수밖에 없게 되고, 결국 국민으로부터 외면받는 인권위원회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인권위원회가 인권침해행위의 중지나 손해배상 등 직접적인 구제명령을 할 수 있도록 하여 신속·간이한 구제가 이루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또한 법률이나 제도, 정책 등에 대해서는 개선을 권고함으로써 앞으로 더 이상의 인권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예방역할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합니다.
반개혁 세력에 굴복하지 마십시오 '개혁'이 여기저기서 무너지고 있습니다. 대통령께 걸었던 인권단체들의 기대도 이번 국가인권위원회 설치 논의 과정에서 서서히 무너져가고 있는 듯합니다. 국제사회가 한국의 대통령의 인권의지에 주목하고 있음을 잊지 마십시오. 더 이상 법무관료들에게 휘둘리지 마십시오. 우리는 지금 이 시점에서 야당과 연대하여 법무부안 저지투쟁을 전개할 계획도 가지고 있습니다. 대통령께서 만약 반개혁세력의 집단이기주의와 오만에 굴복하시게 된다면 우리는 미련없이 '우리의 대통령'으로부터 떠날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식으로 설치될 국가인권위원회에 대하여 우리는 일치단결하여 어떠한 협조도 거부할 것입니다.
1999년 2월 19일
국제앰네스티한국지부/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법률소비자연맹/ 불교인권위원회/ 성공회대인권평화연구소/외국인노동자대책협의회/ 인권운동사랑방/인권지기(광주)/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주한미군범죄근절을위한운동본부/ 참여민주사회시민연대/< 천주교인권위원회/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한국교회여성연합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인권위원회/ 한국기독교사회선교협의회/ 한국동성애자단체협의회/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의전화연합/ 한국장애인연맹(D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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