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허물을 가려주고 덮어주는 것은 미덕에 속하는 일이지만 종종 악덕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특히 엄정성이 강조되어야 할 국가사를 다루는 공직사회에서 서로의 허물을 덮어버리고 눈감아주는 것은 미덕이라 하지 않고 유착비리라고 부릅니다. 왜냐하면 그럼으로써 국민을 돕고 국민을 섬겨야 할 본연의 책무에서 이탈하고 결과적으로 국민이 맡긴 직무를 유기하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조선조 사대부들은 상부상조를 미풍양속으로 권장하면서도 공과 사를 뚜렷이 구분하여 대의와 명분을 중시하는 전통 또한 목숨처럼 소중히 지켜왔던 것입니다.

여야 국회의원들이 비리동료의원들에 대한 검찰의 구속수사를 탈법적으로 회피하기 위해 국회 회기 중 불체포 특권을 남용한 결과 '방패국회'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법무부와 검찰은 대전법조비리사건 전후 정치검사의 문제점과 공소권 행사의 형평성 문제가 대두되고 특별검사제를 요구하는 시민의 여론이 빗발치는 상황에도 아랑곳 않고 특별검사제 반대 로비, 내부 문제제기 잠재우기 등 '기득권지키기'에 대해서만큼은 신속하고도 강퍅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낯 뜨거울만치 염치없는 짓입니다.

검찰은 국회의원 체포동의안 처리가 지연되자 불구속 기소로 후퇴하고 말았습니다. 이번에는 집권여당이 법무부와 검찰의 요청에 따라 스스로 발의했던 특별검사제 법안을 철회한다고 합니다. 시중에는 '국회판 빅딜'이라는 얘기도 나옵니다. 과연 오비이락일까요? 어쨋든 검찰과 법무부의 특검제법안 철회요청을 집권여당이 수용한다면 이는 제 밥그릇을 챙기기 위해 대의도 명분도 모두 '엿바꾸어 먹은' 반개혁야합이란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입니다.

정권교체 1년이 다 되어갑니다. 옛말에 "저자거리를 헤맬 때 사귄 친구는 배신할 수 없고 수습대를 함께 빨던 조강지처는 버릴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야당시절 국민과 맺은 약속은 약속은 지켜져야 합니다. 국민들의 인내력과 이해심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1999/02/11 00:00 1999/0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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