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부의 유전자조작 작물 개발에 대한 성명서



농촌진흥청 산하 농업과학기술원이 벼, 고추, 배추, 담배, 토마토 등 8개의 유전자조작 농작물을 개발했으며, 올해 전국 주요 표본지역에서 현장 재배해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판명되면 2000∼2001년 중 이들 품종의 씨앗을 농가에 보급할 계획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이에 대해 정부는 한국 농업 및 과학기술계의 연구성과가 집약된 국가적인 개가로서 한국은 미국, 캐나다에 이어 세계 3대 농업기술 선진국 대열에 올라섰다며 유전자변형 농산물 개발기술을 국가의 핵심전략기술로 육성하고 이에 필요한 예산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으며, 연구개발자들은 이러한 발표를 기회로 이제 국내에서도 몇 년 안에 유전자조작 식품을 상업화할 수 있고 외국에 수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현재 국제적으로 격렬한 안전성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유전자조작 농작물은 1986년부터 1997년까지 20년간 45개 국가에서 25,000건의 현장실험이 실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단 한 번의 현장실험도 하지 않은 우리나라가 세계 3대 농업기술 선진국 대열에 올라섰다는 주장을 하며 생명공학 개발론자들은 이번 발표를 과대포장하고, 국민의 여론을 그릇된 방향으로 호도하고 있다.

게다가, 개발된 유전자조작 농작물을 이르면 내년부터 농가에 보급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이 작물을 식품으로서 섭취했을 경우 인체에 미치는 영향과 재배했을 경우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안전성 검토는 물론, 안전성 평가제도와 안전성 확보 방안 및 이 분야의 전문인력도 없는 상태에서 고작 1-2년 동안의 재배실험만으로 안전성을 판단하겠다는 것 자체가 안전을 염두에 두지 않은 무책임한 발상이다.

지금 우리에게 시급한 일은 유전자조작 농산물을 얼마나 많이 개발하느냐가 아니다. 이미 국내에 상당량 수입되고 있는 콩과 옥수수 등 유전자조작 농산물의 인체 및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위해성평가'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 유전자조작 농산물 및 이를 이용한 식품에 대한 농림부, 환경부, 보건복지부 등의 개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규제방안들을 종합하여 유전자조작 농산물의 안전성 확보를 위한 국제적인 규제 수준에 상응하는 통합적이고 체계적인 제도적 장치를 갖추어야 한다.

지금까지는 국내의 유전자조작 식품에 대한 안전관리 체계가 전무하였으나, 앞으로는 수입에 의한 것뿐 아니라 농촌진흥청이 발표한 바와 같이 국내 기술에 의한 유전자조작 식품도 상업화된다면 유전자조작 농수산물 및 그 가공품의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그러나 앞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유전자조작 식품에 대한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정부는 유전자조작 식품의 안전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은 점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

1. 유전자조작 작물의 농가 보급계획은 철회되어야 한다.

유전자조작 작물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과 장·단기간 재배할 경우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안전성 평가제도와 안전성 확보 방안 및 이 분야의 전문인력도 없는 상태에서 고작 1-2년 동안의 재배실험만으로 안전성을 판단하겠다는 것 자체가 안전을 염두에 두지 않은 무책임한 발상이다.

2. 유전자조작 작물 개발에 우선적 예산 지원은 중단되어야 한다.

유전자조작 식품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국내의 생물다양성을 보전하기 위해서는 유전자조작 작물 개발보다 안전성 평가와 위해성 평가에 대한 기술개발과 인력확보에 우선적으로 예산이 지원되어야 한다.

3. 유전자조작 식품의 안전 규제장치는 범부처적인 차원에서 마련되어야 한다.

유전자조작 식품의 안전성은 어느 한 부처에 의해 확보될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부처간의 이해관계를 떠나 통합적으로 관리되어야 한다. 생명공학육성법이나 농수산물품질관리법 등 현존하는 법률체계 안에서 유전자조작 식품의 안전성을 확보하려는 가시적 해결책이 아닌 유전자조작 식품의 인체 및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에 대처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범부처적인 차원에서 마련되어야 한다.

4. 유전자조작 식품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서는 사전예방 의식에 기반한 위해성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유전자조작 식품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인체 및 환경에 대한 '위해성평가'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위해성평가가 통과의례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사전예방 의식이 반영되어야 할 것이다. 유전자조작 농산물의 건강과 환경에 대한 영향이 즉각적이지 않고 장기적일 수 있으므로 1-2년 정도의 단기간 시험재배나 임상시험을 통해 인체 및 환경에 대한 안전성 여부를 평가해서는 안된다.

이와 더불어 유전자조작 생물체의 국가간 무역시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마련될 생명공학안전성 의정서 체결에 대해 정부는 보다 적극적으로 국민 건강과 고유 생태계 보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특히, 자국의 경제적 이익과 국가간 무역마찰만을 중점적으로 고려하는 나머지 생물다양성 보전이라는 본래 목적이 크게 퇴색될 것이 심각하게 우려되므로 본래의 취지와 어긋나지 않는 '생명공학안전성 의정서'가 채택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당국은 현 세대는 물론 후손의 안전과 우리나라의 생물다양성 보전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다.

생명안전·윤리 연대모임이 '생명공학안전성 의정서에 대한 의견서'에서 지적한 내용들이 비중있게 다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생명공학안전성 의정서에 대한 연대모임의 의견서는 {시민과학} 4호(1999.2)의 pp. 42-43에 실려 있다 ― 편집자 주).

1999년 2월 12일


이정전(경실련 환경정의시민연대 대표),김영락(기독교환경운동연대 사무총장), 오명(그린훼밀리운동연합 총재), 장원(녹색연합 사무총장), 이덕승(녹색소비자연대 사무총장), 진관스님(불교인권위원회 공동대표), 박병상(생명안전·윤리 연대모임), 김재옥(소비자문제를연구하는시민의모임 사무총장), 박원순(참여연대 사무처장), 김환석(참여연대 과학기술민주화를위한모임 대표), 최경송·박병선·고철호(청년생태주의자 공동대표), 김상희(한국여성민우회 공동대표), 최열(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1999/03/15 00:00 1999/03/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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