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세계 네트워크(The Third World Network)



전세계적으로 공방이 진행되고 있는 유전공학과 관련한 이슈에서 가장 열정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을 지적하라고 했을 때, 제3세계운동 그룹을 제외하기란 힘들다. 제1세계에서 유전공학의 이슈가 식품과 생태계의 안전에 관한 것에 집중되어 있다고 한다면, 제3세계에는 이 모든 것에다가 유전자원의 강탈, 제1세계 초국적 기업에 대한 제3세계 농업과 농민의 종속 문제 등이 덧붙여진다. 이와 같이 제3세계의 맥락에서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싸워 온 NGO로서 캐나다에 본부를 둔 RAFI(Rural Advanced Foundation Inter- national)와 함께 제3세계 네트워크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말레이지아 페낭에 본부를 두고 있는 제3세계 네트워크는 개발, 제3세계 및 남북간 이슈에서 활동하는 조직과 개인의 독립적, 비영리적인 국제적 네트워크라고 스스로를 소개하고 있다. 제3세계 네트워크는 현재 WTO의 밀레니엄 라운드를 반대하는 국제적인 캠페인을 조직하면서 신자유주의와 초국적기업의 횡포 속에서 제3세계 민중들을 지키기 위한 활동에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제3세계 네트워크는 과학기술민주화 운동의 시야에서도 대단히 흥미로운데, 그들의 현대 과학기술에 대한 비판은 여성주의의 그것 못지 않게 강력하다. 그들은 초국적기업들의 제3세계 지배가 서구의 현대과학기술을 통해서 이루어지며, 또한 근대화 과정 자체가 제3세계 민중과 자연을 파괴하고 위험사회로 내몰고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유전자원을 둘러싼 논쟁에서 제3세계 운동이 가지는 과학기술 비판의 급진성과 그 현실적 토대의 견고함을 발견할 수 있다. 이것은 지적재산권 논쟁에서 드러난 바 유전자원에 대한 서구의 과학적 접근이 보여주는 취약성과 이에 비교되는 공동체의 전통적 지식의 유의미성을 통해서 두드러지며, 이로부터 객관적 지식이 어떻게 '(제1세계, 백인이 소유한 자본의) 힘'에 의해서 결정되는지를 엿볼 수 있다 (제3세계 네트워크의 서구 현대 과학기술에 대한 비판은 Modern Science in Crisis: A Thrid World Response(1986)에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다. 다음 기회에 소개하도록 하겠다).

이런 점에서 제3세계 네트워크에게 유전공학과 관련된 이슈는 과학기술과 관련된 이슈로 국한되는 것이 아니며 사회경제적인 이슈로 확대된다. 특히 초국적 기업들의 이익 극대화를 위해 무역 장벽 철폐와 거래의 자유를 추구하는 WTO의 무역 관련 지적재산권 협약은 제3세계 네트워크를 비롯하여 생명특허를 반대하는 제3세계 운동 진영의 주요한 싸움터가 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제3세계 네트워크 홈페이지의 'Current Focus'를 참고하면 좋다). 또한 제3세계 네트워크는 지난 2월에 콜롬비아에서 열린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유전자조작 작물의 모라토리엄과 생명특허 금지를 요청하는 세계 과학자 성명서"를 조직하는데 주도적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1999/07/15 00:00 1999/07/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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