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호] GM 식품의 정치학 [상자글 8~12]
정기간행물(종간)/시민과학 :
2000/03/15 00:00
상자글.8
가정들의 향연
주류적인 위험성 평가는 단일하고 결정적인 '건전한 과학'의 결과를 얻고자 하기 때문에, 그 결과로 나온 평가가 중요한 주관적 '토대 가정'들에 어느 정도로 의존하는지의 문제를 다루지 못한다. 앤디 스털링은 수 메이어와 함께, 사람들이 GM 전략을 다른 대안들에 비추어 판단하는 데 있어 그들이 지닌 가정과 가치들이 어떤 영향을 주는지 분석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는 다(多)기준 매핑(multi-criteria mapping)이라는 기법을 이용해, 사람들이 지닌 서로 다르지만 동등하게 합당한 시초 가정(starting assumption)들이 분석 결과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밝혀 내었다.
스털링 박사는 GM 논쟁에 관여하고 있는 모든 진영으로부터 12명의 주도적 인사들을 골라낸 후, 이들로 하여금 자신들이 GM 작물과 다른 대안들을 비교·판단할 때 이용하고자 하는 모든 기준들을 열거하도록 요청했다. 여기서 나온 117개의 기준들은 화학물질의 사용, 야생동물에 대한 영향, 인간의 건강, 소비자들이 지불하는 비용 등과 같은 요인들을 포함하고 있었다. 이어 설문 참가자들은 자신들이 뽑은 기준들 모두에 점수를 부여하고, 서로 다른 기준들의 상대적인 중요성을 반영하도록 가중치를 주도록 요청받았다. 아울러 그들은 각각의 기준들에 대해 낙관적인 점수와 비관적인 점수를 모두 부여함으로써 자신들이 그 문제를 얼마만큼 불확실하게 혹은 가변적으로 느끼고 있는지의 정도를 나타내도록 요청받았다.
이 다기준 매핑 과정에 참가한 사람들은 자신들에게 무엇이 중요한지를 자유롭게 표현하고 그 각각에 대해 원하는 대로 가중치를 부여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분석 결과가 나온 후에도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 그 결과에 비추어서 자신의 응답을 수정할 수도 있었다 ― 말하자면, 그들은 과정의 처음부터 끝까지 전권을 부여받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들은 나중에 자신들의 답변을 분석한 결과를 보았을 때 처음에 골랐던 기준이나 그 각각에 부여했던 점수, 가중치 등에 중대한 수정을 하려 들지 않았다. 이런 점으로 미루어, 다기준 매핑 기법은 사람들이 내리는 평가를 확고하게 반영해 보여주는 수단으로 보였다.
분석의 완전한 결과는 최근 나온 간행물에 자세히 나와 있는데(Stirling and Mayer 1999),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발견은 최종 결과가 나중에 부여한 점수나 가중치에 의해서보다는 각 참가자들이 처음에 논쟁을 틀지은 것 ― 즉, 그들이 선택한 기준들 ― 에 의해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이었다. 이 발견은 [사회 속에 있는] 가치와 이해관계의 전체 스펙트럼이 포괄되도록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 연구의 참가자들이 선택한 기준들 중 많은 수는 공식적인 위험성 평가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았다. 자신이 제시한 기준들 전부가 영국의 GM 작물의 공식 평가에서 명시적으로 고려되고 있는 참가자는 단 한 사람도 없었다.
다기준 매핑은 가능한 여러 방안들 중에서 선택하는 실질적인 정책 작업을 직접 다루어 봄으로써, GM 작물과 여타 대안들의 상호비교와 같은 쟁점들에 대해 판단을 내릴 때 그 속에 어떤 가정이 내재해 있는지를 탐구하는 체계적이고 투명한 수단을 제공한다. 이 기법은 그 과정을 간결하고 개방적인 것으로 만들어 참가자들간에 신뢰를 구축하며, 불확실성의 문제를 완전하게 고려에 넣는다. 이 기법은 주류적 위험성 평가보다 더 폭넓은 범위의 쟁점들을 포함할 수 있다. 그리고 이 기법은 광범한 상황과 사회집단들에 적용할 수 있다. 이러한 모든 점과 여타의 더 많은 점들로 미루어 볼 때 이 기법은 숙의(deliberation)와 심사숙고한 판단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상자글.9
가치의 포착: 모든 이들에게 개방된 의사결정
ESRC에서 자금을 지원하는 일련의 모임들에서는 GM 식품과 같이 논쟁적인 쟁점에 관한 정책결정에서 숙의 개방 과정(Deliberative and Inclusionary Processes, DIPs)을 이용하는 것을 탐구하고 있다.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기법들이 포함된다:
집중 그룹토론은 DIPs 양식을 따르는 많은 제도의 원조격이 되는 기법이다. 토론그룹은 보통 6-10명의 사람들로 구성된다. 이 토론그룹에 대해 숙달된 간사(facilitator)가 하나의 쟁점을 둘러싼 미리 정해진 질문들을 던지는데, 이 때 의사진행 절차는 공식적인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한다. 그러면 토론그룹은 이 질문들을 놓고 토론을 벌이는데, 이 쟁점에 관해 결정을 내리거나 행동을 권고하거나 하는 것을 토론의 결과로 반드시 도출해 낼 필요는 없다. 여기서의 목표는 사람들의 주요한 관심사가 무엇인지를 드러내기 위해 토론 내용을 기록하고 분석하는 것이다.
시민배심원은 선별된 그룹이 정책상의 대안들을 놓고 평가하는 심층적 과정이다. 12-25명 정도의 참가자가 선별되는데, 대체로 지역공동체의 여러 구성원들을 대표할 만한 사람들이 뽑힌다. 방식은 배심원 모형을 따르는데, 참가한 시민들은 서로 다른 정책대안들을 뒷받침하는 근거들에 대해 들은 후 마지막에 가서 판단을 내린다. 배심원 내부의 견해차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수결 투표가 이용되는데, 이는 배심원들이 (반드시 합의를 이루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결국에는 하나의 결정에 도달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배심원들은 증인들이 제시한 주장들에 반론을 제기할 수 있다. 증인에는 전문가, 과학자, 지역당국 관리, 정치인, 압력집단, 기업 경영자, 그리고 관련된 지식을 갖춘 일반대중까지도 들어갈 수 있다. 증인들에 대해 반론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에, [애초에 제시되지 않았던] 새로운 정책 대안이 도출될 수 있는 기회가 생겨나게 된다.
다른 기법들에는 심화 그룹(in-depth group, 장기간에 걸쳐 하는 집중그룹 토론와 유사하다), 합의회의(시민배심원 제도의 규모를 좀더 키운 것으로, 특정한 쟁점에 관해 다양한 의견들을 들어보기 위해 정부에서 종종 이용하기도 한다), 이해당사자 의사결정 분석(stakeholder decision analysis, 정량적인 다(多)기준과 정성적인 기법의 혼합), 그리고 숙의 투표(대중 성원들에게 특정한 쟁점에 관해 브리핑을 해준 후, 여론조사의 일환으로 인터뷰를 하는 방식) 등이 있다.
DIPs는 일련의 방법론적 규칙들이라기보다는 의사결정상의 양식을 나타낸다. 이러한 모든 방식들의 중심된 목표는 작은 규모의 공공 공간을 창출하여 그곳에서 사람들이 서로간에, 또 정책결정자와 함께 토론할 수 있게 함으로써 [사람들이 갖고 있는] 가치를 포착하려는 것이다(Bhattachary 1998).
상자글.10
사전예방적인 세계를 위한 여섯 개의 규칙
팀 오라이어던은 사전예방적인 행동을 위해 다음의 규칙들을 제시했다:
1. 원인과 결과에 관한 분명한 과학적 증명이 없는 경우, 조심스러운 행동을 취할 필요가 있다.
2. 조기 행동이 가져올 수 있는 이익이 지연으로 인해 빚어질 비용을 상회한다고 판단되는 경우, 먼저 앞장서 행동하면서 왜 그런 행동이 취해지고 있는지를 사회에 알리는 것은 적절한 것이다.
3. 자연의 생명 유지 기능에 비가역적인 손상이 가해질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기왕의 이익과는 무관하게 사전예방적 행동이 취해져야만 한다.
4. 과정의 변경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항상 귀기울여야 하고, 그러한 목소리를 낸 대표자들을 숙의 포럼에 포함시켜야 하며, 과정의 처음부터 끝까지 투명성을 유지해야 한다.
5. 널리 알려지는 것을 결코 회피해서는 안되며, 아무리 받아들이기 싫은 것이더라도 정보를 억압하려 시도해서도 안된다. 현재와 같은 인터넷의 시대에, 설사 정보가 왜곡되거나 은폐되고 있다고 하더라도 누군가는 그것을 찾아내게 마련이다.
6. 대중적 불안감이 존재하는 경우, 광범한 토론과 숙의 기법들을 도입함으로써 그러한 불안감에 대응하는 단호한 행동을 취해야 한다.
상자글.11
인과관계의 증명 ― 책임의 이전
사법 체계는 사회적 분쟁을 최종적으로 조정하는 역할을 맡고 있고, 따라서 과학적 불확실성의 도전에 맞서기 위해 변화해야만 한다. 새로운 기술에 의해 나타나는 악영향은 증명하기가 어렵고, 이런 점을 이용해 가해자가 책임을 회피하는 경우가 많다. 크리스 윌리엄스에 따르면, 전통적으로 거증책임은 피해를 입은 이들에게 부과되었지만 최근들어 독일과 같이 기술적으로 앞선 국가들에서는 거증책임의 부담이 이전되기 시작하고 있다(Williams 1997). 간단히 말하자면, 만약 어떤 기업체가 안전하지 않은 화학물질을 방출했을 때, 기업체 측에서 이 화학물질이 어떤 가능한 악영향의 원인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할 책임을 지게 되는 것이다.
전통적 거증책임
피해를 입은 측에서는 다음을 입증해야 한다:
- 악영향이 발생했다
- 특정 화학물질이 그 악영향을 일으킬 수 있다
- 특정 화학물질이 방출되었다
- 피해자가 특정 화학물질에 노출되었다
- 노출된 수준이 상해를 야기할 수 있는 정도이다
- 상해를 야기할 만한 다른 요인은 존재하지 않는다
수정된 거증책임
- 악영향이 발생했다
- 특정 화학물질이 그 악영향을 일으킬 수 있다
- 특정 화학물질이 방출되었다
화학물질을 방출한 측에서 다음을 보여주지 못하면 인과관계는 입증된 것이다:
- 피해자가 특정 화학물질에 노출되지 않았다
- 노출된 수준이 상해를 야기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다
- 상해를 야기할 만한 동등한 정도의 다른 요인이 존재한다
이는 '유죄가 입증될 때까지는 무죄'라는 금언에 대한 근본적인 수정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이미 다른 상황들에서는 받아들여지고 있는 원칙이다. 영국 법에 따르면, 만약 당신의 차가 도난당한 상황에서 도둑이 그 차를 손상시켰다고 당신이 주장한다면, 이제 그에 대한 책임을 피하기 위해서는 도둑이 그렇지 않음을 입증해야 한다. 가해자의 행동은 피해자가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기 때문에, 거증책임의 부담을 이전시키는 것은 도덕적으로 받아들일 만한 것이다. 이런 원칙을 환경적 인과관계에 적용하게 되면 기업체들이 '운에 맡기고 한번 해보는' 식의 행동을 취하는 경향은 줄어들 것이다. 책임있는 기업체들은 이러한 변화를 환영할 것인데, 왜냐하면 이는 자신들과 덜 양심적인 경쟁기업체들간에 공평한 경쟁환경을 조성할 것이기 때문이다.
상자글.12
사회적 정보를 위한 새로운 연대
GM 영역에서 독창적이고 예리하게 빛났던 것은 환경 사회과학으로부터 나온 통찰만은 아니었다. 몇몇 연구자들은 또한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방식의 연구, 즉 핵심적인 정책상의 쟁점들에 대해 더 나은 통찰을 얻기 위해 기업, 환경운동집단, 정부기구 등과 협력하는 연구를 수행해 왔다.
서섹스대 과학기술정책연구단위(Science & Technology Policy Research, University of Sussex, SPRU)에 있는 앤드류 스털링 박사는 영국에서 GMOs의 규제에 영향을 주는 핵심적 가정과 가치들을 밝혀내기 위해 소비재 기업인 유니레버(Unilever), 로비집단인 진워치(Genewatch), 그 외 수많은 환경운동집단 및 소비자집단들과 함께 작업해 왔다. 이 작업은 전지구적 환경변화 프로그램으로부터 그가 받은 지원에 바탕한 것이었다. CSEC의 보고서인 [불확실한 세계] 역시 유사한 상황으로부터 도출되었다(상자글 1을 보라). 뿐만 아니라 동일한 랭카스터 팀에서 준비중인 후속 보고서 (가제)[정보와 시민: GM 위기로부터 얻은 교훈] 역시 마찬가지의 협력관계 속에서 작업이 진행되어 왔고 1999년 말경에 발간될 예정이다.
유니레버 사는 새로운 기술의 규제에 대한 정부의 접근에 내재한 결함을 조기에 인식한 기업의 한 예이다. 유니레버 사는 원칙적으로는 생명공학을 선호하는 입장임에도 불구하고, 영국에서 GM 상품을 판매하지 않기로 1999년에 방침을 정했다. 그 기업 내에서 생명공학에 대한 일반적 태도가 호의적이라는 사실을 고려해 볼 때, 유니레버 사가 GM에서 손을 뗀 것은 자사의 '상표'가 손상을 입을 수 있을 것으로 인식했기 문일 것이다. 특정 상표는 여러 해 동안의 광고와 시장 연구를 통해 신뢰성, 편리함, 그리고 가격에 값하는 가치 등과 같은 느낌을 주도록 만들어 온 상품이다 ― 한마디로 말해 소비자가 그 상품을 신뢰한다는 것이다. 아마도 유니레버 사가 가진 생각은, GM 상품에 대한 부적절한 규제 때문에 ― 개개 상품에 들이는 정성과는 무관하게 ― 이러한 신뢰가 손쉽게 상실될 수 있다는 우려였을지도 모른다.
유니레버 사는 SPRU나 CSEC와 같은 연구에 자금을 지원함으로써, 자신의 기업 전략 수립에 도움을 얻기 위해 새로운 방식으로 사회적 정보를 수집하는 작업의 선두에 서게 되었다. 그러한 연대는 사회적으로 복잡한 변화에 직면했을 때 진정한 학습을 고무할 수 있는 협력관계의 좋은 예가 된다.
가정들의 향연
주류적인 위험성 평가는 단일하고 결정적인 '건전한 과학'의 결과를 얻고자 하기 때문에, 그 결과로 나온 평가가 중요한 주관적 '토대 가정'들에 어느 정도로 의존하는지의 문제를 다루지 못한다. 앤디 스털링은 수 메이어와 함께, 사람들이 GM 전략을 다른 대안들에 비추어 판단하는 데 있어 그들이 지닌 가정과 가치들이 어떤 영향을 주는지 분석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는 다(多)기준 매핑(multi-criteria mapping)이라는 기법을 이용해, 사람들이 지닌 서로 다르지만 동등하게 합당한 시초 가정(starting assumption)들이 분석 결과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밝혀 내었다.
스털링 박사는 GM 논쟁에 관여하고 있는 모든 진영으로부터 12명의 주도적 인사들을 골라낸 후, 이들로 하여금 자신들이 GM 작물과 다른 대안들을 비교·판단할 때 이용하고자 하는 모든 기준들을 열거하도록 요청했다. 여기서 나온 117개의 기준들은 화학물질의 사용, 야생동물에 대한 영향, 인간의 건강, 소비자들이 지불하는 비용 등과 같은 요인들을 포함하고 있었다. 이어 설문 참가자들은 자신들이 뽑은 기준들 모두에 점수를 부여하고, 서로 다른 기준들의 상대적인 중요성을 반영하도록 가중치를 주도록 요청받았다. 아울러 그들은 각각의 기준들에 대해 낙관적인 점수와 비관적인 점수를 모두 부여함으로써 자신들이 그 문제를 얼마만큼 불확실하게 혹은 가변적으로 느끼고 있는지의 정도를 나타내도록 요청받았다.
이 다기준 매핑 과정에 참가한 사람들은 자신들에게 무엇이 중요한지를 자유롭게 표현하고 그 각각에 대해 원하는 대로 가중치를 부여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분석 결과가 나온 후에도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 그 결과에 비추어서 자신의 응답을 수정할 수도 있었다 ― 말하자면, 그들은 과정의 처음부터 끝까지 전권을 부여받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들은 나중에 자신들의 답변을 분석한 결과를 보았을 때 처음에 골랐던 기준이나 그 각각에 부여했던 점수, 가중치 등에 중대한 수정을 하려 들지 않았다. 이런 점으로 미루어, 다기준 매핑 기법은 사람들이 내리는 평가를 확고하게 반영해 보여주는 수단으로 보였다.
분석의 완전한 결과는 최근 나온 간행물에 자세히 나와 있는데(Stirling and Mayer 1999),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발견은 최종 결과가 나중에 부여한 점수나 가중치에 의해서보다는 각 참가자들이 처음에 논쟁을 틀지은 것 ― 즉, 그들이 선택한 기준들 ― 에 의해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이었다. 이 발견은 [사회 속에 있는] 가치와 이해관계의 전체 스펙트럼이 포괄되도록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 연구의 참가자들이 선택한 기준들 중 많은 수는 공식적인 위험성 평가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았다. 자신이 제시한 기준들 전부가 영국의 GM 작물의 공식 평가에서 명시적으로 고려되고 있는 참가자는 단 한 사람도 없었다.
다기준 매핑은 가능한 여러 방안들 중에서 선택하는 실질적인 정책 작업을 직접 다루어 봄으로써, GM 작물과 여타 대안들의 상호비교와 같은 쟁점들에 대해 판단을 내릴 때 그 속에 어떤 가정이 내재해 있는지를 탐구하는 체계적이고 투명한 수단을 제공한다. 이 기법은 그 과정을 간결하고 개방적인 것으로 만들어 참가자들간에 신뢰를 구축하며, 불확실성의 문제를 완전하게 고려에 넣는다. 이 기법은 주류적 위험성 평가보다 더 폭넓은 범위의 쟁점들을 포함할 수 있다. 그리고 이 기법은 광범한 상황과 사회집단들에 적용할 수 있다. 이러한 모든 점과 여타의 더 많은 점들로 미루어 볼 때 이 기법은 숙의(deliberation)와 심사숙고한 판단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상자글.9
가치의 포착: 모든 이들에게 개방된 의사결정
ESRC에서 자금을 지원하는 일련의 모임들에서는 GM 식품과 같이 논쟁적인 쟁점에 관한 정책결정에서 숙의 개방 과정(Deliberative and Inclusionary Processes, DIPs)을 이용하는 것을 탐구하고 있다.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기법들이 포함된다:
집중 그룹토론은 DIPs 양식을 따르는 많은 제도의 원조격이 되는 기법이다. 토론그룹은 보통 6-10명의 사람들로 구성된다. 이 토론그룹에 대해 숙달된 간사(facilitator)가 하나의 쟁점을 둘러싼 미리 정해진 질문들을 던지는데, 이 때 의사진행 절차는 공식적인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한다. 그러면 토론그룹은 이 질문들을 놓고 토론을 벌이는데, 이 쟁점에 관해 결정을 내리거나 행동을 권고하거나 하는 것을 토론의 결과로 반드시 도출해 낼 필요는 없다. 여기서의 목표는 사람들의 주요한 관심사가 무엇인지를 드러내기 위해 토론 내용을 기록하고 분석하는 것이다.
시민배심원은 선별된 그룹이 정책상의 대안들을 놓고 평가하는 심층적 과정이다. 12-25명 정도의 참가자가 선별되는데, 대체로 지역공동체의 여러 구성원들을 대표할 만한 사람들이 뽑힌다. 방식은 배심원 모형을 따르는데, 참가한 시민들은 서로 다른 정책대안들을 뒷받침하는 근거들에 대해 들은 후 마지막에 가서 판단을 내린다. 배심원 내부의 견해차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수결 투표가 이용되는데, 이는 배심원들이 (반드시 합의를 이루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결국에는 하나의 결정에 도달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배심원들은 증인들이 제시한 주장들에 반론을 제기할 수 있다. 증인에는 전문가, 과학자, 지역당국 관리, 정치인, 압력집단, 기업 경영자, 그리고 관련된 지식을 갖춘 일반대중까지도 들어갈 수 있다. 증인들에 대해 반론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에, [애초에 제시되지 않았던] 새로운 정책 대안이 도출될 수 있는 기회가 생겨나게 된다.
다른 기법들에는 심화 그룹(in-depth group, 장기간에 걸쳐 하는 집중그룹 토론와 유사하다), 합의회의(시민배심원 제도의 규모를 좀더 키운 것으로, 특정한 쟁점에 관해 다양한 의견들을 들어보기 위해 정부에서 종종 이용하기도 한다), 이해당사자 의사결정 분석(stakeholder decision analysis, 정량적인 다(多)기준과 정성적인 기법의 혼합), 그리고 숙의 투표(대중 성원들에게 특정한 쟁점에 관해 브리핑을 해준 후, 여론조사의 일환으로 인터뷰를 하는 방식) 등이 있다.
DIPs는 일련의 방법론적 규칙들이라기보다는 의사결정상의 양식을 나타낸다. 이러한 모든 방식들의 중심된 목표는 작은 규모의 공공 공간을 창출하여 그곳에서 사람들이 서로간에, 또 정책결정자와 함께 토론할 수 있게 함으로써 [사람들이 갖고 있는] 가치를 포착하려는 것이다(Bhattachary 1998).
상자글.10
사전예방적인 세계를 위한 여섯 개의 규칙
팀 오라이어던은 사전예방적인 행동을 위해 다음의 규칙들을 제시했다:
1. 원인과 결과에 관한 분명한 과학적 증명이 없는 경우, 조심스러운 행동을 취할 필요가 있다.
2. 조기 행동이 가져올 수 있는 이익이 지연으로 인해 빚어질 비용을 상회한다고 판단되는 경우, 먼저 앞장서 행동하면서 왜 그런 행동이 취해지고 있는지를 사회에 알리는 것은 적절한 것이다.
3. 자연의 생명 유지 기능에 비가역적인 손상이 가해질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기왕의 이익과는 무관하게 사전예방적 행동이 취해져야만 한다.
4. 과정의 변경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항상 귀기울여야 하고, 그러한 목소리를 낸 대표자들을 숙의 포럼에 포함시켜야 하며, 과정의 처음부터 끝까지 투명성을 유지해야 한다.
5. 널리 알려지는 것을 결코 회피해서는 안되며, 아무리 받아들이기 싫은 것이더라도 정보를 억압하려 시도해서도 안된다. 현재와 같은 인터넷의 시대에, 설사 정보가 왜곡되거나 은폐되고 있다고 하더라도 누군가는 그것을 찾아내게 마련이다.
6. 대중적 불안감이 존재하는 경우, 광범한 토론과 숙의 기법들을 도입함으로써 그러한 불안감에 대응하는 단호한 행동을 취해야 한다.
상자글.11
인과관계의 증명 ― 책임의 이전
사법 체계는 사회적 분쟁을 최종적으로 조정하는 역할을 맡고 있고, 따라서 과학적 불확실성의 도전에 맞서기 위해 변화해야만 한다. 새로운 기술에 의해 나타나는 악영향은 증명하기가 어렵고, 이런 점을 이용해 가해자가 책임을 회피하는 경우가 많다. 크리스 윌리엄스에 따르면, 전통적으로 거증책임은 피해를 입은 이들에게 부과되었지만 최근들어 독일과 같이 기술적으로 앞선 국가들에서는 거증책임의 부담이 이전되기 시작하고 있다(Williams 1997). 간단히 말하자면, 만약 어떤 기업체가 안전하지 않은 화학물질을 방출했을 때, 기업체 측에서 이 화학물질이 어떤 가능한 악영향의 원인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할 책임을 지게 되는 것이다.
전통적 거증책임
피해를 입은 측에서는 다음을 입증해야 한다:
- 악영향이 발생했다
- 특정 화학물질이 그 악영향을 일으킬 수 있다
- 특정 화학물질이 방출되었다
- 피해자가 특정 화학물질에 노출되었다
- 노출된 수준이 상해를 야기할 수 있는 정도이다
- 상해를 야기할 만한 다른 요인은 존재하지 않는다
수정된 거증책임
- 악영향이 발생했다
- 특정 화학물질이 그 악영향을 일으킬 수 있다
- 특정 화학물질이 방출되었다
화학물질을 방출한 측에서 다음을 보여주지 못하면 인과관계는 입증된 것이다:
- 피해자가 특정 화학물질에 노출되지 않았다
- 노출된 수준이 상해를 야기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다
- 상해를 야기할 만한 동등한 정도의 다른 요인이 존재한다
이는 '유죄가 입증될 때까지는 무죄'라는 금언에 대한 근본적인 수정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이미 다른 상황들에서는 받아들여지고 있는 원칙이다. 영국 법에 따르면, 만약 당신의 차가 도난당한 상황에서 도둑이 그 차를 손상시켰다고 당신이 주장한다면, 이제 그에 대한 책임을 피하기 위해서는 도둑이 그렇지 않음을 입증해야 한다. 가해자의 행동은 피해자가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기 때문에, 거증책임의 부담을 이전시키는 것은 도덕적으로 받아들일 만한 것이다. 이런 원칙을 환경적 인과관계에 적용하게 되면 기업체들이 '운에 맡기고 한번 해보는' 식의 행동을 취하는 경향은 줄어들 것이다. 책임있는 기업체들은 이러한 변화를 환영할 것인데, 왜냐하면 이는 자신들과 덜 양심적인 경쟁기업체들간에 공평한 경쟁환경을 조성할 것이기 때문이다.
상자글.12
사회적 정보를 위한 새로운 연대
GM 영역에서 독창적이고 예리하게 빛났던 것은 환경 사회과학으로부터 나온 통찰만은 아니었다. 몇몇 연구자들은 또한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방식의 연구, 즉 핵심적인 정책상의 쟁점들에 대해 더 나은 통찰을 얻기 위해 기업, 환경운동집단, 정부기구 등과 협력하는 연구를 수행해 왔다.
서섹스대 과학기술정책연구단위(Science & Technology Policy Research, University of Sussex, SPRU)에 있는 앤드류 스털링 박사는 영국에서 GMOs의 규제에 영향을 주는 핵심적 가정과 가치들을 밝혀내기 위해 소비재 기업인 유니레버(Unilever), 로비집단인 진워치(Genewatch), 그 외 수많은 환경운동집단 및 소비자집단들과 함께 작업해 왔다. 이 작업은 전지구적 환경변화 프로그램으로부터 그가 받은 지원에 바탕한 것이었다. CSEC의 보고서인 [불확실한 세계] 역시 유사한 상황으로부터 도출되었다(상자글 1을 보라). 뿐만 아니라 동일한 랭카스터 팀에서 준비중인 후속 보고서 (가제)[정보와 시민: GM 위기로부터 얻은 교훈] 역시 마찬가지의 협력관계 속에서 작업이 진행되어 왔고 1999년 말경에 발간될 예정이다.
유니레버 사는 새로운 기술의 규제에 대한 정부의 접근에 내재한 결함을 조기에 인식한 기업의 한 예이다. 유니레버 사는 원칙적으로는 생명공학을 선호하는 입장임에도 불구하고, 영국에서 GM 상품을 판매하지 않기로 1999년에 방침을 정했다. 그 기업 내에서 생명공학에 대한 일반적 태도가 호의적이라는 사실을 고려해 볼 때, 유니레버 사가 GM에서 손을 뗀 것은 자사의 '상표'가 손상을 입을 수 있을 것으로 인식했기 문일 것이다. 특정 상표는 여러 해 동안의 광고와 시장 연구를 통해 신뢰성, 편리함, 그리고 가격에 값하는 가치 등과 같은 느낌을 주도록 만들어 온 상품이다 ― 한마디로 말해 소비자가 그 상품을 신뢰한다는 것이다. 아마도 유니레버 사가 가진 생각은, GM 상품에 대한 부적절한 규제 때문에 ― 개개 상품에 들이는 정성과는 무관하게 ― 이러한 신뢰가 손쉽게 상실될 수 있다는 우려였을지도 모른다.
유니레버 사는 SPRU나 CSEC와 같은 연구에 자금을 지원함으로써, 자신의 기업 전략 수립에 도움을 얻기 위해 새로운 방식으로 사회적 정보를 수집하는 작업의 선두에 서게 되었다. 그러한 연대는 사회적으로 복잡한 변화에 직면했을 때 진정한 학습을 고무할 수 있는 협력관계의 좋은 예가 된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