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호] [회원글밭] 일상 속의 과학기술
정기간행물(종간)/시민과학 :
1999/09/15 00:00
플랜트 설비와 인근 주민들의 위상에 대한 단상
권용훈 (학생사업팀)
필자는 플랜트 엔지니어링 분야에 종사한다. 보다 정확하게는 대기환경 부문의 플랜트 업종이다. 다소 삭막하게 들리겠지만 발전소, 제철소, 시멘트공장 등 중후장대형 플랜트들이 필자에게는 일상의 공간들인 것이다. 이런 분야의 제품들은 소비자가 일반인들이 아니라서 관련된 문제들이나 각종 이슈들이 쉽사리 사회적으로 회자되지는 않는다.
상기한 대형 플랜트들은 대부분 자체 생산공정 과정 중에 먼지 및 유독가스 등 대기오염물질을 필연적으로 배출하게 된다. 화력발전소 한 기의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이 서울시 전체의 그것에 몇십 배라고 하니 대형 플랜트들에 설치된 환경시설의 정상적인 운전여부가 곧 대한민국 대기환경조건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오염원들을 제거하는 시스템 제작의 한 부분에 필자도 작게나마 관여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대형 대기오염방지시설에는 배연탈황설비, 전기집진기, 백필터 등이 있는데 적게는 수억원부터 많게는 수천억원짜리가 있으며 연간운영비 또한 상당 금액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투자비용을 생각할 수밖에 없는 해당공장 경영진들로서는 가급적 설치 자체를 기피하거나 설치하더라도 상시운전을 꺼리게 된다. 정부의 환경규제에 마지못해 따를 뿐, 자발적으로 환경방지시설을 갖추고자 하는 업체는 극히 드물다. 공무원들의 감시망이 활발히 이뤄져야겠지만, 주지하다시피 오염배출 당사자들에 대한 규제는 현실적으로 제약과 한계가 있다. 우선 그 많은 공장들을 24시간 감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아직도 상당수의 공장들이 야간에는 오염물질을 무단배출하는데, 공무원들이 잠복해서 적발했다는 사례는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또한, 대형 플랜트일수록 한적한 곳에 떨어져 있어 주변의 자연스런 감시가 이뤄지기 힘든 상황적인 요소도 있다. 그리고 이들 플랜트들이 대부분 한전, 포철 및 대기업 등 국가기관과 직접 관련이 있거나 힘있는 집단이 대부분이어서 인근 공무기관과 모종의 관계에 있거나 환경위반 사례 발생시 힘으로 밀어붙이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결국 이들을 실질적으로 감시할 수 있는 주체는 해당 플랜트시설 주변에 사는 인근 주민들뿐이다.
이들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해당업체들의 대기오염물질 방출에 민감하게 대응하고 감시하는가의 여부가 보다 직접적인 구속력을 갖는다. 일례로 무소불위의 안하무인격 힘을 갖는 한전이나 포항제철의 경우에도 인근 주민들을 가장 무서워한다. 필자의 경험으로는 상기 업체들의 담당자들이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보다 높은 수준과 효율의 환경설비를 요구할 때, 이는 전적으로 인근 주민들의 여론을 생각해서이다. 예를 들어 어느 오염물질의 배출허용농도에 대한 정부의 환경규정치가 단위당 100mg이라면 주민들의 감시활동이 활발한 곳에서는 10mg의 배출농도를 갖도록 시스템설계를 하게 만들어 인근 주민들에게 홍보하는 것이다.
아마도 이는 지방자치단체들이 민원에 민감해지고 중앙 정부도 그러한 관련 여론에 어느 정도 관심을 갖게된 연유에서 비롯된 것이겠지만, 무엇보다 시민단체들과 연대하여 보다 체계적인 감시, 규제를 하는 주민들의 모습이 그 주된 이유인 것이다.
그러나 종종 불행히도 돈많은 대형업체의 보상유혹 등으로 활동이 흐지부지되는 사례도 있어 안타까운 상황을 초래하기도 한다.
여기서 추가로 언급하고 싶은 것은 오염방지시설의 시스템 설계자들은 항상 오염원 제거 효율과 경제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고 하지만 주문자의 요구에 의해 결국 하나에 치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시스템을 설계하는 엔지니어들은 제품의 환경 친화성과는 어느 정도 거리가
강화도의 시골도 여느 시골과 비슷했다. 고추농사, 논농사, 포도 농사.. 다만 특이한 것은 바로 앞에 넓게 펼쳐진 갯벌이 있다는 것 정도? 아무튼 이번 워크샵 기간 동안 쭉 머물렀던 인천해양탐구수련원은 강화도의 한 시골 구석에 자리잡고 있었다. 나는 행사 준비를 돕기 위해 2-3시간 먼저 강화도에 도착해서 미리 행사장들을 둘러보았다. 수련원의 한쪽에는 텐트를 쳐놓고 점심을 해먹는 학생들이 바글바글했는데 아마도 캠핑을 온 듯했다. 강당과 숙소들은 나무바닥으로 되어 있었는데 문득 초등학교 시절에 나무바닥을 손걸레로 닦던 기억이 떠오르기도 했다. 아마도 폐교된 초등학교를 개조해서 수련장으로 쓰는 듯 했다. 그렇게 강당과 숙소를 대충 정리, 청소하고 있는 사이에 드디어 사람들이 도착하고 있었다.
있는 경제성에만 집착하여 관련기술만 지속적으로 연구, 개발하는 것이다. 물론 아직까지 대다수의 업체들이 정부규제치만 간신히 만족하는 수준의 성능에 최저비용의 설치 및 운전을 선호하고 있지만, 간간이 비용보다는 오염원제거 효율을 우선적으로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이것은 예외 없이 앞서 언급한대로 인근 주민의 눈초리를 의식하기에 가능한 것이다.
여기서 필자는 플랜트 시설 주변의 주민들이 거대 환경방지설비 시스템의 설계를 좌우한다는 논리가 도출될 수 있다고 본다. 산업시스템 설계란 수요를 따라간다. 흔한 말로 최종 고객의 만족을 위한 설계를 위해 엔지니어들은 매진하는 것이다. 그런데 필자가 관여하는 분야의 힘있는 최종 고객들은 스스로의 입으로 자기들 위에는, 자신들의 고객은 오로지 인근 주민들이며 그들의 시선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고 실토한다. 이러한 사실을 플랜트 시설 주변의 주민들이 보다 잘 인식하여 책임감있는 환경연대 운동을 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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