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정의와 생명공학 감시운동 워크샵에 다녀와서

최용희 (서울대 공대신문사 과학기술부장)

강화도의 시골도 여느 시골과 비슷했다. 고추농사, 논농사, 포도 농사.. 다만 특이한 것은 바로 앞에 넓게 펼쳐진 갯벌이 있다는 것 정도? 아무튼 이번 워크샵 기간 동안 쭉 머물렀던 인천해양탐구수련원은 강화도의 한 시골 구석에 자리잡고 있었다. 나는 행사 준비를 돕기 위해 2-3시간 먼저 강화도에 도착해서 미리 행사장들을 둘러보았다. 수련원의 한쪽에는 텐트를 쳐놓고 점심을 해먹는 학생들이 바글바글했는데 아마도 캠핑을 온 듯했다. 강당과 숙소들은 나무바닥으로 되어 있었는데 문득 초등학교 시절에 나무바닥을 손걸레로 닦던 기억이 떠오르기도 했다. 아마도 폐교된 초등학교를 개조해서 수련장으로 쓰는 듯 했다. 그렇게 강당과 숙소를 대충 정리, 청소하고 있는 사이에 드디어 사람들이 도착하고 있었다.

있는 경제성에만 집착하여 관련기술만 지속적으로 연구, 개발하는 것이다. 물론 아직까지 대다수의 업체들이 정부규제치만 간신히 만족하는 수준의 성능에 최저비용의 설치 및 운전을 선호하고 있지만, 간간이 비용보다는 오염원제거 효율을 우선적으로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이것은 예외 없이 앞서 언급한대로 인근 주민의 눈초리를 의식하기에 가능한 것이다.

여기서 필자는 플랜트 시설 주변의 주민들이 거대 환경방지설비 시스템의 설계를 좌우한다는 논리가 도출될 수 있다고 본다. 산업시스템 설계란 수요를 따라간다. 흔한 말로 최종 고객의 만족을 위한 설계를 위해 엔지니어들은 매진하는 것이다. 그런데 필자가 관여하는 분야의 힘있는 최종 고객들은 스스로의 입으로 자기들 위에는, 자신들의 고객은 오로지 인근 주민들이며 그들의 시선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고 실토한다. 이러한 사실을 플랜트 시설 주변의 주민들이 보다 잘 인식하여 책임감있는 환경연대 운동을 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사람들이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첫번째 강연에 들어갔다. 강사는 일본에서 오신 '토다 키요시' 씨였다. 처음엔 일본인한테 강의를 듣는다는 것이 무척 낯설었다. 토다 씨가 한 문장을 말하면 옆에 있던 분이 그 문장을 통역해주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는데 사실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 조금 답답했다. 내 생각엔 토다씨도 무척 답답했을 것 같다.

역시 언어의 장벽이라는 것이 참 큰 것임을 새삼 느끼게 해주는 순간이었다. 주제는 '환경 정의와 시민자치 사상에 관하여'였는데, 솔직히 말해서 정확히 무슨 내용이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아니 정리가 잘 안되었다고 말해야 맞는 건가. 오히려 내게는 강연의 내용보다 토다씨의 외모가 더 흥미로운 주제였던 것 같다. 일단 중년의 대학교수라고는 믿기지 않는 젊은 얼굴과 교수라기보다는 차라리 옆 논에서 일하다온 농부에 더 가까운 편안한 옷차림. 하지만 항상 진지한 표정과 매서운 눈매만은 다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그만의 개성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내용보다는 토다씨라는 한 인물에 대해서 탐구하고 있는 사이에, 첫번째 강의는 싱겁게 끝나버렸고 우리는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신부님 댁으로 향하였다.

다음 강연은 신부님 댁 바로 옆에 위치한 교회에서 진행되었다. '생명공학의 필연적 문제점과 그 대안' 이라는 주제로 박병상 선생님이 강연을 해 주셨다. 생명공학이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한계들에 대해서 생태주의자(?)의 입장에서 적나라하게 비판해주신 것 같다. 물론 나중에 여러 가지 반론도 나왔다. '생명공학을 너무 부정적인 시각으로만 보는 것은 아니냐' '생명공학이 꼭 필요한 분야도 있지 않느냐'는 등의 질문들이 쏟아졌다. 재미있었던 건 강의를 듣고 있던 객석에서 갑자기 한 분이 나오시더니 대신 답을 해주시기도 했다. 매우 바람직한(?) 분위기가 아니었나 싶다.

교회에서 강연이 끝난 후 바로 인천해양탐구수련장의 강당에서 공동체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처음엔 나이드신 분들이 많고 처음보는 사람들도 많아서 과연 프로그램이 잘 진행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 의구심이 들었다 하지만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적절한 게임 선정과 진행으로 그렇게 큰 무리는 없었던 것 같다. 누워서 손으로 사람을 나르는 게임이나, 눈을 감고 달리는 게임 등은 오히려 무척 재미있었다. 그렇게 즐거운 한때를 보내면서 조금씩 친해진 뒤, 간단한 자기 소개와 함께 조촐한 술자리가 이어졌다. 난 인천환경연에서 오신 분과 대학인 녹색네트워크에서 오신 분 등과 함께 이것저것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첫날 행사에 대한 이야기, 각자 관심있는 분야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동안 강화도에서의 첫날 밤이 서서히 저물어가고 있었다.

두번째 날의 첫 강연 주제는 활동가를 위한 생명공학의 이해였다. 인천대 생물학과 교수님이 아침일찍부터 오셔서 유전공학이란 무엇인가, 생명공학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강의를 해주셨다. 웬지 학교 수업을 듣는 것처럼 따분하기도 하였으나 그래도 생명공학 감시운동을 하려면 저 정도의 기초 지식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임하였다. 강의하시는 분이 직접 유전공학 연구를 하시는 분이라 그런지 대체로 유전공학을 옹호하는 입장에서 강연을 해주셨다. (따라서) 나중에 여러 가지 반론도 많이 나왔다. 변이의 가능성, 잠재적 위험성, 과학자들 사이에서 발표되지 않은 실험 결과들, 푸스타이 사건에 대한 이야기 등이 나왔다.

교수님의 강연이 끝나고 바로 홍욱희 선생님의 '사례를 통해 본 생명공학의 문제점'이라는 주제의 강연이 이어졌다. 난 이미 몇 달전 열렸던 전국 환경 활동가 모임에서 비슷한 내용의 강의를 한번 들었던지라 가벼운 마음으로 들을 수 있었다. 내용은 주로 생명공학이 지니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점에 관한 것이었다. 전날의 박병상 선생님의 강연과 비슷한 점이 많았는데 조금 다른 것은 박병상 선생님이 생명공학의 한계를 좀더 근본적인 입장에서 지적해주셨다면 홍욱희 선생님은 그러한 이야기보다는 주로 현재 이슈가 되고 있거나 현상적으로 드러나는 문제들에 대해서 많이 언급을 해주셨다는 점이다. 나중에 바람직한 생명공학의 방향에 대한 이야기도 조금 나왔는데 역시 학자로서의 한계가 드러나는 부분이 아니었나 싶다. 중간에 소를 많이 먹으면 소처럼 되느냐는 어떤 할아버지의 진지하고 엉뚱한 질문이 재미있기도 했다.

점심을 먹고 잠시 낮잠을 잤다. 계속해서 강행군이었던지라 사람들이 많이 피곤한 것 같았다. 30분간의 짧은 휴식이었지만 무척 달콤했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마지막으로 토다 씨의 강연을 들었다. 이번엔 통역이 바뀌어서 김원식 선생님이 직접 해주셨다. 주로 일본의 사례를 중심으로 환경오염의 실태, 환경운동의 현황 등에 관한 이야기였다. 특히 엄청난 환경 재앙을 초래하고도 여전히 일본의 대기업으로 남아있는 일본화학에 대한 이야기는 일본의 환경오염이나 환경 정의의 수준도 우리나라와 만만치 않음을 확인시켜주는 대목이었다. 그러면서 김원식 선생님은 개인적으로 일본과 우리나라 간의 연대가 무척 필요함을 강조하셨고 나중에 토다 씨가 함께 연대할 수 있는 일본의 시민단체들도 몇 곳 소개시켜주었다. 한가지 굉장히 부러웠던 것은 일본에는 시민단체의 회원수가 무척 많으며 재정적으로도 매우 안정적이고 회원 홍보나 교육 활동도 잘 되고 있다는 말이었다.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평소 일본에 대한 인상과 달랐기 때문에 약간 의외였다.

이렇게 토다씨의 마지막 강연이 끝나고 토론의 시간이 이어졌다. 생명공학 감시운동의 현 상황에 대한 활동가들의 보고가 있은 뒤에 조를 나누어 토론을 진행했다. 나는 나이가 가장 어린 사람들의 조에 속했는데 그냥 편하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확실히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중요한 이야기는 아니었던 것 같다. --; 이 토론을 끝으로 공식적인 행사가 모두 끝났다. 그제서야 나는 이틀동안의 긴장을 조금 풀 수가 있었던 것 같다. 특히,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는데, 나이드신 분들과 '토다' 씨 때문에 약간 경직되었던 것 같다. 술을 마시면서 그간 서먹서먹했던 사람들과 많은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지만 사람들이 별로 없어서 매우 아쉬웠다. 아마도 중간에 다들 떠난 것 같았다.

마지막 날엔 주로 강화도 구경만 하였으니 자세히 적진 않겠다. 대충 시간순으로 적었더니 글이 별로 재미없어진 것 같다. 그럼 끝으로 이번 워크샵에서 몇 가지 아쉬웠던 점을 지적하며 글을 끝맺겠다.

일단 일본에서 오신 '토다'씨에 대한 배려가 너무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사실 생각해보면 토다씨가 했던 강연 내용이 특별하게 생명공학에만 관련된 이야기도 아니었는데 왜 모셔왔는지에 대한 의구심도 든다. (그 정도 수준의 이야기라면 우리나라에도 얘기할 사람 많을 텐데...) 하지만 그건 내가 잘 모르는 사항이니 넘어가고, 그것 외에 준비하는 과정에서 언어의 차이가 가져다주는 이질감, 불편 등을 너무 과소평가했다는 느낌이 든다. 강의를 할 때도 서로가 너무 답답했고 지내면서도 3일내내 우리와는 고립된 생활을 하지 않았나.

두번째는 워크샵의 주제가 그리 명확하지 못한 점이다. 전체적인 내용을 대충 정리해보면 생명공학에 대한 문제의식을 느끼는 과정→생명공학에 대해 좀더 알아보는 과정→생명공학 감시운동의 현황과 앞으로의 과제분석→결의(??), 이런 구성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위에서도 언급했다시피 처음과 마지막의 토다씨 강연이 주제와는 약간 동떨어진 내용이었고 이 때문에 전체적인 일관성과 통일성이 깨졌다. 따라서 내용이 무척 산만해 보이는 결과를 낳은 것 같다. 물론 원래부터 '환경 정의'라는 이름이 있고 또 준비과정에서 여러 가지 견해차이가 있은 줄은 알지만 그래도 주제를 좀더 명확히 할 필요가 있지 않았을까.

세번째는 강의를 제대로 이해할 시간이 부족했다는 점이다. 강연이 워낙 많았던 지라, 빡빡한 일정 때문에 들은 내용을 다시 정리하거나 음미해볼 시간이 없었다. 또한 모든 일정이 다 '강연'이라는 형식을 취하고 있어 그것이 주는 부담감도 적지 않았다. 중간에 편하게 이야기하고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이 있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란 생각이 든다. 나중에 토론의 시간이 있긴 했지만 매우 형식적이었고 남아있는 사람들도 별로 없어서 심도있는 교류가 되지 못했던 것 같다.

무조건 즐겁고 유익한 시간이었다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미안한 말이지만 개인적으로 특별히 이번 행사로 더 알게된 사람도 없고 달라진 것도 별로 없는 것 같다. 만약 내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다시 그때의 행사를 되돌아본다면 무척 실망했을 수도 있겠다. 다음에 또 이러한 행사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다음엔 좀더 재미있고, 많이 남길 수 있는 자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또한 끝나고 나서도 지속적으로 사람들을 묶어줄 수 있는 끈이 있었으면 좋겠다.

1999/09/15 00:00 1999/09/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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