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호] 사회적 합의없는, 인간 수정란 사용 연구를 강력히 비판한다
정기간행물(종간)/시민과학 :
2000/09/15 00:00
마리아불임클리닉, 박세필 박사의 수정란 파괴 연구에 대한 성명서
1. 황우석 박사의 인간배아 체세포 복제파문이 채 가지시도 않은 상황에서 또다른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마리아불임 클리닉의 박세필 박사는 잉여 수정란을 배아 간세포로 배양하는데 성공했다고 발표하였다. 그는 "냉동 보관중인 수정란은 체세포 복제 방식과 달라 생명윤리 논쟁을 피해 갈 수 있다"며 자신의 연구를 합리화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박세필 박사 개인의 생각일 뿐이다.
2. 그가 사용한 수정란은 인공수태시술을 하기 위한 수정란이었으며, 이는 자궁에 착상시키기만 하면 인간개체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최근에 발표된 천주교회 단체의 주장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수정란부터 인간생명체로 바라보는 많은 사람들에게 있어서 이런 연구는 '살해' 행위와 같다고 비난받을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이런 종교적이고 근본적인 주장에 동의하지 않다고 할지라도 인간 수정란에 조작을 가하고 결국은 그 수정란을 폐기하는 연구행위가 아무런 윤리적 문제가 없는 일이라고는 그 누구도 생각하지 않는다. 이런 생각은 오로지 의학적 가능성을 내세우는 일부 의학자들만의 생각일 뿐이다. 박세필 박사의 이번 행위는 수정란 사용을 생식 목적이 아닌 다른 용도로서의 사용 가능성을 열어 놓음으로서, 이후 정자 및 난자 등의 상품화 및 무문별한 수정란 생산 가능성을 높여 인간존엄성을 급속히 훼손시키는 결정적인 계기가 될 것이라는 우려를 높여주고 있다.
3. 국내에서는 1985년 첫 시험관 아이가 출생한 이래 현재까지 수만 명이 태어난 것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1997년 12월까지 전국의 92개의 불임센터가 영업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인공수태시술을 하기 위해서 실제 사용하는 것보다 많은 수정란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전국 불임센터의 냉장고에는 향후 인간이 될 수 있는 수많은 잉여 수정란들이 냉동 보관되어 있다. 그런데 이 잉여 수정란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폐기할 것인지, 아니면 연구용으로 사용할 것인지 등―에 대해서, 관련 학회 및 정부의 정책이 마련되어 있지 못하다. 이것은 곧 "수정란의 윤리적, 법적 지위를 어떻게 볼것인가?", "이를 폐기할 것인가 연구용으로 사용할 것인가?" 등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부족한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런 상황 속에서 박세필 박사를 포함한 일부 의학자들은 연구에 대한 윤리적 검토 및 자문도 없이 연구를 진행하는 무모하고 무책임한 행위를 한 것이다. 묻는다. 박세필 박사는 외국의 예처럼 이런 연구에 대한 윤리적 검토보고서를 작성한 것이 있는가? 작성되었다면 당장 시민들 앞에 공개해야 할 것이다.
4. 또한 우리는 박세필 박사를 포함한 의학자들에게 묻고 싶다. 그들은 배아 간세포를 사용하여 난치병을 치료한다는 주장으로 윤리적 문제를 회피해 가려 하고 있는데, 배아 간세포를 이용한 난치병 치료는 확립된 방법이 아니라 현재도 계속적인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불확실한 치료방법이다. 이를 가지고 마치 당장이라도 난치병을 치유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치는 것에 우리는 심한 분노를 느끼고 있다. 이런 연구는 인간존엄성에 위협을 가할 수 있다는 이유에 의해 전세계적으로 아직도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인데도, 어떠한 사회적 합의도 없는 상태에서 이런 연구를 진행하는 것은 대단히 무책임한 행위이이다. 이런 연구를 함부로 진행한다면 어느 시민도 생명공학계가 마땅한 윤리적으로 건전한 계층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계속 과학자들이 모든 윤리적·사회적 판단을 독점하고 대신하면서, 인간 수정란을 사용하는 연구를 계속 진행한다면 시민·종교 사회단체들의 강력한 저항에 직면할 것이다.
5. 1998년 경희대 의료원의 인간배아 복제실험 해프닝, 한달 전의 서울대 수의학과의 황우석 교수 인간체세포 복제실험 사건, 이에 이어서 터져 나온 박세필 박사의 인간수정란 조작 사건은 생명공학의 윤리적 문제를 규제할 "생명공학 인권·윤리법(가칭)" 제정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인간 수정란 및 인간 배아의 사용을 전면 금지할 것을 요구한다. 그리고 과학기술부와 보건복지부는 위 행위들에 윤리적 문제가 없는지를 조사하여 시민들에게 공개해야 할 것이다.
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