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한 사람, 농민의 아들로 태어나
서울 봉천동 달동네 막걸리 꽃 배달,
택시기사로 54년 고단한 노동의 생 끝맺기까지
분단의 시대 천민자본의 모진 세월 가슴 따뜻한 이웃
정직한 노동자 진실과 정의에 목마른 시민으로 몸 낮추어
가슴 뜨겁게 사랑하고 탐구하고 투쟁하다가,
2007년 1월 1일 끝내 단 한번도 자신을 버린 적 없다던
조그만 반백의 육신 불살라 그 몸뚱이 재 되기까지
'한미FTA폐기'를 외치고 또 외쳐
마침내 신자유주의의 어둔 세상 밝히는
꺼지지 않는 등불로 타올랐으니,
언제나 민중의 고통을 향해 박동치던 님의 맥박,
묵묵히 궂은 일 도맡던
님의 거칠고 따뜻한 손,
삶과 노동 앞에 한 순간도 겸손함을 잃지 않고
진실을 향해 반짝이던 님의 선한 눈동자,
노동운동, 시민운동, 진보정당 운동에
박봉의 일상을 쪼개 참여하며
미선의 효순이 광화문 촛불집회에서 평택 황새울 들녘까지
평화와 정의를 향한 실천의 현장 어디든 가장 먼저 달려와
대열의 맨 뒷자리에서 마지막까지 우리와 함께 했던
님의 조용한 열정 수줍은 미소
남은 자들 가슴에
영원히 살아 그리워라
사무치게 그리워라

- 장례위원회 짓고 신영복 쓰다 (허세욱 선생님 묘비명에서)



2008년 4월13일, 故허세욱 선생님 1주기를 맞아 참여연대 회원들과 모란공원에 다녀왔습니다.
허세욱 선생님을 기억하며.. 김민영 사무처장의 추모사를 함께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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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세욱 선생님, 벌써 1년이 흘렀군요.

그날 그 거리에서 촛불을 들고
제발 다시 일어나시라
제발 훌훌 털고 일어나
그 선한 웃음 다시 한번 보여주시라
기도하던 염원하던 오열하던 통곡하던
우리를 뒤로한 채
선생님은 그렇게 서둘러 가버리셨습니다.
벌써 1년입니다.

지난 1년은 남은 우리에게 몹시도 부끄러운 1년이었습니다.

우리는 선생님께서 몸을 던져 그토록 막고자했던
한미 FTA를 제대로 막아내지 못했습니다.
정권은 노무현보다 더 무지막지한 이명박에게 넘어가고 말았습니다.
그는 미국에는 한없이 굴종적이며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에는 관심도 없습니다.
재벌과 가진 자들의 욕심을 채우는 데는 열과 성을 다하면서도
이 땅 민중들의 곤궁한 삶을 개선하자는 목소리는
경찰의 몽둥이, 불도저로 밀어버리겠다고 합니다.
이제 국회마저 반민중적인 정치인들이 모두 차지하고 말았습니다.

이제 그들이
한미FTA를 체결하고
재앙과 같은 운하를 파헤치고
은행을 재벌의 손에 넘겨주고
건강보험과 의료체계마저 재벌의 돈벌이로 넘겨주고
투기를 용인해 집값 폭등을 일으키고
교육을 경쟁의 지옥으로 몰아넣는 모습을
목도하는 것이 멀지 않은 듯 합니다.
나라의 운명과 민중의 삶을 걱정하는 우리를 비웃듯
세상은 참으로 어처구니없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이 모두 우리의 잘못임을 어찌 모르겠습니까?

더 치열하게 고민하고 손 하나 머리 하나를 더하기보다
우리는 현실에 안주하며 불가항력이라 했습니다.
머리만 굴리며 말만 앞세우고 더 절실하게 실천하지 못했습니다.
비열한 권력자들과 재벌들만 희희낙락하는 상황을 뻔히 보면서도
서로를 탓하며 분열하고 힘을 모으지 못했습니다.

선생님, 허세욱 선생님
우리는 참으로 염치없게도
나약한 눈물을 흘리며 여기 서 있습니다.
한없이 부끄럽고 부끄럽습니다.
가슴을 치고 머리를 찧고 싶습니다

선생님, 허세욱 선생님
그 선한 얼굴, 해맑은 미소가 아니라
나태하고 해이해진 우리에게
부끄러운 줄 알라고 야단쳐 주십시오

이땅 민중의 고단한 삶을 보듬고
매 순간순간을 치열하게 살라고
우리를 바로잡아 주십시오

수백번의 패배와 수천번의 좌절 속에서도
쓰러지고 넘어져도 힘과 용기를 갖으라
다시 일어나 행동하라 우리를 더 엄하게 다그쳐주십시오

자기만을 앞세운 이기심과 분열을 넘어
동지들과 힘을 모아 앞으로 나아가라
우리를 더 엄하게 꾸짖어 주십시오

더이상 우리가 선생님 앞에서 부끄럽지 않게
다시는 선생님 앞에서 참회의 눈물 따위 흘리지 않게 말입니다.

선생님이 염원하던
그리고 우리 모두가 갈구하는
평등과 평화가 어우러진 세상
함께 잘사는 좋은 세상을 위해
우리 여기서 다시
1년의 각오를 다집니다.

2008. 4. 13
늘 우리와 함께 하는 허세욱 선생님을 기리며
모란공원에서 참여연대 회원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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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14 11:42 2008/04/14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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