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편지 드립니다. 참여연대 최현주 팀장입니다.

광우병, 발병하면 치사율 100%. 제가 무슨 말을 더 얹겠습니까.
쇠고기로 만드는 제품이 이렇게 많았군요. 상상을 초월합니다. 최악의 경우, 그만 고기를 끊고 '채식주의자'가 되어야겠다는 수준으로 판단했던 제 스스로가 이렇게 한심할수가 없습니다.
라면스프, 화장품, 각종 조미료에... 이런 상황을 모두 피하기란, 쏟아지는 빗줄기 사이로 유유히 다닐 수 있는 경지일까요.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수준일까요. 그저 평범한 도시 서민으로서는 도대체 빠져나갈 수 없는 그물처럼 여겨집니다. 대한민국을 포위해버린 거대한 그물, 누가 어떻게 걸려들지 모를 인정사정 없는 무자비한 덫, 걸려들면 인간의 존엄성 따위는 사치품이 되어 추하고 끔찍하게 삶을 마감하게 될 죽음의 덫 앞에서.... 저는 한 인간으로서 원초적인 공포를 느낍니다. 두렵습니다.

엄마들이 뿔나고, 학생들이 거리로 나서는 근저에는 저와 별반 다르지 않는 원초적인 공포가 작동할 것입니다. '그렇게 죽고 싶지 않다. 나도, 나의 아이도, 나의 가족도' 이러한 공포가 연일 전국 각지에서 거대한 촛불의 물결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이 공포의 생산자는 바로 '신임 대통령과 정부' 입니다. '문제가 생기면 중단 대책을 강구하신다'구요? 청와대, 장난하십니까! 발병하면 치사율 100%인 재앙에 대해, 문제 생기면 그제서야 대책이라니요. 국민이 무슨 자동차나 아파트라도 되는 줄 아십니까. 일단 대량생산하고 문제 생기면 그제서야 리모델링하고 수리하는 그런 상품이라고 여기는 것 아닌가요!

[촛불집회: 오늘 저녁7시 청계광장] 우리 모두 나서면 미친소 수입 막을 수 있습니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기자회견문] '물타기 대책' 필요 없다! 전면 재협상하라!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일일브리핑] 재협상 없이 광우병 발생해도 수입중단 불가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현장] "엄마들도 뿔났습니다"
한나라당 광우병 발생 후 대응하겠다는 것이 대책인가?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청문회에서 검증해야 할 3대 의혹 및 10대 과제 발표
[자료집] 광우병 10문 10답

물론 최소한의 합리적 이성과 양심이 있다면, 상황을 이 지경으로 만들지도 않았겠지만. 그래도 한줄기 기대를 했었습니다. 그러나, 성난 민심이 확인된 이후 진행된 청문회나 대국민담화 등을 보고, 남았던 기대는 연기로 사라져 버렸습니다. 한 보수언론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내가 먼저 미국소 먹겠다"고 하시더군요.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올 지경입니다. 게다가 일부 보수언론의 태도는 설상가상 입니다. 이들에게도 묻고 싶습니다. 진정코 '철저히 책임규명'해야할 것이 '광우병 위험'이 아닌, '인터넷 괴담'이라고 판단하십니까?

정부여당과 보수언론의 몰지각의 예술적 경지를 보고 있으려니, 광우병보다도 '전 국민의 홧병'이 더 걱정되는 상황입니다만... 국민들이라도 정신 똑바로 차려야지요. 어쩌겠습니까, 대한민국 국민 노릇하기란 이토록 어려운 일인 것을요. '살기 위해'라도 거리로 나갈 수 밖에요.

오늘 저녁에, 다시 촛불문화제를 제안합니다.
이미 많이 알고 계시지요.
전환점이 될지 모를 중요한 국면입니다.
초 한자루, 작은 손피켓, 이렇게 소박한 의사표현도
함께 모이면 힘이 됩니다. 그런 힘이 결국 우리를 구원하지 않겠습니까.
아니 어쩌면 우리 스스로를 구원할 유일한 방법인지 모르겠습니다.
오늘 저녁, 초 한자루 손에 들고 청계광장에서 뵙겠습니다.
- 참여연대 최현주 팀장 드림

2008/05/09 13:30 2008/05/09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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