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O―라엘, 인간복제, 기술의 질주
시민과학센터(사업종료)/생명공학 :
2001/09/10 00:00
한 프랑스인의 국내 인간복제 주장의 파장
(편집자주)인간복제회사 클로나이드사 창설자인 라엘씨가 8월 31일 언론을 통해 한국에서 인간복제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생명공학의 위험성에 대한 감시활동을 벌여왔던 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에서는 인간복제에 참여한 의료기관과 의사에 대한 면허박탈운동을 전개하겠다고 경고하면서 '생명윤리기본법'의 시급한 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에대해 한국에서의 인간복제 실현 가능성, 그리고 국내 움직임에 대한 시민과학센터 한재각 간사의 칼럼을 싣는다.
몸이 아파서 출근도 미루고 누워 있는데, 눈치없이 핸드폰 벨이 울렸다. 여기저기 언론사 기자들의 전화문의가 이어지더니, 결국은 아파서 누워 있는 사람까지 깨운다. 국내에서 인간복제가 이루어지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이다. 그리고 이에 꼭 덧붙여 왜 인간복제가 반대하는지 이유를 묻는다. 사람을 죽이는 일이 왜 나쁘냐고 묻는 것마냥 당황스러운 일이다. 그새 사람들이 인간복제가 "왜 안돼?" 하고, 입장이라도 바뀌었단 말인가. 대체 무슨 일이라도 일어났단 말인가.
라엘, 그가 대체 무슨 말을 하고 갔나?
지난 달 말, UFO를 믿는 라엘이라는 사람이 입국하고 난 후부터 일어난 일들이다. 기술에 대한 맹신하고 있는 이 프랑스인은 인간복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실제로 인간복제를 추진하기 위해서 클로나이드社라는 회사까지 차렸다. 그리고 복제기술을 가지고 있는 여러 명의 과학자까지도 불러 모았다. 한국에는 그를 따르는 사람들이 1500명이나 있고, 또 클로나이드社 한국지부도 설치되어 있다.
한국의 라엘리안―라엘의 추종자들―은 2년전에 인간복제를 하게 해달라는 3만명의 서명을 받아 국회에 청원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1999년에 한국지부가 설립되면서, 인간복제에 참여할 한국인 과학자와 대상자를 모집하는 신문광고를 큼직하게 게재해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한국인으로 8명의 인간복제 신청자도 있으며, 또한 언제든지 인간복제를 위해서 '자궁을 빌려줄' 한국인 대리모들도 라엘의 말씀만 있기를 기다리고 있단다.
그런데 그 라엘이 이번 한국 방문에서 너무도 당황스러운 말을 하고 갔다. 클로나이드사 한국지부가 라엘 방문과 함께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그들은 최근에 미국 FDA에 의해서 강제 폐쇄된 인간복제 연구소를 제 3국에 설치할 예정이라고 적고 있었다. 제 3국이라니! 라엘이 한국에 방문하는 시점에 맞추어 제기된, 제 3국 인간복제 연구소 설치 주장. 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일까. 설마 국내에서 인간복제를? 라엘은 기자회견과 각종 인터뷰를 통해서 한국에서 인간복제를 추진하겠다고 너무도 자연스럽게 이야기하고 돌아갔다.
또한 인간복제 전문가인 브리짓트 브와셀리 박사가 이달 안에 한국을 방문해서 인간복제 추진 가능성을 검토할 예정이다. 마치 이땅에 제빵 기계 설치하고 풀빵을 찍어내는 일을 발표라도 하는 것처럼, 그는 말하고 가버렸던 것이다.
국내에서 인간복제는 가능한가?
그렇다면, 과연 라엘리안들이 국내에서 인간복제를 시도하는 일은 가능한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YES. 첫째, 법적으로 인간복제를 막을 아무런 제도적 장치가 없다. 라엘이 한국에서 인간복제를 하려는 중요한 이유로 인간복제금지법이 없다는 점을 거론했다. 그러나 재계와 생명공학계의 일부의 반대로 생명윤리기본법은 올해 국회에 상정조차 되지 않을 예정이다.
둘째, 기술적 능력 역시 충분하다. 클로나이드사는 복제기술을 가지고 있는 의사 및 과학자 여러명을 고용하고 있다. 한국에 방문한다는 브와셀리 박사도 그 중에 한명이다. 또 꼭 외국 연구자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한국은 이미 복제소 등을 탄생시킨 세계적인 복제기술 보유국이다. 현재 세계적인 동물복제 연구자로 소개되어지는 서울대 황우석 교수팀을 4개 정도의 연구팀이 한국에 존재한다. 그러나 이 팀들이 인간복제에 직접 협력하지는 않을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판단이지만, 문제는 이 기술의 전파가 비교적 쉽다는데 있다. 실제로 황우석 교수와 함께 연구한 과학자가 라엘리안들과 간접적으로 관계가 되어 있는 생명복제 전문을 표방하는 바이오벤처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이 벤처회사는 이미 동물복제에 성공했으며, 수의학을 전공하고 있는 라엘리안이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또한 보도의 진의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기는 하지만, K일보의 보도에 의하면 이 회사는 인간복제 시도를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셋째, 인간복제 시설 및 주변 환경. 현재 우리나라에는 체외수정 즉, 시험관아기 시술 등을 행하는 93개의 불임클리닉이 있다. 대부분의 불임클리닉에 복제기술로 인간배아를 창출하고, 이를 자궁에 착상시키는 시술을 하기에 충분한 시설과 또한 경험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인간복제를 위해서 필수적인 요소로서, 여성의 난자를 구하는데 어려움이 거의 없다는 점도 인간복제를 부추기고 있다. 현재 서울대에서 이용되고 있는 난자 제공시 구하게 되어 있는 동의서 양식을 보면, 난자 제공자는 난자에 대한 모든 권한을 포기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한 바이오벤처가 제시하고 있는 표준 동의서 양식에는 기증한 난자의 의학적 이용에 대해서 묻지 말라고 적고 있다. 이처럼 불임크리닉에서 난자가 한번 채취된 후부터는, 인간복제를 위해 이용되는 데에는 아무런 장애가 없다. 실제로 세계최초의 인간배아복제를 감행한 경희의료원의 경우, 불임치료를 위해 방문한 환자로부터 채취한 23개와 16개의 난자 중에서 두차례에 걸쳐 각각 3개의 난자를 이용해서 인간복제 실험을 진행했다는 점이 대한의학회의 조사에 의해서 밝혀졌다.
이 모든 점을 고려해봤을 때, 클로나이드사가 국내에서 인간복제를 시도하겠다고 했을 때 그 실현 가능성은 대단히 높다고 할 것이다.
인간복제를 해버리면.
기자들은 묻는다. 인간복제를 해버리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벌써 이만큼 와 버린 것이다. SF 같기만 한 이야기가 벌써 현실의 문제가 되어 버렸다. 이제 조만간 우리는 대리모의 배속에 들어 있는 복제된 아기에 대해서 도대체 어떻게 대해야 할지를 두고 고민하게 될는지 모르겠다. 클로나이드사가 아무도 모르게 한국 땅에서 인간복제를 시도한 후에 이를 공개한다면? 우리는 배속에 들어 있는 복제 아기를 낙태라도 시켜야 한다고 주장할 것인가.
이렇게 매몰차고 야박한 일이 없다 싶다. 인간복제가 얼마나 심각하게 인간존엄성을 훼손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제쳐두자. 그렇지 않다고 믿는 라엘리안들이나 그들의 주장에 설득당한 불임부부에게 인간존엄성 이야기는 귀에 들리지 않을테니. 그러나 사회적 합의고 뭐고 다 집어치우고, 기술이 가능하니까 해본다는 이 '무대뽀'는 도대체 무엇인가. 금지하는 법도 없고 기술도 있고 시설도 있으니, 누가 뭐라건 인간복제를 하겠다는 이런 무책임함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리에게, 사회 구성원들에게 제대로 논의하고 정리할 기회도 주지 않고 기술은 이렇게 훌쩍 윤리의 벽을 뛰어 넘어가 버리는 것이 아닐까. 기술의 질주, 윤리의 지체.
지금까지 이런 우려에 대해서 어디에서도 진지한 우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강건너 불구경하는 모습이랄까. 생명윤리기본법을 추진하는 정부는, 이런 우려에 대해서 한마디 이야기도 없다. 인간복제의 위험이 실제하는 것인지, 실제한다면 어떻게 막을 것인지. 꿀먹은 벙어리다. 의사들이나 과학자들도 마찬가지다. 의사협회는 인간복제를 금지하는 생명복제연구지침을 제정하던 일을 차일피일 미루다가 현재까지 왔다. 그리고 당장에 직면한 인간복제 우려에 대해서 어떠한 성명도 발표하지 않고 있다. 인간복제에 찬성이라도 한단 말인지. 인간배아복제 허용을 주장하는 과학자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신들은 인간개체복제는 반대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막상 현재와 같은 상황에 대해서는 이를 막기 위한 진지한 집단적 노력이 없다. 또한 종교계들도 별 말이 없다. 국내 인간복제의 현실적 가능성을 믿지 않기 때문일까.
인간복제, 그것을 막을 수 없는 날. 그에 대해서 우리는 모두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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