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8호 개혁정론] 특집 2. 도대체 한국 검찰은 변하였는가?
정기간행물(종간)/개혁통신 :
2001/09/25 00:00
검찰이 또 뼈를 깍아야 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벤처기업 사냥꾼, 조직폭력배 두목, 정치인, 관료가 얽혀 있는 부정비리사건인 '이용호 게이트'에 검찰 고위간부의 이름이 여럿 등장하고 있습니다. 1억원의 사전수임료를 받고 이용호씨를 위하여 '전화변론'을 했다는 전 법무부장관은 관행이었다고 변명하고 있습니다. 동생이 연루된 검찰총장은 자신은 도의적 책임을 질뿐이지 공직수행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합니다. 검찰이 신속하게 특별감찰본부를 설치하고 감찰에 나섰으나, 검찰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따갑기 그지없습니다.
야당에 의한 최초의 정권교체를 이룩한 '국민의 정부'는 출범 이후 '개혁'의 견인차를 자부해왔고, 수 차례에 걸쳐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공언해 왔습니다. 그러나 김대중 정부 아래에서 일어났던 '정치권사정', '권력형 비리사건' 등의 처리결과를 보면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어 보입니다.
먼저 '정치권사정' 결과를 보십시오. 지난 98년 6월 구속·기소된 장수홍 청구그룹 회장이 조성한 7백80여억원의 비자금 사용처가 도마에 오르고 대구, 경북 지역 출신 국회의원등 정·관계 인사의 연루가 문제가 되었으나 곧 유야무야되었습니다. 이외에도 '김선홍 리스트', '이신행 리스트', 그리고 '개인휴대통신(PCS) 및 종금사 리스트', '한국부동산신탁 관련 리스트' 의혹이 연일 언론에 보도되었지만, 이 모두에 대하여 검찰은 실체적 진실을 드러내주지 못하였습니다. 99년 1월 검찰은 동아건설에서 2억원을 받은 김종호 의원에게 정치자금 수수에 불과하다며 면죄부를 주면서, 자민련을 건드리면 공동정권이 유지되겠느냐, 검찰 수사는 수사논리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고 말하기까지 하였습니다.
다음으로 '권력형 비리사건'의 수사결과를 보십시오. 예컨대 '백두사업'을 둘러싼 린다 김의 정·관계 음성로비 사건의 경우 검찰은 이른바 "몸로비"라는 지엽적인 이슈에 끌려가면서, '백두사업' 비리의 본질인 무기거래 및 도입 시스템을 둘러싼 비리구조를 파헤치지 않았습니다. 린다 김이 법원에서 징역 1년에 전격 법정 구속되었음에도 검찰은 재수사에 대한 의지가 없음을 적극 천명하기까지 하였습니다. '고속철 선정 불법 비리사건'의 경우도 그러합니다.
검찰은 이 사건의 핵심로비스트 최만석씨가 고속철 차량선정 로비 대가로 알스톰사에서 받은 커미션 중 수십 억원이 경남종금을 통해 세탁되었고, 또한 이 돈이 96년도 총선 당시 신한국당 선거대책위 부위원장 겸 국회 국방위원장을 맡았던 황명수 前의원의 계좌로 들어간 것을 확인하였으나 최만석씨의 해외도피를 이유로 수사는 중단되었습니다. '한빛은행 불법대출 의혹사건'과 '동방·대신 금고 불법대출 의혹 사건'의 경우도 단순히 경제범죄를 넘어 권력형 비리사건이라고 판단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존재하였으나, 검찰은 불법대출의 총체적 전모를 드러내기 보다는 몇몇 개인의 비리문제로 수사를 종결하였습니다.
이러한 일들이 반복되면서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추락하였고, 급기야 검찰총장과 차장에 대한 탄핵발의추진이라는 사태가 터져 나오기도 하였습니다. 물론 탄핵소추 시도에는 야당의 정략이 짙게 깔려 있고, 현재의 야당이 검찰개혁을 말할 자격이 있을까도 의문스러운 점은 사실입니다. 한나라당 역시 집권당 시절에는 검찰을 수족처럼 부리려 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나 이러한 사정을 다 인정하더라도 현재 검찰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필연적인 것
입니다. 왜냐하면 김대중 정부 아래에서 검찰에 의한 '정치권사정'이나 '권력형비리 사건' 수사가 그 이전과 마찬가지로 정권유지와 기반확충을 위한 정략적 목적에서 자유롭지 못하였기 때문입니다.
'정치권 사정'과 '권력형 비리척결'을 힘차게 외쳐놓고는 범죄사실이 확인되면 정치적 고려를 하여 눈 감아주는 행태가 반복될 경우 검찰의 미래는 없습니다. 검찰은 예비정치인 양성소가 아닙니다. 검찰의 임무는 정치적 고려없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 발견만을 위해 매진, 또 매진하는 것이며, 이것만이 국민의 신뢰를 다시 획득하는 지름길입니다. 검찰청 앞에는 동양에서 정의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해치( )상이 세워져 있습니다. 이는 무슨 의미입니까? 국민은 검찰이 '죽은 권력'을 무는 하이에나가 아니라 이른바 '성역'로 뛰어들어가 현재의 '살아있는 권력'과 싸우는 해치이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과거 '법조비리 사건' 이후 검찰은 정치적 중립과 공정 및 청렴과 명예, 인권보장과 적법절차의 준수 등을 내용으로 하는 '검사윤리강령'을 제정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은 확보되지 못합니다. 학계와 시민단체가 줄기차게 요구해 온 고위공직자 관련범죄에 관한 '부분적 기소법정주의(部分的 起訴法定主義)'의 채택 또는 특별검사제 도입, '재정신청(裁定申請)' 대상의 대폭확대, 검찰총장에 대한 인사청문회 도입, 검찰총장 임기 종료 후 일정 기간 공직취임 제한, 각 지검단위로 민간인이 참여하는 '검찰중립감시기구' 설치 등 검찰의 공소권 남용을 통제하고 검찰의 중립화를 확보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하여야 할 것입니다.
1999년 2월 김대중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다음과 같은 지시를 내린 바 있습니다. "국민이 지금 바라는 것은 검찰과 사법부의 50년 관행을 개혁하는 것이며 50년 부조리를 씻을 수 있어야 한다. ...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은 읍참마속의 생각으로 확고한 태도로 이번 일을 계기로 일대 개혁해야 한다. 이번 일에 대해 찬성하거나 불만이 있는 사람이나 누구나 검찰의 인사에 대해 제대로 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는 인사를 해야 한다. 몇 사람 퇴직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개인적으로 퇴직하는 사람은 과거의 문제이므로 억울하다는 생각도 들겠지만 뒤에 검찰이 전혀 다른 검찰, 새로운 검찰로 태어날 때 그런 분들의 희생도 의미있을 것이고 국민들도 검찰이 새로 태어났다고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 지시의 문제의식에 동의합니다. 검찰 자신과 국민을 위하여 검찰은 반드시 다시 태어나야 합니다.
야당에 의한 최초의 정권교체를 이룩한 '국민의 정부'는 출범 이후 '개혁'의 견인차를 자부해왔고, 수 차례에 걸쳐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공언해 왔습니다. 그러나 김대중 정부 아래에서 일어났던 '정치권사정', '권력형 비리사건' 등의 처리결과를 보면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어 보입니다.
먼저 '정치권사정' 결과를 보십시오. 지난 98년 6월 구속·기소된 장수홍 청구그룹 회장이 조성한 7백80여억원의 비자금 사용처가 도마에 오르고 대구, 경북 지역 출신 국회의원등 정·관계 인사의 연루가 문제가 되었으나 곧 유야무야되었습니다. 이외에도 '김선홍 리스트', '이신행 리스트', 그리고 '개인휴대통신(PCS) 및 종금사 리스트', '한국부동산신탁 관련 리스트' 의혹이 연일 언론에 보도되었지만, 이 모두에 대하여 검찰은 실체적 진실을 드러내주지 못하였습니다. 99년 1월 검찰은 동아건설에서 2억원을 받은 김종호 의원에게 정치자금 수수에 불과하다며 면죄부를 주면서, 자민련을 건드리면 공동정권이 유지되겠느냐, 검찰 수사는 수사논리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고 말하기까지 하였습니다.
다음으로 '권력형 비리사건'의 수사결과를 보십시오. 예컨대 '백두사업'을 둘러싼 린다 김의 정·관계 음성로비 사건의 경우 검찰은 이른바 "몸로비"라는 지엽적인 이슈에 끌려가면서, '백두사업' 비리의 본질인 무기거래 및 도입 시스템을 둘러싼 비리구조를 파헤치지 않았습니다. 린다 김이 법원에서 징역 1년에 전격 법정 구속되었음에도 검찰은 재수사에 대한 의지가 없음을 적극 천명하기까지 하였습니다. '고속철 선정 불법 비리사건'의 경우도 그러합니다.
검찰은 이 사건의 핵심로비스트 최만석씨가 고속철 차량선정 로비 대가로 알스톰사에서 받은 커미션 중 수십 억원이 경남종금을 통해 세탁되었고, 또한 이 돈이 96년도 총선 당시 신한국당 선거대책위 부위원장 겸 국회 국방위원장을 맡았던 황명수 前의원의 계좌로 들어간 것을 확인하였으나 최만석씨의 해외도피를 이유로 수사는 중단되었습니다. '한빛은행 불법대출 의혹사건'과 '동방·대신 금고 불법대출 의혹 사건'의 경우도 단순히 경제범죄를 넘어 권력형 비리사건이라고 판단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존재하였으나, 검찰은 불법대출의 총체적 전모를 드러내기 보다는 몇몇 개인의 비리문제로 수사를 종결하였습니다.
이러한 일들이 반복되면서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추락하였고, 급기야 검찰총장과 차장에 대한 탄핵발의추진이라는 사태가 터져 나오기도 하였습니다. 물론 탄핵소추 시도에는 야당의 정략이 짙게 깔려 있고, 현재의 야당이 검찰개혁을 말할 자격이 있을까도 의문스러운 점은 사실입니다. 한나라당 역시 집권당 시절에는 검찰을 수족처럼 부리려 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나 이러한 사정을 다 인정하더라도 현재 검찰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필연적인 것
입니다. 왜냐하면 김대중 정부 아래에서 검찰에 의한 '정치권사정'이나 '권력형비리 사건' 수사가 그 이전과 마찬가지로 정권유지와 기반확충을 위한 정략적 목적에서 자유롭지 못하였기 때문입니다.
'정치권 사정'과 '권력형 비리척결'을 힘차게 외쳐놓고는 범죄사실이 확인되면 정치적 고려를 하여 눈 감아주는 행태가 반복될 경우 검찰의 미래는 없습니다. 검찰은 예비정치인 양성소가 아닙니다. 검찰의 임무는 정치적 고려없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 발견만을 위해 매진, 또 매진하는 것이며, 이것만이 국민의 신뢰를 다시 획득하는 지름길입니다. 검찰청 앞에는 동양에서 정의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해치( )상이 세워져 있습니다. 이는 무슨 의미입니까? 국민은 검찰이 '죽은 권력'을 무는 하이에나가 아니라 이른바 '성역'로 뛰어들어가 현재의 '살아있는 권력'과 싸우는 해치이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과거 '법조비리 사건' 이후 검찰은 정치적 중립과 공정 및 청렴과 명예, 인권보장과 적법절차의 준수 등을 내용으로 하는 '검사윤리강령'을 제정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은 확보되지 못합니다. 학계와 시민단체가 줄기차게 요구해 온 고위공직자 관련범죄에 관한 '부분적 기소법정주의(部分的 起訴法定主義)'의 채택 또는 특별검사제 도입, '재정신청(裁定申請)' 대상의 대폭확대, 검찰총장에 대한 인사청문회 도입, 검찰총장 임기 종료 후 일정 기간 공직취임 제한, 각 지검단위로 민간인이 참여하는 '검찰중립감시기구' 설치 등 검찰의 공소권 남용을 통제하고 검찰의 중립화를 확보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하여야 할 것입니다.
1999년 2월 김대중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다음과 같은 지시를 내린 바 있습니다. "국민이 지금 바라는 것은 검찰과 사법부의 50년 관행을 개혁하는 것이며 50년 부조리를 씻을 수 있어야 한다. ...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은 읍참마속의 생각으로 확고한 태도로 이번 일을 계기로 일대 개혁해야 한다. 이번 일에 대해 찬성하거나 불만이 있는 사람이나 누구나 검찰의 인사에 대해 제대로 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는 인사를 해야 한다. 몇 사람 퇴직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개인적으로 퇴직하는 사람은 과거의 문제이므로 억울하다는 생각도 들겠지만 뒤에 검찰이 전혀 다른 검찰, 새로운 검찰로 태어날 때 그런 분들의 희생도 의미있을 것이고 국민들도 검찰이 새로 태어났다고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 지시의 문제의식에 동의합니다. 검찰 자신과 국민을 위하여 검찰은 반드시 다시 태어나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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