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각 간사, 산부인과학회지 논문을 뒤진 이유



산부인과 한번 가본 일이 없는 참여연대 총각 간사. 자원활동가가 의대 도서관에서 복사해다준 대한산부인과학회지의 논문 더미와 씨름한 지 3개월만에 보고서 하나를 만들어냈다. <국내 인간배아 관리실태 조사 보고서>. 보고서 제목에는 "9,225명의 인간배아, 그들이 사라졌다!"를 써 붙였다. 총각 간사는 도대체 산부인과학회지를 왜 뒤졌으며, 무엇을 본 것일까.

총각 간사. 첫 논문부터 눈앞이 깜깜했다. 대한산부인과학회가 조사하여 발표한 <(조사보고서)한국 보조생식술의 현황> 논문에는 'IVF', 'GIFT', 'Cryoperserved ET'니 하는 전문 용어가 잔뜩 자리잡고 있었던 것이다. 전문용어의 숲 속에서, 간사가 집요하게 추적한 것은 '인간배아'였다. 사람의 정자와 난자가 수정하여, 어머니의 배속에서 제대로 자리잡기만 하면 10달 안에 틀림없이 예쁜 아기로 태어날 존재: '인간배아'. 글을 읽는 독자도―기억하지는 못하겠지만―'인간배아'였다.

어머니 배속이면 10달안에 예쁜아기로 태아날 존재 - 인간배아

그 인간배아가 요즘 수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불임치료기술(체외수정 및 배아이식술)이 발전과 함께 시험관 내에서 인간배아가 너무나 많이 창출되고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서, 예쁜 아기가 되어야 할 인간배아가 버려지거나 연구 목적 등으로 이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부모가 불임치료를 받았다면, 어쩌면 지금의 우리도 쓰레기통이나 실험실 현미경 위에 놓은 처지가 되었을는지 모른다. 생명공학에 의해 인간 존엄성과 윤리가 무너지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의 조사결과 보고서에 의하면, 국내 인간배아에 대한 관리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심지어는 인간배아에 관한 기본적인 통계조차도 신뢰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예를 들어 배아가 버려지거나 연구에 이용될 가능성이 높은 냉동보존 배아이식술은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이 방법에 의해서 매년 냉동 보존되는 배아의 수에 대한 통계치가 일치하지 않아 실태조차 파악하기가 힘들다. 대한산부인학회지에 따르면, 냉동보존 중인 1996년 인간배아의 수치와 1997년 인간배아의 수치 사이에는 9,225개만큼의 차이가 나타나는데, 이 통계대로라면 9,225명의 인간배아가 어디에선가 '실종'된 것이다. 단순히 통계상의 실수인지, 아니면 무단으로 폐기되거나 연구에 이용된 것인지 알 길이 없다.

사라진 9,225명의 인간배아, 보호할 법 전무

한편, 인간배아를 관리하기 위한 제도도 대단히 부실하다. 정부는 인간배아의 보호와 관련된 법령 제정 건수가 단 1건도 없다. 대한의학협회 및 대한산부인과학회 등은 <인공수태시술지침>을 제정하고 있지만 인간배아를 보호와는 거리가 먼 지침이며, 이 조차도 제대로 준수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확신하지 못하는 상태이다.

게다가 일선 불임치료병원과 연구기관에서는 인간배아를 냉동보존/폐기 및 연구 이용과 관련된 최소한의 장치인 부모 동의서도 제대로 갖추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가 8개 국공립 불임치료기관에 대해 정보공개를 청구한 결과, 배아의 냉동보존/폐기에 대한 동의서를 갖추어 실시하고 있는 기관은 2개. 배아를 연구에 이용할 경우에 얻어야 할 동의서 양식을 갖추고 있는 기관은 전무하였다. 이는 최근에 급증하고 있는 인간배아 줄기세포 연구에 부모의 동의 없이 인간배아가 무분별하게 이용되고 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처럼 인간배아에 대한 관리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 실태를 볼 때, 연구에 방해된다는 이유만으로 일부 연구자나 생명공학 산업계가 생명윤리기본법 제정을 반대하고 있는 점은 무책임한 일이다.



한재각
2001/10/23 04:47 2001/10/23 0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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