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개 시민사회단체, 집시법 개정 운동 본격화



지난 23일 안국동 느티나무 카폐에서 93개 시민사회단체는 '집회와 시위의 자유 완전쟁취를 위한 연석회의(이하 연석회의)'를 발족시키고 현행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이하 집시법)의 문제점과 경찰당국의 자의적 법집행으로 인한 침해에 대해 정면으로 대응할 것을 천명하고 나섰다.

이는 정쟁만 일삼는 정치권이 제대로 민의를 반영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집회·시위를 통한 집단적 의사표출의 중요성이 커지는 것과 달리, 현재 정부가 '집회와 시위의 권리'마저 온건히 보장하지 않는 상황에 대한 우려 및 문제제기로 볼 수 있다.

집시법의 독소조항 이용 "입맛 따라 원천봉쇄"

연석회의는 선언문을 통해 "그간의 민주화투쟁을 통해 어렵게 '집회와 시위의 공간'을 쟁취해 왔지만 '집시법'의 덫에 걸려 그 공간이 다시 사라지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또한 "이는 현행 집시법의 곳곳에 박혀 있는 독소조항들이 '집회와 시위의 권리'를 심각하게 제한하거나 아예 원천봉쇄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집회·시위의 자유를 쟁취하려는 이유를 밝혔다.

이날 연석회의가 현행 집시법상의 독소조항으로 든 것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 집회에 대한 사전금지 조항(5조). 연석회의는 "정부 당국이 이 조항을 근거로 '입맛에 따라 집회를 원천봉쇄'하고 있다"며 "과거 폭력집회를 한 전력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민주노총이나 한총련 등의 집회가 금지된 사례는 그 수를 헤아리기조차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 조항은 헌법 21조(집회·결사의 자유)의 정신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라며, 이 조항을 삭제할 것을 요구했다.

둘째, 외국대사관 및 국회 등의 100미터 반경 내 집회 원천금지 조항(11조). 연석회의는 "집회예정지가 외국공관의 반경 100미터 내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집회가 금지된다면 이는 넌센스"라고 지적했다. 또한 연석회의는 이 조항을 악용, 일부 기업이 자신들의 빌딩마다 외국공관을 적극 유치해 노동자들의 집회를 원천봉쇄하는 것 또한 매우 큰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 외에도 연석회의는 현행 집시법의 과도한 신고규정이나 교통소통을 이유로 한 금지 등이 경찰에 의해 자의적으로 악용되고 있는 현실을 문제로 지적했다.

허영구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특히 주요도로에서의 집회·시위 금지는 대부분 경찰의 자의적 해석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며 "집시법의 기본 취지인 신고제와는 달리 실제로 허가제로 운영되고 있어, 집회·결사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광훈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현 정부 들어 국민기본권인 집회·결사의 자유를 예전 군사정권때 보다 더 심하게 탄압하고 있다"며 "집시법을 경찰, 정부 당국이 악용하는 것은 과잉진압 등 자신들의 잘못은 인정치 않고 모든 잘못을 시민사회단체에게 떠넘기는 것"이라고 강하게 성토했다. 또한 박석운 민중연대 집행위원장은 "헌법 21조에도 허가금지가 명문화되어 있다"며 "경찰이 '집회에 대한 사전금지'조항 등을 악용하는 것은 명백한 위헌적 법집행"이라고 강조했다.

집회 결사의 자유, 군사정권 때보다 더 심하게 제약

연석회의는 향후 사업으로 △올바른 집시법 개정을 위한 토론회 △집시법 개정안 마련 △대사관 앞에서의 1인 시위, 집회 △위장집회, 대사관 유치 사례 △위장집회신고 단체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경찰의 각종 집회·시위 금지통고에 대한 취소소송 등을 벌이고 이를 통해 집회·시위의 자유를 쟁취할 것이고 밝혔다.

특히 집시법 개정안과 관련, 연석회의는 집시법 5조(집회 및 시위의 금지)를 독소조항이라고 규정하고, 5조2호(집단적인 폭행·협박·손괴·방화 등으로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할 것이 명백한 집회 또는 시위)를 삭제할 것을 요구했다. 그 외에도 △집회방해죄(3조)에 위장집회신고 추가 명시 △과다한 신고사항 축소 △질서유지선 문제 △경찰폭력 방지를 위한 의무규정 마련 △대사관 등 절대금지조항(100미터 장소제한) △광범한 주요도로 지정과 자의적 금지통고 문제 등 17개 항목에 대한 수정 및 보완을 요구하고 있다.

김도형 민변 사무차장은 "집회 및 시위의 자유는 그 사회의 민주주의 성숙도를 잴 수 있는 척도"라며 "정부는 개인이나 집단의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존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경석
2001/10/23 07:54 2001/10/23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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