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위협' 빌미로 막강 권력 꿈꾸는 국정원
국내연대/시민사회일반 :
2001/11/23 18:26
국정원의 테러방지법 저지를 위한 사회단체 대표자 기자회견
'제2의 국가보안법'이 될 것이라는 국정원의 '테러방지법' 입법예고 소식이 알려지자 시민사회단체들이 이를 막기 위해서 긴급히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섰다. 지난 23일 종로구 안국동 느티나무까폐에서 67개 시민사회단체는 기자회견을 갖고 '국정원의 테러방지법 저지를 위한 공동투쟁'에 들어갈 것을 천명했다.
입법안의 내용은 국가보안법과 같이 법적 용어의 정의부터 애매모하고, 국정원의 수사권, 조직 확대 및 군병력에 대한 경찰권 부여 등의 조항까지 들어 있어 큰 논란을 빚고 있다. 또한 입법예고 마지막 날인 지난 21일, 국정원 홈페이지에 입법 예고된 '테러방지법안'이 공지도 없이 수정된 것으로 밝혀지기도 해, 시민사회단체는 12월 8일까지의 국회 회기 내에 이 법안을 기어코 통과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를 표명했다.
다음은 이날 발표된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인권의 시대냐? 반 인권의 시대냐? '테러위협'을 빌미로 막강 권력의 부활을 꿈꾸는 국정원의 야욕이 착착 실행에 옮겨지고 있다. 국정원이 지난 12일 입법 예고한 테러방지법안은 한마디로 '국정원의 전용 무대' 설치 법안이다. 대테러대책회의 상임위원장이 국정원장이요, 국정원 내에 대테러센터가 설치될 뿐 아니라 그 조직을 국정원장이 정하게 되어 있다. '테러방지'의 명분 뒤에 숨으려 한들 국정원의 의도가 권력의 대폭 확대·강화에 있음은 너무나 확연하다. 공작정치, 인권유린 및 비리연루로 지탄받아 왔으며, 시민사회의 감시가 미치지 않는 '정보기관'에 이런 권력을 주는 것은 참으로 가당치 않은 노릇이다.
권력 야욕 앞에서 절차적 민주주의가 눈에 들어올 리 없다. 국정원은 단 10일간의 입법예고 기간을 두었을 뿐이며, 공청회조차 무시해 버리는가 하면 또한 그 짧은 입법예고 기간 중에 어떤 공지도 없이 법안 내용을 바꿔치기하는 변칙을 서슴지 않았다. 졸속추진에 법안 바꿔치기라는 무리수까지 두면서 국정원은 그 속내를 더욱 분명하게 드러내 보이고 있다.
국정원은 법안을 바꿔치기 하면서 기존 법안에서 지탄받았던 '테러사건에 대한 국정원의 수사권'을 숨기는데 주력했다. 그 결과 국정원의 수사권은 법안 곳곳에서 꿈틀거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광범위하고 모호하기 짝이 없는 '테러 개념'은 여전하며, 외국인에 대한 사찰활동, 군 병력에 대한 경찰권 부여, 무제한의 감청 등 인권유린의 위험성은 여전히 높은 수위를 유지한 채 상존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도 충분히 중앙집권화된 경찰력과 테러대응기구들을 보유하고 있다. 경찰의 정보력은 지나치리만큼 강하며 군대와 다름없는 전투경찰대와 대테러특수부대들이 존재한다. 테러를 방지하기 위한 특별한 법을 만들 까닭은 없으며 정보기관인 국정원이 나서서 대테러조직을 장악하고 일괄 지휘해야 할 까닭도 없다. 국민의 감시밖에 있는 '정보기관'인 국정원에 권한이 집중될 때 민주주의에 끼치는 위협은 테러만큼 심각하다.
국가정보원은 말 그래도 '정보'기관이다. 정보기관은 정보수집활동에만 자신의 역할을 제한해야 하는 것이 민주주의헌법이 요구하는 것이고 시대의 추세이다. 국정원은 테러 대책을 빌미로 한 권력 부활 야욕을 버리고 테러방지법 제정 기도를 즉각 포기하라.
2001년 11월 23일
국정원의 테러방지법 저지를 위한 사회단체 대표자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