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시장을 끝내고 보내는 편지



(편집자 주)참여연대 알뜰시장은 시민들이 사용하던 생활용품을 기증 받아 안국동 참여연대 사무실 앞에서 매달 마지막주 수요일에 열리는 장터입니다. 이 알뜰시장의 수익금은 친환경사회의 건설, 아름다운 사회의 건설에 쓰입니다. 지난 11월 28일에 네번째로 열린 알뜰시장은 이제 장안의 화제가 되었다고 하는 군요. 네번째 장터를 성공적(?)으로 끝내고 실무를 담당했던 시민사업국 이강백 부장이 함께해주신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담아 편지 한통을 띄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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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만남! 알뜰한 당신! (11/05)


노란 은행잎이 구르던 가을이 가고 어느덧 겨울이군요.

새 해가 시작되던 날이 어제 같은데

흐르는 강물처럼 시간의 강은 쉼 없이 흘러 벌써 12월이네요.

우리가 사는 세상은 논리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않습니다.

진리를 설명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역설'이라는 역설이 그래서 성립하는가 봅니다.

버림으로써 얻고, 줌으로써 받고, 나눔으로써 하나가 되는 역설적 진실이 가능함을 우리는 보았지요.

기증자와 구매자, 그리고 그들을 이어주는 자원활동가 선생님들!

이 트라이앵글이 엮어 가는 알뜰시장은 버림으로써 얻고, 줌으로써 받고, 나눔으로써 하나가 되는 공간입니다.

이제 참여연대 알뜰시장은 안국동과 인사동의 명물로 자리잡아 가고 있습니다.

물품을 사는 시민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 '다음 행사는 언제냐?'는 거지요.

많은 분들이 일찍 사러 오지 못한 것을 아쉬워합니다.

알뜰시장의 열렬한 팬들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지요.

한 번 알뜰시장에 오셨던 분들은 다음 행사에 꼭 오고싶어 하지요.

책을 사기 위해 알뜰시장이 열리는 날을 체크해놓고 계신다는 유현주씨는 자신이 다 본 책을 챙겨서 기증하셨습니다.

그분이 기증하신 일본어 교재와 테이프, 중국어 교재와 테이프는 바로 팔려나갔습니다.

많은 분들이 알뜰시장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린다고 합니다.

▲ 지난 달 28일로 네번째를 맞은 알뜰시장은 이제 안국동과 인사동의 명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사진은 10월 31일 세번째 알뜰시장의 모습


알뜰시장이 열리기 위해 가장 중요한 전제는 팔아야 할 물건이 있어야 한다는 것!

기증자의 정성 없이는 알뜰시장이 가능하지 않습니다.

이사하거나 집수리를 하는 경우에는 저희들이 직접 나갑니다.

이번에 장임원 고문님이 이사를 하셔서 많은 물품을 내주셨습니다.

그리고 자원활동가 선생님들이 기증 물품을 받아오시기도 합니다.

이혜옥 선생님은 주변 친지 분들의 물품을 기증 받기 위해 동분서주 하셨습니다.

온 집안이 지저분한 창고가 되었답니다.

또 그것을 온 집안 식구들이 동원되어 선생님 남편 분의 차에 실어 참여연대에 보내니 보통 일이 아니지요.

정순진 선생님도 분당에서 물품을 모아 참여연대로 나르시느라 애 쓰셨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회원님들이 하나 둘씩 모아 오는 물품들입니다.

'맑고 푸른 사람들'의 대표이신 김영찰 선생님은 이번 알뜰시장을 위해 신제품 정수기를 두 대 기증하셨고 다음 12월 알뜰시장을 위해 세 대의 정수기를 기증하셨습니다.

김석순 선생님은 지난번에 이어 이번에도 '국제양말' 한 박스를 택배로 보내셨습니다.

김우종 선생님은 자신이 그린 그림을 들고 직접 오셨습니다.

*** 이강백님

수고가 많으십니다.

그런데 이런 일마저도 도움이 되어 드리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누구네 집이나 장롱 속에는 정리해야 할 물건들이 있는 것이 정상인데 제 집에는 장롱도 없

고 책상도 없습니다. 2년 전에 그것마저도 정리해 버렸기 때문입니다.

정년 퇴직할 때 책을 거의 정리했고, 원고청탁서 등이 오지 않는 날부터 책상도 없애버

렸고, 아내가 가 버린 후 거의 모든 것을 정리해 버렸습니다.

가끔 취미로 작은 그림을 그리는데 그런 것이라도 한 점 준비가 되면 갖다 드리겠습니다.

11월 19일 김우종 ***

*** 선생님!

전 오늘 그림 한 점을 받은 게 아니라

우주만큼이나 큰 정성을 받은 느낌입니다.

사무실까지 찾아오시게 해서 송구스런 마음도 들구요.

근데 선생님!

건강이 좋지 않아 보여 마음이 아팠습니다.

저에게 김우종 교수님은 중년의 미남으로 기억 남아 있는데

오늘 뵈니 새벽 아침 서리처럼 세월이 내렸더군요.

선생님의 책을 보고 모습을 뵐 때가 벌써 20년 전이었군요.

선생님!

항상 건강하세요.

운동은 하시는지요?

꾸준히 운동하시는 것이 젤루 좋습니다.

배드민턴 같은 운동도 적당하고 좋은 종목이에요.

바빠서 대접도 못하고 총총히 가시게 해 마음이 안좋습니다.

행사 끝나면 다시 연락 드리겠습니다.***


자원활동가 선생님들은 참여연대의 꽃이자 알뜰시장의 꽃입니다.

물론 잡초도 두 포기 있지요.

잡초 이름은 최*수, 심*훈 선생님이라나?

자원활동가 선생님들은 가장 열심히 물품을 모으십니다.

또 모인 물품을 분류 정리하고 하나 하나 붙인답니다.

이틀동안 꼬박 작업해야 가격을 매기고 정리하는 일이 끝납니다.

그리고 나서 알뜰시장이 열리지요.

하루 종일 물건 파는 일도 보통 일이 아닙니다.

어떤 선생님들은 알뜰시장이 끝날 때마다 살이 2kg나 빠진답니다.

황경순 선생님은 "돼지고기를 좋아하지 않지만 직업상 먹어야 한다"네요.

인체 내의 먼지를 제거하는 데는 돼지 비계가 최고랍니다.

이런 쉽지 않은 일을 자원활동가 선생님들은 기쁘게 해내십니다.

자원활동가 선생님들은 한 분 한 분이 범상치 않은 분들입니다.

꽃으로 따지자면 야생화도 있고 장미도 있고 난초도 있고 해당화도 있고 국화도 있고...

적당한 세월의 무게에 풍부하고 아름다운 감성의 소유자들이십니다.

언젠가 꽃들이 부르는 노래를 들은 적이 있는데 환상적이더군요.

12월을 마지막으로 알뜰시장 준비팀은 새롭게 변모할 겁니다.

女人本色 變化無雙 才色兼備 變身無罪

한 마디로 아름다운 사람의 변신은 무죄다 뭐 이런 말입니다.

도와주신 모든 분들에게

깊은 감사의 인사 올립니다.

다음 행사는 12월 26일에 있습니다.

12월 행사에는 무척 귀한 물품이 많이 나올 예정입니다.

기대하셔도 됩니다.

여러분들의 아름다운 물품 기증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강백
2001/12/04 21:47 2001/12/04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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