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대만NGO포럼
중국과 수교를 하면서, 우리는 명동 한복판에 있었던 그들의 대사관 건물을 빼앗아 중국에게 넘겨주었다. 사회운동가에게는 국민당 장개석 독재정권와 박정희 독재정권 시절의 밀월 관계 안에서만 기억되는 나라, 대만. 그 나라의 수도 타이페이시에서 11월 5일부터 11일까지 6박 7일간 제 2회 아시아 엔지오 포럼이 열렸다. 이번 행사는 작년에 이어 2번째로 개최되는 것으로, 아시아 지역에서 활동하는 NGO의 경험을 나누고 연대를 쌓아나아기 위해서 기획된 것이었다. 한국에서는 참여연대와 성공회대에서 NGO 연구를 하는 학생(활동가)들이 참여하였다.

비정치화되고 사회적 서비스 제공에 치중된 대만의 NGO

이번 포럼의 전체 주제는 "NGO 운동의 비판 : 이해와 연대"로 정해져 있었다. NGO 운동을 성찰적으로 되돌아보면, 특히 아시아 지역에서의 NGO 운동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토론하는 기회로 삼자는 것이었다. 행사 전 과정을 통해서, 또는 개별적으로 만난 아시아 각국의 NGO 활동가들과의 대화 속에서 확인 된 것은 한국의 NGO 활동이 대단히 특이하다는 점이었다. 많이 알려진 것이지만, 아시아 지역의 많은 NGO 활동은 사회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포럼 기간에 열렸던 여러 차례의 워크숍의 주제들은 그런 상황을 반영하고 있었다. 워크숍에서 대규모 지진이 났던 지역의 자활을 하기 위해서 조직된 여성공동작업장이나, 지역정부의 지원을 통해서 운영되는 일종의 관변 교육기관인 지역대학(community university)의 활동, 소외된 계층의 저항 방법의 한 예로 제시된 정신병자보호단체 등의 사례 등이 보고되었다. 이런 보고 내용들은 중앙/지방 정부에게 도전하고 그들의 활동을 감시하는, 대단히 정치화된 NGO 활동에 익숙한 한국 참가자들에게는 낯선 것들이었다.

특히 대만 NGO의 활동이 이와 같은 특징을 갖게 된 것에는 몇 년 전에 일어났던 대규모 지진(대만에서는 921 지진이라고 말한다)에 대한 구호활동을 계기로 NGO운동이 활성화된 계기 때문으로 보인다. 마치 일본의 고베 대지진의 NGO 구호 활동이 일본 NGO 활동이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던 것처럼.

성노동자(Sex Worker)의 일할 권리?

한편 한국 참가자들은 이번 포럼 기간에 대단히 새로운 문제이자 곤혹스러웠던 문제에 직면하게 되었다. 그것은 '성 노동자(Sex Worker)' 문제였다. 필자를 포함하여 한국 참가자들이 이 문제에 대해서 얼마나 무관심하였나를 깨닫게 되는 기획가 되었다. 타이페이시 정부가 2년전 합법화되어 있던 매춘업을 불법화하고 시설을 폐쇄하자, '성 노동자'들은 노동단체를 비롯한 많은 사회운동단체들과 함께 "일할 권리"를 주장하면서 시정부를 대상으로 투쟁을 해왔다. 시정부는 불법화를 2년 유예하였지만, 포럼이 열렸던 바로 직전에 유예기간이 끝나면서 '성 노동자'들의 투쟁은 다시 시작되고 있었다.

성노동자들, 그리고 이들과 함께 싸우는 운동단체들은 매춘업을 불법화시킨다고 소위 '섹스 산업'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오히려 섹스 산업은 더 은밀해면서 성노동자들의 인권은 더욱 침해받게 되며, 또한 매춘 이외의 다른 경제적 대안이 없는 성노동자들을 궁지에 몰아넣는다고 주장한다. 이런 점에서 성노동자를 지원하는 인도단체(DMSC)의 활동 사례 보고는 대단히 흥미로운 것이었다. 1995년에 결성된 이 단체는 '성 노동자'를 현실로 인정로 인정하라는 입장에 기반하고 있다. 이 단체는 성노동자의 노동권을 보호하고 이들과 가족 및 아이들의 법적 지위를 보장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원하지 않는 여성의 강제적인 매춘업 진출을 방지하고 성노동자이 원하지 않을 때는 '노동'을 거부할 권리를 외치고 있다. 또한 성노동자들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병원을 설립하여 운영하고 또한 이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다양한 경제적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이런 활동은 '매춘' 자체가 없어져야 할 것이라는 도덕주의이고 경직된 입장이 강한 한국 사회(및 운동진영)에게 새롭게 고민할 거리를 던져 준다.

"과학적 근거"에 걸려 넘어진, 대만의 산업재해자 보상운동

이번 포럼의 두 번째날에는 타이페이시 인근의 지역을 돌아다면서, 3곳의 NGO를 방문하였다. 첫 번째는 우리나라 식으로 이해하자면 항만하역운송노조에 해당할 "대만구창저운륜업공회연합회(台灣區倉儲運輪業工會聯合會)"와 대북지역의 원주민공동체로서 유기농업 및 생활협동조합 활동을 진행하고 있는 하카 공동체를 방문했다. 마지막으로 저녁 늦게 방문한 곳은 대만직업병희생자협회(TAVOI)와 7년 전에 문을 닫은 미국계 다국적 기업 RCA의 대만 공장이었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방문한 대만직업병희생자협회와 RCA 대만 공장의 사례는 우리나라의 원진레이온 직업병과 관련된 투쟁을 연상시켰다. RCA는 텔레비젼, 통신기기 등을 생산하는 회사다. RCA 대만 공장에서는 생산과정에서 발암물질은 여러 유기 용매를 사용하고 있었는데, 이 유기용매들은 지하수와 토양을 오염시켜서 1998년에 대만 환경청은 이 지역을 영구적 오염지대로 지정했다. 이런 환경오염과 함께, 이 공장 노동자는 유기용매에 의해서 각종 암에 걸렸다. 1997년의 조사에 의하면, 그때가지 216명이 암으로 죽었으며 1059명이 암에 걸려 고통받고 있다고 한다.

현재 대만직업병희생자협회와 RCA 노동자들은 RCA 회사를 대상으로 보상을 요구하는 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대만의 직업병 관련 법은 RCA 노동자가 문제의 유기 용매에 의해서 암에 걸렸다는 것을 증명해야 할 책임을 부여하고 있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서 이들은 직업병 관련 법의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한편 회사는 대만 내 재산을 대만 밖으로 빼돌리기 위한 계획을 진행중이라고 한다.그런데 대만직업병희생자협회와 RCA 노동자들은 한국에서 진행된 원진레이온 투쟁에 의해서 고무받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한국의 원진 레이온 공장에서 일한 노동자들이 투쟁을 통해서 회사로부터 보상금을 받아 냈으며, 이를 바탕으로 전문적인 직업병 치료 병원을 설립하였다는 점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또한, 원진 레이온 투쟁과정에서 문제의 유기용매와 직업병 사이의 정확한 상관 관계가 밝혀지기 전이라도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가 이루어졌다는 점을 들어, RCA나 정부를 압박하고 있었다.

대만의 RCA 노동자나 한국의 원진레이온 노동자들 작업장 안전나 환경오염을 무시하는 기업에 의해서 고통받고 있는 점은 동일하다. 특히나 위험한 독성물질을 사용하면서도 이에 대해서 노동자들에 대한 안전교육도 미비하며 정부의 환경기준을 무시하고, 직업병이 걸린 노동자들에 대한 보상도 하지 않으려는 태도도 비슷하다. 특히, 문제의 독성물질과 노동자들의 직업병 사이의 상관관계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라는 태도를 취하면서, 책임을 회피하려는 모습은 어느 나라에서나 비슷했다.

아시아의 과학기술운동

이번 포럼의 마지막 날 행사에서는 "과학지식의 보급과 인민 복지"라는 주제로 발표와 토론이 이루어졌다. 첫 번째 발표는 인도의 K. K. 크리시나 쿠마씨는 환경, 에너지, 보건, 교육, 문맹, 지

역개발 영역에서 교육, 선전 및 정책 제시 활동을 하는 KSSP(인민과학운동단체)을 소개하였다.

두 번째로 한국의 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 간사인 필자가 국내의 생명공학감시운동, 특히 유전자조작식품 반대운동과 생명윤리기본법 제정운동에 대해서 소개하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좌파 과학자로서 대만 생명농업과학연구소장인 양닝순 박사는 유전자조작 식품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유전자조작식품에 대한 충분한 정보가 시민들에게 제공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과학기술 분야의 엔지오 활동에 대해서 처음 접한다는 반응이었다. 특히 인도 KSSP의 활동 내용에 대한 호기심을 나타냈다. 그런데 이들의 활동을 국내 현실과 비교해보

면, KSSP는 국내 과학기술운동에 비해서 1가지 과제를 더 가지고 있다. 즉 현대의 과학기술의 위험성에 대비하는 활동이외에, 인도 민중들의 높은 문맹률 때문에 기인하는 정치·사회 발전의 지체에 대처해야 하는 과제를 가지고 있었다.

한편 GMO를 반대하는 한재각 간사의 발표와 생명과학을 강하게 비판한 참가의 발언은 GMO를 지지하는 양낭순 박사 사이에 긴장을 유발시켰다. 그러나 과학지식과 기술이 초국적기업에게 종속되어 있다는 점에 대해서 의견을 같이 했으며, 시민들에게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정보 제공의 필요성에 동감했다. 또한 이를 위한 과학자의 사회적 책임도 강조되었다.
한재각 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 상근 활동가
2001/12/05 00:00 2001/1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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