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김명진|우리모임 회원, 서울대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 박사수료

사회에서 윤리의 역할은 동시대의 기준에 따를 때 합당한 행위가 무엇인지를 말해 줌으로써 바람직하지 못한 행위를 바로잡거나 예방하는 것이다. 그 중 가장 나쁜 행동은 법에 의해 규정되어 처벌을 받게 되는데, 윤리적 원칙은 법의 그것을 넘어서는 데 위치하는 기준이다. 윤리적 행위 혹은 윤리적 의사결정에는 종종 도덕적 측면이 존재하지만, 많은 경우에 있어서 윤리적 기준의 근본은 전문직업의 강령(professional code)이다.

생의학(biomedicine) 연구윤리의 경우, 과거에는 이 말이 인체 대상 연구를 관장하는 실행 규칙만을 가리키는 것으로 한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최근들어 생의학 연구윤리는 인체 대상 연구와 동물을 이용하는 연구 등과 같은 전통적 쟁점뿐 아니라 저자 표시(authorship)와 공로 인정(credit)의 부여, 데이터와 자료의 공유, 데이터의 공표와 입증, 다른 연구자들(과 그들이 하고 있는 연구)과의 상호작용, 대학원생이나 박사후 과정 학생들에 대한 감독, 이해관계상의 갈등에 대한 조정 등을 포함하는 광범한 연구활동들을 포괄하는 것으로 인식되어 왔다. 윤리적 연구 실행을 다룬 명문화된 혹은 암묵적인 기준들에 점차 초점이 맞추어지고 있으며, 이런 기준을 대학원생이나 박사후 과정 학생들에게 알려주려는 노력도 기울여지고 있다. 윤리적 연구 실행은 그간 책임있는 연구 수행과 동의어로 이해되어 왔다.1

과학 연구의 맥락에서 충실성이란 무엇인가?

연구에서의 충실성(research integrity)은 연구윤리에서 높은 기준을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춘 대중적 용어이다. 반면 연구에서의 부정행위(research misconduct) 혹은 과학에서의 부정행위(scientific misconduct)은 일종의 바람직하지 못한 행위를 지칭하는 말인데, 좀더 정확한 정의는 나중에 제시할 것이다. 이 용어가 의미하는 바에 대해서는 지금도 논쟁이 진행중이다. 충실성은 바람직한 연구 실행이 어떤 것인지를 말해 주는 좋은 단어인데, 왜냐하면 이 말은 두 가지 연관된 의미들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충실성은 정직성(honesty)을 의미하며 따라서 윤리적 행위를 함축한다. 또한 다른 한편으로 충실성은 완전함(whole) 혹은 온전함(intact)이라는 의미를 갖는데, 이는 연구 수행 과정에서 세심함과 정확성이 필요함을 말해 준다. 이와 같은 충실성의 두 가지 의미를 합치면 이는 개인이 가진 금전적 이해관계의 공개에 있어서의 협력뿐 아니라, 연구의 수행과 보고 과정에서의 지적 정직성과 기술적 세심함, 기만행위(fraud) 혹은 날조(fabrication)의 회피, 그리고 연구대상·학생·동료들에 대한 윤리적 접근 등을 함축하게 된다.

그렇다면 훌륭한 연구 실행과 연구윤리 사이에 뚜렷한 경계가 존재하는가? 얼핏 생각해 보면 연구의 실행은 어떤 사람이 물리적으로 실험실에서 실험을 하거나 데이터를 수집하고, 결과를 분석하고, 그 결과를 논문으로 발표하는 것과 같은 기술적인 문제에 불과한 듯 보일 것이다. 그러나 과학자가 유효한 결과를 산출해 내고 이를 보고하거나 이용하는 윤리적 작업 방식이 무엇인가 하는 문제는 좀더 복잡하다. 예를 들어 연구자가 처음에 나온 그럴듯한 결과를 곧바로 받아들일 것인지, 아니면 실험을 애써 여러 번 반복해 볼 것인지 같은 문제는 기술적인 문제인 동시에 윤리적인 문제이다. 윤리적 쟁점이 발생하는 몇 가지 연구 상황들은 <표 1>에 열거되어 있고 아래에서 자세히 다루어질 것이다.

비윤리적인 연구 실행을 식별해 내는 우리의 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한 가지 방법은 여러 가지 종류의 실수(error)들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이다. 실수를 저지르는 것은 연구를 하는 과정에서 피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 과학적 방법론의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는 다른 이들이 반복해서 이용할 수 있는 방법들을 개발함으로써 결과의 검증을 가능케 하는 것이다. 그리고 또다른 요소는 실수를 찾아내고 이를 미연에 방지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실수는 다양한 이유들 때문에 일어나는데, 그 중 일부는 통제가 가능한 것으로 생각되며 다른 일부는 무지 혹은 우연에 의해서 유발된다. 윤리적 경계에 걸친 연구 실행들을 검토해 보면 필자의 의도가 좀더 분명히 드러날 수 있을 것이다.

<표 1>실행과정에서 윤리적 문제들을 야기하는 연구행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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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실험 데이터의 기록과 보존

*실험의 재연 (필수적인 절차를 생략하지 말 것)

*논문 발표 혹은 프리젠테이션을 위한 데이터 선별

*데이터 분석 (통계처리 포함)

*데이터 및 연구자료의 공유

*기록과 아이디어의 소유권

*대학원생 및 박사후 과정 학생의 권리

연구결과:

*실제로 행해지지 않았거나 보고과정에서 생략된 통계분석

*연구비 신청을 위한 조급한 결과 이용 (아직 확인되지 않은 결과를 제시하거나 가장 잘 나온 결과만 인용한 경우)

*논문 개요에서 연구결과를 지레짐작해 기록 (아직 완결되지 않은 실험의 보고)

*연구결과의 중요성에 대한 과장 (대중을 상대로 한 속임수 혹은 과학계 내에서의 속임수)

*연구결과 혹은 그것의 중요성에 대한 자기기만("신화적 사고")

논문 발표에 대한 중압감:

*긴 연구업적 목록을 선호하는 과학계의 관행

*짧고 긍정적인 결과가 나온 논문을 선호하는 학술지(journal)의 관행

*공로 인정과 책임은 분리될 수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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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와 과실에 의한 실수(culpable error)의 구분

먼저 특정한 실수가 기준 이하의 연구 실행이 빚어낸 결과이기 때문에 일어나서는 안되는 실수였는지, 그리고 행위에 비윤리적인 측면이 개입했는지 여부에 대해 생각해 보면 유용하다.2 예를 들어, 연구자가 우선권을 획득하려 너무나 안달한 나머지 최초 발견을 확인해 보지도 않고 논문 초고를 제출해서 잘못된 결과가 발표되었다고 가정해 보자. 이런 유형의 실수는 과학 활동에서 일어나는 실수(scientific error)라기보다는 과실에 의한 실수라고 부를 수 있다. 이 경우에는 과학자의 실험 기법이나 자기기만(self-deception)이 아니라 그가 지나치게 서둘렀다는 점에 비판이 가해져야 한다. 실험 결과가 새롭고 또 흥미로운 함의들로 가득차 있을 경우에 그 결과는 너무 성급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불행하게도 연구자의 뛰어난 정당화와 설명에 힘입어, 잘못된 결과가 문제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고 독특하고 중요해 보이는 것으로 탈바꿈할 수도 있다.

좀더 흔히 나타나는 것은 아마도 이와 반대의 상황일 것이다. 실험의 결과가 예상했던 대로 나타나게 되면, 연구자는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왔을 때 했음직한 세밀한 검토를 해보지 않고 그 답을 그대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그 결과 나타나는 실수는 연구자의 편향이 가져올 수 있는 영향을 보여준다. 연구자들은 훈련 과정에서 이런 편향을 예측하고 통제할 수 있도록 훈련을 받아야 한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모든 결과를 회의적인 태도로 다루고, 주의깊고 끈기있게 실험을 반복해 보라는 것이 될 터이다.

자기기만은 연구자의 편향이 가져올 수 있는 잘 알려진 귀결 가운데 하나이다. 이는 특정한 실험결과 혹은 검증대상인 가설에 대한 지적 선호 때문일 수도 있고 이해관계상의 강한 갈등이 무의식중에 나타난 결과일 수도 있다. 이렇게 도출된 잘못된 결론은 더글러스(J.D. Douglas)가 "신화적 사고(mythical thinking)"라고 적절하게 이름붙였던 상황 ― 어떤 사람이 그렇게 되었으면 하고 원했기 때문에 그런 쪽으로 편향된 해석을 하게 되는 ― 이 빚어낸 결과이다.3 극도의 압박 하에서 연구를 수행할 경우 조급한 발표뿐만 아니라 "신화적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가능한 편향의 원천들을 고려에 넣지 않고 설계한 실험을 수행하다 보면 과실에 의한 실수에 준하는 실수가 생겨날 수 있다. 이는 훌륭한 연구 실행에 근본적으로 위배되는 것이 된다. 실험에서의 편향을 통제하는 것은 모든 연구에서 중요한 문제이며, 여기에 특정한 이해관계상의 갈등 혹은 과도한 경쟁상태로 인해 빚어질 수 있는 추가적인 편향을 피하는 문제가 덧붙여진다. 그러한 실수들은 과학 활동에서 일어나는 실수(규제기구의 용어를 빌자면 "정직한 실수")4로 분류될 수 있는가, 아니면 과실에 의한 인간의 실수로 분류해야 하는가?

공동연구자들의 기여부분을 별생각없이 받아들이는 것 역시 과실에 의한 실수를 낳을 수 있다. 왜냐하면 그것은 과학적 방법론의 필수불가결한 일부분인 회의적 태도를 무시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물론 공동연구자들이 이용하는 특별한 절차들의 모든 세부사항까지를 개별 연구자가 심도있게 이해하고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는 없지만, 책임 연구자는 공동연구자들의 결과에 확신을 갖기 위해 그들(혹은 그들이 이용하는 실험 방법)에 대해 개인적으로나 평판에 의거해 충분히 잘 알고 있을 필요가 있다. 예컨대 나는 공동연구자가 충분히 신뢰할 만한지를 확인해 보기 위한 방편으로 분석물의 가짜 표본을 보내 시험해 보는 행위가 합당치 못한 불신의 표출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부실한 연구 기록 역시 실수를 야기할 수 있다. 많은 과학자들은 예전에 논문으로 발표한 결과가 제대로 된 것인지를 실험실 노트를 통해 증명해 보라는 요구를 받은 다른 과학자의 얘기를 들으면, 과거에 발표한 결과를 입증할 수 있는 데이터를 제시하기란 쉽지 않다고 항변해 왔다. 이는 과학적 연역과정의 복잡성과 제한된 저장 용량 때문에 나타난 이해할 만한 결과인가, 아니면 실험 결과와 데이터 요약, 그리고 나중에 발표된 주장의 근거를 주의깊게 상세히 기록하지 못했음을 인정하는 것인가? 기록 보존의 기준에 대해서는 많은 실험실에서 교육되고 있기 때문에, 부실한 데이터 관리로 인한 실수는 과실에 의한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

부주의 ― 창조성과는 분명히 구분되어야 할 ― 도 과실에 의한 실수의 원천이 될 수 있다. 과거에 과학에서의 기만행위가 밝혀져 대중의 주목이 집중되고 정부 관리들이 이를 제한할 규제조치 혹은 기준을 제시했을 때, 일부 과학자들은 이런 조치들이 창조성을 질식시킨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규칙으로부터의 이탈이 진정한 창조성이 아니라 곧 부정행위를 의미한다는 식으로 과학 활동의 절차를 협소하게 규정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기존에 받아들여지고 있는 지식을 무시하고 행동하는 것은 종종 창조적 사고에서 필요한 한 측면이었고 개념적 진보의 일부분이었던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허술한 기록 보존, 실험의 부적절한 통제 혹은 재연(replication), 연관된 기존 연구에 대한 무지 등은 창조성의 증거가 아니라 부주의의 증거이며 이는 종종 과실을 물을 수 있는 것이다.

연구에서 기만적 실행의 파악

노골적인 속임수는 연구에서의 기만행위의 핵심인 허위 진술(misrepresentation)이나 거짓말과 같은 것이다. 여기서 정직한 실수와 속임수는 서로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 그러나 삶의 다른 영역들에서와 마찬가지로 과학에서도 실제로 행해지는 작은 속임수의 수많은 예들이 있으며, 이 중 일부는 너무나 흔히 일어나기 때문에 거의 속임수로 간주되지 않는다. 나는 이를 일컬어 "제도화된 허위 진술"이라고 부를 것인데, 왜냐하면 이는 과학 연구의 문화에서 받아들여지고 있는 일부분이기 때문이다. 용인가능성의 경계에 걸쳐 있는 그러한 실행들에 대해 생각해 봄으로써 많은 시사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실험 결과의 선별이나 어떤 결과를 배제할 것인가의 결정은 데이터를 분석하고 실험으로부터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의 중요한 한 부분이다. 몇몇 순진한 논평가들은 과학자들이 [선별과정을 거치지 말고] 모든 실험결과를 발표해야만 하며 그 중 어느 것이 관련이 있고 의미있는 것인지의 판단을 독자에게 맡겨야 한다고 제안한 바 있다. 한 번이라도 과학 연구를 해 보았거나 과학 논문을 발표하려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런 생각이 얼마나 비실용적인지를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정말 제대로 되지 않은 실험의 결과를 제외하고, 결론을 정당화할 충분한 실험의 재연과 그 결론이 상대적으로 객관적임을 보여줄 충분한 통계를 확보한 후, 설득력있는 논지 전개를 위해 유효한 데이터를 충분히 ― 그러나 모든 데이터는 아닌 ― 제시하는 것은 연구자가 져야 할 책임이다. 연구자는 자신이 데이터 선별시 사용한 방법과 선별의 범위를 보고할 의무가 있다. 불행히도, 연구에서 심각한 허위 진술을 저지르는 최악의 경우에는 자신의 결론을 뒷받침하기 위해 고도로 선별된 일부 데이터만을 이용한다. 특히 평가 목적의 임상 연구에서 부작용이 나타난 사례를 생략하는 것은 극히 비윤리적인 형태의 허위 진술이 된다. 결국 이로부터 끌어낼 수 있는 합당한 결론은, 데이터 선별 그 자체는 분명히 필요한 것이지만 가능한 한 가장 객관적이고 공정한 방법으로 수행되어야 하며, 그 과정에서 실험의 테크니컬한 측면에 대한 이해와 함께 연구자의 편향이 어떻게 선별에 영향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한 인식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비 신청서를 내거나 논문 개요를 제출할 때 가장 성공한 실험의 결과(이런 결과를 단 한번밖에 얻어내지 못한 경우도 있다!)만을 선별해 작성하는 통상적인 관행은 제도화된 형태의 속임수로 간주될 수 있다. 논문 개요나 학술회의 발표 논문에서 제시된 연구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과학자들은 거의 없으며, 심사를 통과한 논문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보통이다. 사실 많은 논문 개요들이 학술지에 실리는 논문으로 발전되지 못하고 개요 수준에서 그치고 만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두말할 나위없이 이후의 실험이 애초에 발표된 결과를 확인해 주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논문 개요나 연구비 신청서에서의 증거 기준은 심사를 거쳐 발표된 논문의 그것만큼 높지 않으며 과학자들이 이 정보를 이용할 때는 이런 점을 고려에 넣는다. 따라서 이러한 관례에 의해 조급한 결론들은 과학의 영역에서 제거되며, 이와 같은 허위 진술에 속아 피해를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게 된다. 일부 연구자들이 취하고 있는 보다 의심스러운 관행은 일련의 실험들을 끝낼 것으로 예상하고 미리 논문 개요를 제출하는 것인데, 이 경우에는 논문에서 내세운 결과의 일부가 가공적인 것이 된다. 이는 윤리적 실행과는 거리가 먼 행위이다.

과학자사회 내에서 오랫동안 정상적인 "연구비 획득 방법(grantsmanship)"으로 간주되어 온 또다른 형태의 허위 진술이 있다. 즉, 연구자가 아직 초보적인 실험밖에 해보지 못한 연구가 아닌, 사실상 완료된 연구에 대해 연구비 지원을 신청하는 것이다. 지원자는 이미 끝낸 특정 실험들을 앞으로 수행하겠다는 계획을 제출하고, 만약 연구비가 주어지게 되면 그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후 남은 연구비는 다른 연구 ― 아마 좀더 대담하고 추론적인 ― 에 쓸 수 있게 된다. 이는 연구자로 하여금 그가 받는 연구비보다 한 단계 앞서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게 하며, 자신에게 좋은 성공 경력을 남기고 연구비 지원기구의 성과 기록도 향상시키는 일석이조의 결과를 가져온다. 엄밀히 말하면 그런 식의 연구비 신청서는 허위 진술을 포함하고 있는 것이 분명한데, 왜냐하면 이는 연구비 신청서 속에 포함된 모든 내용이 사실과 다르지 않음을 증명한다고 그가 부정하게 서명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최근 한 연구자가 이런 류의 허위 진술을 저지른 것으로 판명되어 공개적으로 경고 조치를 받았다. 비록 주어진 벌칙이 수년간의 연구비 지원금지 ― 연구비 지원기구가 연구에서의 기만행위에 내리는 전형적인 처벌 ― 에는 이르지 않은 신중한 것이긴 했지만, 이 사례는 이런 류의 제도화된 허위 진술의 시대가 종말을 고하고 있음을 말해 주는 신호탄 구실을 했으며, 연구윤리의 기준이 변화하고 있음을 시사해 주었다.

경계에 걸친 또다른 속임수 행위들

그래프와 통계에서의 속임수는 오늘날의 언론에서 너무나 흔히 찾아볼 수 있는 특징이 되어버렸기 때문에, 과학자가 실험 결과를 보다 설득력있게 제시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그런 속임수를 써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새삼 되새길 필요가 있겠다. 통계를 남용한 대부분의 경우를 "실수"로 치부해 버리기란 쉬운 일이지만, 만약 그렇다면 훌륭한 연구 실행의 기준을 따르지 못한 것이 보다 심각한 문제로 탈바꿈하는 것은 어떤 경우에서인가? 통계를 올바로 쓰는 것 ― 혹은 두 사람의 통계학자가 무엇이 옳은 방법인가에 대해 동의하는 것 ― 은 그 자체로 충분히 어려운 일이기에 우리는 통계적 추론을 대단히 노골적이고 의도적으로 오용한 경우가 아니면 이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이 영역에서의 전문직업적 기준과 실행은 초보적인 수준이다. 내가 잘 알고 있는 연구에서의 기만행위 조사 사례를 하나 예로 들겠다. 이 사례에서 고발된 사건을 조사한 검토위원회의 위원 대부분은 피고발자가 사용한 통계 실행이 데이터 변조에 해당한다고 생각했다. 피고발자는 동일한 면역학적 분석을 네 번 반복한 후 결과가 많이 다른 하나를 버리고 나머지 세 개의 값(편차를 인위적으로 줄이고 의미있는 값이 나올 가능성을 증가시킨)만을 평균내었다. 그러나 이 면역학자는 위원회에서 이런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자신의 분야에서는 드문 일이 아니라고 말했던 것이다!

경계에 걸친 또다른 예는 방금 다룬 사례에서 논쟁의 대상이 되었다. 이 연구자는 처치를 받은 환자들로부터 다수의 혈청 표본을 채취해 검사한 후 이를 대조군과 비교했다. 그가 수행한 통계적 검사는 만약 모든 표본이 서로 다른 환자들로부터 나온 것이었다면 적절한 것이었을 터였다. 그러나 여기서는 각각의 환자들로부터 여러 개의 표본(그것도 환자마다 그 수가 제각각인)을 채취했고 따라서 이 표본들은 통계적으로 독립적이지 않았다. 이 연구자는 논문에서 자신이 독립적 표본들을 측정했다는 언급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검토위원회에서는 이것이 그가 연구한 집단의 규모에 대한 의도적인 속임수라기보다는 통계처리의 무능함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보고 사건을 기각했다. 그러나 이 사례를 조사한 정부기구는 그를 고의적인 속임수를 쓴 혐의로 고발했는데, 이는 실수와 속임수 사이의 구분이 보는 사람 나름이라는 사실을 보여 준다. (이 경우에는) 계산을 정확하게 했더라도 통계 결과가 그 연구자의 가설을 지지하는 결과를 내도록 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 연구자는 앞서 발표한 논문에서의 변조된 그래프 때문에 이미 신용이 떨어진 상태였다. 그는 "부적절한 결과(noise)"를 제거하고 그가 의미있다고 생각한(그리고 그의 가설을 지지하는) 결과만을 남김으로써 데이터를 좀더 보기좋게 만들었던 것이다.

실험 재료나 실험 방법에 대한 설명이 독자를 오도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논문 집필 과정에서의 실수나 학술지 편집자가 정해놓은 지면의 제약 때문일 수도 있고, 저자들이 경쟁자들을 따돌리기 위해 결정적인 단계를 논문에서 생략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러한 정당화들은 각각 분명히 서로 다른 윤리적 함의를 갖는다. 방어적 속임수의 흥미로운 한 예는 새로운 고온 초전도체(high-temperature superconductor)에 대해 처음 발표된 논문 초고에서 사용되었다. 여기서는 이 이트륨(yttrium) 함유 화합물의 화학식이 "Y"가 아니라 "Yt"라고 씌어져서 논문 심사위원들은 희토류 원소가 이트륨이 아닌 이테르븀(ytterbium)이라고 생각했다. 약칭에서 나타난 이 실수는 나중에 교정쇄에서 수정되어 최종적으로 인쇄된 버전에는 맞게 표기되었다. 이런 방어적 속임수는 논문 발표 이전에 가치있는 정보가 새나가는 것을 피하기 위해 필요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는데, 이 논문은 그 화학식의 과학적 중요성뿐만 아니라 상업적 가치까지도 이해할 심사위원들에 의해 리뷰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속임수가 윤리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는지 여부는 논쟁거리이다 (나는 당시 상황을 고려했을 때 이것은 무척이나 약삭빠른 아이디어였다고 생각한다!).

오늘날 과학의 기준은 논문으로 발표된 실험이 다른 이들에 의해 재연될 수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해 실험 방법의 설명이 따라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명확하게 제시될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자격을 갖춘 실험실에서 실험의 재연이나 추가적인 실험을 위해 실험에 사용했던 특수한 시약을 요청할 경우에는 이를 제공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회과학의 경우 미 정부의 연구비 지원을 받아 만들어진 데이터 세트는 다른 연구자들에게 공개해야 하는데, 다른 연구자들이 쓸 수 있게끔 데이터를 정리하고 기록하는 작업은 그 자체만으로도 종종 상당한 노력을 필요로 한다. 한 연구자가 특수한 시약, 미생물, 형질전환된 생쥐, 혹은 연구비 지원을 받아 만든 데이터 등을 다른 연구자들과 공유하기 이전에, 이런 자료들에 대한 초기 투자의 효과를 활용하기 위해 얼마만큼의 시간을 윤리적으로 쓸 수 있는지에 관한 논쟁이 현재 진행중이다. 실제로 대규모 연구소에서 그 자료들을 이용해 원래 연구자보다 더 빨리 후속 연구를 진행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항상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방 지원기구들은 일단 연구결과가 문헌에 발표된 이후에는 연구 자료가 공유되어야 한다는 명확한 방향을 규칙에 담고 있다.

대중을 상대로 한 속임수

과학연구의 결과를 과장하는 것은 연구자들 사이에서 흔한 일이다. 그들은 종종 자부심뿐 아니라 자기 이해관계에서 그런 일을 한다. 즉, 이를 통해 자신의 연구를 (지속적으로) 지원하도록 다른 이들을 설득시키는 것이다. 연구 지원기구들이 가진 이해관계도 이와 유사하다. 왜냐하면 그들은 연구비를 지원받은 연구의 중요성과 전망에 근거해서 자신들의 예산집행을 정당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연구소들은 자기 기관에 속한 가장 뛰어난 연구자들의 업적을 들먹여 외부로부터 좋은 평판을 얻으려 애쓴다. 선정적인 뉴스를 찾아헤매는 언론 역시 과학 연구에서의 "대약진(break-through)"을 발견해 내려 혈안이 되어 있다. 과학자들은 자신이 발표한 연구결과의 중요성에 대해 묻는 기자들에 의해 유혹을 받는다. 기자들이 그간 오래 찾아헤맸던 "X"에 대한 치료법의 발견에서 중요한 진전이 있었는가 하는 식으로 물어올 때면, 연구결과에 적용되는 모든 단서조항과 한계들을 설명해 주거나 연구결과의 중요성에 대해 겸손하기란 무척 어려운 법이다. 중요한 진전이라? 물론 있고말고! 이런 모든 "중요한 진전"들에 있어서의 문제점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것이 애초에 약속했던 길로부터 점차 멀어져 가는 것처럼 보인다는 사실이다. 이는 과학자들에 대한 대중의 냉소를 불러올 것이고 심지어 지원의 감소를 가져올 수도 있다. 윤리적인 연구 실행은 대중과의 책임있는 의사소통까지도 포함해야만 하는 것이다.

경계에 걸친 쟁점으로서의 저자 표시와 인용 문제

공동저자 표시의 "선사"("gift" co-authorship)는 과거에 흔한 관행이었지만 지금은 대단히 부적절한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예전에는 한 그룹이나 실험실의 수석 연구자가 거기서 나오는 거의 모든 논문에 이름을 올리는 것이 전통으로 되어 있었다. 개중에는 자기 아래 있는 연구자가 수행한 연구에 제1저자로 이름을 올리는 이들도 있었다. 내가 알고 있는 야심에 찬 수석 연구자 한 사람은 그가 예전에 가르쳤던 학생이자 공동 연구자에게 자신이 기여하지 않은 연구에까지도 공동저자 표시를 하도록 강요하는 실수를 저질렀는데, 마찬가지로 야심에 차 있었던 이 학생이 수석 연구자의 이름이 올라간 일련의 논문들에서 기만행위를 저지르는 바람에 전문적 명성에 손상을 입었다.5

혹자는 앞서와 같은 경우, 공동저자 표시가 위로부터 요구되었기 때문에 이는 "선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와 같은 비윤리적인 관행은 다른 형태로도 나타난다. 연구 업적이 매우 뛰어났던 어떤 의과대학 소속 그룹에서는 그 그룹에서 나오는 매 논문마다 거기 속한 모든 젊은 교수들의 이름을 올리는 일상적인 관행이 있었다. 이런 식의 허위 진술을 통해 이 그룹에 속한 개인들은 손쉽게 발표논문 목록을 확장할 수 있었고 그에 따라 이 그룹 전체의 명성이 높아지게 되었다. 또한 이제는 공간, 장비 혹은 재정지원을 제공해준 선배 교수나, 프로젝트에 필요한 핵심적인 시약을 제공해 주었지만 연구의 계획, 수행, 혹은 논문 발표에서 지적인 기여를 하지는 않은 사람들을 공동저자로 표시하는 것 역시 합당하지 않은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자격이 없는 사람에게 공로 인정을 해주는 것은 그 자체로 정직하지 못한 일이지만, 이런 관행에 대중적 시선이 쏠리게 된 것은 이보다 덜 흔한 유형의 공동저자 표시 선사의 사례들이 폭로된 것이 계기가 되었다. 연구에서의 기만행위를 저지른 이들 중 많은 수는 공동저자 표시 선사를 통해 많은 수의 공동저자를 확보함으로써 자신들의 날조 행위에 더 많은 신뢰도를 부여하려 애썼다는 사실이 밝혀졌던 것이다. 공동저자로 이름이 올라간 사람들 중 일부는 자신의 이름이 사용되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고, 다른 일부는 우쭐해져서, 또다른 일부는 난처해하면서 공동저자 표시를 승낙했으나, 결국에는 이들 모두가 기만행위 사건에 연루되어 피해를 입었다. 그리 명민하지 못한 미국의 한 법률가는 제안하기를, 공동저자 표시 선사를 불법화하는 법률안을 통과시키면 연구에서의 기만행위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다음의 내용을 고려할 때 이는 극히 단순화된 해법이라 아니할 수 없다.

많은 조직들과 몇몇 기관들은 한 개인이 논문의 공동저자 자격을 갖추기 위해 어떤 기여를 해야 하는지를 규정하려 시도하는 정책들을 채택해 왔다.7,8 이제 공동저자가 되기 위해서는 연구에 어떤 지적 기여를 해야만 한다는 광범한 합의가 이뤄지고 있다. 단순히 실험을 수행한 것만으로는 공동저자가 될 수 없으며, 또 실험 장비만 대여해 주었거나 심지어 결정적으로 중요한 시약을 제공해 주었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도 안된다는 것이다. 또한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리기 위해서는 논문 초고의 작성 혹은 수정 작업에 참여해야 하며 그것의 최종 버전을 승인해야 한다. 실험을 설계하는 과정에서도 뭔가 역할을 해야만 저자가 될 자격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현재 의견의 불일치가 있다. 동료 과학자나 저자 자격을 갖추지 못한 선배 교수에게 공동저자 표시를 선사하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규칙을 대학원생이나 박사후 과정 학생들에게까지 적용하는 것은 지나치게 제한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8 저자 표시 문제는 연구기관들과 각종 학회들이 자체적으로 확립하도록 장려되고 있는 윤리적 기준들 가운데 하나이다1 ― 설사 그 기준을 강제할 메커니즘이 여전히 분명치 않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공동저자 표시 선사의 반대 상황은 공로가 인정되어야 마땅한 곳에서 이를 인정하지 않는 경우이다. 이는 대학원생이나 박사후 과정 학생의 기여 부분에 대해 공로 인정을 하지 않는 못된 관행에서부터 예전의 연구결과나 저자를 제대로 인용하지 않는 경우까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이런 경우들이 갖는 윤리적 심각성의 정도는 사안에 따라 다양한데, 이는 마땅히 인정되었어야 할 공로의 유형은 어떤 것인가, 그리고 그곳에서는 저자 표시에 관해 어떤 기준을 따르고 있는가 등의 여러 요인들에 달려 있다. 이 영역에서 일어나는 분쟁들은 점차 공개적으로 논의되는 추세이다. 이제 학생과 교수가 연구 초기 단계에서 토론을 통해 누가 어떤 프로젝트에서 저자 표시를 받을 만큼 열심히 참여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이 좋은 실험실 관행의 일부로 자리잡았다.

누가 데이터를 소유할 것인가?

대학원생이나 박사후 과정 학생이 연구 결과의 기록과 지적 성과물에 대해 어떤 권리를 갖는지는 훈련 과정의 일부분으로 설명해 줄 필요가 있다. 연방기구나 다수의 민간 비영리 재단으로부터 연구비를 지원받은 경우, 연구비는 개별 연구자가 아니라 소속 기관에 주어지는 것이므로 자료, 기록, 특허권 등을 포함하는 연구의 성과물은 연구자 개인이 아니라 기관에 귀속된다. 대학원생이나 박사후 과정 학생이 작성한 실험 노트나 여타 기록들은 책임 연구자의 그것과 마찬가지로 법적으로는 해당 개인이 아닌 실험실에 귀속된다.9 학생이 훈련기간을 마치고 실험실을 떠날 때에는 그(녀)에게 연구 기록의 사본을 제공해 주는 것이 온당한 일이지만 기록 원본은 해당 기관이 연구 책임을 위임한 책임 연구자가 맡아 실험실 내에 계속 보관해 두어야 한다.

실험실에서 떠돌던 아이디어와 학생이 실험실에서 수행했던 프로젝트는 비록 그 실체는 덜 분명하지만 훨씬 더 가치있는 자산이며, 그가 해당 실험실을 떠날 때 이를 일종의 자산(legacy)으로 가지고 갈 수 있도록 허용해 주어야 한다. 많은 연구자들은 자기 밑의 학생들에게 연구해 보도록 맡겼던 아이디어나 실험실에 있는 동안 그 학생이 스스로 생각해 낸 아이디어를 그(녀)가 떠날 때 가지고 갈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반면 몇몇 연구자들은 자기가 운영하는 실험실에서 생겨난 모든 아이디어는 자신에게 귀속된다고 말하면서 자기 밑의 학생들이 그 실험실을 떠나게 되면 뭔가 다른 연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후자의 경우는 마치 아이디어가 떨어진 과학자의 자기방어처럼 들리지만, 이는 단지 보다 더 착취적인 구세대 과학자의 목소리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논문 발표에 관한 추가적인 쟁점들

이전 연구를 인용할 때, 하나의 아이디어가 형성되어 온 지적 편력 전체를 통상의 연구 논문 속에 담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여기서 전통적으로 통용되어 온 한 가지 원칙은, 이전에 발표된 연구결과들 중에서 연구의 방법론을 제시한 것과 같은 일부 문헌을 우선적으로 인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전 연구에 대한 인용은 과거에 발표되었던 아이디어들 중에서 어느 것이 현재 검증대상이 된 가설의 기반을 형성했는지 결정하는 것을 넘어서는 복잡한 문제이다. 그러나 그 분야의 경쟁자들이 발표한 연구결과들을 무시해서는 안된다는 점만큼은 분명하다. 아직 논문으로 발표되지 않은 다른 과학자의 아이디어를 가져다가 아무런 언급도 없이 사용하는 것은 더욱 심각한 윤리적 문제이며, 중대한 부정행위에 해당한다고 널리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하나의 아이디어가 원래 어디에서 나왔는지를 증명하는 것은 종종 쉽지 않은 문제이기 때문에, 표절의 실용적인 정의는 이미 발표된 아이디어나 표현의 도용으로 이해되는 것이 보통이다.10

논문 초고의 심사체계나 연구비 신청서 검토체계는 아직 논문으로 발표되지 않은 과학자들의 작업을, 이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또 그 주제를 잘 알고 있는 동료 혹은 경쟁 과학자의 면밀한 조사에 노출시킨다. 이는 윤리적 위반이 일어날 잠재적 가능성이 높은 상황인데, 왜냐하면 [우선권 선취를 위해] 비밀을 요하는 이런 자료들이 실제로 논문으로 발표되기 이전에는 윤리적 원칙상 어느 누구도 이 자료들을 이용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만약 심사 대상 초고나 연구비 신청서에 해당 검토위원(reviewer)이 현재 시도중인 연구와 직접 관련된 내용이 들어 있다면 그 결과를 어떻게 쉽게 무시할 수 있겠는가? 이 어려운 질문은 대학원생들이나 박사후 과정 학생에게 연구윤리를 가르칠 때 자세히 따져 보아야 하는 많은 실질적 쟁점들 중 하나이다.

지도교수가 비밀을 유지하며 검토하도록 요청받은 논문 초고를 실험실의 대학원생 혹은 박사후 과정 학생에게 내줘 이에 대한 보고서를 쓰게 함으로써, 이를 새로운 연구를 평가하는 방법을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실습 기회로 삼는 것은 온당한 것일까? 예전에 몇몇 그룹들에서 흔히 행해졌던 이런 관행은 오늘날 학술지의 규칙과 비밀 동료심사(peer review)의 윤리를 위반하는 행위로 인식되고 있다. 이와 같은 변화는 과학 연구의 윤리적 기준이 발전 혹은 성숙되고 있는 현 상황을 보여 주는 실례이다. 과거에는 용인가능했고 심지어 바람직하거나 유용하다고까지 생각되었던 몇몇 관행들이 점차로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 되어 가고 있다. 여타의 모든 문화 유형들과 마찬가지로 과학 연구 역시 변화하고 있고, 이에 따라 과학 연구의 실행을 명문화된 일련의 규칙으로 설명하고 한정짓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 되었다. 유연하지 못하거나 지나치게 명확한 규칙을 제정하는 것은 현명치 못한 일이다.

논문 발표에 대한 압박은 젊은 교수들의 윤리 혹은 도덕관념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널리 알려진 요인들 중 하나이다. 이런 압박은 동료 그룹이나 전문직업 전체에 의해 가해지며, 연구비 신청의 승인 여부뿐 아니라 대학에서의 승진 기준에도 반영된다. 불행히도, 많은 수의 논문을 발표하고 새로운 발견에 대한 우선권을 확보해야 한다는 압박감은 실험의 재연을 최소로 하고 주의를 요하는 여타의 실행 절차들을 건너뛰는 등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학술지들이 부정적인 결론에 도달한 논문들보다 긍정적인 결과를 싣는 데 더 관심을 보인다고 널리 인식되고 있기 때문에(이런 인식이 옳은지 그른지는 따져 봐야겠지만), 경쟁하는 과학자들은 부정적인 결과보다 긍정적인 결과를 선호하는 쪽의 편향을 갖게 되며 연구 문헌은 문제가 되는 테스트에 대해 긍정적인 쪽으로의 편향을 보이게 된다.

나는 실수 혹은 수준낮은 연구 실행과 노골적으로 비윤리적인 행위의 경계에 걸친 많은 윤리적 쟁점들을 제시해 왔다. 여기서 그 둘 사이의 구분이 쉽게 이루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규칙과 윤리적 원칙들은 각각의 사례마다 조심스럽고 현명하게 해석되어 적용되어야 한다. 과학자들과 그 비판자들은 특정한 행위의 심각성이나 과실 여부에 관해 의견의 불일치가 생길 때 서로에 대해 단순화된 공격을 가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

규칙과 규제

일반적으로 과학자들은 관료적 규칙과 규제를 잘 참지 못한다. 이는 그들이 과학 연구에서의 책임있는 행위라는 대체로 암묵적인 기준을 절도있게 지키는 이들로 스스로를 자리매김해 쟁취해 낸 독립성의 일부분이다. 그리고 이런 특징은 과학자들의 창조성 및 생산성과 연관을 가진 것으로 ― 실제로 그렇건, 그렇지 않건 간에 ― 생각되어 왔다. 연구의 실행 과정에서 이는 많은 과학자들이 행정적 규칙을 따르는 것이 불편하다고 느낄 때 종종 규칙을 무시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부분적으로 이는 교육에서 기인한 문제이다. 인체 대상 연구나 동물 연구를 관장하는 정책, 그리고 유독성 화학물질, 전염가능성이 있는 미생물, 방사성 물질 등과 같이 생물에게 위험한 물질들의 이용을 규제하는 정책은 지난 20년간 더욱 더 엄격해져 왔다. 그러나 고참 과학자들은 이렇게 변화하는 정책을 쫓으면서 새로운 태도와 연구 실행방식을 받아들이는 데 있어 일관되지 못한 모습을 보여 왔고, 이는 그들 아래 있는 대학원생이나 박사후 과정 학생들에게 좋지 못한 선례로 남을 수 있다.

행정 담당자들은 고집불통에 제멋대로인 연구자들을 다룰 때 인내심과 관대함을 가져야 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대중이나 실험 대상 혹은 실험실 인력의 보호를 위해 만들어진 연구 규칙들을 준수하도록 요구해야만 한다. 이러한 규칙들을 반복해서 위반하는 것은 거만함의 표시로 간주될 수 있다. 즉, 이 과학자들 자신이 법 위에 군림한다고 스스로 느끼고 있으며, 자신들이 너무나 중요한 인물이기 때문에 보통 연구자들이 준수해야 한다고 느끼는 규칙들에 신경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장차 문제가 생길 가능성을 경고해 주고 있다. 왜냐하면 마치 심각한 약물남용이 있기 이전에 마리화나를 피우다 적발되는 경우가 왕왕 있는 것처럼, 연구에서의 심각한 부정행위가 발생하기 전에 이러한 "테크니컬한 위반행위"와 같이 정도가 덜한 규칙위반이 있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이다. 합당한 제도적 규제를 고의로 어기는 것에서 연구윤리 규범의 위반으로 빠져드는 것은 다른 일탈행위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것과 다르지 않은 "미끄러운 경사길(slippery slope)" 현상으로 볼 수 있다.3 대중, 학생들, 동료들 혹은 피고용자들에 대해 자신들이 수탁받은 책임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과학자들에 대해서는, 그들이 심각한 속임수 연구 실행이라는 나락에 빠지기 전에 주의를 주어야만 한다.

연구에서의 부정행위에 대해 너무나 많은 대중적 주목이 기울여지고, 특정 연구자가 부정행위를 저질렀다는 주장에 대응하기 위한 제도적 절차들이 곳곳에서 만들어지게 되면서, 연구자들간에 빚어지는 갈등이 점점 더 많이 세상에 알려지고 있다. 과거에는 실험실 내에서 은밀하게 처리될 수도 있었을 일들이 이제는 (언론까지는 아니더라도) 대학 당국에 알려지고 있고, 이를 어떻게 공식적으로 혹은 철저하게 조사할 것인지에 관한 어려운 결정이 종종 내려져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다. 이러한 논의의 맥락에서 볼 때, 연구자들간의 갈등 중 얼마나 많은 수가 기만행위나 여타 심각한 부정행위가 아닌 연구윤리 혹은 특허권의 문제를 둘러싼 것인지, 또 얼마나 자주 갈등 당사자 양측 모두가 그 문제에 학문 외적인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지를 보면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다. 그런 사례들은 과학 활동을 어떻게 협력적으로 할 수 있는지에 관한 윤리적 합의가 존재하지 않으며 이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징후로 읽을 수 있다. 여기서는 행정적 혹은 관료적 해결책을 강요하기보다는 동료 교수들로 구성된 위원회의 도움을 얻어 연관된 갈등 당사자들이 협상을 하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또한 개인들간의 갈등을 연구에서의 심각한 부정행위와 혼동하지 않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어떤 과학자가 저지른 실수가 불가피한 것이었는지(과학사에서의 브라운 운동의 발견처럼), 과실이 있는 것이었는지(즉, 비난받아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의도적인 것이었는지(즉, 일종의 사기인지)는 해당 과학자의 윤리적 성품이 결정하는 문제일지도 모르지만, 그 과정에서 환경의 역할이 무시되어서는 안된다. 압박 하에서 연구를 하는 것은 대학원생, 박사후 과정 학생, 그리고 젊은 교수들에게 학문적 검증기간(probation)의 일부로서, 중간 정도 경력을 가진 연구자들이 점차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 연구비 확보를 위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비용이 상승함에 따라 학문적 생존을 위해 필요한 생산성의 기준을 늦출 수 없는 것이다. 여기서 새로 진입한 젊은 연구자와 이미 입지를 다진 중견급 연구자 중 누가 더 심한 압박을 받는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젊은 연구자들은 연구비 신청서를 쓸 때에는 별다른 거리낌없이 진실을 과장할 것이라고 솔직히 고백했지만, 학술지에 발표할 논문에서는 그런 경향을 더 적게 보일 것으로 보고 있었다. 젊은 과학자들은 무엇이 윤리적인 것이고 무엇이 그렇지 않은지는 이해하고 있지만, 경쟁적인 환경 속에서 중요한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서 자신들이 지닌 [윤리적] 기준을 접어야 하는 상황을 현실로 받아들이게 된다는 설명을 제시하는 이들도 있다. 비록 과학에서의 진리를 중요하게 여기긴 하지만, 과학자들은 자신을 행위의 [윤리적] 회색지대로 이끌고 가는 또다른 우선순위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경계를 넘어서: 연구에서의 부정행위에 대한 정의

미국 연방 규제기구들은 연구에서의 기만행위에 해당하는 주요 구성요소를 날조(fabrication), 변조(falsification) 및 표절(plagiarism) ― 종종 편의상 FF&P로 약칭한다 ― 로 정의한 바 있다.4 그러나 이런 용어들 자체에 대한 정의는 규제 틀 속에 포괄되어 있지 않다. 여기서의 맥락에서 날조란, 없는 결과를 만들어내거나 하지도 않은 실험을 꾸며대는 것을 포함하는 행위로 쉽게 이해될 수 있다. 변조란 실험 방법에서 데이터 분석까지 실험의 여러 측면들 중 일부를 의도적으로 조작해 그 결과가 정당한 절차를 거쳤을 때 나오는 것과 달라지도록 만드는 행위를 말한다.

표절은 다른 이의 말이나 아이디어 등을 자신의 것으로 속여넘기려는 의도를 가지고 이를 이용하는 행위로 통상 정의된다. 표절은 부정행위 중 가장 증명하기 쉬운 것으로 한때 생각되었는데, 그 이유는 남아 있는 문서가 증거로서 기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몇몇 사례들에서 표절 여부의 판정은 훨씬 더 어려운 것으로 판명되었다. 논문에서 선행연구에 대한 검토나 실험방법에 관한 절(節)을 쓴 필자가 논문을 읽는 독자로 하여금 그 속에 있는 아이디어 혹은 심지어 구절이 독창적인 것이라고 생각하기를 원했는지, 아니면 심사를 거친 다른 논문에서 빌어온 것이라고 생각하기를 원했는지 결정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부실한 인용과 표절 사이의 구분, 혹은 지적재산권 분쟁과 표절 사이의 구분은 모호할 수 있다.

연구에서의 기만행위는 속이려는 의도를 가진 고의적인 허위 진술을 포함한다. 이는 누군가가 실제로 그 속임수를 믿어 그 결과 손해를 보았는지 여부와는 무관하게 성립한다는 점에서, 통상적인 사기행위(fraud)에 대한 법적 정의와는 부분적으로 다르다. 과학에서는 속임수를 쓰려는 시도를 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나쁜 짓으로 간주된다. 그런 사례들에서는 아마도 과학 그 자체가 손상을 입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법률가들은 만약 "연구에서의 기만행위(research fraud)"라는 용어를 사용하면 이런 의미의 차이 때문에 법정에서 [통상적인 사기행위와] 혼동이 빚어질 수 있다고 연방기구들을 설득했고, 이후 미 연방 규제기구들은 "과학에서의 부정행위(scientific misconduct)", 나중에는 "연구에서의 부정행위(research misconduct)"라는 용어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이런 조치는 그 대신 대학에서 혼동을 야기했는데, 그 이유는 대학 행정 담당자들이 "연구에서의 부정행위"가 아닌 연구에서의 부정행위, 즉 연구에서의 기만행위보다 덜 심각한 잘못(misbehavior)을 가리키는 말을 찾고자 했기 때문이다. 1992년에 미국과학아카데미(National Academy of Sciences)가 발간한 보고서에서는 많은 대학들이 채택한 정책에서와 마찬가지로, 우려의 대상이 되고 있지만 연구에서의 기만행위만큼 치명적이지는 않은 다른 종류의 부정행위들의 예를 열거했는데, 여기는 내가 경계에 걸친 것으로 설명한 여러 쟁점들도 포함되어 있다.13

현재 연구에서의 부정행위 혹은 과학에서의 부정행위에 대한 미 연방기구의 정의는 FF&P 외에 다음과 같은 것들을 포함하고 있다.

"연구를 제안하고 수행하고 보고하는 과정에서 과학자사회 내에서 통상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으로부터 심각하게 빗나가는 여타의 실행들. 이 속에는 정직한 실수나 데이터의 해석 내지 판단에 있어서의 정직한 차이는 포함되지 않는다."

"여타의 실행들"에 관한 이 구절은 폭넓은 해석이 가능하고 일탈적인 행위뿐 아니라 창조적인 사고까지도 위협할 수 있다는 이유로 많은 비판을 받아 왔다. 국립과학재단(National Science Foundation)은 부정행위 조사에 조력한 사람에 대한 보복을 연구에서의 부정행위의 일종으로 포함시키고 있지만, 공공보건국(Public Health Service, PHS)은 그렇게 하고 있지 않다.14

연구윤리에 관한 PHS 자문위원회(PHS Advisory Committee on Research Integrity) ― 1994년에 연구윤리위원회(Commission on Research Integrity)로 대체된 ― 의 첫 모임에서는 앞서와 같이 폭넓은 해석이 가능한 정의를 배제한 채 가장 심각한 형태의 부정행위를 분명하게 규정하려 시도했다.

"연구에서의 기만행위는 표절, 날조, 그리고 데이터·연구 절차·데이터 분석의 의도적인 변조로 정의되며, 기타 연구를 제안하고 수행하고 보고하고 심사하는 과정에서의 의도적인 허위 진술도 그 속에 포함된다."

공공보건국이 이와 같은 정의를 공포한 적은 없다.

새로 구성된 연구윤리위원회9는 의회의 요청을 받아 오랜 기간 동안 연구에서의 부정행위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의 문제를 놓고 숙고해 왔다. 위원회 성원들은 FF&P로 포괄할 수 없는 중요한 쟁점들을 포함시키자는 생각을 갖고 있었지만, 연구에서의 부정행위와 여타 전문직업적인 부정행위 사이에 여전히 구분을 두었다. 이 중 후자는 PHS 산하의 연구윤리국(Office of Research Integrity, ORI)에 보고서 제출을 요구하지 않고 이를 모니터하고 교정하는 임무를 연구기관에 맡겨둘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연구에서의 부정행위 조사를 방해하는 행위나 다른 연방 연구 규제조치(다른 기구가 관장하는)를 위반하는 행위가 포함된다.

이 정의는 허위 진술 ― 소극적인 것이건 적극적인 것이건 ― 외에 간섭(다른 사람의 자료나 실험에 대한)과 악용(위에서 정의된 표절과 함께 비밀 유지가 위반된 상황에서의 정보 이용을 포함하는)을 포함하고 있다. 불행히도 이 정의의 현재 초고에 붙은 서문은 위원회가 개발한 유용한 범주들을 훨씬 넘어서는 강제불가능한 개념들을 도입하는 등 지나치게 광범해 실용성이 없다.

"연구에서의 부정행위는 과학자들이 연구를 수행하고 그 결과를 배포함에 있어 진실하고 공정해야 한다는 기본 원칙을 심각하게 위반하는 행위이다. 특히 연구에서의 부정행위는 다른 이들의 지적 기여 혹은 소유물을 존중하지 않거나, 의도적으로 연구의 진행을 방해하거나, 과학에서의 경력을 망치거나 과학 활동의 충실성을 손상시킬 위험을 무릅쓰는 등의 중대한 잘못을 가리킨다."

나는 요즘같이 과학이 더 이상 신사들이 주로 수행하는 일이 아니게 된 세상에서, 누군가가 "공정하지 못했다"거나 "다른 누군가의 지적 기여를 충분히 존중하지 않았"다는 식의 고발에 대처하기 위해 연구에서의 부정행위를 조사하는 성가신 절차를 가동할 필요가 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부실한 연구 실행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의 문제가 왜 그렇게 논란이 많은지, 그리고 연구자 공동체가 그간 이용되거나 제안되어 온 정의들에 대해 왜 그렇게 불편함을 느끼는지 궁금하게 여길지도 모르겠다. 한 가지 이유는, 이에 대해 일단 연방기구가 정의를 내리고 나면 이것이 미국에 있는 모든 연구기관의 관리에 개입해 들어간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즉, 그 정의는 어떤 종류의 잘못이 연방 기구에 보고되어야 하는지를 명시하고, 중요한 의사결정 권한을 연구기관의 장이나 동료 과학자들로부터 거둬가서 이를 지역과 연방의 법률가들의 조언에 맡기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보다 좀더 근본적인 이유는, 과학의 충실성이 연구윤리가 위반될 수 있는 크고 작은 방식들 모두를 부정적으로 열거함으로써가 아니라 연구가 그에 따라 수행되어야 하는 이상적인 방식을 설명함으로써 가장 잘 정의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현재까지 연방기구에서 제시한 어떤 정의도 이미 일어난 일의 심각성을 배가시키는 한 가지 형태의 부정행위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있다. 즉, 부정행위에 대한 고발을 무마해 은폐하려는 시도가 그것이다. 진짜 실수였던 것도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면 윤리적 부정행위로 바뀔 수 있다. 실수를 하는 것까지는 괜찮지만, 그것에 대해 거짓말을 해서는 안된다. 마찬가지로 이해관계상의 갈등 역시 그것이 인식되어 공개적으로 논의될 때에는 훨씬 문제가 덜 된다. 과학자로서 할 수 있는 최악의 행동 중 하나는 일군의 동료 과학자들 앞에서 진실을 부인하는 것이다. 나는 이 점에 있어 법률가들의 개입은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믿는다.

제도적 충실성

연구기관과 그 속에서 연구하는 교수들이 져야 하는 책임은 어떤 것일까? 먼저 연구기관은 정직성과 엄격성의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행정 담당자들이 교수와 학생들을 대하는 방식은 기관 전체의 도덕적 성향을 결정한다. [행정 담당자들의] 공정하지 못한 조치는 냉소주의를 유발하고 연구자들 자신에 의한 윤리적 위반을 가져올 가능성을 높인다. 둘째로, 연구기관은 교수들과 행정 담당자들의 참여 하에 의심의 소지가 있거나 이미 증명된 연구에서의 부정행위나 규제 위반을 다룰 정책과 절차들을 개발하고 확산시켜야 한다.

다음으로 학문적 성취의 제도적 기준에 관해서, 교수들과 행정 담당자들은 [연구 성과의] 질을 양보다 더 중요하게 여기며, 학생들에 대한 지도(mentorship)를 교수가 져야 하는 중대한 책임으로 간주해 온 전통을 지켜 나가야 한다. 일부 연구자들의 윤리적 기준에 대해 지나치게 가혹한 시험으로 판명될지도 모르는 압박이 심한 환경은 피하는 것이 현명하다. 대학원생과 박사후 과정 학생에게 훌륭한 기준, 테크닉, 그리고 연구 전통을 전해 주고, 지도급 연구자들이 자신의 연구에서 이들을 주의깊게 감독하고 실제 상황 속에서 그들을 공정하게 대하도록 장려하는 교육적 노력들에 대해 행정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연구에서 지도교수의 책임은 무엇일까? 그(녀)는 연구의 기예(art of research)를 개방적인 태도로 관대하게 가르쳐야 한다. 경험있는 연구자들은 윤리적 행동을 통해 연구에서의 윤리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겠지만, 오늘날 이것만으로는 아마도 충분치 않을 것이다. 연구윤리의 일부분을 이루는 실질적·이론적 쟁점들은 명시적으로 제시되어 대학원생 및 박사후 과정 학생들과의 토론을 거쳐야 한다. 이렇게 형성된 윤리적 실행들은 여러 세대의 연구자들을 통해 퍼져나갈 것이고 과학 연구의 미래를 지켜줄 것이다.

* 출전: Paul J. Friedman, "An Introduction to Research Ethics," Science and Engineering Ethics, 2:4 (1996), 443-456. [이 논문은 저자가 대학원생, 박사후 과정 학생(postdoctoral) 및 교수들에게 연구윤리의 제문제들을 개괄적으로 소개한 강연 내용에 기초한 것으로, 1995년 11월 23일에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과학에서의 충실성에 관한 국제 심포지엄(International Symposium on Scientific Integrity)'에서 발표된 바 있다.]

**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Diego School of Medicine, USA

프리드먼 박사는 샌디에고 소재 캘리포니아대 의과대학의 방사선학 교수이며 교무담당 학장을 역임했다. 그는 연구에서의 부정행위와 관련된 문제들에 10여년 이상 관여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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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프리드먼**
2001/12/05 00:00 2001/1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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