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호] 조속한 생명윤리기본법의 제정이 필요하다
정기간행물(종간)/시민과학 :
2001/12/05 00:00
미국 ACT사의 인간배아 복제 성공 보도에 대한 논평
1. 11월 25일에 미국 어드밴스트셀테크놀로지(ACT)社는 체세포 핵이식 기술을 이용하여 인간배아 복제에 성공했다고 밝혀, 전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런데 이번 발표가 전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것은 인간을 대상으로 하여 복제기술이 적용되었다는 점 때문이다. 그러나 ACT社가 처음은 아니며, 한국에서는 이미 여러 차례 인간배아 복제의 시도와 성공이 있었다. 1998년 12월 경희의료원의 인간배아 복제실험 발표는 전세계 매스컴을 떠들썩하게 했고, 서울대 황우석 교수는 2000년에 인간배아 복제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쯤 되면 인간배아 복제를 과연 누가 먼저 성공했느냐를 두고 ACT사와 황우석 교수가 논쟁을 벌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정작 시민들의 관심은 누가 먼저 인간배아 복제에 성공했느냐가 아니라, 인간존엄성을 훼손하는 인간배아 복제연구가 법적 뒷받침이 없이 거듭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2. 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는 인간배아 복제에 대해서 반대하고 있다. 우리가 인간배아 복제를 반대하는 이유는, 우선 그것이 인간개체 복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너무도 높다는 점 때문이다. 비록 치료 목적이라고는 하지만 인간을 대상으로 복제기술이 허용된다면, 인간개체 복제를 금지해야 한다는 전세계 시민들의 의지를 허물어뜨리는 명분으로 사용될 것이다. 둘째로는 그것이 수정이 아닌 방법으로 인간배아를 만들어 실험을 위해 파괴하는, 인간생명의 지나친 수단화 및 상품화이기 때문이다. 셋째로는 복제양 돌리에서 나타난 것처럼 수많은 기형배아의 창출과 폐기 등 아직 기술적으로 위험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줄기세포를 이용한 불치병 치료에 반대하는 것은 결코 아니며, 다만 줄기세포를 얻기 위해 복제배아를 만들어 이용하는 것을 반대할 뿐이다. 우리는 윤리적인 문제가 없으며 의학적 성공가능성도 높은 성체 줄기세포 연구를 지지하고 있다. 또한 배아에서 줄기세포를 얻는 연구가 굳이 필요하다면, 불임치료 목적을 위해 만들어진 냉동 잔여배아(시험관수정에 의한)를 이용하면 될 것이다. 따라서 현재로서 배아복제는 비윤리적일 뿐 아니라 불필요한 일이라고 우리는 판단한다.
3. 한편 미국 ACT사의 이번 발표는 임박한 인간복제 금지법이 제정되기 전에 법 제정 자체를 무력화시키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미국의 하원은 올해 7월말에 인간배아 복제를 포함한 모든 인간복제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으며, 미국 부시 대통령도 이를 지지하고 있다. 그리고 상원은 이 법안을 심의 중이며,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이 법은 통과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ACT사는 의회의 청문회를 두려워하여 인간배아 복제 연구를 비밀에 붙여 왔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이번 ACT社가 인간배아 복제의 성공을 전격적으로 공개한 것은 미국에서 조만간 제정될 인간배아복제의 금지법을 사전에 무력화시키기 위한 기도라고 판단되는 것이다.
4. 인간배아 복제연구 분야에서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와 있는 한국의 생명공학계는 ACT사의 이번 발표에 크게 자극될 것으로 보인다. 인간배아 복제연구의 전세계적인 경쟁에뒤치지 않으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경쟁은 국내 생명공학계가 이미 외면해왔던 생명윤리를 더욱 무시하도록 만들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게다가 인간복제를 금지할 생명윤리기본법 제정이 계속 미루어지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은, 생명윤리를 무시한 인간배아 복제연구 경쟁이 가속화되는 상황을 조장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생명윤리기본법의 시급한 제정에 대한 필요성이 다시 한번 부각되는 것이다. 정부는 하루 빨리 내부 논의를 끝내고 생명윤리기본법안을 작성하여 공개해야 한다. 또한 국회는 생명윤리기본법 제정에 소극적이고 부정적인 기존의 태도를 버리고 법 제정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시민의 이름으로 요구한다.
2001. 11. 27.
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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