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호] 과학에서의 기만행위가 주는 교훈
정기간행물(종간)/시민과학 :
2002/01/14 00:00
<번역> 전치형 |서울대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
따로 저자 표시가 없는 상자기사는 앨리슨 애버트가 쓴 것입니다
몇 십 년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과학에서의 기만행위가 일반적으로 흔치 않은 일이라고 믿었으며, 실제로 일어났을 경우 그것을 정신나간 짓이라고 생각하였다. 과학은 자동적으로 스스로의 오류를 수정해 나가는 활동으로 생각되었고, 따라서 기만행위를 발견하게 되는 것은 불가피한 것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실험실의 활동이 점점 더 경쟁적으로 되어가고 특히 실험의 재연이 점점 더 어려워지면서 기만행위를 비롯한 여러 종류의 심각한 부정행위들이 점차 빈번해져 왔다.
이런 현상을 연구한 이들에 따르면, 흔히 과학에서의 기만행위는 어떤 결론이 틀린 것임을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정말 참이라고 믿는 결론에 손쉽게 도달하고자 하는 동기에 의해 저질러졌다. 상호신뢰로 이루어진 과학의 세계에서 그와 같은 행위를 예방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과학에서의 부정행위의 문제가 점점 커지면서 혼란이 가중되었고 그것을 처리하기 위해 점점 더 많은 돈과 노력이 소모되었으며 과학에 대한 대중의 불신이 증가하게 되었다. 따라서 부정행위를 근절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단호하게 문제를 처리할 효과적인 방법을 찾는 일은 전 세계의 연구기관들의 우선과제로 등장했다. 연구기관들은 또한 올바른 과학적 실행의 원칙을 준수하도록 장려하는 등의 효과적인 예방책을 찾고 있다.
미국의 연구기관들은 생의학 분야에 특히 널리 퍼진 이러한 문제를 다루기 위해 노력해온 수년간의 경험을 가지고 있다. 유럽의 기관들은 미국에 비해 뒤져 있었지만 이제 그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기 시작하고 있다. 이것은 한편으로는 자국 내의 경험으로부터 나온 결과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공적인 비용이 지출되는 모든 분야에서의 책임에 대한 요구가 확장된 것이다.
유럽의 연구기관들은 미국에서 행해져 온 상세한 조사활동을 활용하는 한편 ― 가령 정확히 어떤 것들이 부정행위인가에 대한 정의를 사용하는 것 등 (상자 기사 3 참조) ― 미국의 시스템이 가진 결함들을 ― 예를 들어 고발에 대한 조사가 몇 년 동안이나 계속되도록 허용하는 것 ― 피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들은 또한 그 동기와 기회를 제거함으로써 과학에서의 기만행위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일에 점점 더 노력을 집중하고 있다.
그러한 과정에서 과학자 사회에 의한 자율적 규제라는 개념은 미국과 유럽 양쪽에서 여전히 신성한 것으로 남아 있다. 그러나 독일의 주요 지원기관인 독일 연구협회(Deutsche Forschungsgemeinschaft)의 연구업무 책임자인 브루노 찜머만(Bruno Zimmermann)은 "자율적 규제에 대한 권리는 신성불가침의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자율적 규제에 대한 권리는 과학 연구가 완전히 정직한 방식으로 행해지는 것을 우리가 보장할 수 있다는 점을 대중에게 보여줌으로써 얻어져야만 할 것이다."
문제의 심각성은 어느 정도인가?
'날조(fabrication)-변조(falsification)-표절(plagiarism)' 유형의 과학에서의 부정행위가 일어나는 정도에 대해서는 미국과 유럽 양쪽에서 뜨거운 ― 그리고 대개는 비과학적인 ― 논쟁이 이루어지고 있다. 일부 과학자들은 널리 알려진 사건들이 단지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고 우려한다. 다른 이들은 전체적인 사건발생률은 여전히 낮은 상태라고 확신하고 있으며, 부정행위에 대한 직접적인 경험이 있는 사람들조차 흔히 낙관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
에버하르트 힐트(Eberhardt Hildt)는 두 명의 독일인 암 연구자들이 명백히 날조된 데이터를 포함한 수십 개의 논문을 출판했던, 유럽에서 가장 큰 규모인 것으로 보이는 기만행위를 고발한 젊은 박사후 연구원이다. 그는 자신이 아직도 과학의 근본적인 정직성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그렇지 않다면 나는 과학계에 남아 있기로 결심하지 않았을 것이다." 힐트는 지금 뮌헨 대학에서 연구팀을 이끌고 있다.
하지만 영국 의학연구재단(UK Medical Research Council)의 연구전략 담당자인 이모젠 에반스(Imogen Evans)는 "부정행위의 증거는 해석하기가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그녀는 "과학에서의 기만행위가 얼마나 널리 퍼져있는가에 대한 질문의 답은 가능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였다. 연구비 지원기구와 연구기관들이 사건을 기록하는 서로 다른 절차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밝혀진 부정행위의 숫자에 대한 정확한 자료를 수집하는 것조차 어려운 형편이다. 예를 들어 미국의 일부 지원기구에서는 기록보관소에 숨겨져 있는 부정행위 사건들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정보자유법(Freedom of Information Act)에 의해 문서들을 요청하는 것뿐이다. 이것은 불완전한 결과를 낳을 수 있고 오랜 시간이 걸리는 작업일 뿐만 아니라, 결정적인 세부사항의 공개를 위해서는 법원의 결정이 필요하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재정지원을 받는 프로젝트에서의 부정행위를 담당하는 과학윤리국(Office of Research Integrity, ORI)은 그러한 사건들을 보고하는 가장 포괄적인 방법을 가지고 있다. ORI는 문제가 된 연구자와 소속기관의 이름, 내려진 징계까지를 포함하는 정기적인 소식지를 발간한다. 법률적 소송에 대한 두려움으로 일부 학술지들이 잘못된 논문을 철회하기를 망설이게 되는 상황에서, 이 소식지는 날조된 상태로 출판된 연구에 대해 유일한 교정수단의 역할을 하고 있기도 하다.(상자 기사 2 참조)
ORI는 1993년과 1997년 사이에 약 1000건의 부정행위 고발사례를 접수했다. ORI는 그 중 150건에 대한 조사를 마쳤는데 거의 절반 정도에서 부정행위가 있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부정행위를 저질렀다고 밝혀진 76명의 연구자 중 71퍼센트는 짧게는 18개월에서 길게는 8년 동안 연방정부의 연구 지원금을 받는 것을 금지당했다. 80퍼센트의 사건은 연구 데이터의 변조와 관련된 것이었다. 동일한 5년의 기간동안 국립보건원의 보조금을 받은 총 건수는 15만 이상이었다.
유럽에서는 스칸디나비아 국가들만이 이러한 통계수치를 대조해 볼 수 있는 ORI와 유사한 국가 차원의 위원회를 가지고 있으며 이들은 모두 상대적으로 낮은 수치를 보여주고 있다. 1992년에 설립된 덴마크의 과학적 부정직성에 관한 위원회(Danish Committee on Scientific Dishonesty)가 그 중 가장 먼저 생겨났다. 그 책임 분야는 처음에는 ORI처럼 생의학분야에 한정되어 있었으나 1999년 초에 모든 과학 분야를 담당하도록 확장되었다. 위원회는 7년 동안 단지 25건만을 검토했으며 그 중 4건에 대해서만 문제거리가 있음을 밝혀냈다.
부정행위로 보고된 총 숫자는 전체 과학 출판물의 양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작다. 과학 인용 색인(Scientific Citation Index)의 목록에는 1998년 한해 동안 5600개의 선별된 학술지에 실린 거의 백만 편의 논문이 올라 있는데 이것은 아마도 전세계에서 출판되는 과학 학술지의 10분의 1 정도일 것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행해진 몇몇 조사들은 부정행위의 정도가 보고된 것보다 훨씬 높다는 사실을 암시하고 있다. 1993년에 ≪아메리칸 사이언티스트 American Scientist≫에 실린 한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퍼센트에서 9퍼센트가 자신이 속한 학부 안에서 표절되거나 날조된 결과들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1995년에 노르웨이에서 무작위로 추출된 300명 가량의 연구자를 대상으로 실시된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22퍼센트가 '연구 윤리 지침에 대한 중대한 위반사례'를 알고 있으며 9퍼센트는 개인적으로 그러한 심각한 위반에 가담한 바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거의 60퍼센트가 자신의 학부에서 일어난 덜 심각한 정도의 부정행위에 대해 알고 있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노르웨이의 과학적 부정직성에 관한 위원회(Norwegian Committee on Scientific Dishonesty)에는 1994년 설립 이후 단 아홉 건만이 의뢰되었으며 그 중 두 건에 대해서만 문제거리가 있음이 밝혀졌다.
과학에서의 부정행위의 실태가 어떤 정도이든간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예방이 우선시되어야 한다는 사실에 동의하고 있다. 케네스 라이언(Kenneth J. Ryan)은 1990년대 중반에 의회의 요청으로 과학에서의 부정행위에 대한 미국의 정책을 검토하는 '연구윤리 위원회'(Commission on Research Integrity)의 의장을 맡았다. 그는 위원회의 활동영역이 "많은 과학자들이 우려하는 징계의 문제가 아니라 과학의 정직성에 대한 문제, 즉 사람들을 교육하고 부정행위를 예방하는 문제였다"고 말했다. 이것은 분명히 유럽에서의 지배적인 견해인데, 유럽의 많은 과학자들은 미국에서의 기만행위에 대한 조사가 거기에 연루된 과학자들의 상당한 시간을 빼앗으면서 점점 더 길게 끌게 되는 것을 당황스럽게 지켜보았다.
지나치게 합당한 진상조사 절차?
덴마크를 제외한 유럽의 대부분의 기관들과 마찬가지로 미 국립보건원과 미국 국립 과학재단(National Science Foundation)은 부정행위에 대한 고발을 일차적으로 조사하고 그 결과를 연구비 지원 기구에 보고하는 업무를 자신들이 연구비를 주는 학술기관에 의존하고 있다. 연구비 지원 기구의 관리들은 학술기관의 조사결과를 검토한 후, 필요하다면 추가 조사를 실시하고 적절한 제재조치를 권고한다.
일차적인 조사를 학술기관에 맡기는 것은 고발된 이들에게 중요한 보호막을 제공하는 것이 된다. 하지만 그것은 또한 해당 학술기관 자신들에게 엄청난 부담을 지우는 것이기도 하다. 조사위원회가 정리되지 않은 데이터를 담고 있는 노트를 분석하고 증인들을 인터뷰하는 데에는 수개월이 소요될 수 있으며 이것은 고발당한 쪽에서 적극적으로 변호사를 고용할 경우 특히 부담스러운 과정이 될 수 있다. 그리하여 최종결론에 이르기까지에는 몇 년이 걸릴 수도 있다. 미리 합의된 기간 제한이 비현실적이 될 때면 흔히 양쪽 모두가 기한을 뒤로 미루게 된다. 고발당한 쪽의 변호사는 고발을 한 사람의 정직성을 공격하고, 조사위원회의 구성원 및 대학의 행정관리에 대한 법률적 이의신청을 하기도 하고 고발자의 부적절한 개인적 관계에 대해 비난하기도 한다.
캘리포니아에서 부정행위로 의심받고 있던 연구자의 변호를 맡은 한 변호사는 사립탐정을 고용하여 사건의 조사를 맡고 있던 학장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주장을 하게 하였다. 그는 학장이 피고발인에게 보낸 편지에 근거하여 학장을 편집증 환자로 몰아붙였다. 그러한 전략에 진저리가 난 일부 행정담당자들과 과학자들은 다시는 그와 같은 조사에 참여하지 않게 되었다. 텍사스 주 휴스턴의 베일러 의과 대학(Baylor College of Medicine)의 학장이자 미국 실험 생물학 학회 연합(Federation of American Societies of Experimental Biology, FASEB)의 의장인 윌리엄 브링클리(William R. Brinkley)는 자신의 기관에서 오랫동안 끌었던 한 부정행위 사건을 관찰했다 (Nature 383, 107; 1996). "사건의 조사와 처리로 인한 희생이 엄청나다. 사람들은 이런 사건들에 몇 년 동안이나 붙잡혀 있게 된다. 그들은 나에게 그 일을 다시는 하지 못할 것이라고 얘기했다. 그것은 그들의 직업적인 경력을 망쳐놓는다."
그러한 경험은 기만행위에 대한 고발 사건이 처리되는 방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까지 과학자와 그들의 변호사, 그리고 전문 학회들은 모두 피고발 연구자에 대한 정당하고 적법한 진상조사 절차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이것은 1980년대의 일부 사건들이 그렇게 처리되지 못해왔던 것에 대한 반발이었다. 하지만 지금 많은 이들은 상황이 오히려 정반대 쪽으로 너무 많이 흘러가 버린 것이 아닌가라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사람들은 고발된 연구자들에게 너무 많은 적법절차가 부여되어 왔기 때문에 기관들이 고발된 사건의 조사를 꺼리게 되었으며, 따라서 부패한 과학자가 처벌받지 않고 ― 심지어는 문제제기도 제대로 되지 않고 ― 넘어가는 분위기가 만들어져 온 것이 아닌지를 묻고 있다.
고발당한 과학자에 대한 최대한의 정당한 진상조사 절차를 앞장서서 요구해온 FASEB의 현 의장조차도 "현재와 같은 절차의 반복은 모든 사람들을 지치게 한다"라고 인정하고 있다. 브링클리는 "우리는 너무 많은 절차들을 만들어 놓았는지도 모른다. 그것을 조심스럽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한다. 그는 과학정책에 대한 FASEB의 새로운 위원회가 그러한 문제를 검토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 위원회의 의장인 데이빗 브로티건(David Brautigan)도 여기에 동의한다. 그는 "소송 자체가 방어가 되어버렸다"라고 하면서 진상조사 절차가 오용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더 나은 방법을 찾고 있는 유럽
유럽의 과학연구 공동체는 지금까지 그토록 긴 절차를 떠맡는 것을 피해 왔으며 앞으로도 그런 방식을 유지하기를 원한다. 과학에서의 부정행위를 다루는 규칙과 절차를 만드는 과정에서 유럽의 연구기관들은 조사가 신속하게 종결되는 것을 확실히 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원칙적으로 동료 과학자로 구성된 조사위원회와 고발자와 피고발자 모두를 보호하려는 노력에 기반하고 있는 유럽의 절차는 미국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대부분의 유럽의 기구들은 조사가 처리되는 단계의 수에 제한을 둠으로써 조사가 신속하게 결론지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예를 들어 독일의 프라이부르크(Freiburg) 대학에 작년에 도입된 규칙은 부정직성에 대한 의심이 타당한지를 밝히기 위한 비공식적 조사를 요구하고 있으며, 그 이후 필요하다면 공식적인 조사를 실시하도록 하고 있다. 공식적 위원회의 조사결과는 제재조치에 대한 적절한 권고와 함께 대학 총장에게로 넘겨지며, 총장은 제재조치에 대한 결정을 내리게 된다.
그 대학의 법학 교수이자 해외 및 국제 범죄법에 대한 막스 플랑크 연구소(Max Planck Institute for Foreign and International Criminal Law)의 소장인 알빈 에서(Albin Eser)는 이 규칙들을 제정하는 것을 도왔으며 그와 비슷하게 간결한 형태로 되어 있는 막스 플랑크 협회의 규칙을 제정하였다. 그는 "우리는 항소 단계를 의도적으로 피하고자 한다. 왜냐하면 그것이 문제의 해결에 도달하는 시간을 연장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어떤 경우에도 징계를 받은 과학자는 항상 법원을 통해 항소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스칸디나비아 국가들도 항소 절차는 법원의 몫으로 남겨두고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영국 의학연구 재단은 다른 면들에서는 독일과 비슷한 절차를 가지고 있지만, 공정성이라는 기준에서 볼 때 자체적인 항소절차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가적 대 지역적
각 국가가 과학에서의 부정행위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국가 차원의 위원회를 세워야 하는지, 또 그렇게 만들어진 기구들이 지역적 기관을 대신하여 조사의 전면에 나서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은 유럽에서 매우 민감한 문제이다.
덴마크는 과학에서의 부정행위에 대한 일차적인 조사를 고등법원 판사가 이끄는 국가 기구인 과학적 부정직성에 관한 위원회에 위임하는 유일한 국가이다. 위원회의 부의장인 다니엘 안데르손(Daniel Anderson)은 중앙집중적인 조사를 강력히 옹호한다. "우리는 사건들이 지역적으로 다루어지는 것을 장려하지 않는다. 대학 쪽에서는 당연히 그 대학의 과학자를 ― 특히 저명한 교수를 ― 사기꾼이라고 부르는 것을 꺼려하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의학 연구 기관인 INSERM의 총 책임자인 끌로드 그리셀리(Claude Griscelli)는 여기에서 더 나아간다. 그리셀리는 적어도 지역적 기관이 어떤 사건, 특히 심각해질 가능성이 있는 사건을 다루기가 벅차다고 느낄 때에는, 오직 다른 유럽 국가 출신의 위원들로 구성된 INSERM의 위원회만이 조사에 필요한 전문성을 갖추는 한편 지역 학계의 정치적 상황으로부터 거리를 두면서 완전히 독립적인 조사를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 과학 재단(European Science Foundation)은 재단의 후원 하에 그러한 위원회를 설립해야 할지를 검토하고 있다.
반면,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등 덴마크식 모델을 받아들인 스칸디나비아 국가의 연구기관들조차 각 기관이 사건을 우선적으로 국가 위원회에 보고할 것을 요구하지 않고 있다. 지역적 기관들이 예비조사를 실시할 것인지를 선택할 수 있다.
노르웨이에서는 국가 차원의 위원회라는 개념에 대해서조차 강력한 반대가 있었다. 베르겐 대학의 의학 교수이자 노르웨이 의학윤리 위원회(Norwegian Medical Ethics Committee)의 전 의장이었던 얄라 오프슈타트(Jarla Ofstad)는 과학에서의 부정직성에 관한 노르웨이 위원회(Norwegian Committee on Scientific Dishonesty)의 창설에 강력하게 반대했는데, 그 이유는 위원회가 "그다지 빈번하지도 않은 문제에 대해 번잡한 관료적인 절차를 과도하게 만들어낼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는 스칸디나비아의 각 위원회에 판사를 하나씩 포함시키는 것은 위원회를 "아마츄어 법정"으로 만들어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의 의학 학술지 편집인들의 비공식적 모임인 출판 윤리 위원회(Committee for Publication Ethics)는 적어도 의학 분야에서는 모든 부정행위 사건을 영국의 국가 위원회가 다루도록 하기 위해 오랫동안 노력해왔다. 이 제안은 현재 임상의들을 위해 연구 기준을 포함한 전문직업적 기준을 정하는 의학재단(General Medical Council)이 설치한 위원회에서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집중된 권력을 가진 모든 기관에 대한 강한 불신이 존재하는 독일에서는 과학에서의 부정행위를 조사하는 국가적 기구에 대한 반대가 여전히 강력하게 남아있다.
끝나버린 독일의 자만
독일은 스칸디나비아 이외의 유럽 국가들 중 과학에서의 부정행위를 다루고 예방하는 절차를 제정하는 것에서 가장 앞서 나가고 있는 국가이다. 고발을 다루기 위한 절차는 1997년에 막스 플랑크 협회(Max Planck Society)에 의해 제정되었는데, 그것은 그때까지 '미국적인 재앙'으로 여겨졌던 과학에서의 부정행위에 대해 문화적으로 면역되어 있다고 생각하던 독일의 자기만족을 산산히 부수어 놓은 일련의 주요 스캔들 중 첫 번째가 일어나기 불과 수개월 전이었다.
독일의 주된 연구 지원 기관인 독일 연구협회(Deutsche Forschungsgemeinschaft, DFG)는 그 첫 번째 사건으로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1997년의 한 조사위원회는 두 명의 명망 높은 암 연구자인 프리드헬름 헤르만(Friedhelm Herrman)과 마리온 브라흐(Marion Brach)가 쓴 47편의 논문이 날조된 데이터를 포함하고 있다는 "강한 의심"을 발표했다. (Nature 387, 750; 1997)
DFG의 전 의장인 볼프강 프뤼발트(Wolfgang Fr hwald)는 1995년에 "자율적 규제로 단단히 통제되고 있는 독일의 연구 시스템보다는 미국식 시스템에서 자신의 경력을 위해 데이터를 변조하려는 유인이 더 크다"라고 자랑스럽게 말한 바 있다. 이러한 순진한 생각에 대한 보상의 표현으로 그는 독일에서 올바른 과학적 실행을 위한 첫 번째 지침이 1997년 말에 자신의 임기가 끝나기 전에 신속하게 제정되도록 하였다.
이 지침들은 자율적인 규제를 대체하기보다는 그것을 강화하려는 의도에서 만들어졌다. 지침의 공표는 그때까지 과학에서의 부정행위를 처리하고 예방할 절차를 어떻게 제정할 것인가에 대해 보다 느긋한 상태에서 고려하고 있던 유럽의 다른 연구기관들의 행동을 자극했다.
영국에서는 생명공학 및 생명과학 연구재단(Biotechnology and Biological Sciences Research Council)이 1998년 말에 올바른 실천을 위한 지침을 시작했으며 다른 연구 재단들이 그 뒤를 따랐다. 프랑스에서는 INSERM이 1999년 2월에 지침을 만들어 소속기관에 배포했으며, 프랑스의 최대 연구 조직인 CNRS는 1999년 3월 현재 그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여러 연구 기관들이 제정한 지침들 사이에는 차이가 거의 없다. 모두가 연구팀 내에서의 책임 범위를 분명히 하는 것, 공개적인 방식으로 실험을 수행하는 것, 실험노트의 성실한 작성과 데이터의 보존, 연구 지도자들과 젊은 연구자에게 올바른 실천을 가르치는 일의 가치, 그리고 논문발표에서의 책임 등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덧붙여 DFG의 지침은 젊은 연구자들이 실험실에서의 부정직 행위에 대한 우려를 비밀이 보장되는 가운데 상의할 수 있는 일종의 공식적 상담원인 옴부즈맨(민원조사관)을 임명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헤르만과 브라흐 사건은 독일 실험실의 위계적인 문화가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대부분의 젊은 연구자들이 교수라는 무소불위의 인물에게 도전하기를 두려워했던 것이다.
하지만 많은 연구자들은 올바른 실천에 대한 지침들이 문제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데에 중요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면서도, 그런 규범들이 그 자체로 부정행위를 없애지는 못할 것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개별 실험실의 문화, 그리고 그 곳에 속한 개인들은 언제라도 규범을 무시하고 침해하는 행위를 묵인할 수 있다.
헤르만과 브라흐 사건의 고발자인 에버하르트 힐트는 자신이 그 두 연구자와 함께 일했던 베를린의 막스 델브뤽 분자의학 센터(Max Delbr ck Centre for Molecular Medicine)에 옴부즈맨이 있었다면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고 하였다. 이런 역할을 맡아서 힐트를 도와 그 사건이 반신반의하던 과학자 사회의 주목을 받도록 했던 것은 멀리 떨어진 뮌헨에 있었던 그의 박사과정 지도교수였다. 하지만 힐트는 성실한 연구노트 기록은 별 도움이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보복의 두려움 때문에 익명을 요구한 한 젊은 박사과정 학생은 옴부즈맨 제도가 자신이 목격한 비행을 폭로하는 것에 도움이 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학부 시절 경험한 데이터 조작 사건으로 연구에서 거의 쫓겨날 뻔했는데, 그 조작은 그가 최종학년 프로젝트를 수행하던 독일의 큰 대학 연구실의 책임자들이 규칙적이면서도 비밀스럽게 저지른 것이었다.
그 박사과정 학생이 부정행위를 목격했던 실험실 소속의 젊은 과학자들은 자신들이 "사소한 부정행위"라고 본 것 ― 대조군 수의 과장, 그래프를 깔끔하게 하고 출판을 앞당기기 위한 데이터 점들의 삭제 ― 을 밖으로 폭로하는 일은 매우 위험한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그 학생에 따르면, 성공적이었지만 지나친 요구를 하는 프로젝트 지도자였던 연구소장은 연구팀의 지도자들이 데이터를 조작하고 있으며 결과가 잘 나오지 않을 때에 보여주기 위해서 정기적인 모임에서는 보고하지 않는 실험들을 수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음이 거의 확실하다. 그는 "그 연구팀의 지도자들에게 있어서 그것은 기만행위나 올바른 실천으로부터의 일탈이 아니었다. 그것은 훌륭한 전략이었다"라고 말했다.
올바른 과학적 실행에 대한 요구
DFG는 자신들의 독립성을 엄중히 지키려는 대부분의 대학들이 과학에서의 기만행위에 대한 고발을 다루고 올바른 과학적 실행을 장려하는 절차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중대한 유인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예상하였다. 따라서 DFG의 지침은 2002년까지 규정을 갖추지 못한 기관들은 DFG의 자금을 받을 자격을 얻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한 위협은 효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82개의 대학 중 열 곳이 지침을 마련했고, 독일 대학 총장 협의회 회장인 조세프 랑거(Joseph Langer)에 따르면 다른 모든 대학들도 그렇게 하기로 동의했다.
영국의 연구재단들은 대학들이 실천 규범을 채택하도록 하기 위해 독일보다는 덜 직접적인 방법을 강구했다. 연구비 수혜자들로 하여금 연구가 합당한 실천 규범을 갖춘 기관에서 수행될 것이라는 진술에 서명할 것을 요구함으로써, 연구재단들은 부정행위가 일어났을 경우의 책임을 연구비 수혜자에게 넘기고 있다.
아직까지 프랑스의 대학들은 실천 규범을 채택하도록 압력을 받고 있지 않다. 프랑스 대학 총장 협의회의 대변인은 "대학의 과학은 본질적으로 정직하기 때문에" 그러한 규범은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이탈리아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다.
미국의 연구기관들은 영국의 새로운 시스템과 근본적으로 유사한 연구비 수여에서의 보장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연구비를 받을 자격을 갖추기 위해서 기관들은 자신들의 연구가 많은 조건들에 의거하여 수행되고 모니터된다는 것에 동의해야만 한다. 그 조건들의 목록은 유럽에서 논의되고 있는 올바른 실천 규범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올바른 실천이 어떤 정도의 열정을 가지고 요구되고 있는지는 기관에 따라 크게 다르다. 국립보건원은 연구윤리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조건하에 젊은 과학자들에 대해 훈련기간 동안의 연구비를 지급함으로써 이 문제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있다.
부정행위에 의한 피해로부터의 회복을 위한 조치
대부분의 기관들이 부정행위가 밝혀졌을 경우 논문이 철회되도록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특히 독일의 연구 조직들은 과학에서의 기만행위가 과학자 사회에 초래하는 손실이 확산되는 것을 막고 그 피해를 회복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는 것을 우선 과제로 삼아왔다.
예를 들어 헤르만-브라흐 사건에서 엉켜있는 거짓과 진실을 풀어내기 위해 DFG와 밀드레드 쉴 재단(Mildred Scheel Foundation)은 ― 둘 모두 그 두 연구자에게 연구비를 지급했었다 ― 날조된 데이터의 기록을 추적하고 고발된 날조 행위가 두 연구자로부터 다른 기관으로 퍼져나갔는지를 결정하기 위한 조사를 시작하였다. 조사관들은 헤르만과 브라흐 및 이전 동료들이 쓴 550편의 논문과 80개의 책의 장(章)들에 제시된 데이터의 성분들을 분석하는 소프트웨어를 사용했다. 그것을 끝내는 데에는 18개월이 걸릴 것이며 수정된 기록을 자세히 담은 결과는 국제 학술지에 발표될 것이다.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막스 플랑크 협회는 쾰른에 있는 식물 품종개량 연구소(Institute for Plant Breeding)로 하여금 한 기술자가 자신이 조작했다고 시인한 분석평가에 의존하고 있는 논문들의 모든 실험을 다시 실시할 것을 요구했다 (Nature 393, 293; 1998). 이 작업은 연구소 안팎의 연구자들의 도움으로 몇 개월 내에 완료되었다. 그 작업의 결과와 재연이 불가능한 데이터를 포함했던 논문들의 목록은 1999년 3월에 ≪플랜트 저널 Plant Journal≫에 발표될 예정이다.
미국 뿐 아니라 다른 유럽 국가들의 연구 기관들은 피해를 줄이려는 이와 같은 노력에 대해 감탄을 표시하였다. 그러나 아직 어느 곳도 같은 조치를 취하겠다고 결정하지는 않았다.
*상자기사1*
일본의 사례와 과학에 대한 대중의 불신
일본에서 널리 알려진 과학에서의 기만행위 사건은 극소수이다. 어떤 이들은 이런 현상이 일본 과학자들의 본질적인 정직성 때문이라고 하기도 하지만, 다른 이들은 그것이 단지 사회적 갈등을 일으킬 수 있는 문제에 대해 눈을 감는 일본의 문화를 반영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한다.
대학의 학부, 특히 오래되고 보수적인 '제국' 대학 내 학부의 위계적인 구조와 교수들의 독재적인 권력은 분명 과학자들이 의심스러운 과학적 행위를 폭로하는 것을 방해한다. "부정행위에 대한 고발은 드문 일이다. 그리고 고발을 할만큼 용감한 이들은 상처를 입지 않을 수 없다 - 그들은 직업을 잃을 수도 있다"라고 도쿄 공과대학(Tokyo Institute of Technology)의 과학사학자 마사노리 카지(Masanori Kaji)는 말한다.
게다가 젊은 과학자들은 실험실 안에서 이루어지는 의심스러운 과학 행위에 대해 영향을 미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할 수 없다. "힘이 막강한 교수가 연구팀을 이끄는 일본 대학의 코자(koza, 일본 국립대학 내 연구조직의 기본 단위. 흔히 교수 한 명, 부교수 한 명, 조교수 두 명 및 몇 명의 대학원생으로 이루어진다: 역주) 시스템 하에서, 젊은 실험실 인력들은 연구가 진행되는 방식에 대해 거의 아무런 목소리를 낼 수가 없다."
그러나 1998년에 나온 핵에너지 연구에 대한 일본정부의 백서가 지적하고 있듯이, 일련의 핵 관련 사고와 그에 대한 은폐 ― 핵연료 재생 공장에서의 연구 데이터 날조 사건을 포함하여 ― 이후 지난 몇 년간 과학 일반에 대한 대중의 신뢰는 크게 떨어졌다. 그 백서는 사람들이 과학자들을 "편협하고", "성공적인 결과에 대한 과도한 집착으로 인해 자세한 연구결과를 밝히거나 공유하기를 꺼려하는" 집단으로 인식한다고 밝혔다.
그와 같은 사건들의 결과로 과학자들은 연구의 윤리적인 측면을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이라는 압력에 점점 강하게 직면하고 있다. 카나자와 공과대학(Kanazawa Institute of Technology)이 실시한 최근의 대중 여론조사에서는 거의 절반의 응답자가 과학자들이 일반인에 비해 더 높은 도덕적 가치를 지녔다고 믿지 않는다고 답했다. 95퍼센트는 과학자들이 연구를 수행하고 그 연구의 세부사항을 대중에게 알리는 방식에 대해 더 많은 책임을 짊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일본에서는 부정행위의 발생률이 현저히 낮음에도 불구하고 과학연구에서의 윤리적 행동에 대한 일반 대중의 회의주의는 상대적으로 강한 편이다. 부분적으로는 이에 대한 대응의 차원에서, 1998년 정부의 자문기구인 일본학술회의(Science Council of Japan)는 대학에서의 올바른 과학적 실행을 장려하기 위한 새로운 시스템을 촉구하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아사코 세구사(Asako Saegusa)]
*상자기사 2*
학술지 편집인들의 고민
많은 학술지 편집인들은 과학 논문 발표에서의 전통적인 윤리를 위반하는 사례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에 대한 확신을 가진 사람들은 거의 없다. 저자들 중 일부 또는 조사위원회가 부정한 데이터를 담고 있다고 말한 논문의 발표를 취소시켜야 하는가? 또 편집인들은 자신들이 출판을 거부하고자 하는 의심스러운 제출논문의 저자를 공개적으로 폭로해야만 하는가?
최근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몇몇 움직임들이 있었다. 가령 영국에서는 현상황에 대해 특히 좌절감을 느낀 일군의 의학 학술지 편집인들이 일종의 비공식적 자조기구인 출판윤리 위원회(Committee on Publication Ethics)를 만들었다. 이와는 별개로 몇몇 편집인들은 자체적인 정책을 제정하기 시작하고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에서 발간하는 모든 학술지를 비롯한 많은 학술지들은 이제 저자 각각에 대해 자신의 이름이 들어간 논문의 모든 내용에 대해 책임을 진다는 진술에 서명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것은 논문에 이름만을 빌려주는 행위(honorary authorship)의 위험을 피하기 위한 조처이다.
학술지들이 기만적인 논문의 출판의 영향을 억제하려는 노력에 대해서는 1998년에 뷔르츠부르크 대학(University of W rzburg)의 분자 및 세포생물학 교수인 울프 랍(Ulf Rapp)의 지도로 독일 연구협회와 밀드레드 쉴 재단에 의해 설립된 한 프로젝트의 사례를 보면 의미 있는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그 프로젝트는 두 명의 독일 암 연구자 프리드헬름 헤르만과 마리온 브라흐, 그리고 그들의 이전 동료들이 쓴 550편의 학술지 논문과 80개 남짓 되는 책의 장(章)들 중 얼마나 많은 수가 명백히 날조된 데이터를 포함하고 있는지를 체계적으로 확정할 것이다. 이전에 이 사건을 조사했던 지역위원회들은 날조된 데이터를 포함하고 있는 47개의 논문을 밝혀냈다. 현재까지 5분의 1정도 작업을 진행한 새로운 특별조사단은 11개를 더 찾아냈다.
1998년 6월, 랍은 120명의 편집인과 출판사를 접촉하여 관련 논문 및 저작권 양도문서, 그리고 심사자의 평가서 사본을 요청했다. 그는 그것이 "다소 침울하게 만드는 경험이었다"라고 말한다. 답신을 보낸 70명 중 40명이 논문 사본을 보냈으나, 단지 4명만이 저작권 양도문서를 보내주었고, 5명만이 심사자의 평가서를 보내왔다. 일부 편집인들은 도움을 주려는 열의는 강했지만 출판 이후에 오랜 기간 동안 자료를 보관하고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대부분은 비밀보장을 이유로 익명으로라도 심사자의 평가서를 제공하기를 거절했다. "몇몇 이들은 우리를 주제넘게 나서서 평화를 깨뜨리는 무리로 생각하는 듯이 보였다."
최초의 조사를 통해 날조된 데이터를 포함한 논문을 발간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밝혀진 18개의 학술지 중 절반 이상이 그 논문들에 대한 철회를 공표하지 않았다. 그 중의 한 학술지는 7개의 논문을 실었던 ≪블러드 Blood≫이다. 편집인이자 시애틀 소재의 워싱턴대 의과대학 혈액학 교수 케네스 커션스키(Kenneth Kaushansky)는 자신이 이 문제에 대해 "심기가 불편"하기는 하지만, 과학윤리에 대한 ≪블러드≫의 새 자문위원회는 날조에 대한 "결정적인" 증거가 아직 제시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면서 자신에게 논문을 철회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이 문제는 편집인들에게 하나의 보편적인 딜레마를 제기한다. 저자들 자신들이 논문을 철회하려는 뜻이 없다면, 학술지는 자체적인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 누구의 판단을 받아들여야 하는가?
헤르만-브라흐 사건에 관계된 데이터에 대한 철회를 발표한 편집인들 중 일부는 공동 저자들의 요청에 따라 행동했고 다른 이들은 조사위원회가 제공한 정보에 따라서 그렇게 했다. 그러나 그 밖의 편집인들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확실히 하지 못하였다. 파리에 기반을 둔 ≪류케미아 Leukemia≫의 편집장 니콜 뮐러베라(Nicole Muller-B rat)는 "우리는 정확히 어떻게, 또 어떤 근거 위에서 논문을 철회시킬 것인지를 정의하는 것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유럽에 있는 편집인들의 회의를 열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네이처 Nature≫의 편집인 필립 캠벨(Philip Campbell)에 따르면 "≪네이처≫의 정책은 출판된 것 중 의심스럽거나 허위로 판명된 논문에 대한 모든 정보를 싣는 것이다. 물론 그것은 적절한 자문을 거친 후에 행해진다. 그리고 우리는 타당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가능한 한 신속하게 저자로 하여금 논문의 공식적인 철회를 발표하도록 설득하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저자들 사이에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들이 있다. 우리는 판사나 배심원처럼 행동할 수는 없지만 과학자 사회에 그러한 상황을 알릴 수는 있으며, 의견의 불일치가 존재함을 명시하면서도 저자들 중 일부의 진술을 발표할 수 있다."
그러나 논문이 출판되기 전에 논문의 심사자들이 부정행위를 의심하게 되었을 때 어떻게 할 것인지에 관한 정책을 정하는 일에 비하면, 출판된 논문을 철회하는 것에 대한 정책을 정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쉬운 일이다.
≪면역학 저널 Journal of Immunology≫과 같은 일부 학술지들은 논문의 저자들이 납득할만한 설명을 제시하지 않을 경우 그 논문의 혐의와 관련이 있는 기관들에게 그 사실을 직접 알려주고 있다. 하지만 많은 편집인들은 자신들의 역할이 거기에까지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해서 확신하지 못한다.
≪노르웨이 의학 협회지 Journal of Norwegian Medical Association≫의 편집인 메인 닐레나(Magne Nylenna)는 "학술지들이 비밀경찰처럼 행동해서는 안 된다"라고 말한다. "우리는 제출된 논문들을 최대한의 비밀이 보장된 상태에서 검토한다. 우리가 그 연구에 관계된 기관들에게 부정행위로 의심되는 것들을 통보하기까지 해야 하는지는 분명하지 않다."사코 세구사(Asako Saegusa)
*상자기사 3*
부정행위의 새로운 정의에 대해 고민하는 미국
미국의 과학윤리국은 부정행위를 "날조(fabrication), 변조(falsification), 표절(plagiarism) ['FFP'] 및 연구의 제안, 수행, 보고에 있어서 과학자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기준으로부터 심각하게 어긋나는 기타의 행위들"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 정의에 따르면 "정직한 오류 또는 데이터의 해석과 판단에서의 정직한 차이는 부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미국 기구들은 사소한 수정이나 첨가를 하면서 이 정의를 받아들여왔다. 그러나 1996년에 연구윤리 위원회(Commission on Research Integrity)는 ― 의회가 무엇보다 이른바 'FFP' 기준을 보다 정교하게 하기 위해 설립한 기구 ― 더 정확한 정의가 필요하다고 제안하였다. 위원회는 새로운 정의가 법원이 복잡한 사건들을 판결하는 데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하였다. 새로운 정의에 대한 한 가지 제안은 원하던 결과를 보장하는데 불편하다고 생각되는 데이터를 고의적으로 빼버리는 것을 의미하는 '삭제'(elimination)라는 용어가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제안된 변화는 과학자들의 심각한 반대에 부딪혔다. 예를 들어, 많은 이들은 그와 같은 행위를 부정행위로 간주하게 되면 과학자의 부주의한 기록보관 행위가 그의 경력에 치명적일 수 있는 부정행위 고발의 근거가 되어버릴 것을 두려워한다.
여러 권고안들이 백악관의 과학기술 정책국(Office of Science and Technology Policy) 주위에서 제시되고 있는데, 이것이 과학자들에게 또 다른 걱정거리를 던져주고 있다. 이곳으로부터 나오게 될 새로운 정의는 정부 전체적으로, 즉 국립보건원과 국립과학재단 및 에너지, 국방, 교육, 퇴역군인 병원을 포함하는 많은 다른 기관들의 자금을 받는 연구들에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버드 대학의 내과의이자 명예교수이며 연구윤리 위원회의 의장을 맡았던 케네스 라이언(Kenneth J. Ryan)은 정책 입안자들이 새로운 제안을 둘러싼 반대를 잘 알고 있으며 그러므로 지금까지 수년간 계속되어온 심의를 성급하게 결론지으려 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새로운 정책에 관여하고 있는 일부 연방 관리들은 사안의 중대성으로 말미암아 그 진전이 느릴 것이라고 예상한다. 한 관리는 "인체 대상 연구에 대한 새로운 규정을 만드는 데에도 결국 10년 가까이 걸리지 않았느냐"라고 말했다.
그러나 위원회의 업무에 관여하고 있는 과학자들과 관리들은 이 문제의 중요성이 사람들의 시야로부터 사라지게 되고, 정책입안자들의 행동을 자극하기에 충분할 정도의 악명 높은 사건이 발생할 때까지 계속 잊혀진 상태로 남아 있게 되지는 않을지 우려하고 있다. [렉스 달튼(Rex Dalton)]
*상자기사 4*
인터넷상의 연구윤리 지침들
다음의 웹사이트들은 올바른 과학적 실행에 대한 지침이나 과학에서의 부정행위에 대한 고발을 처리하는 지침의 자세한 내용을 담고 있는 영어 사이트들이다.
미국 연구윤리국(US Office of Research Integrity)
http://ori.dhhs.gov
영국 의학연구재단(UK Medical Research Council)
http://www.mrc.ac.uk
영국 생명공학 및 생명과학 연구재단(UK Biotechnology and Biological Sciences Research Council)
http://www.bbsrc.ac.uk
독일 막스 플랑크 협회(Germany's Max Planck Society)
http://www.mpg.de/english/index.html
독일 연구협회(Deutsche Forschungsgemeinschaft)
http://www.dfg.de/english/index.html
덴마크 과학적 부정직성 위원회(Danish Committee on Scientific Dishonesty)
http://www.forsk.dk/eng/uvvu/index.htm
따로 저자 표시가 없는 상자기사는 앨리슨 애버트가 쓴 것입니다
몇 십 년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과학에서의 기만행위가 일반적으로 흔치 않은 일이라고 믿었으며, 실제로 일어났을 경우 그것을 정신나간 짓이라고 생각하였다. 과학은 자동적으로 스스로의 오류를 수정해 나가는 활동으로 생각되었고, 따라서 기만행위를 발견하게 되는 것은 불가피한 것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실험실의 활동이 점점 더 경쟁적으로 되어가고 특히 실험의 재연이 점점 더 어려워지면서 기만행위를 비롯한 여러 종류의 심각한 부정행위들이 점차 빈번해져 왔다.
이런 현상을 연구한 이들에 따르면, 흔히 과학에서의 기만행위는 어떤 결론이 틀린 것임을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정말 참이라고 믿는 결론에 손쉽게 도달하고자 하는 동기에 의해 저질러졌다. 상호신뢰로 이루어진 과학의 세계에서 그와 같은 행위를 예방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과학에서의 부정행위의 문제가 점점 커지면서 혼란이 가중되었고 그것을 처리하기 위해 점점 더 많은 돈과 노력이 소모되었으며 과학에 대한 대중의 불신이 증가하게 되었다. 따라서 부정행위를 근절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단호하게 문제를 처리할 효과적인 방법을 찾는 일은 전 세계의 연구기관들의 우선과제로 등장했다. 연구기관들은 또한 올바른 과학적 실행의 원칙을 준수하도록 장려하는 등의 효과적인 예방책을 찾고 있다.
미국의 연구기관들은 생의학 분야에 특히 널리 퍼진 이러한 문제를 다루기 위해 노력해온 수년간의 경험을 가지고 있다. 유럽의 기관들은 미국에 비해 뒤져 있었지만 이제 그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기 시작하고 있다. 이것은 한편으로는 자국 내의 경험으로부터 나온 결과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공적인 비용이 지출되는 모든 분야에서의 책임에 대한 요구가 확장된 것이다.
유럽의 연구기관들은 미국에서 행해져 온 상세한 조사활동을 활용하는 한편 ― 가령 정확히 어떤 것들이 부정행위인가에 대한 정의를 사용하는 것 등 (상자 기사 3 참조) ― 미국의 시스템이 가진 결함들을 ― 예를 들어 고발에 대한 조사가 몇 년 동안이나 계속되도록 허용하는 것 ― 피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들은 또한 그 동기와 기회를 제거함으로써 과학에서의 기만행위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일에 점점 더 노력을 집중하고 있다.
그러한 과정에서 과학자 사회에 의한 자율적 규제라는 개념은 미국과 유럽 양쪽에서 여전히 신성한 것으로 남아 있다. 그러나 독일의 주요 지원기관인 독일 연구협회(Deutsche Forschungsgemeinschaft)의 연구업무 책임자인 브루노 찜머만(Bruno Zimmermann)은 "자율적 규제에 대한 권리는 신성불가침의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자율적 규제에 대한 권리는 과학 연구가 완전히 정직한 방식으로 행해지는 것을 우리가 보장할 수 있다는 점을 대중에게 보여줌으로써 얻어져야만 할 것이다."
문제의 심각성은 어느 정도인가?
'날조(fabrication)-변조(falsification)-표절(plagiarism)' 유형의 과학에서의 부정행위가 일어나는 정도에 대해서는 미국과 유럽 양쪽에서 뜨거운 ― 그리고 대개는 비과학적인 ― 논쟁이 이루어지고 있다. 일부 과학자들은 널리 알려진 사건들이 단지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고 우려한다. 다른 이들은 전체적인 사건발생률은 여전히 낮은 상태라고 확신하고 있으며, 부정행위에 대한 직접적인 경험이 있는 사람들조차 흔히 낙관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
에버하르트 힐트(Eberhardt Hildt)는 두 명의 독일인 암 연구자들이 명백히 날조된 데이터를 포함한 수십 개의 논문을 출판했던, 유럽에서 가장 큰 규모인 것으로 보이는 기만행위를 고발한 젊은 박사후 연구원이다. 그는 자신이 아직도 과학의 근본적인 정직성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그렇지 않다면 나는 과학계에 남아 있기로 결심하지 않았을 것이다." 힐트는 지금 뮌헨 대학에서 연구팀을 이끌고 있다.
하지만 영국 의학연구재단(UK Medical Research Council)의 연구전략 담당자인 이모젠 에반스(Imogen Evans)는 "부정행위의 증거는 해석하기가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그녀는 "과학에서의 기만행위가 얼마나 널리 퍼져있는가에 대한 질문의 답은 가능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였다. 연구비 지원기구와 연구기관들이 사건을 기록하는 서로 다른 절차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밝혀진 부정행위의 숫자에 대한 정확한 자료를 수집하는 것조차 어려운 형편이다. 예를 들어 미국의 일부 지원기구에서는 기록보관소에 숨겨져 있는 부정행위 사건들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정보자유법(Freedom of Information Act)에 의해 문서들을 요청하는 것뿐이다. 이것은 불완전한 결과를 낳을 수 있고 오랜 시간이 걸리는 작업일 뿐만 아니라, 결정적인 세부사항의 공개를 위해서는 법원의 결정이 필요하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재정지원을 받는 프로젝트에서의 부정행위를 담당하는 과학윤리국(Office of Research Integrity, ORI)은 그러한 사건들을 보고하는 가장 포괄적인 방법을 가지고 있다. ORI는 문제가 된 연구자와 소속기관의 이름, 내려진 징계까지를 포함하는 정기적인 소식지를 발간한다. 법률적 소송에 대한 두려움으로 일부 학술지들이 잘못된 논문을 철회하기를 망설이게 되는 상황에서, 이 소식지는 날조된 상태로 출판된 연구에 대해 유일한 교정수단의 역할을 하고 있기도 하다.(상자 기사 2 참조)
ORI는 1993년과 1997년 사이에 약 1000건의 부정행위 고발사례를 접수했다. ORI는 그 중 150건에 대한 조사를 마쳤는데 거의 절반 정도에서 부정행위가 있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부정행위를 저질렀다고 밝혀진 76명의 연구자 중 71퍼센트는 짧게는 18개월에서 길게는 8년 동안 연방정부의 연구 지원금을 받는 것을 금지당했다. 80퍼센트의 사건은 연구 데이터의 변조와 관련된 것이었다. 동일한 5년의 기간동안 국립보건원의 보조금을 받은 총 건수는 15만 이상이었다.
유럽에서는 스칸디나비아 국가들만이 이러한 통계수치를 대조해 볼 수 있는 ORI와 유사한 국가 차원의 위원회를 가지고 있으며 이들은 모두 상대적으로 낮은 수치를 보여주고 있다. 1992년에 설립된 덴마크의 과학적 부정직성에 관한 위원회(Danish Committee on Scientific Dishonesty)가 그 중 가장 먼저 생겨났다. 그 책임 분야는 처음에는 ORI처럼 생의학분야에 한정되어 있었으나 1999년 초에 모든 과학 분야를 담당하도록 확장되었다. 위원회는 7년 동안 단지 25건만을 검토했으며 그 중 4건에 대해서만 문제거리가 있음을 밝혀냈다.
부정행위로 보고된 총 숫자는 전체 과학 출판물의 양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작다. 과학 인용 색인(Scientific Citation Index)의 목록에는 1998년 한해 동안 5600개의 선별된 학술지에 실린 거의 백만 편의 논문이 올라 있는데 이것은 아마도 전세계에서 출판되는 과학 학술지의 10분의 1 정도일 것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행해진 몇몇 조사들은 부정행위의 정도가 보고된 것보다 훨씬 높다는 사실을 암시하고 있다. 1993년에 ≪아메리칸 사이언티스트 American Scientist≫에 실린 한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퍼센트에서 9퍼센트가 자신이 속한 학부 안에서 표절되거나 날조된 결과들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1995년에 노르웨이에서 무작위로 추출된 300명 가량의 연구자를 대상으로 실시된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22퍼센트가 '연구 윤리 지침에 대한 중대한 위반사례'를 알고 있으며 9퍼센트는 개인적으로 그러한 심각한 위반에 가담한 바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거의 60퍼센트가 자신의 학부에서 일어난 덜 심각한 정도의 부정행위에 대해 알고 있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노르웨이의 과학적 부정직성에 관한 위원회(Norwegian Committee on Scientific Dishonesty)에는 1994년 설립 이후 단 아홉 건만이 의뢰되었으며 그 중 두 건에 대해서만 문제거리가 있음이 밝혀졌다.
과학에서의 부정행위의 실태가 어떤 정도이든간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예방이 우선시되어야 한다는 사실에 동의하고 있다. 케네스 라이언(Kenneth J. Ryan)은 1990년대 중반에 의회의 요청으로 과학에서의 부정행위에 대한 미국의 정책을 검토하는 '연구윤리 위원회'(Commission on Research Integrity)의 의장을 맡았다. 그는 위원회의 활동영역이 "많은 과학자들이 우려하는 징계의 문제가 아니라 과학의 정직성에 대한 문제, 즉 사람들을 교육하고 부정행위를 예방하는 문제였다"고 말했다. 이것은 분명히 유럽에서의 지배적인 견해인데, 유럽의 많은 과학자들은 미국에서의 기만행위에 대한 조사가 거기에 연루된 과학자들의 상당한 시간을 빼앗으면서 점점 더 길게 끌게 되는 것을 당황스럽게 지켜보았다.
지나치게 합당한 진상조사 절차?
덴마크를 제외한 유럽의 대부분의 기관들과 마찬가지로 미 국립보건원과 미국 국립 과학재단(National Science Foundation)은 부정행위에 대한 고발을 일차적으로 조사하고 그 결과를 연구비 지원 기구에 보고하는 업무를 자신들이 연구비를 주는 학술기관에 의존하고 있다. 연구비 지원 기구의 관리들은 학술기관의 조사결과를 검토한 후, 필요하다면 추가 조사를 실시하고 적절한 제재조치를 권고한다.
일차적인 조사를 학술기관에 맡기는 것은 고발된 이들에게 중요한 보호막을 제공하는 것이 된다. 하지만 그것은 또한 해당 학술기관 자신들에게 엄청난 부담을 지우는 것이기도 하다. 조사위원회가 정리되지 않은 데이터를 담고 있는 노트를 분석하고 증인들을 인터뷰하는 데에는 수개월이 소요될 수 있으며 이것은 고발당한 쪽에서 적극적으로 변호사를 고용할 경우 특히 부담스러운 과정이 될 수 있다. 그리하여 최종결론에 이르기까지에는 몇 년이 걸릴 수도 있다. 미리 합의된 기간 제한이 비현실적이 될 때면 흔히 양쪽 모두가 기한을 뒤로 미루게 된다. 고발당한 쪽의 변호사는 고발을 한 사람의 정직성을 공격하고, 조사위원회의 구성원 및 대학의 행정관리에 대한 법률적 이의신청을 하기도 하고 고발자의 부적절한 개인적 관계에 대해 비난하기도 한다.
캘리포니아에서 부정행위로 의심받고 있던 연구자의 변호를 맡은 한 변호사는 사립탐정을 고용하여 사건의 조사를 맡고 있던 학장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주장을 하게 하였다. 그는 학장이 피고발인에게 보낸 편지에 근거하여 학장을 편집증 환자로 몰아붙였다. 그러한 전략에 진저리가 난 일부 행정담당자들과 과학자들은 다시는 그와 같은 조사에 참여하지 않게 되었다. 텍사스 주 휴스턴의 베일러 의과 대학(Baylor College of Medicine)의 학장이자 미국 실험 생물학 학회 연합(Federation of American Societies of Experimental Biology, FASEB)의 의장인 윌리엄 브링클리(William R. Brinkley)는 자신의 기관에서 오랫동안 끌었던 한 부정행위 사건을 관찰했다 (Nature 383, 107; 1996). "사건의 조사와 처리로 인한 희생이 엄청나다. 사람들은 이런 사건들에 몇 년 동안이나 붙잡혀 있게 된다. 그들은 나에게 그 일을 다시는 하지 못할 것이라고 얘기했다. 그것은 그들의 직업적인 경력을 망쳐놓는다."
그러한 경험은 기만행위에 대한 고발 사건이 처리되는 방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까지 과학자와 그들의 변호사, 그리고 전문 학회들은 모두 피고발 연구자에 대한 정당하고 적법한 진상조사 절차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이것은 1980년대의 일부 사건들이 그렇게 처리되지 못해왔던 것에 대한 반발이었다. 하지만 지금 많은 이들은 상황이 오히려 정반대 쪽으로 너무 많이 흘러가 버린 것이 아닌가라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사람들은 고발된 연구자들에게 너무 많은 적법절차가 부여되어 왔기 때문에 기관들이 고발된 사건의 조사를 꺼리게 되었으며, 따라서 부패한 과학자가 처벌받지 않고 ― 심지어는 문제제기도 제대로 되지 않고 ― 넘어가는 분위기가 만들어져 온 것이 아닌지를 묻고 있다.
고발당한 과학자에 대한 최대한의 정당한 진상조사 절차를 앞장서서 요구해온 FASEB의 현 의장조차도 "현재와 같은 절차의 반복은 모든 사람들을 지치게 한다"라고 인정하고 있다. 브링클리는 "우리는 너무 많은 절차들을 만들어 놓았는지도 모른다. 그것을 조심스럽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한다. 그는 과학정책에 대한 FASEB의 새로운 위원회가 그러한 문제를 검토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 위원회의 의장인 데이빗 브로티건(David Brautigan)도 여기에 동의한다. 그는 "소송 자체가 방어가 되어버렸다"라고 하면서 진상조사 절차가 오용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더 나은 방법을 찾고 있는 유럽
유럽의 과학연구 공동체는 지금까지 그토록 긴 절차를 떠맡는 것을 피해 왔으며 앞으로도 그런 방식을 유지하기를 원한다. 과학에서의 부정행위를 다루는 규칙과 절차를 만드는 과정에서 유럽의 연구기관들은 조사가 신속하게 종결되는 것을 확실히 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원칙적으로 동료 과학자로 구성된 조사위원회와 고발자와 피고발자 모두를 보호하려는 노력에 기반하고 있는 유럽의 절차는 미국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대부분의 유럽의 기구들은 조사가 처리되는 단계의 수에 제한을 둠으로써 조사가 신속하게 결론지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예를 들어 독일의 프라이부르크(Freiburg) 대학에 작년에 도입된 규칙은 부정직성에 대한 의심이 타당한지를 밝히기 위한 비공식적 조사를 요구하고 있으며, 그 이후 필요하다면 공식적인 조사를 실시하도록 하고 있다. 공식적 위원회의 조사결과는 제재조치에 대한 적절한 권고와 함께 대학 총장에게로 넘겨지며, 총장은 제재조치에 대한 결정을 내리게 된다.
그 대학의 법학 교수이자 해외 및 국제 범죄법에 대한 막스 플랑크 연구소(Max Planck Institute for Foreign and International Criminal Law)의 소장인 알빈 에서(Albin Eser)는 이 규칙들을 제정하는 것을 도왔으며 그와 비슷하게 간결한 형태로 되어 있는 막스 플랑크 협회의 규칙을 제정하였다. 그는 "우리는 항소 단계를 의도적으로 피하고자 한다. 왜냐하면 그것이 문제의 해결에 도달하는 시간을 연장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어떤 경우에도 징계를 받은 과학자는 항상 법원을 통해 항소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스칸디나비아 국가들도 항소 절차는 법원의 몫으로 남겨두고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영국 의학연구 재단은 다른 면들에서는 독일과 비슷한 절차를 가지고 있지만, 공정성이라는 기준에서 볼 때 자체적인 항소절차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가적 대 지역적
각 국가가 과학에서의 부정행위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국가 차원의 위원회를 세워야 하는지, 또 그렇게 만들어진 기구들이 지역적 기관을 대신하여 조사의 전면에 나서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은 유럽에서 매우 민감한 문제이다.
덴마크는 과학에서의 부정행위에 대한 일차적인 조사를 고등법원 판사가 이끄는 국가 기구인 과학적 부정직성에 관한 위원회에 위임하는 유일한 국가이다. 위원회의 부의장인 다니엘 안데르손(Daniel Anderson)은 중앙집중적인 조사를 강력히 옹호한다. "우리는 사건들이 지역적으로 다루어지는 것을 장려하지 않는다. 대학 쪽에서는 당연히 그 대학의 과학자를 ― 특히 저명한 교수를 ― 사기꾼이라고 부르는 것을 꺼려하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의학 연구 기관인 INSERM의 총 책임자인 끌로드 그리셀리(Claude Griscelli)는 여기에서 더 나아간다. 그리셀리는 적어도 지역적 기관이 어떤 사건, 특히 심각해질 가능성이 있는 사건을 다루기가 벅차다고 느낄 때에는, 오직 다른 유럽 국가 출신의 위원들로 구성된 INSERM의 위원회만이 조사에 필요한 전문성을 갖추는 한편 지역 학계의 정치적 상황으로부터 거리를 두면서 완전히 독립적인 조사를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 과학 재단(European Science Foundation)은 재단의 후원 하에 그러한 위원회를 설립해야 할지를 검토하고 있다.
반면,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등 덴마크식 모델을 받아들인 스칸디나비아 국가의 연구기관들조차 각 기관이 사건을 우선적으로 국가 위원회에 보고할 것을 요구하지 않고 있다. 지역적 기관들이 예비조사를 실시할 것인지를 선택할 수 있다.
노르웨이에서는 국가 차원의 위원회라는 개념에 대해서조차 강력한 반대가 있었다. 베르겐 대학의 의학 교수이자 노르웨이 의학윤리 위원회(Norwegian Medical Ethics Committee)의 전 의장이었던 얄라 오프슈타트(Jarla Ofstad)는 과학에서의 부정직성에 관한 노르웨이 위원회(Norwegian Committee on Scientific Dishonesty)의 창설에 강력하게 반대했는데, 그 이유는 위원회가 "그다지 빈번하지도 않은 문제에 대해 번잡한 관료적인 절차를 과도하게 만들어낼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는 스칸디나비아의 각 위원회에 판사를 하나씩 포함시키는 것은 위원회를 "아마츄어 법정"으로 만들어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의 의학 학술지 편집인들의 비공식적 모임인 출판 윤리 위원회(Committee for Publication Ethics)는 적어도 의학 분야에서는 모든 부정행위 사건을 영국의 국가 위원회가 다루도록 하기 위해 오랫동안 노력해왔다. 이 제안은 현재 임상의들을 위해 연구 기준을 포함한 전문직업적 기준을 정하는 의학재단(General Medical Council)이 설치한 위원회에서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집중된 권력을 가진 모든 기관에 대한 강한 불신이 존재하는 독일에서는 과학에서의 부정행위를 조사하는 국가적 기구에 대한 반대가 여전히 강력하게 남아있다.
끝나버린 독일의 자만
독일은 스칸디나비아 이외의 유럽 국가들 중 과학에서의 부정행위를 다루고 예방하는 절차를 제정하는 것에서 가장 앞서 나가고 있는 국가이다. 고발을 다루기 위한 절차는 1997년에 막스 플랑크 협회(Max Planck Society)에 의해 제정되었는데, 그것은 그때까지 '미국적인 재앙'으로 여겨졌던 과학에서의 부정행위에 대해 문화적으로 면역되어 있다고 생각하던 독일의 자기만족을 산산히 부수어 놓은 일련의 주요 스캔들 중 첫 번째가 일어나기 불과 수개월 전이었다.
독일의 주된 연구 지원 기관인 독일 연구협회(Deutsche Forschungsgemeinschaft, DFG)는 그 첫 번째 사건으로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1997년의 한 조사위원회는 두 명의 명망 높은 암 연구자인 프리드헬름 헤르만(Friedhelm Herrman)과 마리온 브라흐(Marion Brach)가 쓴 47편의 논문이 날조된 데이터를 포함하고 있다는 "강한 의심"을 발표했다. (Nature 387, 750; 1997)
DFG의 전 의장인 볼프강 프뤼발트(Wolfgang Fr hwald)는 1995년에 "자율적 규제로 단단히 통제되고 있는 독일의 연구 시스템보다는 미국식 시스템에서 자신의 경력을 위해 데이터를 변조하려는 유인이 더 크다"라고 자랑스럽게 말한 바 있다. 이러한 순진한 생각에 대한 보상의 표현으로 그는 독일에서 올바른 과학적 실행을 위한 첫 번째 지침이 1997년 말에 자신의 임기가 끝나기 전에 신속하게 제정되도록 하였다.
이 지침들은 자율적인 규제를 대체하기보다는 그것을 강화하려는 의도에서 만들어졌다. 지침의 공표는 그때까지 과학에서의 부정행위를 처리하고 예방할 절차를 어떻게 제정할 것인가에 대해 보다 느긋한 상태에서 고려하고 있던 유럽의 다른 연구기관들의 행동을 자극했다.
영국에서는 생명공학 및 생명과학 연구재단(Biotechnology and Biological Sciences Research Council)이 1998년 말에 올바른 실천을 위한 지침을 시작했으며 다른 연구 재단들이 그 뒤를 따랐다. 프랑스에서는 INSERM이 1999년 2월에 지침을 만들어 소속기관에 배포했으며, 프랑스의 최대 연구 조직인 CNRS는 1999년 3월 현재 그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여러 연구 기관들이 제정한 지침들 사이에는 차이가 거의 없다. 모두가 연구팀 내에서의 책임 범위를 분명히 하는 것, 공개적인 방식으로 실험을 수행하는 것, 실험노트의 성실한 작성과 데이터의 보존, 연구 지도자들과 젊은 연구자에게 올바른 실천을 가르치는 일의 가치, 그리고 논문발표에서의 책임 등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덧붙여 DFG의 지침은 젊은 연구자들이 실험실에서의 부정직 행위에 대한 우려를 비밀이 보장되는 가운데 상의할 수 있는 일종의 공식적 상담원인 옴부즈맨(민원조사관)을 임명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헤르만과 브라흐 사건은 독일 실험실의 위계적인 문화가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대부분의 젊은 연구자들이 교수라는 무소불위의 인물에게 도전하기를 두려워했던 것이다.
하지만 많은 연구자들은 올바른 실천에 대한 지침들이 문제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데에 중요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면서도, 그런 규범들이 그 자체로 부정행위를 없애지는 못할 것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개별 실험실의 문화, 그리고 그 곳에 속한 개인들은 언제라도 규범을 무시하고 침해하는 행위를 묵인할 수 있다.
헤르만과 브라흐 사건의 고발자인 에버하르트 힐트는 자신이 그 두 연구자와 함께 일했던 베를린의 막스 델브뤽 분자의학 센터(Max Delbr ck Centre for Molecular Medicine)에 옴부즈맨이 있었다면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고 하였다. 이런 역할을 맡아서 힐트를 도와 그 사건이 반신반의하던 과학자 사회의 주목을 받도록 했던 것은 멀리 떨어진 뮌헨에 있었던 그의 박사과정 지도교수였다. 하지만 힐트는 성실한 연구노트 기록은 별 도움이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보복의 두려움 때문에 익명을 요구한 한 젊은 박사과정 학생은 옴부즈맨 제도가 자신이 목격한 비행을 폭로하는 것에 도움이 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학부 시절 경험한 데이터 조작 사건으로 연구에서 거의 쫓겨날 뻔했는데, 그 조작은 그가 최종학년 프로젝트를 수행하던 독일의 큰 대학 연구실의 책임자들이 규칙적이면서도 비밀스럽게 저지른 것이었다.
그 박사과정 학생이 부정행위를 목격했던 실험실 소속의 젊은 과학자들은 자신들이 "사소한 부정행위"라고 본 것 ― 대조군 수의 과장, 그래프를 깔끔하게 하고 출판을 앞당기기 위한 데이터 점들의 삭제 ― 을 밖으로 폭로하는 일은 매우 위험한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그 학생에 따르면, 성공적이었지만 지나친 요구를 하는 프로젝트 지도자였던 연구소장은 연구팀의 지도자들이 데이터를 조작하고 있으며 결과가 잘 나오지 않을 때에 보여주기 위해서 정기적인 모임에서는 보고하지 않는 실험들을 수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음이 거의 확실하다. 그는 "그 연구팀의 지도자들에게 있어서 그것은 기만행위나 올바른 실천으로부터의 일탈이 아니었다. 그것은 훌륭한 전략이었다"라고 말했다.
올바른 과학적 실행에 대한 요구
DFG는 자신들의 독립성을 엄중히 지키려는 대부분의 대학들이 과학에서의 기만행위에 대한 고발을 다루고 올바른 과학적 실행을 장려하는 절차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중대한 유인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예상하였다. 따라서 DFG의 지침은 2002년까지 규정을 갖추지 못한 기관들은 DFG의 자금을 받을 자격을 얻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한 위협은 효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82개의 대학 중 열 곳이 지침을 마련했고, 독일 대학 총장 협의회 회장인 조세프 랑거(Joseph Langer)에 따르면 다른 모든 대학들도 그렇게 하기로 동의했다.
영국의 연구재단들은 대학들이 실천 규범을 채택하도록 하기 위해 독일보다는 덜 직접적인 방법을 강구했다. 연구비 수혜자들로 하여금 연구가 합당한 실천 규범을 갖춘 기관에서 수행될 것이라는 진술에 서명할 것을 요구함으로써, 연구재단들은 부정행위가 일어났을 경우의 책임을 연구비 수혜자에게 넘기고 있다.
아직까지 프랑스의 대학들은 실천 규범을 채택하도록 압력을 받고 있지 않다. 프랑스 대학 총장 협의회의 대변인은 "대학의 과학은 본질적으로 정직하기 때문에" 그러한 규범은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이탈리아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다.
미국의 연구기관들은 영국의 새로운 시스템과 근본적으로 유사한 연구비 수여에서의 보장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연구비를 받을 자격을 갖추기 위해서 기관들은 자신들의 연구가 많은 조건들에 의거하여 수행되고 모니터된다는 것에 동의해야만 한다. 그 조건들의 목록은 유럽에서 논의되고 있는 올바른 실천 규범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올바른 실천이 어떤 정도의 열정을 가지고 요구되고 있는지는 기관에 따라 크게 다르다. 국립보건원은 연구윤리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조건하에 젊은 과학자들에 대해 훈련기간 동안의 연구비를 지급함으로써 이 문제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있다.
부정행위에 의한 피해로부터의 회복을 위한 조치
대부분의 기관들이 부정행위가 밝혀졌을 경우 논문이 철회되도록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특히 독일의 연구 조직들은 과학에서의 기만행위가 과학자 사회에 초래하는 손실이 확산되는 것을 막고 그 피해를 회복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는 것을 우선 과제로 삼아왔다.
예를 들어 헤르만-브라흐 사건에서 엉켜있는 거짓과 진실을 풀어내기 위해 DFG와 밀드레드 쉴 재단(Mildred Scheel Foundation)은 ― 둘 모두 그 두 연구자에게 연구비를 지급했었다 ― 날조된 데이터의 기록을 추적하고 고발된 날조 행위가 두 연구자로부터 다른 기관으로 퍼져나갔는지를 결정하기 위한 조사를 시작하였다. 조사관들은 헤르만과 브라흐 및 이전 동료들이 쓴 550편의 논문과 80개의 책의 장(章)들에 제시된 데이터의 성분들을 분석하는 소프트웨어를 사용했다. 그것을 끝내는 데에는 18개월이 걸릴 것이며 수정된 기록을 자세히 담은 결과는 국제 학술지에 발표될 것이다.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막스 플랑크 협회는 쾰른에 있는 식물 품종개량 연구소(Institute for Plant Breeding)로 하여금 한 기술자가 자신이 조작했다고 시인한 분석평가에 의존하고 있는 논문들의 모든 실험을 다시 실시할 것을 요구했다 (Nature 393, 293; 1998). 이 작업은 연구소 안팎의 연구자들의 도움으로 몇 개월 내에 완료되었다. 그 작업의 결과와 재연이 불가능한 데이터를 포함했던 논문들의 목록은 1999년 3월에 ≪플랜트 저널 Plant Journal≫에 발표될 예정이다.
미국 뿐 아니라 다른 유럽 국가들의 연구 기관들은 피해를 줄이려는 이와 같은 노력에 대해 감탄을 표시하였다. 그러나 아직 어느 곳도 같은 조치를 취하겠다고 결정하지는 않았다.
*상자기사1*
일본의 사례와 과학에 대한 대중의 불신
일본에서 널리 알려진 과학에서의 기만행위 사건은 극소수이다. 어떤 이들은 이런 현상이 일본 과학자들의 본질적인 정직성 때문이라고 하기도 하지만, 다른 이들은 그것이 단지 사회적 갈등을 일으킬 수 있는 문제에 대해 눈을 감는 일본의 문화를 반영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한다.
대학의 학부, 특히 오래되고 보수적인 '제국' 대학 내 학부의 위계적인 구조와 교수들의 독재적인 권력은 분명 과학자들이 의심스러운 과학적 행위를 폭로하는 것을 방해한다. "부정행위에 대한 고발은 드문 일이다. 그리고 고발을 할만큼 용감한 이들은 상처를 입지 않을 수 없다 - 그들은 직업을 잃을 수도 있다"라고 도쿄 공과대학(Tokyo Institute of Technology)의 과학사학자 마사노리 카지(Masanori Kaji)는 말한다.
게다가 젊은 과학자들은 실험실 안에서 이루어지는 의심스러운 과학 행위에 대해 영향을 미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할 수 없다. "힘이 막강한 교수가 연구팀을 이끄는 일본 대학의 코자(koza, 일본 국립대학 내 연구조직의 기본 단위. 흔히 교수 한 명, 부교수 한 명, 조교수 두 명 및 몇 명의 대학원생으로 이루어진다: 역주) 시스템 하에서, 젊은 실험실 인력들은 연구가 진행되는 방식에 대해 거의 아무런 목소리를 낼 수가 없다."
그러나 1998년에 나온 핵에너지 연구에 대한 일본정부의 백서가 지적하고 있듯이, 일련의 핵 관련 사고와 그에 대한 은폐 ― 핵연료 재생 공장에서의 연구 데이터 날조 사건을 포함하여 ― 이후 지난 몇 년간 과학 일반에 대한 대중의 신뢰는 크게 떨어졌다. 그 백서는 사람들이 과학자들을 "편협하고", "성공적인 결과에 대한 과도한 집착으로 인해 자세한 연구결과를 밝히거나 공유하기를 꺼려하는" 집단으로 인식한다고 밝혔다.
그와 같은 사건들의 결과로 과학자들은 연구의 윤리적인 측면을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이라는 압력에 점점 강하게 직면하고 있다. 카나자와 공과대학(Kanazawa Institute of Technology)이 실시한 최근의 대중 여론조사에서는 거의 절반의 응답자가 과학자들이 일반인에 비해 더 높은 도덕적 가치를 지녔다고 믿지 않는다고 답했다. 95퍼센트는 과학자들이 연구를 수행하고 그 연구의 세부사항을 대중에게 알리는 방식에 대해 더 많은 책임을 짊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일본에서는 부정행위의 발생률이 현저히 낮음에도 불구하고 과학연구에서의 윤리적 행동에 대한 일반 대중의 회의주의는 상대적으로 강한 편이다. 부분적으로는 이에 대한 대응의 차원에서, 1998년 정부의 자문기구인 일본학술회의(Science Council of Japan)는 대학에서의 올바른 과학적 실행을 장려하기 위한 새로운 시스템을 촉구하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아사코 세구사(Asako Saegusa)]
*상자기사 2*
학술지 편집인들의 고민
많은 학술지 편집인들은 과학 논문 발표에서의 전통적인 윤리를 위반하는 사례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에 대한 확신을 가진 사람들은 거의 없다. 저자들 중 일부 또는 조사위원회가 부정한 데이터를 담고 있다고 말한 논문의 발표를 취소시켜야 하는가? 또 편집인들은 자신들이 출판을 거부하고자 하는 의심스러운 제출논문의 저자를 공개적으로 폭로해야만 하는가?
최근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몇몇 움직임들이 있었다. 가령 영국에서는 현상황에 대해 특히 좌절감을 느낀 일군의 의학 학술지 편집인들이 일종의 비공식적 자조기구인 출판윤리 위원회(Committee on Publication Ethics)를 만들었다. 이와는 별개로 몇몇 편집인들은 자체적인 정책을 제정하기 시작하고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에서 발간하는 모든 학술지를 비롯한 많은 학술지들은 이제 저자 각각에 대해 자신의 이름이 들어간 논문의 모든 내용에 대해 책임을 진다는 진술에 서명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것은 논문에 이름만을 빌려주는 행위(honorary authorship)의 위험을 피하기 위한 조처이다.
학술지들이 기만적인 논문의 출판의 영향을 억제하려는 노력에 대해서는 1998년에 뷔르츠부르크 대학(University of W rzburg)의 분자 및 세포생물학 교수인 울프 랍(Ulf Rapp)의 지도로 독일 연구협회와 밀드레드 쉴 재단에 의해 설립된 한 프로젝트의 사례를 보면 의미 있는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그 프로젝트는 두 명의 독일 암 연구자 프리드헬름 헤르만과 마리온 브라흐, 그리고 그들의 이전 동료들이 쓴 550편의 학술지 논문과 80개 남짓 되는 책의 장(章)들 중 얼마나 많은 수가 명백히 날조된 데이터를 포함하고 있는지를 체계적으로 확정할 것이다. 이전에 이 사건을 조사했던 지역위원회들은 날조된 데이터를 포함하고 있는 47개의 논문을 밝혀냈다. 현재까지 5분의 1정도 작업을 진행한 새로운 특별조사단은 11개를 더 찾아냈다.
1998년 6월, 랍은 120명의 편집인과 출판사를 접촉하여 관련 논문 및 저작권 양도문서, 그리고 심사자의 평가서 사본을 요청했다. 그는 그것이 "다소 침울하게 만드는 경험이었다"라고 말한다. 답신을 보낸 70명 중 40명이 논문 사본을 보냈으나, 단지 4명만이 저작권 양도문서를 보내주었고, 5명만이 심사자의 평가서를 보내왔다. 일부 편집인들은 도움을 주려는 열의는 강했지만 출판 이후에 오랜 기간 동안 자료를 보관하고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대부분은 비밀보장을 이유로 익명으로라도 심사자의 평가서를 제공하기를 거절했다. "몇몇 이들은 우리를 주제넘게 나서서 평화를 깨뜨리는 무리로 생각하는 듯이 보였다."
최초의 조사를 통해 날조된 데이터를 포함한 논문을 발간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밝혀진 18개의 학술지 중 절반 이상이 그 논문들에 대한 철회를 공표하지 않았다. 그 중의 한 학술지는 7개의 논문을 실었던 ≪블러드 Blood≫이다. 편집인이자 시애틀 소재의 워싱턴대 의과대학 혈액학 교수 케네스 커션스키(Kenneth Kaushansky)는 자신이 이 문제에 대해 "심기가 불편"하기는 하지만, 과학윤리에 대한 ≪블러드≫의 새 자문위원회는 날조에 대한 "결정적인" 증거가 아직 제시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면서 자신에게 논문을 철회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이 문제는 편집인들에게 하나의 보편적인 딜레마를 제기한다. 저자들 자신들이 논문을 철회하려는 뜻이 없다면, 학술지는 자체적인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 누구의 판단을 받아들여야 하는가?
헤르만-브라흐 사건에 관계된 데이터에 대한 철회를 발표한 편집인들 중 일부는 공동 저자들의 요청에 따라 행동했고 다른 이들은 조사위원회가 제공한 정보에 따라서 그렇게 했다. 그러나 그 밖의 편집인들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확실히 하지 못하였다. 파리에 기반을 둔 ≪류케미아 Leukemia≫의 편집장 니콜 뮐러베라(Nicole Muller-B rat)는 "우리는 정확히 어떻게, 또 어떤 근거 위에서 논문을 철회시킬 것인지를 정의하는 것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유럽에 있는 편집인들의 회의를 열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네이처 Nature≫의 편집인 필립 캠벨(Philip Campbell)에 따르면 "≪네이처≫의 정책은 출판된 것 중 의심스럽거나 허위로 판명된 논문에 대한 모든 정보를 싣는 것이다. 물론 그것은 적절한 자문을 거친 후에 행해진다. 그리고 우리는 타당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가능한 한 신속하게 저자로 하여금 논문의 공식적인 철회를 발표하도록 설득하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저자들 사이에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들이 있다. 우리는 판사나 배심원처럼 행동할 수는 없지만 과학자 사회에 그러한 상황을 알릴 수는 있으며, 의견의 불일치가 존재함을 명시하면서도 저자들 중 일부의 진술을 발표할 수 있다."
그러나 논문이 출판되기 전에 논문의 심사자들이 부정행위를 의심하게 되었을 때 어떻게 할 것인지에 관한 정책을 정하는 일에 비하면, 출판된 논문을 철회하는 것에 대한 정책을 정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쉬운 일이다.
≪면역학 저널 Journal of Immunology≫과 같은 일부 학술지들은 논문의 저자들이 납득할만한 설명을 제시하지 않을 경우 그 논문의 혐의와 관련이 있는 기관들에게 그 사실을 직접 알려주고 있다. 하지만 많은 편집인들은 자신들의 역할이 거기에까지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해서 확신하지 못한다.
≪노르웨이 의학 협회지 Journal of Norwegian Medical Association≫의 편집인 메인 닐레나(Magne Nylenna)는 "학술지들이 비밀경찰처럼 행동해서는 안 된다"라고 말한다. "우리는 제출된 논문들을 최대한의 비밀이 보장된 상태에서 검토한다. 우리가 그 연구에 관계된 기관들에게 부정행위로 의심되는 것들을 통보하기까지 해야 하는지는 분명하지 않다."사코 세구사(Asako Saegusa)
*상자기사 3*
부정행위의 새로운 정의에 대해 고민하는 미국
미국의 과학윤리국은 부정행위를 "날조(fabrication), 변조(falsification), 표절(plagiarism) ['FFP'] 및 연구의 제안, 수행, 보고에 있어서 과학자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기준으로부터 심각하게 어긋나는 기타의 행위들"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 정의에 따르면 "정직한 오류 또는 데이터의 해석과 판단에서의 정직한 차이는 부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미국 기구들은 사소한 수정이나 첨가를 하면서 이 정의를 받아들여왔다. 그러나 1996년에 연구윤리 위원회(Commission on Research Integrity)는 ― 의회가 무엇보다 이른바 'FFP' 기준을 보다 정교하게 하기 위해 설립한 기구 ― 더 정확한 정의가 필요하다고 제안하였다. 위원회는 새로운 정의가 법원이 복잡한 사건들을 판결하는 데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하였다. 새로운 정의에 대한 한 가지 제안은 원하던 결과를 보장하는데 불편하다고 생각되는 데이터를 고의적으로 빼버리는 것을 의미하는 '삭제'(elimination)라는 용어가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제안된 변화는 과학자들의 심각한 반대에 부딪혔다. 예를 들어, 많은 이들은 그와 같은 행위를 부정행위로 간주하게 되면 과학자의 부주의한 기록보관 행위가 그의 경력에 치명적일 수 있는 부정행위 고발의 근거가 되어버릴 것을 두려워한다.
여러 권고안들이 백악관의 과학기술 정책국(Office of Science and Technology Policy) 주위에서 제시되고 있는데, 이것이 과학자들에게 또 다른 걱정거리를 던져주고 있다. 이곳으로부터 나오게 될 새로운 정의는 정부 전체적으로, 즉 국립보건원과 국립과학재단 및 에너지, 국방, 교육, 퇴역군인 병원을 포함하는 많은 다른 기관들의 자금을 받는 연구들에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버드 대학의 내과의이자 명예교수이며 연구윤리 위원회의 의장을 맡았던 케네스 라이언(Kenneth J. Ryan)은 정책 입안자들이 새로운 제안을 둘러싼 반대를 잘 알고 있으며 그러므로 지금까지 수년간 계속되어온 심의를 성급하게 결론지으려 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새로운 정책에 관여하고 있는 일부 연방 관리들은 사안의 중대성으로 말미암아 그 진전이 느릴 것이라고 예상한다. 한 관리는 "인체 대상 연구에 대한 새로운 규정을 만드는 데에도 결국 10년 가까이 걸리지 않았느냐"라고 말했다.
그러나 위원회의 업무에 관여하고 있는 과학자들과 관리들은 이 문제의 중요성이 사람들의 시야로부터 사라지게 되고, 정책입안자들의 행동을 자극하기에 충분할 정도의 악명 높은 사건이 발생할 때까지 계속 잊혀진 상태로 남아 있게 되지는 않을지 우려하고 있다. [렉스 달튼(Rex Dalton)]
*상자기사 4*
인터넷상의 연구윤리 지침들
다음의 웹사이트들은 올바른 과학적 실행에 대한 지침이나 과학에서의 부정행위에 대한 고발을 처리하는 지침의 자세한 내용을 담고 있는 영어 사이트들이다.
미국 연구윤리국(US Office of Research Integrity)
http://ori.dhhs.gov
영국 의학연구재단(UK Medical Research Council)
http://www.mrc.ac.uk
영국 생명공학 및 생명과학 연구재단(UK Biotechnology and Biological Sciences Research Council)
http://www.bbsrc.ac.uk
독일 막스 플랑크 협회(Germany's Max Planck Society)
http://www.mpg.de/english/index.html
독일 연구협회(Deutsche Forschungsgemeinschaft)
http://www.dfg.de/english/index.html
덴마크 과학적 부정직성 위원회(Danish Committee on Scientific Dishonesty)
http://www.forsk.dk/eng/uvvu/index.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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