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제정될 생명윤리법을 빈껍데리고 만들 참인가



1. 과학기술부는 지난 1월 15일에 2002년도 "21세기 프론티어 연구개발사업"으로 총 9개 과제를 선정하여 발표하고 사업단 공모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그 중에는 <세포응용연구> 과제가 선정되어 포함되었는데, 실제 내용은 생명윤리 논쟁이 격렬한 '줄기세포연구'다. 과학기술부는 이 줄기세포연구 분야에 올해 90억원을 포함하여 10년간 총 1000억원을 투자할 것이며, 6월까지 사업단을 최종 선정하여 사업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2. 그런데 이번에 줄기세포연구를 정부 지원과제로 선정한 것은 정부가 국민 앞에서 누차 약속한 '생명윤리법 제정' 방침과 모순된다. 현재 생명윤리법안에서 가장 쟁점이 되는 사안이 바로 줄기세포연구의 윤리성과 그 연구허용한계에 대한 것이다.

정부는 생명공학의 발전에 따른 윤리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명윤리법을 제정하겠다고 2000년부터 약속해왔으며, 구체적으로 과학기술부장관은 올해 3월에 국회에 법안을 상정하겠다고 언론을 통해 공언해왔다. 문제는 지금 법안 추진의 상황은 3월 국회 상정이 지켜질 지 의심스럽고 국회 심의는 빨라도 가을 정기국회에 가서야 이루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법안의 최대 쟁점인 줄기세포연구는 6월부터 과학기술부의 지원으로 이미 시작되지만, 그 토대가 되어야 할 생명윤리법은 9월 이후에야 비로소 국회에서 심의가 이루어질 전망인 것이다.

3. 지금의 사태를 볼 때 우리는 과학기술부가 과연 생명윤리법을 제정할 마음이 있는지, 작년에 생명윤리자문위원회의 민주적인 토론과 합의를 통해서 이미 마련된 '생명윤리기본법 기본골격안'을 존중할 의사가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아직 법안이 제정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법안의 주요한 쟁점 중의 하나인 연구사업을 일방적으로 선정하여 추진하고 있는 것이 민주주의 정부가 할 일인가. 앞으로 제정될 생명윤리법을 유명무실한 빈 껍데기로 만들려는 생각이 아니라면 가능한 일인가. 정부는 줄기세포연구 과제인 <세포응용연구> 사업의 추진을 일단 보류하고, 그보다 앞서 생명윤리법의 조속한 제정에 적극적으로 임하기를 강력히 촉구한다.
한재각
2002/01/18 13:35 2002/01/18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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